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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북한산 아름다운 길⑬ - 만경대 바위숲에서 가을색을 담다①
 양기용 기자 (발행일: 2015/09/29 20:29:23)

[탐사] 북한산 아름다운 길⑬ - 만경대 바위숲에서 가을색을 담다①
-SPn 서울포스트, 양기용 기자


▲ 좌측 만경대, 우측 인수봉 사이 가운데 족두리봉(머리가 두 개로 신랑신부바위라고도 한다. 뒤에서보면 합쳐진 하나) 너머 백운대가 보인다. ⓒ20150928 세상을향한 넓은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 우이동 도선사입구에서 20150928 만경대 오른 루트 ⓒ서울포스트
↑ 만경대에서 백운대와 인수봉 붙임사진 ⓒ서울포스트

조금 있으면 온 산이 불타겠지만, 난 그런 날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런 장면이 멋있다고 생각치 않는다. 나의 가을단풍학에 대해서 인색하다고 할지 모르나, 식물은 파란 잎사귀가 건강할 때 가장 아름답다. 우리들 인생과정과 똑같다. 가까이서 볼 때 울굿불긋 화려한 단풍이지, 산이란 식물들이 빨갛건 겨울 잎사귀가 없건 멀리서 보면 그저 파란색이거나 회색빛이다.

그래도 벌써 성큼 다가온 만경대 단풍이 마음까지 붉어진다. 서울에서 단풍구경은 북한산 여기, 백운대 서북벽, 숨은벽, 도봉산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단풍색이 고운 건, 낮과 밤 사이 바위의 급속한 온랭 차이로 인한 담금질, 또 아슬아슬한 바위틈에 매달린 생명의 순환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도 목적이 단풍철과 전혀 무관했지만, 단풍을 가장 확실히 경험한 것은 1978년 11월. 그 이후엔 그럴 기회가 없었고 만들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때 학교 신입생 선발시험으로 며칠 수업공백기간에 과 친구들 8명이 2개조로 나뉘어 설악산과 양양,강릉 일대를 돌기로 해 동해안 야간 완행열차를 탔다.

우리팀은 설악산을 먼저, 다른 팀은 나중에 설악산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비가 내리더니 정상등반을 목적했는데 첫눈이 쏟아져 양폭산장에서 1박하고 발길을 돌렸다. 지금처럼 전화기도 없어 서로 연락이 안될 때, 참 우연히 설악산 한 장소에서 8명이 만났다. 울산바위 위에서 포커놀이, 권금성에 오르고, 비선대를 거쳐 양폭산장에서 계곡물로 밥 지어 먹을 일, 강릉에서 상어회, 의상대,낙산사,홍련암,해수관음상을 돌아본 시간이었다.

↑ 1978년 11월 중순쯤. 설악산 울산바위에서 눈덮힌 대청봉을 배경으로 신선놀음(포커)도 하고, 양폭산장에서 1박(사진 속 대구 계명대 산악동호회와), 양양 낙산사, 홍련암 들러 ⓒ서울포스트 양기용

오랫동안 만경대를 먼 발치에서만 바라보다가 오늘 장도에 올랐다. 아예 못오를 인수봉보다 만경대는 어디서나 까마득해 보인다. 바위들이 금새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위문에서 쉽게 오를 수 있었으나, 더 멋을 부리기 위해 동쪽 부분을 미뤄왔다. 대부분 그랬지만, 안되는 바위를 넘다가 다시 내려와 우회하기를 몇 번, 고도를 높힐수록 발아래 펼쳐진 풍광은 서울을 항공촬영하거나 파라모터 를 탄 느낌이다.

건너 백운대는 정체로 인해 러시아워 땐 한참 오도가도 못했단다. 인수봉에도 등반객들이 와글와글 바바글바글 개미처럼 붙어있다. 생각같아선 전에 잠깐 머문 용암봉까지 한바퀴 돌고 싶었지만, 비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쪽 용암봉은 병풍바위라고 불려 독립돼 이름하지만 사실상 만경대의 연장이다.

인수봉(仁壽峰 810m)은 유비,온조 형제가 고구려로부터 떨어져 나와 도읍을 정할 때 - 살만한 곳을 물색하기 위해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설마 그 옛날 인수봉을 올랐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백운대(白雲臺 836m)는 이성계가 올라 '등백운봉(登白雲峰)'이란 시를 남겨 백운대로 되었다고 하며, 만경대(萬景臺 810m)는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올라 국사를 의논했다는 데서 국망봉(國望封), 망경대(望景帶)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만경대는 만(萬)가지 경관을 볼 수 있는 데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기묘하고 험준하여 보는 시간과 각도에 따라서 만(萬)가지 경관도 연출한다.

▲ 좌측 용암봉부터 만경대,백운대,인수봉. 오른쪽 조그만 바위가 영산법화사 뒤 코끼리바위 ⓒ서울포스트

국사를 논할 일이, 국사에 고민할 일이 없는 내가 오늘 간 것은 연휴 덕분이고, 오래전부터 한번 오르고 싶은 호기심이다. 사실 백운대 남방에 놓여 백운대에서의 전망을 상당히 가로막아, 진 풍광은 만경대가 독차지하고 있다. 백운봉암문(구 위문)에서 쉽게 갈 수 있으나 기왕이면 동쪽 우이동계곡에서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인수봉이 북한산을 대표하며 머슴마의 단단함을 상징한다면, 만경대는 화려한 부채살처럼 보이고 넓게 펼쳐져 여성성을 보이고 있다. 아마 도선대사가 도선사를 현재 위치에 잡은 것도 동쪽을 향해 쫙 펼쳐진 산세를 두고 최고 혈자리를 찍었을 것이다. 만경대는 요새처럼 깎아지른 양쪽 절벽에 병풍처럼 도선사를 두르고 있다. 북동쪽에서 보면 창끝처럼 날카롭다. 하늘로 쫙쫙 퍼진 바위들은 변덕스럽고 위험해 보인다.

서울주변 산들은 정상이, 유명하다는 국내 타산의 추종을 불허한다.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관악산이 그렇다. 만경대 정상은 찝게벌레(사슴벌레)의 집게처럼 생겼고 그 위에는 코뿔소 뿔같이 커다란 입석(선돌, 입암=선바위)이 경이롭게 서있다. 봉우리 정상에 10m가 넘는 천하제일 물건이다. 보고 또 보고 돌고 또 돌고, 주변에서 한참을 앉았다 누웠다... 정말, 만.경.대.다. (龍)


▲ 죽은듯 잠자는듯 염소?바위 ⓒ서울포스트
▲ 소원바위 ⓒ서울포스트






▲ '출발19' 루트 를 따름 ⓒ서울포스트

▣ 본지 발행인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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