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⑬
-SPn 서울포스트, 심천 자유기고가

제1부 우리는 하나

(1, 북에 가다.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①)
(2, 추방. 3, 제가 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②③)
(4, 다시 북에 다녀오다. 5, 제가 - I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④⑤)
(6, 눈물 매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⑥)
(7, 전자 산업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⑦)

제2부 민족의 서광

(8, 북조선에 변화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⑧)
(9, 북으로, 북으로 !!. 10, 전력(電力) 부국책(富國策)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⑨⑩)
(11, 또 다른 반란. 12, 통일 회담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⑪⑫)


13, 해외 순방

북남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나는 박기림 장군과 서명호 행정원 부원장 그리고 해외협력부 김기수 부장 등 관련 요인들을 대동하고 미국, 불란서, 독일, 러시아를 비롯하여 동남아 지역까지 순방에 나섰다.
우선 미국에 가서는 우리 북조선 나진, 청진, 원산 중 택일 하여 GM과 자동차 합작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합의 하였다. 베터리와 엔진은 순 우리것으로 하고 GM은 몸체 조립만 한다. 몸체 조립이야 남조선에서도 할 수 있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존 휘발유 자동차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 들어, 과거 GM의 명성과 판매망을 이용하고자 한 것이며 우선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위한 전초전인 것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사양길에 접어든 휘발유 자동차 사업을 전기 자동차로 대채하고저 했을 것이다. 또 테네시 강에 1백개의 다리를 우리가 건설하고 물래식 발전소를 건설키로 했다. 그 대신 우리는 군용 수송기 70대와 군 장비 다수를 구매하였다. 그리고 현재 이미 우리 기술진이 건설하고 있는 미국 45번 국도에 건설하고 있는 전철 사업 현장을 둘러 보았다.

이제 미국 전역의 프리웨이에 자동차 운반용 레일을 까는 사업과 발전소 건설 사업은 앞으로 전기자동차의 미국 본격 상륙으로 이어질 것이며 가히 전 세계에 전기자동차 혁명을 가져 오게될 것이다. 대미 사업만으로도 우리 북조선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은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이제 원유값은 벌써 폭락의길로 접어들었으며 중동, 러시아, 남미 등 산유국들은 앞으로 원유사업 대신 다른 사업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의 실무 방문을 마치고 유엔 안보리 이사회에 참석했다. 일본을 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하는 안건이 상정되어 있었다.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나라는 중국과 조선 두 나라 뿐이다. 남조선은 어정쩡한 상태이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은, 일본이 그 동안 막대한 자금을 뿌리며 공을 드려서인지 대체적으로 찬성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단지 유-럽 제국만이 관망상태이긴 하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고 찬성 쪽으로 기울 수도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도 유엔 분담금 상당액을 일본에 부담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으로 중국 대표의 연설이 끝나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친애하는 회원 여러분 ! 이렇게 만나 뵙게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일본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하기 전에, 우선 여러분들께서 일본을 얼마나 알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여러분! 과거 역사상 일본의 문화가 앞서서 일본이 그들의 문화를 한국에 전수했다고 생각하시는 나라는 손을 들어 주십시요.”
거의 대부분 5분의 4 정도가 손을 들었다.
“5분의 4 정도, 거의 대부분이네요. 자! 그러면 반대로 우리 조선의 문화가 앞서서 일본으로 전해 주었다고 생각하시는 나라들 손 들어 보세요”
불과 3나라밖에 되지않았다.
“3나라 뿐이군요. 자, 여러분!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인 일본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한다고요? 더 더군다나 틈만 있으면 이웃나라를 침범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침략자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니 이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라고 말하며 나는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순간 여기저기서 떠들석거리는 가운데 일본 대표가,
“고노야로! 시다고이!(이 새끼야, 내려와!)”
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자,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내가 그 연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틈을 타서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일본에는 원래 인구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남방에서 흘러 들어온 극소수의 미개인들만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앞쪽 윗니가 길게 툭 튀어 나왔고 벌거벗은 몸에 ‘훈도시’라고 하는 일종의 기저귀를 차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자 또 다시 일본 대표가 일어나,
“나니오 하나시데 이루노까(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라고 소리를 질렀다.

의장국인 남조선 대표가 좌중을 진정시키고 나의 연설을 계속하라고 재촉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대륙과 조선반도의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가 멸망하면서 그들 나라에서 녹을 먹던 부류들 일부가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가서 일본의 상류층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구주대학 후꾸다 교수의 연구 논문에 의하면, 조선반도 남단의 가야국이 멸망하기 전해의 구주 인구는 2만 정도에 불과 했었지만 가야국이 멸방한 다음해 구주의 인구는 20만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녹을 먹고 살던 중상류층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자 일본
땅으로 살길을 찾아 나섰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천년 내지 일천년 전 일입니다. 이들을 ‘도래인(渡來人)’이라 부르며 지금도 이들의 언덩이에는 우리와 똑 같은 몽고반점이 있습니다. 이들이 원래 일본에 있던 토착민들과 혼혈을 이루며 오늘날 일본인이 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도래인’들 몸속에는 대륙과 조선반도에서 쫓겨난 ‘원한의 피’가 흐르고 있으며, 그 복수심이 임진왜란과 을사늑약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 조선은 삼국시대 이래로 줄곧 일본을 개화시키고 물심양면으로 도와 왔습니다. 백제의 왕인 박사가 문자를 가르쳐 주었고 아직기가 여러 문물을 전해 주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정기적으로 일본에 사절단을 보내서 여러가지 문물을 전해 주었습니다. 나까소네 전 일본 수상이 말한 것처럼, 이와같이 우리 조선은 지난 수천년 동안 일본의 스승이었습니다. 이와같은 은혜의 나라 조선을, ‘복수심’의 피가 흐르고 있는 일본이 두 차례나 침략했고, 또 침략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 조선, 중국과 벌리고 있는 영토분쟁인 것입니다.
친애하는 안보리 이사국 여러분!
이런 일본을 상임이사국으로 만들어서 또 다시 이웃나라를 침략하게 만들고 싶습니까?”
또 한 번 책상을 ‘쾅!’하고 내리쳤다. 회의장은 쥐죽은 듯이 침묵이 흘렀다. 일본 대표가 또 일어서려는 것을 의장이 제지시켰다.

“친애하는 여러분! 과거 서구 제국은 미개한 나라를 개혁시키고 자원개발을 통한 산업화를 이룩할 목적으로 여러 미 개발국을 식민지로 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미개한 나라로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이라는 자가 문화 선진국인 조선을 임진년에 침략했다가 패퇴당했고 명치시대에 서양 무기산업을 도입 생산하여 또 다시 스승의 나라요 은혜의 나라인 조선을 침략했었습니다.
일본은 에도시대 말엽 요시다 쇼인이라는 자가 말하기를 “일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위해서는 언제까지나 조선의 그늘에 가려 있어서는 안되며, 조선을 밟고 중국을 정복하여 세계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조선의 독도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굳이 조선을 정복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소에 고삐를 체울 수 있다면 굳이 소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쇼인의 사상을 이어받은 자들이 명치시대부터 ‘정한론(征韓論)’을 부르짓고 드디어 우리 조선을 침략했었으며 지금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생떼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생떼를 써서 우선 그들은 막대한 부가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 . . .특히 우리들은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 왕비를 끌어내어 두새군데 칼로 상처를 입혔다. 나아가 왕비를 발가벗긴 후 국부검사(가소가노;可笑可怒)를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름을 부어 소실시키는 등 차마 이를 글로 옮기기조차 어렵도다. . . “

이 글은 현재 일본 의괴도서관 헌정자료실에 소장되어 있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당시 주조선 일본 공사 미우라의 지시로 조선의 국모이신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의 무뢰배들, 소위 ‘낭인’들 중 한 놈인 이또 미요시의 글입니다. 비록 100여년 전 일이지만, 당시 일본이 아무리 야만 중의 무뢰배 야만 국가라 할지라도 어찌 감히 은혜의 나라 조선의 국모이신 황후를 강간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나는 정말로 울분을 못이겨 책상을 또다시 ‘쾅!’하고 내리 쳤다.
이리하여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잠정 보류되었고 유-럽의 유명 통신사들은 일본 주재원들을 일본의괴도서관에 보내 상기한 자료를 복사하여 유-럽의 모든 신문에 100년전 우리가 당한 치욕을 대서특필하여 만 천하에 알렸고 전 세계는 일본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심지어 일본을 유엔 회원국에서 축출하자는 의견도 속출했다.

나의 유엔 연설이 효과를 걷운 것인지 유-럽 방문은 열열한 환영 가운데 진행되었다.
프랑스에도 쎄-느강에 다리 50개를 설치하여 물래식 발전설비를 건설하기로 하고 미국의 F-35와 성능이 비슷한 유로 파이터 전투기 1백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그 대신 우리의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와 엔진을 종전보다 배로 늘려 수출하기로 했으며 남조선과 합작 생산한 순 우리 국산 자동차 공급도 늘리기로 했다.
독일에도 프랑스와 똑같이 50기의 물래식 발전설비를 라인강에 건설하기로 하고 독일산 의료장비와 각종 특수 기계장비를 우리 북조선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아우토반에 레일 까는 일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여건이 성숙되어 필요하면 우리가 건설해 주기로 했다. 가장 기대를 했던 사업이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자동차 운반용 전철 건설로 유-럽과 연결하고저 했으나 요즈음 석유값이 폭락 일로에 있어 러시아 재정상 당장 시행은 어렵게 되었고 역시 시베리아 관통 까스관 건설에는 러시아가 적극적이었지만 우리로서는 급할것이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항공모함을 비롯한 각종 군사 장비를 대량 구매했다.

이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우리 조선이 두번째로 항공모함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미가 있었던 점은 1894년에 체결됬던 청러조약으로 하바로프스크와 브라디보스토크(우리 이름 ‘해삼위’)를 포함한 연해주 일대가 러시아에 양도된 것은 국제법상 무효임으로 당연히 조선에 돌려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처음에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펄적 뛰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에 필요한 것이 아무 쓸모 없는 부동항이냐 아니면 근본적인 경제 재건이냐 잘 생각해 보라. 우리에게 협조하면 러시아 경제 재건에 우리가 최대한 협조하겠다. 아니 우리가 책임지고 재건해 주겠다. 그랬더니, 아닌게 아니라 석유값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가 급전직하 위기상황임으로, 청러조약이 무효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러시아 측에서 좀 더 검토하여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우리에게 알려 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동남 아시아에는 5천 불 짜리 2인승 전기 자동차가 불티나가게 팔리고 있는데 우리가 가격을 7천 불로 올리고 성능을 더욱 높였지만 종전 사양에서 몇가지만 빼서 5천 불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 했다. 그리고 메콩강이 흐르는 동남아시아 5개국에 각기 10기씩 50기의 발전설비를 건설하기로 했다. 또 인도에 들러 정상회담을 갖고 자동차 산업, 물래 발전소 건설사업을 합작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대만에 들러 고 장개석 총통의 손자 장하림씨를 만났고 인도 모처에서 티베트 지도자 다라이 라마도 만나고 왔다.

중국에서는 벌집을 쑤신듯 난리가 났다. 가뜩이나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장하림씨와 다라이 라마를 만난 것을 트집잡은 것이다. 다라이 라마는 극비리에 만나서 알 수 없는데도 넘겨짚은 것임에 틀림없다. 하여간 중국은 우리에 대한 보복으로 청해성 깊숙히 숨겨 놓았던 핵탄두 미사일을 황해 연안으로 옮기는 등 무력 시위도 서슴치 안았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을 뿐이다. 미국은 대규모 탄도 미사일을 조중 국경과 서해안에 집중 배치한 것이다. 이 탄도 미사일에 핵 탄두가 탑재되 있는지 미국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이 핵무기를 종전 위치로 환원시키지 않으면 미국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간접 시인한 셈이 되었다. 중국과 협의해야 할 경제적 사안들이 너무나 많은데 관계가 잘 풀리지 않아서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다.

한 나라의 국가 원수가 국교가 수립되지 않은 나라를 공식 방문할 수는 없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한일 국교수립전 교섭을 위하여 방일한 적이 있지만 이것은 미국의 강권을 못이겨 마지못해 이루어진 것으로 결과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었다. 사실 지금은 일본과 협력해야할 경제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국교가 정상화 되기 전에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나는 취임식 때 조일국교정상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시했지만 일본으로부터는 아무런 웅답도 없는 상태다. 어찌 보면 우리의 제안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일본방문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집요한 강요(?)로 마지못해 홍사필 행정원장을 보내려 했으나 멕마흔 미국 대사가 사흘 밤낮을 조르며 메달리는 바람에 격에도 없는 방일을 하게 되었다.

여느 국가원수에 준한 의전절차는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담에 임하는 총리란 자의 태도가 문제였다. 도대체가 무례하기 짝이 없고 이것은 회담을 제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애를 나무라는 듯하다. 대일 청구권 자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과거 북조선에서 납치해 갔었다는 일본인들의 송환과 이들에 대한 보상문제를 언급하는데 연설의 대부분을 활애했다. 그리고 연설 끝머리에 가서야 겨우 일본이 크게 선심을 써서 한다는 말이, 조선과 일본이 합작하여 축전지 전기 자동차를 생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 - 현제 우리 일본은 세계의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세계 최고의 기술로 세계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 만약에 일조간 국교가 정상화 되면 우리 일본의 자동차 기술을 북조선에 전수하여 북조선 번영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개떡같은 소리다. 우리 북조선으로서는 남조선 및 미국과 합작한 것 만으로도 세계 자동차 업계를 석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독일, 프랑스와도 합작하기로 했다. 일본의 기술 따위는 없어도 아무 상관없다. 그런데, 일본의 자동차 기술을 전수해 주겠다고?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준비해간 연설문을 북북 찢어서 내 던졌다. 참석한 모든 내빈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총리께서 아마도 송하 신숙(松下新宿)에서 공부한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적부터 ‘예의’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자란것같이 보이니까 말입니다.”
그러고 잠시 좌중을 살펴 보았다. 내가 웃으면서 말해서 그런지 내가 농담을 한 것으로 알았던지 모두들 유쾌하게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한 두 사람씩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폭풍전야처럼 조용해 졌다. 상대방 국가 원수를 무례하다고 언급하는 것은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송하신숙’을 언급한 저의를 그제야 알아차렸던 것이다.
“애 - - -, 총리께서는 과거 북조선 정권이 일본인 이십여명을 납치해 갔으니 이들을 모두 송환하고 사망자나 행불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상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아무렴. 보상해야지요. 1인당 1억불이면 되겠슴니까?”
잠시 말을 멈추고 또 다시 좌중을 둘러 보았다. 눈이 동그래진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긍정하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이때를 놓지지 않고 나는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1인당 1억불로 합시다. 그런데, 일본도 똑같은 액수로 보상을 해야지요.”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져서 나를 쳐다 보았다. ‘우리 일본이 언제 북조선 사람들을 납치한 적이 있느냐?’는 그런 태도 같았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무고한 우리 조선 인민을 수 천, 아니 수 만명 잡아가서 강제노역을 시키고 임금 한 푼 주지 않았습니다. 또 이들은 대부분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체 행방조차 묘연해졌습니다. 방금 똑같은 액수로 보상해야 한다는 데 모두들 동의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수 조 달라를 보상해야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이 조선을, 지난 수 천년간 문물을 전해주고 가르쳐주고 깨우쳐 준 은혜의 나라 조선을, 배은망덕하게도 강권으로 병합하고 36년동안 조선에서 수탈해 간 물자가 그 얼마인지, 저는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조선을 강제 병합하기 직전, 조선의 국모이신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에 대한 보상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시 일본이 얼마나 포학무도한 짓을 했는지, 당시 황후를 시해한 한 사람인 이또 미요시씨의 수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수기는 지금도 일본의괴도서관 헌정 자료실에 보관되어 있으니 여러분들께서도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유엔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일본인들 앞에서 다시 한 번 꺼냈다. 잠시 기침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들은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 왕비를 끌어내어 두세군데 칼로 상처를 입혔다. 나아가 왕비를 발가벗긴 후 국부검사를 하였다.(가소가노-可笑可怒).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기름을 부어 소실시키는 등 차마 이를 글로 옮기기조차 어렵도다.-”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들’이란 물론 일본 총독의 지시로 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들을 말합니다. 또 ‘가소가노’란 차마 웃을 수도, 화낼 수도’ 없었던 참혹한 광경을 말합니다. 이로 미루어 ‘국부검사’란 능욕을 의미합니다. 그곳에 의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뢰배들이 국부검사를 했다는 것은 ‘강간’이란 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일개 낭인놈이 일국의 황후를, 그것도 황제가 보고 계시는 앞에서, 강간을 하고 기름에 태워 시해했음을 말합니다. 이것이 세계 역사상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나는 감정이 격해져서 고성을 질르며 부르르 떨고 탁자를 쾅 하고 힘껏 내리쳤다. 이 때 일본 수상은, 무례하게, 정말 무례하기 짝이없게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 버렸다. 최근 미국으로부터 F-35 최신 전투기 200대와 F-22 300대를 도입하더니 기고만장해진 것같다. 회담이고 무엇이고 이대로 연회는 파하고 말았다. 정말 어이없게도 북조선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특히 구라파 각국의 통신사들이 일본 수상의 무례함을 맹 비난하고 있었다.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기술수준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를 선도’ 하고 있다는데 대해서 비위가 뒤틀렸음직 하다. 또한 황후 시해의 명백한 증거 앞에 모두들 치를 떨고 무려 한 세기가 훨씬 지난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온 지구가 들 끓으며 이제와서 뒤늦게 일본의 금수만도 못한 만행을 맹 비난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은연중 세계 각국 특히 유-럽 제국으로부터 점차 외면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있다가 멕마흔 대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담은 성공적’이라고 알듯 모를듯한 소리를 하고 곧 찾아뵙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우리 북조선 정부는 곧 이어 대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내용은,
첫째, 대마도와 유구열도를 우리 조선에 반환하라는 것,
둘째, 김대중 정권 때 체결했던 한일 어업협정은 무효이니 다시 협의해야 한다는 것,
셋째, 독도와 일본 오키섬의 중간 지점을 지나고 구주와 대마도 및 유구열도의 중간 지점을 잇는 ‘신 평화선’을 발표하고 이 평화선을 무단 침범시에는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
넷째, 명성황후 시해와 일제 36년간 조선에서 일본이 수탈해 간 내용을 공동 조사하여 이에대한 적절한 보상을 할것.
을 선포하였다. 이에 대해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우리 일본 국토를 강탈하려는 침략행위’라며 ‘대마도 및 오끼나와 근처를 무단 침범하는 어떻한 선박이나 항공기도 침략행위로 간주하여 즉시 격침 또는 격추시킬것’이라며 ‘북조선의 침략 행위에대해 국제 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과거 일본이 총칼로 위협하여 조선을 강제 병합해 놓고도 ‘침략한 적이 없다’ ‘침략이라는 정의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괴변을 늘어 놓은 것이 언제인데, 이제 와서 구두로 선언한 것을 두고 ‘침략행위’라고 몰아붙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 북조선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남조선에 강력히 요구하여
첫째, 독도와 일본 오키섬 중간 지점의 바다를 지킬것,
둘째, 대마도와 구주 사이의 ‘신 평화선’ 을 사수할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남조선에서 돌아온 대답은 참으로 놀라웠다. ‘한일 관계는 종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니 북한에서 할 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어찌하여 같은 민족끼리 이럴 수가 있을까 !
조선반도에 관한 국제관계 사안은 북남조선이 잘 협의하여 공동 대응을 해야 하는데, 현제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본과 외교전을 펼치기 전에 먼저 남조선과 치고 박고 싸워도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을 것같다. 이에 우리 북조선에서는 대일관계만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남조선에서 온 홍사필 행정원장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그리하여, 모든 가능한 역사적인 사실과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유구열도(과거 유구국)와의 우선적 관계를 주장하는 소장을 국제사법제판소에 정식으로 접수시켰다. 그리고 일본 오-키섬과 독도 사이 해역에 3천톤급 소형 구축함 1척, 대마도와 구주 사이 해역에 군함 3척을 파견했다. 4척 모두 내일이면 고물상에 가야할 낡은 것들이지만 기관포, 함포만은 잘 손질해서 보냈다. 각 선단 바로 밑 바다 속에는 잠수함 1척씩 잠복하게 했다. 그러고 각 선단에 다음과같은 지시를 내렸다. ‘일본 함선과 조우시에는 절대로 선제 포격하지 말고 일본의 포격이 있을 시는 강력하게 대응 포격하도록 하고 최후에는 함선을 포기하고 바다에 뛰어들어 대기하고 있는 잠수함에 승선, 모두 귀환하라’

반나절이 지나자 전 세계 언론이 부글 부글 끓어 올랐다. 우리 입장을 지지하는 논조, 과하다는 논조, 호전적이라는 논조 등 뒤 범벅이었다. 멕마흔 대사는 전화를 걸어 성명서를 당장 수정하고 좀 자제해 달라고 간청했다. 남조선은 ‘왜, 월권행위를 하느냐?고 항의 해 왔다. 독도, 대마도, 유구열도는 남조선이 관여할 일인데 왜 북조선이 나서느냐? 군함들을 당장 철수 시키라. 그렇지않으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는 종전과 변함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남조선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의외에도 중국은 갑자기 우리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조어도(센카쿠 열도) 분활에 관한 회담을 갖자고 제안해 왔다. 중국의 이와같은 태도는 우리에게 참으로 크나큰 힘이 되었다. 일본은 더 이상 이렇다할 반응이 없었다. 왠 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의 축전지 전기 자동차 생산은 전 세계에 또 하나의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이번 해외 순방으로 전기 자동차 수출은 더욱 확장일로를 거듭하게 되었다. 원유산업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축된 산업보다는 확장되는 산업이 더욱 커진 것이다. 세계의 산업체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 경제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경기확장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계속)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심천-민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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