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24)
-SPn 서울포스트, 심천 자유기고가

제1부 우리는 하나

(1, 북에 가다.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①)
(2, 추방. 3, 제가 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②③)
(4, 다시 북에 다녀오다. 5, 제가 - I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④⑤)
(6, 눈물 매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⑥)
(7, 전자 산업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⑦)

제2부 민족의 서광

(8, 북조선에 변화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⑧)
(9, 북으로, 북으로 !!. 10, 전력(電力) 부국책(富國策)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⑨⑩)
(11, 또 다른 반란. 12, 통일 회담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⑪⑫)
(13, 해외 순방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⑬)
(14, 최저 소득층의 소비확대가 경기를 부양시킨다, 15, 망중한(忙中閑)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⑭⑮)

제3부 고토 회복

(16, 전운. 17, 통일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제3부 고토 회복 (16)(17)
(18, 사라지는 일본 그리고 발해영토 일부 회복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18)
(19, 사회 개혁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19)
(20, 인류의 대 재앙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20)

제4부 웅비하는 조선

(21, 조선 민주정부 수립. 22, 동북아의 안정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21)(22)
(23, 꿈의 유라시아 전철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23)


24, 신선(神仙)이 되어 사라지다.

오늘 한누리 은행(구 한국은행)이 발표한 조선의 1인당 국민 소득은 4만 7천불, 북조선 서부전선에 봉재공장을 짓기 시작한지 실로 9년만의 쾌거다. 갑자기 혜숙이네 근황이 궁금해졌다. ‘혜숙이가 벌써 스무살이 넘었겠구나 ! 혜숙이 어머니와 혜미도 잘 있을까?

나는 국방장관 박기림 장군을 대동하고 헬리콥터로 서부전선 자리의 봉재공장으로 달려 갔다. 그때 그 장병들은 모두 일본 점령에 동원 되었다가 귀대 후 요동반도 지구로 배속되었으며 지금은 거의 모두 제대하여 산업전선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라 했다. 지금 공장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손 장군은, 박장군이 평양으로 진군할 당시 예하부대 대대장으로 있다가 뒤에 남아서 공장을 돌보게 되었으며 그후 소장으로 진급과 동시에 예편하여 오늘날까지 공장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주변 인사들은 모두 날개를 달고 중앙으로 화려하게 진출했는데 손 장군은 중좌때나 소장이 된 지금이나 한결같이 묵묵히 뒤에 남아 공장만 지키고 있다니 ! 과거에도 몇번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왜 이제야 손장군이 눈에 띄인 것일까? 나는 그의 손을 잡고 한없이 그의 손을 쓰다듬고만 있었다.

“박장군 !”
“네, 각하 !”
“손 장군을 상공부 차관으로 발탁하도록 하거나 본인이 원하면 원대 복귀시켜 군 요직에서 긴히 쓰도록 해 보시오.”
“넷, 알갓습니다. 곧 시행하겠습네다.”
“아, 손 장군 ! 여기 부녀동 공장에서 일하던 혜숙이 어머니라고 혹시 기억하시오?”
“아, 네, 기억하고 말고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얼마 전까지 여기 부녀동 책임자로 일 하시다가 지금은 혜주에다 봉재공장을 차리고 우리 일거리를 하청받아서 납품하고 있디요. 연락해 볼까요 ?”
“아니, 혹시 시간 되시면 지금 같이 가볼 수 있습니까 ?”
“넷, 그러시디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우리 일행은 한 달음에 날아갔다. 공장은 혜숙이네 집이 있던 동네 얕은 산허리를 깎아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헬리곱터가 공장 옥상에 임시로 마련된 착륙장에 내려 앉았다. 공장 규모가 보통이 아니다. 서부전선 부녀동보다 훨씬 더 크지싶다. 헤리곱터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혜숙이 어머니가 달려 와서는 내 발 앞에 넙죽 엎드리더니 이내 어깨를 들석이며 울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얼른 혜숙이 어머니를 일으켜 세웠다. 신수가 훤한 여장부로 변해 있었다.
“참 장하십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지요?”

혜숙이 어머니는 우느라 말을 제데로 잇지 못했다. 대의정 취임식 때 초청할 것을 !, 그 때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후회스럽기도 했다. 혜숙이 어머니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혜숙이는 ? 혜미는 ?”
“예, 모두 서울서 유학하고 있어요.”
“왜, 평양이 아니고 서울로 - - -?”
“예, 기케 됬시오. 혜숙이는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반이구요, 혜미는 영어교육과 1학년, 철민이는 서울과학고 2학년이야요.”
“잘 됬습니다. 정말 잘 됬습니다. 자랑스럽게 키우셨네요. 정말 장하십니다. 그 때 고생하시던 분들이 모두 혜숙이네만 같았으면 - - -“
“아이구, 다 모두 박사님, 아니 대의정 각하 덕분이디요. 우리 같이 일하던 동료들 모두 다 잘됬이요. 원산에서 공장 크게 하는이도 있고요. 박사님!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 다 어드렇게 갚을지 - - -“
“뭐 은혜랄 것까지야 있나요. 여기 계신 박 장군께서 많이 애 쓰셨지요.”
“그렇디요. 박 장군님도 정말 고맙습네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자, 어서 아래로 내려 가시디요, 자, 이리로.”
걸어가는 모습이 약간 뛰뚱뒤뚱해 보였다.
“혜숙이 어머니! 발은 이제 괜찮으신가요 ?”
혜숙이 어머니는 저만치 앞서가다가 내 말을 듣고 이내 돌아 서며 대답했다.
“아이고 ! 그러믄요. 대의정 각하 덕분에 이케 멀정해 댔시요”

공장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부전선 공장에서 하청받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하청뿐 아니고 직접 수출도 한단다. 때마침 미국에서 바이어가 와 있다고 해서 같이 합석을 했다.
“전에는 중국에서 수입했었는데 납품기일 어기기를 밥먹듯 하고 품질도 별로라, 씨어스(Sears), 제이시 페니(JC Penny) 등에 공급했었는데, 이 공장에서 수입하는 것은 품질도 우수하고 납기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긴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갤러리아(Gelleria)같은 고급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답니다. 1급품이나 페션 제품은 과거에는 이태리에서 수입했었는데 이제는 코리아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사업은 잘 되시나요 ?”
“요즈음 미국 경기가 워낙 안좋아서 . . ., 그러나 이공장 덕분으로 그럭저럭 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기도 곧 좋아질 겁니다.”
“그래야지요.”
“예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일정이 바빠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만나뵈어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혜숙이 어머니 ! “
“네, 박사님 !”
“혜숙이, 혜미, 철민이도 청와대로 한 번 들리라고 그러시지요. 여기 계시는 박장군과 연락해서 일정을 잡아도 좋구요. 박 장군, 전화번호 드리시지요.”
혜숙이네 공장을 뒤로 하고 내친김에 청진 시내 장마당을 한 번 돌아 보기로 했다. 북조선 인민들이 목숨을 부지하느라 발버둥치던 곳, 수많은 애환이 서린 곳 그 장마당은 이제 지붕이 덮힌 번듯한 시장으로 변해 있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자 상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대의정 만세 !!!”
“조선민국 만세 !!!”
를 소리 높여 불러댔다.

청진 시내 허물어져 가던 옹벽들도 다 철거 되고 번지르르한 고층 빌딍들이 눈부시게 들어서 있다. 그 때 그 빵 공장도, 치과 기공소도 온데간데 없고 으리으리한 병원이 눈에 띄었다. 한 번 들어가 보았다. 치과 쪽으로 가 보았다. 최신 시설로 잘 차려져 있었다. 의사들도 모두 서울서 의과대학을 나온 이들이 많았다. 그 때 그 기공소에 있던 분들은 한 사람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왠 까닭일까? 그 때가 그리 좋은 시절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 때는 희망이 보여서였을 것이다.
“박 장군!”
“네, 각하!”
“이제 시간이 나면 유구열도 남쪽 끝 조어도에서부터 북쪽 끝 차간호까지 한 번 둘러 보고 싶군!”
“? - - -“
‘그래! 이제 물러날 때가 됬어. 하느님께서 나에게 느즈막에 참으로 큰 일을 하도록 기회를 주셨지 - - -! 정말 고마운 분이셔! 이름도 존재도 없이, 이세상에 테어나 아무것도 한 일 없이 그저 하챦은 소나 개처럼 쓸쓸히 사라지려고 하는 일흔이 넘은 노인을 하느님께서 갑자기 불러세우시고 크나큰 일을 맡기셨지! 내가 하느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성실히 수행한 것일까? 아직도 할 일은 태산같은데 - - -, 유라시아 철도 완공도 지켜보고 - - -, 부산에서 리스본까지 몇 일이나 걸릴까? 한 번 타 보고 죽어야지 ! 캄차카에서 북해까지 영토를 넓혀서 북해 개발권도 확보해야할텐데 - - -, 옛 고조선 영토를 모두 회복해야 하는데 - - -, 내가 이대로 물러 나면 하느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저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래, 하느님께서 알아서 하실거야 ! 차기 대의정께 시키시겠지 - - -.’
“저, 각하! 도착했시요”
“으 응, 그래요?”

박 장군과 함께 나란히 걸어 오면서 나는 느닷없이 물었다.
“박 장군 !”
“네 각하!”
“내 임기가 얼마나 남았지?”
“네? 아직 반도 안하시고서래 갑자기 건 왜 물으시나요?”
“차기 대의정을 물색해서 미리 키워 둬야겠소. 박 장군이 책임지고 한 번 물색해 보오.”
“저는 도련님 용식씨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데, 도련님이 스무살은 넘어야디요. 아딕두 10년이 남았는데요.”
“쓸데 없는 소리 말고, 한 번 찾아 봐요.”
“뎨가 뎌 - - -, 아는게 없어서리 - - -“
“딴 소리 말고 하라면 해요. 알겠소?”
“네, 에, 알 - - 갔시요. - - -???”

대 국민 중대 발표가 있는 날 전국이 술렁거렸다.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북해까지 국토가 넓혀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또 한 편으로 서부 중국의 핵무기 폭발 피해에 대한 모종의 끔찍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발표 내용은 천만 뜻밖이었다.

“사랑하는 내 조국 동포 여러분 !
불민한 저는 조용히 숨을 걷우어야할 늙은 나이에 조국의 부름을 받아 혼신의 힘을 다 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아직도 할 일은 많습니다. 북극해 개발도 해야하고 옛 고조선의 영토를 모두 회복해야 하며 또한 저에게 간접적이나마 책임이 있는 서부 중국의 핵무기 폭발 참사 뒷 수습도 해야 합니다. 또한 이 지구상에서 핵 무기가 영원히 사라질 때까지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온 인류에게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앞으로 10년을 더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임기 2년이 남았고 재선 3선도 법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제 할 일들은 후진에게 물려 주고 이만 물러 나고저 합니다. 물론 앞으로 남은 임기 2년은 체우고 물러나겠습니다. 미리 이 성명을 발표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동안 조선민국 백성이면 누구던지 자유로이 뜻을 살려 다음 대의정 대임을 맡도록 미리 미리 준비 하시길 바랍니다. 선거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 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소신을 밝혀 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디 역량 있는 분이 나와서 우리 조선민국을 탄탄한 반석위에 올려 놓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간곡히 바라면서 이만 인사말씀을 마치고저 합니다.
감사합니다.”

성명이 발표되자 온 나라 안이 들끓기 시작했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그 진의를 파악하느라 갈팡질팡 어쩔 줄을 몰라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 편으로는 연로하신 분을 이제 좀 편히 쉬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왓다. 겨울이 가면 봄은 오는 법, 내년에도 어김없이 새싹들은 피어날 것이다. 용식이가 만 8세,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다. 키가 140 cm, 100m를 14초대에 끊는다.

2년이란 세월은 누가 잡지도 않는지 어느듯 후딱 지나갔다. 용식이가 만 10세에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키가 162cm, 100m를 12초 대에 끊는다. 그동안 한누리당에서는 전 경기도 지사 김민부씨가 단연 주변을 압도하며 선두로 나섰다. 일진당의 문호웅 총재가 꾸준히 정국을 이끌고 있지만 구 일본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역부족일 것같다. 반면 발해당의 강철중 당수가 다크 호스로 급 부상하고 있다. 그가 만약 일진당과 재휴한다면 김민부씨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의정 김민부, 부의정 강철중 이 두 사람의 재휴로 무난히 조선민국 재 2대 대의정이 탄생되었다. 88세의 고령으로 나는 조용히 물러났다. 거처는 칠보산 중턱에 방 두칸, 거실과 서재가 딸린 조그만 통나무집으로 정했다. 가끔 심천에도 내려 오겠지만 칠보산에서 약초를 캐며 여생을 보낼 예정이다. 경호동을 내집보다 작게 지으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내 말을 듣지 않고 세배는 되어 보이게 지어놓았다. 경호원이 20 명이란다. 모두 산 아래로 쫓아 보내고 두명만 기거하게 했다. 그리고 그 넓은 경호동을 등산객들 휴식 공간으로 개방하도록 했다.

용식이는 서울에서 제 이모집 살이를 하게 하고 세아씨와 나 그리고 경호원 한명 이렇게 셋이서 매일같이 산을 헤메며 약초 캐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산나물을 뜯어다 무쳐 먹기도 하고 산체비빔밥을 즐겨 먹기도 했다. 기존 산나물 도감을 참고로 새로 도감을 만드는데 온 정성을 쏟았다. 또 한 가지 내가 마지막 정열을 쏟는 일이 있다. 그것은 <국문법 정리(한글 씨갈본)>과 <한글 씨갈본과 영국글 씨갈본(영문법)>이다.

한글의 현대적 체계를 갖춤에 있어서 주시경 선생께서 우리말과 글의 쓰임에 관한 대 본을 마련하셨고 이를 토대로 하여, 일제하에서 투옥됨을 무릅쓰고, 결성한 ‘조선어학회’ 정인보 선생 등 많은 학자들께서 각고의 노력 끝에 계승 발전해 왔다. 해방 후 ‘조선어학회’는 ‘한글학회’로 명칭을 바꾸며 ‘말’보다는 ‘글’의 쓰임 즉 국문법의 올바른 체계를 이룩했으니 여기에 심혈을 기우리신 분들이 외솔 최현배, 정인승, 일석 이회승, 이숭녕, 양주동 등이시다.
이 분들 다음으로 어느 분들께서 국어학 또는 국문학을 계승 발전시켜 왔는지 필자는 잘 모른다. 필자는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오랫동안 해외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어학과 국문법 체계화에 절대적으로 공을이룩하신, 위에 열거한 분들께서 요즈음 지하에서 웃고 계실까? 울고 계실까? 필자는 이 분들께서 틀림없이 울고 계실 것으로 확신한다. 왜냐하면, 학문적으로 깊이가 있으신 대학교수님 들, 우리말 쓰는데 있어 ‘꽃’이라 할 아나운서 들, 우리 글을 쓰시는 ‘꽃’인 기자님들, 그외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들, 이분들이 메스컴에서, 또는 각종 출판물에서 쓰고 있는 우리말 국어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하나가 수동태의 남발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보여진다’, ‘지어진 집’, ‘만들어진 책상’ 심지어 ‘되어지게 된다’ 등이다.
서양과 동양은 사고방식도 서로 다르고 관습이나 풍습, 어법도 자연히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각자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외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녹음 테-프나 녹화 테-프를 ‘앞으로 돌려(turn advance)’라고 하면, 우리는 처음 시작하는 쪽으로 돌리게 된다. 그 쪽을 앞이라고 생각하며 끝나는 쪽을 뒷쪽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정 반대로 한다. 처음 시작하는 곳은 이미 지나갔음으로 그 쪽이 뒷쪽이라 생각하고 끝나는 쪽을 향해 전진하고 있음으로 끝나는 쪽이 앞쪽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 영조 때 김 아무개라는 사람은 과거에 급제하여 진주목(晉州牧)으로 제수되자 이를 사양하는 표를 올렸다. 이유는 아버님 함자에 진(晉)자(字)가 들어가 있는데 자식된 도리로 어찌 감히 아버님 함자를 밟고 다닐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이와같이 우리는 이름을 더럽히는 것을 가장 수치스런 일로 여겨 왔으며 하물며 윗 어른들의 이름이야 두 말 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더럽히는 정도가 아니라 함부로 부르는 것도 금기시 했다. 만약에 우리나라 어느 며느리가 시아버님 김철수라는 분을 부를 때,
‘이 봐요! 철수!’라고 부르고 손바닥을 위로 하며 (이리 오라는 표시로)둘째 손가락을 까닥거린다며는 어찌 될가 ? 아무리 배우지 못한 집안에서일지라도 난리가 날 것이다. 아마도 정신이상자로 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흔히 있는 예사스런 일이며 시아버지던 시아주버니던 누구던지 가깝고 친하게 지낼수록 서로 이름을 부르기를 즐겨한다. 따라서 며느리가 시아버지 보고 ‘Hello Chulsu ! come here.’라고 말하며 둘째 손가락을 위로 하고 까닥거려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 외에도 서양과 동양의 서로 다른 풍습이나 습관 또는 정반대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따라서 국문법과 영문법의 다른 점 또한 무수히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수동태와 능동태의 사용 어법이다.

국문법에서는,
1) 사람이나 동물이
2) 의도적으로 또는 어떤 목적 의식을 가지고, 일부러
3) 어떤 목적물을 다루거나 처리할 때,
사람이나 동물을 주어(Subject)로 쓰고 다루거나 처리하고저 하는 목적물을 목적어(Objective word)로 쓰는 능동태를 쓴다.

예를 들면,
(누가, 또는 어떤 동물이) 집을 지었다.
(누가) 책상을 만들었다.
(무엇이) 굴을 팠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문법에서는, 국문법에서처럼 사람이나 동물을 주어로 쓰는 것이아니라 변화된 또는 변화되는 목적물을 주어로 써서 수동태의 문장을 만든다. 이는 어떤사람이나 동믈(누가/무엇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목적물이) 어떻게 변했는가가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상기의 예에서.
This house is built (in 1884), (of wood and stone), (by Mr. Kim)
이때에 언제 지었느냐, 무엇으로 지었느냐, 누가 지었느냐 중에서 중요한 것만 표시하고 나머지는 성략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고등학교에서 영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 ‘이 집은 1884년에 김씨에 의해서 나무와 돌로 지어졌다’고 해석을 해 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영어의 문맥을 짚어주어 이해하기 쉽게 해 주는 ‘직역’이지 결코 우리 국문법에 따른 올바른 우리말 해석(의역)이 아닌 것이다. This desk is made by Mr.Kim, This cave is made by XX의 문장에서도 이와 같다.

그러면 국문법에서는 언제 수동태를 쓰는가? 그것은,
1)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자연에 의해서, 또는 사람이나 동물이라도,
2) 의도적이 아니거나 목적의식 없이,
3) 저절로 무엇이 이루어졋을 때,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구덩이나 동굴을 팠다’와 ‘구덩이나 동굴이 패였다’는 엄연히 서로 다른 것이다. 전자는,
(사람이나 동물이) (김장을 묻을려고, 새끼를 낳으려고 등 뚜렸한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판 구덩이나 굴’인 것이고, 후자는 (사람이나 동물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또는 자연적으로 ‘파인 것’을 말한다. 따라서 ‘판 굴(또는 구덩이, 웅덩이 등)’과 ‘파인 굴’은 엄연히 서로 다른 것이다. 그러면, 집도 ‘지은 집’과 ‘지어진 집’이 따로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집은 1) 사람이나 동물이, 2)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3) 일부러 ‘지은 것’이지, 저절로 또는 자연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다. 그럼으로 집은 ‘짓는’것이지 ‘지어지는’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잠깐, 우리말에서 수동태는 어떻게 만드는가?

1) 일반적으로 동사(움직씨)에 이, 히, 리 등을 삽입하여 수동형을 만든다. (예) 보다 – 보’이’다, 먹다 – 억’이’다, 먹’히’다, 듣다 – 들’리’다 등과 같다.
2) 형용사를 동사화 한 것 즉 형동사에는 - - -진다 또는 - - -게 된다 로 하여 수동형을 만든다. (예) 노랗게 하다 – 노랗게 된다, 또는 노래진다 등과 같다.
3) 글자가 길거나(일반적으로 2자 이상) 이, 히, 리 를 삽입하기 곤란한 것은 - - -진다 또는 - - -게 된다 로 하여 수동형을 만든다. (예) 움직이다 – 움직이게 된다 또는 움직여 진다 로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부정을 부정하는 것은 긍정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수동형이 되어 있는 것을 다시 수동형으로 고치면 능동형이 되거나 아무 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다.

조선시대에는 한문(漢文)을 진서(眞書)라 하여 숭상해 왔고 환인(桓仁)천황께서 나라를 여신지 만여년 동안 우리 민족이 써왔던 토속 우리말과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을 ‘언문’이라 하여 천대시 해왔다. 예를 들면 한문으로 ‘여자’라고 하면 높임말이 되고 순 우리 토속어 ‘계집’이라고 하면 상민들이나 쓰는 욕된말로 취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정거장 앞’을 뜻하는 ‘역전(驛前)’이라고 하면 순 우리 토속말을 쓰던 서민들에게는 아무래도 낯선 말로 들린다. 그래서 그 뒤에 다시 ‘앞’자를 붙여서 ‘역전앞’이라고 해야 비로소 ‘앞’이라는 어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리하여 그 유명한 ‘역전 앞’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나, ‘전(前)’이던 ‘앞’이던 똑같은 말을 아무리 반복해서 써도 강조의 의미는 있을망정 ‘앞’이 ‘뒤’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국문법에서 수동화한 말을 또다시 수동화하면 정 반대인 능동어가 되거나 아무런 의미없는 말이 되고 만다. 예를 들면, 능동어 ‘보다’의 수동태는 ‘보이다’이다. 그 이외 능동태와 수동태의 중간 말도 있을 수 없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TV에 종종 나오는 어느 골동품 전문가는 늘상 ‘보여집니다’라고 말한다.
대학교수도 종종 이런 말을 쓴다. 전문가의 감식안으로,
“나는 이렇게 봅니다.”
라고 하면, 확고한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약간은 교만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렇게 보입니다.”
라고 약간의 겸양의 태도를 보일 수도 있게 된다. ‘정확한 것은 정밀 감식 방법을 통해서 테스트 해 봐야 알겠지만, 우선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라는 뜻이다. 그런데, 겸양이 지나쳐서 일까? 왜 ‘이렇게 보여집니다’라고 한번 더 비트는 것일까? 무슨 뜻인지 알 수도 없고 국문법상 전혀 근거도 없는 말이다.
몇년 전에 모 명사가,
“출마 여부를 고민해 보겠다.”
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너도 나도 마치 어떤 유행어처럼 앞을 다투어,
“고민해 보겠다’
는 말을 남발한 적이 있었다.

고민이라는 말은 쓸(쓰라릴) 또는 괴로울 고(苦) 자(字)에 민망할 또는 걱정스러울 민(悶) 자(字)를 쓴다. ‘걱정스러워 몹시 쓰리다.’는 뜻이다. 고민은 어떤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걱정스럽고 몹시 쓰리다.’는 것임으로 나의 의지로 고민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또한 고민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능동어가 아니라 수동어라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그 명사는 ‘- -여부를 심사숙고해 보겠다’ 거나 하다 못해 ‘고심(苦心)해 보겠다’라고 했어야 옳았다. ‘고심’은 수동과 능동어로도 쓸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국문법상 잘못 사용되고 있는 사례들은 너무나 많지만 오늘은 수동태와 능동태에 관한 것만 요약해 보았다. 국립구어원이 정말 고심해 봐야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와같이 하루속히 바로 잡아야 할 오, 남용되고 있는 우리 말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내가 죽기 전에 이 모든 것을 바로 잡아놓고 가야 한다.

용식이가 만 12세, 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 문리대 정치외교학과 역사상, 아니 한국의 모든 대학교 역사상 12세에 대학에 입학한 예는 일직이 없었다. 그것도 당당히 입시를 거쳐 입학했으니 정말 장한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키는 176cm. 100m를 10초 7에 끊는다. 흔히 비 정상적으로 키가 큰 사람들의 체형이나 용모가 다소 어색하거나 약간 기형적인 것과는 달리 용식이는 체형도 용모도 지극히 정상적이다. 독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다.

조선민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 되었단다. 군사적으로는 이렇다 할 첨단 무기 생산을 하고 있지 않지만 병력 수 만 놓고 볼 때는 군사 강국이 틀림 없어 보인다. 숙원이던 핵 무기를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제거하자던 염원은 아직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6만 3천 불로 세계 제 4위의 경제 대국 지위를 누리고 있는 터라 이에 걸맞는 유엔 분담금을 책임지고 있다. IT 기술 수준은 세계 최 첨단이지만 조선민국을 지탱해 주는 경제력은 IT 산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기 자동차, 물래 발전소를 주축으로 한 재래식 공산품 생산 수출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하여 최 첨단 산업 생산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여 타 선진국과는 달리 실업자 수가 극히 미미하다. 이것이 조선민국의 강점이다.
세계 도처에 깔아 놓은 전철 선로 위에는 전철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소형 철제 바퀴를 장착한 전기 자동차도 달린다. 장해물 감지 쎈서를 장착한 전기자동차는 장거리 주행시 운전자가 잠을 자면서 주행할 수도 있다. 장해물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서행할 수도, 정지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용식이가 올림픽에서 100m를 9초 3에 끊고 금메달을 땄다고 온세계가 들썩이고 난리가 났다. 그 뿐만이 아니다. 키 195cm, 몸무게 105kg의 거구로 국내에서 5급 행정고시를 합격한 직후에 딴 금메달이어서 더욱 값지고 빛났다. 약관 15세 나이에 이룩한 쾌거다.

나의 콧수염, 구랫나루, 턱수염이 한데 어울려 배꼽 밑에까지 내려 왔다. 얼굴은 불그레하게 동안으로 변해갔다. 매일 산에 오르내리며 약초를 캐 먹어서인지 아직도 근력은 쇠하지 않았다. 오늘도 약초 케러 산에 오르려고 체비를 하는데 용식이가 온다고 연락이 왔다. 저녘 무렵 산에서 내려오니 용식이가 와 있었다. 넙죽 절을 하는 모습이 여간 장해 보이지가 않았다. 이제는 무릎에 앉힐 수도 없게 되었다. 그냥 앉은체로 끓어 안는데 나의 두 배나 되어 보이는 넓직한 어깨가 한 없이 미듬직스러워 보였다.

“IOC 위원에 위촉한다는 통지를 받았어요”
“으 응, 그래 ! 그래, 그래, 참 장하구나. 장차 IOC 위원장 자리도 노려보고 또 세계 체육계를 위해서 헌신해야지 ?”
“- - - “
“- - -? 왜 말이 없어 ? 네 생각은 다른 모양이구나 ?”
“네, 저는 앞으로 정치를 하려고요”
“뭐, 뭣이 ? 너도 정치를 ?”
“네, 아버지 !, 졸업하면 한누리당에 입당 하려고요. 그 전에 연습삼아 학생회장에 출마하려고요”
“IOC위원이 일개 대학 학생위원장에 출마한다 ? 너,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냐?”
“그렇지요 ? 저도 그렇게 생각되요. 하지만 경험삼아 한 번 해 볼만 하지 않아요 ?”
그녀석 참 ! 능글맞기는 꼭 구렁이 담넘어가는 식이구나 ! 정치 기질이 있긴 있는가보군 !

“그래 ? 그럼 한 번 해 봐라. 단, 공금은 절대로 헛되이 써서는 안 된다. 공익을 위해서 가장 유용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응,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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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필자 주; 본 소설을 책으로 출판 하고저 하시는 분은 rockwallmin@yahoo.co.kr 로 연락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심천-민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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