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⑨⑩
-SPn 서울포스트, 심천 자유기고가

제1부 우리는 하나

(1, 북에 가다.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①)
(2, 추방. 3, 제가 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②③)
(4, 다시 북에 다녀오다. 5, 제가 - I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④⑤)
(6, 눈물 매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⑥)
(7, 전자 산업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⑦)

제2부 민족의 서광

(8, 북조선에 변화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⑧)


9, 북으로, 북으로 !!

휴전선에 초소를 10개로 늘렸는데도 초소는 24시간 늘 북적거린다. 방송 통신 기자들은 중계용 기자재를 싣고 3,4일 안에 다 북으로 올라 가고 연락을 위한 기자들의 출입만 있을 뿐이지만, 실향민들과 기업인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일반인들의 방북은 엄두를 못낸다. 도라산 역을 통해 기차로 수많은 인파를 실어 나르고 있지만, 기차에서 내려서 무거운 짐을 지고 몇십리 또는 심지어 몇 백리를 걸어야 함으로 이용객은 날로 줄고 있다. 이제는 각자 승용차를 기차에 실을 수 있는 사람들만 이용하게 되었다. 경의선 선로를 복구하고는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 초소를 또 다시 20개로 늘려 봤지만 도로사정 때문에 맨날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북으로 뻗은 길이라는 길은 모두 다 보수작업에 들어 갔어도 이 또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남조선에서 올라간 기자들이 어디를 헤메고 다녔는지 드디어 영상과 기사가 남조선 TV와 메스컴에 오르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경악시킨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태백산 줄기의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 마을. 이곳은 어린이들을 포함한 마을 전체 13가구 43명 전원이 이 방 저 방에 제 멋대로 이리저리 누워 있는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다. 시신이 누워있는 상태로 보아 모두 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분노를 폭발시킨 것은 그 산아래 세곳 마을의 집이 모두 불에 탄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 어느 불탄 집더미를 헤치자 유골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마을 전체 인민들이 모두 아사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당국에서 불을 지른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이를 지켜 보던 남조선 시청자들은 모두가 구 북조선 정권에 대한 분노로 두 주먹들을 불끈 쥐고 이를 부드득 갈았다. 중국 한(漢) 말의 독재자 동탁이 죽었을 때 돼지같이 살이 디룩디룩 찐 그를 놀려주기 위해 배꼽에다 심지를 박고 불을 켰더니 사흘을 타더라고 ‘삼국지’에 묘사되어 있었다. 김성주 3대가 동탁과 다를게 무엇이겠는가!
함경도 북청 어느 산골 마을로 찾아간 남조선 취재진. 마을 인민 모두가 저 악명 높은 독일의 아우쓰비츠 소용소 수감자들을 방불케했다. 아니,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았다. 뼈와 살가죽이 달라붙은 몸에다 해골같은 머리에 새까만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집집마다 예외없이 굶어죽은 시체 한 두 구 쯤은 방치된 상태로 놓여 있었다.

동상으로 발가락이 모두 잘려 나가거나 발목까지 잘려나간 거리의 꽃재비들도 이들보다는 낳으리라! 꽃재비들은 그래도 쓰레기 통에서 먹을 것(?)을 뒤지거나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먹을 수나 있었지만 이들은 그짓도 못한 것이 아닌가! 살아 있는 사람들도 이제는 닥치는 대로 나무 뿌리를 캐어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나무 껍질을 베껴 먹던 시절도 옛날이라 했다. 산의 나무라는 나무는 모두 이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1984년>을 쓴 조지 오웰도 이같은 참상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겠지!
오 ! ! ! 하느님 ! ! ! 어쩌다 우리 민족, 내 동포 형제자매들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이 참상이 온 세계로 퍼져 나가자, 이제는 경악하는 정도를 넘어 분노로 변했고 그 분노는 엉뚱하게도 바로 우리 민족 자신들에게로 향했다.

“저 코리안들! 어쩌면 자기나라 백성들을 저 모양이 되게 했을까?”
그래 ! 하기야, 김성주 3대도 다 우리 백성들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그러면 그 누가 이들로 하여금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게 했단 말인가?

취재진은 이런 서양의 반응을 눈치체고 스스로 자제하여, 앞으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더 이상 이런 참상 보도를 삼가하기로 결의 하였다. 남조선의 식자들, 특히 정치인들은 참으로 오랫만에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지난 60여년간 왜 줌더 적극적으로 통일운동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왜 쌀 한 톨이라도 더 북에 보내주지 못했던가 ! 왜 구체적으로 김성주 3대 정권 타도책을 강구하지 못했던가 ! 이제와서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북조선에서는 어느 틈엔가 김성주의 생가라고 전시하던 곳과 김 부자 동상, 천리마 동상이 모두 철거되었고 김성주의 시신도 화장하여 압록강에 뿌렸다. ‘정일봉’이라고 커다란 바위 봉우리를 깎아 만든 바위도 돌가루와 씨멘을 섞어 발라 원레의 바위모양으로 복원 시켰다. 북조선에 세워두었던 김부자 동상만도 3만 여개가 넘었었다. 이것들도 모두 철거되어 용광로 속으로 들어갔다. 그외 크고 작은 구 정권의 흔적들이 인민들에 의해서 깡그리 없어졌다.

이제는 북조선 당국이 정한 1인당 1일 쌀 10kg이 아니라 아예 가마니체 싣고 북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경의선도 그런데로 연결되었고 도로도 9곳이 새로 개통 되었으며 뱃길도 가능한 곳은 모두 허용되었다. 배에다 자가용을 싣고 가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청진, 원산, 해주항에 입항했던 쌀 200만톤도 배급되기 시작했다. 코리안 아우쓰비츠에도 심심산골 오지에도 실로 30여년 만에 밥 짓는 연기가 곳곳으로 번져 나기 시작했다.
븍조선 인민 정부에서는 해주, 원산, 청진에 부려놓은 쌀 200만 톤을 인민들에게 모두 배급했고 토지도 신 정부 출범 불과 3개월 만에 인민들에게 모두 무상 분배 완료했다. 미비한 점이나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는 앞으로 차근차근 고쳐 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남조선에서 자재와 설비를 싣고 가서 세운 생필품 공장은 밤낮없이 돌아갔고 임금이고 뭐고 밥만 먹여주고서 생산된 물품들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북조선 당국에서는 남측에 화폐를 통일하거나 원화를 1,000 대 1로 줄여 북측의 인민폐와 같은 수준으로 거래되도록 요구했지만 묵묵 부답이라 시장거래는 인민폐와 원화가 뒤 섞여 뒤죽박죽으로 거래되고 있고 일단 거래 되었던 물품들을 며칠이 지나서 거래가가 수정되거나 뒤 물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남조선의 은행들, 정부기관들, 공기업과 사기업들 그리고 각종 기관들의 북한 지점이 곳곳에 우후 죽순처럼 들어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조선에 미처 생산공장을 세우지 못했지만 긴급히 필요한 물품들을 남조선 장사꾼들이 추럭으로, 기차로 그리고 배로 싣고 북으로 가서 시장 장마당에다 풀어 놓기 시작했고 북조선 인민들은 새로 생긴 공장에서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이들 뮬품이 도착하기 무섭게 사들이기 시작했다. 자연히 남조선 공장들도 대부분 200% 이상 가동되었다. 심지어 창고 구석에 쳐박아 두었던 기계들도 새로 손질하여 가동하기도 했다. 중국으로 몰려 갔던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이제 남조선으로 뒤돌아 오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세웠던 공장들을 북조선으로 옮기는 럿시가 불어 닥쳤다. 더 더욱 신기하게도 중국 상인들이 북조선 산 물품들을 대량으로 마구 사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품질이 우수한대다 값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조선의 올해 수출 실적은 적어도 8천 억 달러가 넘어설 전망이다. 갑자기 두 배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래 저래 남북이 어우러져 흥청망청 난리가 났고 조선발 세계 경기는 십 몇 년 만에 드디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서부전선에서 봉재공장 가동에 사활을 걸었던 사단장들은 대부분 중장으로, 그리고 더러는 상장으로 특진되어 사령부 사령관이나 관구 사령관으로, 더러는 군단장으로 배속되었다. 서부전선 사령부는 사단장으로 있던 임치무 소장이 상장으로 특진되어 사령관을 맡게 되었다. 봉재공장에 투입되던 병력은 과거 10만에서 20만으로 배가 늘었다. 남조선 경계근무 필요성이 없어져서 이 병력을 공장작업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공장 크기도 배로 늘었다. 부녀자들이 담당하던 공장은 무려 5배나 늘어났다. 전 세계에서 수요되는 봉재품은 거의 다 우리가 생산하는 꼴이다. 숙원이던 중부전선 전자공장도 속속 준공되었다. 미국의 애플(Apple)도 공장 건설을 직접 지휘했다. 애플은 콤퓨터 뿐만 아니라 iPad도 이곳에서 생산하게 되었다. 남조선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서둘러 공장을 건설했다. 이곳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에 내어 놓는 전자재품 가격이 파격적으로 인하 되어 바야흐로 전자재품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남조선의 수출실적이 거의 두 배로 불어난 것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자재품 수출이 상당부분을 찾이하고 있다.
너도 나도 북으로 ! 북으로 ! 북 조선으로 ! 공장 세우러 또는 장사하러 몰려 가고 있다.

서부전선, 중부전선, 동부전선 3개 사령부 인민군들 중 5년 이상 근무하여 제대를 원하는 장병 20만명을 추려서 제대를 시켜서 북녘에 새로 들어선 공장들에 소개하여 취업을 시켜 주려고 희망자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모두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군이 좋아서 안나가려고 그러나 싶어 임치무 장군에게 그 이유를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길티아이해도 사단장들한테 보고 받았디요. 앞으로도 아무도 신청 아이할기야요. 박사님께서 잘 모르시갔디요. 우리 북조선 사람들에게는 ‘장래 희망’ 이라던가 ‘소원’ ‘바램’ 같은 것은 애시당초 됸대하디 않습네다. 무엇이 던디 국가가 시키는데로 하면 되니끼니, 녀기메 오래도록 길들여뎌서 길티요. ‘아무개 너, 몇월 몇일부로 뎨대할 것을 명함’ 이케 명령을 내려야 하디 길챦으믄 아이된단 말입네다. 기건 길코 박사님 ! 왜 괜시리 20만명이나 뎨대시키려 하십네까?”
“산업전선에 인력이 부족할것같아서. 그렇지 않아도 인민들이 나이에 비해 체구가 너무 작아서 어디 힘든 일 하겠어요? 우리 장병들 체구정도는 되어야지”
“기래도 나이가 있으니끼니 어느정도 뎨몫은 할끼야요. 길디마시고 20만명은 별동대로 기냥 남겨 두시디요. 반드시 쓸데가 있을겝니다. 기리카구시리 뎐다공댱 댱병들과 수시로 교대근무 시키디요.”
“별동대 ?”

나는 임 장군을 한참 쳐다보았다.
“박기림 총참모장님께서 직접 내린 디시야요. 박 장군께 물어 보시디요.”
슬적 박기림 장군에게 떠넘긴다.
“교대근무는 능률이 오르지 않아 않되요. 계속 근무해야 숙달이 되지요. 그러면 이 일은 일단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 -, 자, 그러면 동부전선 인민군을 위한 식당과 취사장을 새로 지어야겠는데?”
그리고 동부전선 사령부 소속 장병들 중 10만명을 중부전선 전자공장에 추가 배속시켜 근무케 하고 나머지 20만명의 병력은 압록강 두만강변에서 경계근무케 했다. 물론 이들의 식량과 군복을 봉재공장과 전자공장에서 조달하도록 하였다.

중국에 머물러 있던 탈북자 60여 만명, 남조선과 전 세계로 훝어졌던 탈북민 10여 만명, 이들은 거의 모두 ‘고향으로’를 외치며 북조선으로 내 달렸다. 이들 중에는 13살 때 탈북하여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가 중국 한족 아이 여섯을 낳은 중년의 여인도 있었고, 자녀 네명의 생계를 위하여 혼자서 탈북했다가 영영 돌아가지 못하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낙네도 있었다.

6.25 직전 혜련이네. 3.8선 부근에 사는 큰 고모네 집에 가신다는 아버지를 따라 나선 12살의 혜련이. 뒤늦게 이를 알고 언니를 따라 가려고 땀을 뻘뻘 훌리며 줄다름 치고 있던 막내 6살 혜원이. 동네 어귀를 벗어나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장에 갔다 오시던 동네 어른이 혜원이를 붙잡았다.
“너, 혜원이 아니야! 날도 어두운데 너 혼자 어드메 달려 가는기야?”
“안녕하세요. 나 언니 따라갈려구요.”
“내가 오면서 보니까니 혜련이는 보이디 않더구만! 쯧, 쯧. 안된다. 곧 어두워 지는데 너 혼자서 못간다. 이리 와라. 내가 집에 데려다 줄께”
이렇게 혜어진 자매는 나이 일흔이 넘을 때까지 영원한 생이별이 되고만 것이다. 혜련이는 그 후 곧 월남하여 대학을 나오고 의사한테 시집가서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밤 낮으로 북에 혼로 남은 어머니와 혜원이 생각 때문에 하루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때, 그 아저씨가 혜원이를 잡지만 않았어도 . . . .! “
혜원이 소식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재미교포 동창생이 북한을 다녀오면서 혜원이 소식을 전했던 것이다.
‘글쎄! 어떻게 되었을까? 혜원이도 나처럼 잘살게 되었을까? 아니면 나를 찾지 못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고아가 되었을까?’
그 혜련이도 이제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지만 죽어도 혜원이와 헤어지던 때를 잊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짐을 바리바리 싸서 북으로, 고향 집으로 달려갔다.

북으로 몰려가는 또 하나의 무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종교단체들이다. 휴전선과 바닷길이 대 혼잡을 이루자 이들은 중국을 통해 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북조선 땅에는, 도시는 물론 산간벽지에 이르기까지, 자고나면 교회가 솟아나고 절이 세워졌다. 이들 종교단체들을 통한 빈민 구제활동도 활발하게 전개 되었다. 북조선 인민들은 오래도록 정부의 배급제도에 길들여져서 무엇이던지 가만히 앉아서 거저 주기만을 기다리는 습관이 몸에 벤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에 종교단체에서 앞장서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라’고 소리내어 교화하기 시작했고 또 각종 신규 건설된 공장과 연계하여 주민들 취업알선에 온 힘을 기울였다.

길거리의 ‘장마당’은 이제 어엿한 지붕이 있는 ‘시장’으로 변모해 갔고 북조선에서 새로 생산되거나 남조선에서 넘어들어온 물건들로 넘쳐났다. 먹거리도 흔해 빠졌고 돈 몇푼 주면 못살 물건이 없었다. 새로 세운 공장들은 일할 사람 찾으려고 눈이 벌겋게 설쳐댔고 인민들은 인민들데로 새 일자리를 찾아서 받은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으는 재미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제 북조선 경제는 밑바닥으로부터 일취월장 뻗어나기 시작했다.
공장이 들어서지 못하는 산간벽지에는, 새로들어선 정부 주도하에, 남조선을 본딴 ‘새마을 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마을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를 건설하고 콩크리트 다리도 놓으며 농작지를 반듯반듯하게 정리하고 초가집도 함석지붕으로 개조해 나갔다. 인민들의 취로사업이 날로 늘어나자 촌로들의 주머니도 제법 두둑해 졌다. 깊은 구석까지 스며들은 농협 지점들은 온갖 차량을 동원하여 이들 촌로들을 시내로 실어날랐다. 저축도 하고 물건도 구매하라는 것이다. 이같이, 용이 꿈틀대듯, 북조선의 경기는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10, 전력(電力) 부국책(富國策)

북조선에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심지어 중국에 있던 생산공장들이 너도나도 북조선으로 이전하기 시작하자 무엇보다도 극심한 전력난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남조선에서 끌어다 쓰고 점점 수요가 늘자 주로 야간에 공장을 가동시키는 궁여지책을 썼지만 그것마저 한계에 다달았다. 아주 급한 사람들은 남조선 보다 세 갑절이나 비싼 중국산 전기를 심양, 북경 등지로부터 끌어다 쓰기도 했다.

이에 북조선 당국은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내가 평소에 구상해 두었던 소위 ‘물래방아식 발전설비’를 우선 대동강에 설치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제법 효과를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필요하다면 무진장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폭 1m, 깊이 10cm 의 물을 끌어다 물래방아를 돌리면 약 4마력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강 폭 약 100m 강에 다리를 놓고 교각을 촘촘히 세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물래방아의 물래보다 약 10배 내지 20배 되는 물래를 설치하면 약 30개 내지 60개를 설치할 수 있다. 그러면 다리 하나에 약 2만 마력 내지 4만 마력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문제되는 것은 첫째 배가 지나갈 수 있는 장치와, 둘째, 강물이 불거나 줄음에 따라 물래가 상하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첫번째 것은 물래 축을 꺾어서 ㄷ자 모양을 하게 하여 이를 엎어놓은 모양이 되게 하며 직각으로 꺾인 자리는 45도 각도의 톱니바퀴로 연결하면 간단히 해결 된다. 두번째 것은 부력을 이용하여 상하로 힘이 작용하게 하고 여기에 약간의 인공 힘을 가하면 강물이 불거나 줄때 상하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무섭게 제작 주문에 착수하고 8개월만에 교각설치를 완성하여 3개월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드디어 100m 강폭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6만 마력의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약 5만 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땜을 건설할 필요도 없고 강물이 흐르는 곳이면 어디던지 백 개던 천 개던 건설할 수 있다. 땜을 건설하는 것보다 공사 기간도 짧고 공사비도 엄청 저렴하다. 교통 소통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이리하여 대동강과 보통강에는 약 2백여개의 물래식 새 다리가 건설되었고 전력은 얼마던지 쓸 수 있게 되었다. 굳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없어졌다. 풍력발전이나 태양바전보다 생산비가 10분의 1 내지 100분의 1 밖에 들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특허도 취득했다. 우리 북조선만이 갖게되는 신 기술인 것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에도 건설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중국과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 터빈을 한 쪽만 설치하는 것은 효과가 반감된다. 협의만 이루어지면 공동건설 공동사용도 무방하다.
물래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려면, 아무리 부력을 이용한 상하 조절이 가능하다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어서, 극심한 가뭄이나 대 홍수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우선 산사태 방지용 옹벽 건설 공사를 서두르고, 식목일을 3월 15일, 4월 5일, 4월 25일로 3일을 정하여 대대적인 식목과 보호림 사업을 펼쳐 나갔다. 몇년이 지나면 효과를 보기 시작할 것이다.

전력이 풍부해 짐으로써 엄청난 부대효과도 발생했다. 우선 평양시내 고층 아파트. 전기가 없어 엘리베이터가 가동되지 않으니 10층이고 12층이고 걸어서 오르내려야 했고 물이 나오지 않아 평지에서 물을 길러 고층까지 져 날라야 했었다. 특히 수세식 변소에 물이 나오지 않아 종이에 변을 보고 창밖으로 몰래 던져야 했었다. 변이 떨어진 주변이야 오죽하랴! 그러나 이제 이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된 것이다. 드릴로 치아를 갈다가 전기가 나가 중단되는 낭패도 없어졌고 무엇보다도 밤이고 낮이고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조선에서 끌어다 쓰던 전력도 이제는 거꾸로 우리 북조선이 저렴한 가격으로 되래 공급해 주게 되었다.

과거 북조선의 고위층 당 간부들 자녀들까지도 평생 꿈꾸던 ‘밥 한끼 먹고 껌하나 씹고 또 한 끼 먹고 껌 하나. . .’하는 시대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도래한 것이다. 밀을 오래도록 씹어 껌을 대신하던 시대도, 이렇게 만든 껌을 기둥에다 붙여 놓고 온 집안 식구가 거의 달포가량 씹던 때도, 그 지독한 냄새와 자극을 무릅쓰고 ‘신나’를 찬물에 굳혀 씹어 뱉기를 수 백 번 하여 만들어 불던 풍선껌도 이제는 필요 없게 되었다. 맛나고 향기롭고 부드러운 껌을 시장에서 얼마던지 살 수 있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개 똥에 섞여 나온 줄도 모르고 무심코 주어 먹던 호박씨 한 알도 이제는 외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다 한 입 얻어 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던 쵸코파이도 얼마던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옮겨온 느낌이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탐을 냈던 것은 북조선에 묻혀 있는 무진장한 광물질, 그중에서도 중국을 통해서 값비싸게 사 오던 회토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텅그스텐(重石), 우라늄 등 등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이 모든 광업권과 심지어 연안 조업권까지도 중국이 가지고 있었다. 신 정부에서는 자립경제를 위하여 그리고 세 수입을 위하여, 모든 광업과 어업은 독자적 자력으로 개발 생산하기로 하고 과거 정권과 체결했던 모든 체취, 체굴권을 무효화 한다고 대 내외에 공표하였다. 예상했던 대로 중국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심지어 70만 만주 주둔군을 압록강과 두만강 연안으로 집결시키며 군사적 위협을 가해왔다. 우리 정부는, ‘완전 무효화’가 아니라 과거 것은 일단 무효화 하고 새로 협상함에 있어 중국에 우선권을 주기로 하여 겨우 진정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안되는 병력이지만 그동안 미군을 조만 국경에 배치해 둔 것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틈에 미국은 텅그스텐을 비롯한 각종 광물질들을 체굴하기 시작했다. 겉으로야 우리가 직접 체굴하고 미국은 장비지원과 기술 지도만 하는 것으로 되 있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국이 실질적으로 체굴하고 우리 인민을 노무자로 쓸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에 당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노무자들은 단순 노무자가 아니다. 대부분이 광산학이나 자원개발학을 전공한 대학 출신 에리트들이다. 미래를 위해서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체굴된 광물은 최종 판매가격의 60%를 우리가 받는 조건이며 5년 단위로 갱신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남조선 광산업자들도 대거 몰려 들었다. 과거 남조선이 해외로부터 수입하던 석괴, 알루미니엄 등도 이제는 거꾸로 우리가 수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독자적으로 체굴하여 판매하는 생수 사업은,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생산지별로 만성 위장병, 고질적인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입증되면서, 날개 돋힌 듯이 번창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조선에만 나가던 것이 이제는 일본 전역에 전적으로 공급되고 일부는 미국으로까지 공급되고 있다. 앞으로 그럴리야 없지만, 만약에 우리가 갑자기 생수 사업을 중단하면 남조선과 일본의 전체 인민이 갑자기 목이 말라 죽을 정도로 사업은 대규모로 번창하고 있다.

과거에 북조선에서는 유리가 생산된 적도 수입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남조선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결국에는 북조선에 유리공장들이 여러개 들어섰고 조선유리가 가격도 싸고 품질도 좋아 세계 각국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이제 남조선에서는 특수 가공유리만을 생산 수출하고 있다.
비단 유리공장 뿐이랴 ! 남조선의 포항제철은 북조선 무산, 청진에 제3, 제4 공장을 건설하고 세계 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특수강 품질은 조선이 제일이라, 이에따라 각종 기계제품들도 속속 생산 수출하고 있다.
나진에 현대조선 제3공장이 들어서고 대우조선 제 2공장도 들어섰다. 이제 세계 선박의 반을 우리 북남조선이 생산하기에 이른 것이다.

전기가 풍부해 지면서 전기취사, 전기 보일러, 전기 난방이 이루어졌고, 그동안 특히 두만강변 부락에서 겨울이면 숫하게 얼어 죽던 인민들도 이제는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디 그 뿐이랴! 순수 우리 북조선 기술진이 자동차용 축전지를 개발하여 세계 각국에 특허를 냈고, 또 남조선의 현대 자동차와 공동으로 꿈의 전기 자동차 엔진을 개발한 것이다. 집에서던 충전소에서던 한 시간 정도의 충전으로 12시간 운행이 가능하며 평균 시속 80km, 최대 시속 160km 나 되는 고성능이다. 게다가 일본 도요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값이 4만 여 불인데 비하여 우리 100% 축전지 자동차는 2만 불 대에 공급이 가능하다. 거의 반 값이다. 나진에 대규모 자동차 생산 단지를 조성했고 생산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제 자동차 강국은 미국, 일본이 아니라 우리 조선인 것이다. 차종은 3가지다. 하나는 극소형. 앞뒤로 두 사람이 탈 수 있고 크기는 아이들 장난감 자동차 정도다. 가격은 단 돈 5천 불. 두번째는 기존 자동차만한 크기의 5인승. 가격은 1만 5천 불에서 2만 5천 불. 세번째는 3쿼터 크기로 12인승. 가격은 3만 불에서 3만 9천불. 일단 그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입증되자 주문이 쇄도해 들어왔다. 남조선의 현대 자동차도 휘발유 차 생산을 중단하고 축전지 차 생산으로 전환했다. 삼성 자동차, 쌍용 자동차도 뛰어 들었고 우리의 축전지 엔진을 장착하는 한 그 성능은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았고 그 어느 누구도 따를 자가 없게 되었다.

또 하나의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순수 우리 북조선의 기술진으로 남조선의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그리고 서울에서 원산, 청진, 나진을 거쳐 중강진까지 자동차, 일반 화물, 인력 수송용 전철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즉, 필요한 인원이 필요한 화물을 자가용에 실은체 전철을 타고 충전도 하면서 목적지에 도달하면 자기 자동차로 소로를 달려 볼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순수 화물이나 승객도 수송한다. 그러나, 북조선의 도로 사정이나 교통사정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자가용 운반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 전철은 선로가 가히 혁명적이다. 전신주가 필요없다. 고압선이 선로 밑에 깔려서 덮개가 위를 덮고 있다가 바로 앞에 있는 바퀴가 지나가면 덮개가 열려서 밑으로 내려가고 뒤쪽의 일정한 특수 바퀴가 지나갈 때만 이것을 눌러 전기가 통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특수 도체바퀴가 지나가고 나면 자동적으로 덮이고 주변은 온통 부도체로 감싸서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도록 했다. 또 겨울이면 싸이는 눈이 저절로 녹아내리게 되었다. 고압선 열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에 특허를 냈다. 그리고 우선 미국의 45번 고속도로에 이 선로를 깔고 자동차 운반용 차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이 수 천 억 불에 달한다. 모종의 광물을 극비리에 독점 공급함으로서 체결된 것이며, 앞으로 수 십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미국의 모든 동서, 남북 프리웨이에 이 선로를 깔기로 했다. 이제 미국인들은 자가용을 탄체로 전철에 올라 운전을 하지 않고 동서남북 어디던지 단시간내에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괴도용 바퀴를 부착하면 단독으로 운전을 하지 않고도 목적지에 가서는 괴도용 바퀴를 들어 올리고 기존 타이어 바퀴로 운전하여 소로를 달릴 수도 있게 된다.

과거에 미국의 최 남단 휴스턴에서 누욕까지, 운전을 계속하며 도중 모텔에서 잠을 자고 4, 5일 걸리던 고된 여행길이 이제는 자가용을 가지고 전철에 탑승하거나 괴도용 바퀴를 이용하여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하루하고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우리가 먼저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될 것이며 이제 자동차를 탄체로 시베리아 또는 씰크 로드를 거쳐 유우럽을 다녀올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계속)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심천-민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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