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⑧
-SPn 서울포스트, 심천 자유기고가

제1부 우리는 하나

(1, 북에 가다.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①)
(2, 추방. 3, 제가 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②③)
(4, 다시 북에 다녀오다. 5, 제가 - I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④⑤)
(6, 눈물 매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⑥)
(7, 전자 산업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⑦)


제2부 민족의 서광

8, 북조선에 변화가

용식이가 7개월째인가 그때 일이 생각난다. 제 배다른 큰형이 8개월만에 걸었으니 워낙 체구가 큰 용식이도 혹시 몰라서 우선 ‘따, 따, 따’ 따로 세워 보았다. 역시 세워 놓자마자 더드발 더드발 발걸음을 띠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취월장 현관 밖에까지 혼자 나가는가 하면 소파 위에도 자유로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어디서 엎어질지 몰라 제 어미가 항상 붙어 있어야 했다.

용식이가 두 살쯤 될 무렵 강남구 역삼동에 조그만 단독주택을 하나 사서 이사를 했다. 남향으로 난 앞 대문쪽 담을 헐고 행랑체처럼 간이 주거 공간을 마련하여 운전기사 가족과 심부름 하는 젊은이 내외를 머물도록 했다. 용식이가 두 살이 지났을 때는 초등학교 학생만큼 키가 컸다. 온 종일 마당에서 톱으로 나무 토막을 썰고 칼로 다듬어 못질까지 하여 물건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위험하다고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내가 직접 나서서 한 마디 해야 멈추지만 내가 돌아서면 다시 시작한다. 집에 심부름 하는 젊은이가 용식이 보는 앞에서 장난감을 만들어 주고 나서부터 혼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상한 짓까지 한다고 한다. 자주 대문 밖에 나가서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가끔 시비가 붙어 주먹질까지 한단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가정교사를 붙여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 한글을 깨우치고 덧샘과 뺄샘을 익혔다. 요즈음은 영어공부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옆집에 사는 다섯살짜리 미국아이와 어울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그 집에서 점심까지 얻어먹고 하루 종일 그 집에서 놀기도 한단다. 옆집 애기 아빠는 스미스라는 미 육군 중령이고 엄마는 미군부대 군무원이라 했다. 둘 다 집을 비우면 사병들이 와서 살림을 해 주고 아이를 돌보는데 5살짜리 알랙스가 유치원에 갈 때는 용식이도 따라갔다가 함께 온다고 했다. 나머지 시간은 항상 사병들과 함께 공놀이 등을 하며 논단다. 용식이가 세 살이 지나서 부터는 천자문을 가르쳤다. 그런데,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바로 알랙스에게 가르쳐 주었다. 급기야 알랙스와 함께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알랙스 부모도 매우 신기해 했다.

나이 일흔 다섯에 얻은 손자같은 늦둥이 아들 용식이! 요즈음은 용식이 보는 재미, 보기 어려울 때는 지난 예기 듣는 제미에 더 없는 즐거움을 느낀다. 어느듯 이놈이 만 3년이 지나 우리나라 나이로 다섯살이나 되었다. 체구가 너무 커서 초등학교 2, 3학년은 되어 보였다. 혹시 성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병원에 데려가서 정밀 진단을 해 보았지만 모든게 정상이란다. 미심쩍어 몇군데 더 가 보았지만 모두 같은 대답이다.
용식이 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공장에서 전화가 왔다. 북조선 최고 지도자 K가 모래쯤 부대를 방문해 부대병원에서 진단을 받을 예정이란다. 뭣! K가 어쩐다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핵폭탄보다 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중부전선 부대 전체에 특급 비상이 걸렸다. 박기림 장군은 ‘하늘이 주신 기회’라며 ‘거사’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되 경거망동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래! 천재일우의 기회인지 모를 일이다. 우선 우리만 통화할 수 있는 핸드폰을 가진 이상철 장군에게 전화를 해 봤다. 그는 대뜸,
“일 티르시디요. 명렁만 내려 듀시라요.”
라고 말하며 강력히 주장한다.
“뭘 말이요 ?”
“내레 다 알고 있디요. K가 부대병원에 간다는 거”
“아니, 이 장군이 그걸 어떻게 ?”
“극비 듕에 극비디요. 우연히 나만 알게 됬시요.”
“음 - - -, 우선 준비는 단단히 하고 계세요. 이 장군께서 하실 일이 제일 막중합니다.”

다음으로 김기헌 장군과 통화했다.
“이 장군한테 예기 들었디요. 강성태는 뎌를 믿고 있으니끼니 이를 역이용하면 강성태 처리는 제가 적임자란 말입네다. 명렁만 내리시라요.”
“알겠습니다. 내일 모래. K를 처리하고 나서 즉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래! 믿어라! 믿어- - -. 김기헌을 믿어라! 비록 혈맹을 맺은 일은 없지만 몇마디 주고 받은 말로 서로의 철석같은 의지를 확인하지 않았는가! 내가 잘못 본 것이라면 일은 수포로 돌아가고 내 생애도 이것으로 끝이다. 다음으로 내 강의를 들은 1기생 반장 서명호 대좌에게 전화했다. 그는 전화 받는 위치가 좋지 않은 듯,
“아, 네, 잠시만요. 내래 전화드리디요.”
하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끊어버린다. 혹? 설마 잘못된 거야 없겠지! 몹시 볼안한 2분정도 기다리는데 두 시간이 넘는듯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흘렀다. 이윽고 핸드폰 전화 밸이 울렸다. 나는 황급히 더듬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박사님! 때가 왔디요? 김 장군한테 예기 들었디요. 우리 동기 중 홍석표 대좌가 강성태의 부관으로 있는데 저와 뜻을 같이하는 제 오른팔입네다. 처리 하라 이르리까?”
“예, 내일 모래 글피쯤 김기헌 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들이 닥칠겁니다. 그때 처리하라 이르시오.”
“넷, 알갔습니다.”
“아, 그리고, 전해룡 쪽에는 누가 있습니까?”
“제가 알아 보고 조처하겠습니다. 그리고 리철웅, 라학규, 손창수, 김보식 등도 처리 하갔습니다.”
“실수 없도록 하시오.”
“명심하갔습네다.”
꼭 성공해야 될텐데,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공장으로 달려 갔다. 아내에게 당부의 말도 못하고 왔다. 앞으로 사태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공장에 도착하니 박 장군이 와 있다.
“오늘 밤에 쥐도 새도 모르게 병원이 들어선 공장 외곽을 철통같이 애워쌓고 메복하시오. 병력은 필요한 대로 얼마던지 좋소. 정문이 있는 공장도 포위하시오.”
공장은 지형에 따라 크게 5브록으로 나뉘어 있는데, 공장 정문은 제1브록 쪽에 있고 병원은 제3브록 공장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브록과 브록 사이는 자동차 두대가 서로 비켜 갈 수 있는, 철책이 둘러 쌓인 길로 연결되 있다. 이 길들은 지형에 따라 가파르기도 하고 멀기도 하다. 유사시엔 봉쇄도 가능하다.
“그리고 공장의 모든 병력은 유사시 작업을 중단하고 즉시 완전 무장 상태로 대기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도록 하시오.”
“넷, 알갔습니다. 즉시 실시 하갔습니다.”
박 장군이 막 나가려는데 박장군 찾는 전화가 왔다.
“넷, 박기림 상장입네다. - - - 하, 넷,- - 넷.”
박 장군은 전화를 끊고 말을 이었다.
“내일 아팀에 경호대 1개 듕대가 온답네다. 그리고 오늘 뎌녁 선발대 1개 소대가 온답네다. 그리고 또, 뎐 병력 완전무장 대기하랍네다.”
“박 장군! 빨리 서둘러야 하겠어요. 아니! 가만! 완전무장 대기라! 오히려 잘 됐네요. 굳이 메복할 필요도 없겠고. 경호차 배치했다고 하면 되니까. 하여간 서두르시요. 아! 그리고, 병원장 임 장군과 상의해서 꼭 필요한 의사, 간호사를 빼고 장병들에게 까운 입혀서 배치해 놓도록 하세요. 예리한 단검과 권총으로 무장하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덮칠 수 있도록.”
“알갔습네다. 만전을 기하갔습네다.”
박 장군이 병력배치를 끝내고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경호대 선발대가 들이 닥쳤다. 경호대 부 대장 홍두표 소장이 직접 병력을 인솔하고 왔다. 오자마자 다짜고짜 정문보초와 초소병을 내 쫓고 점령했다. 상의 한마디 없이 마치 적군이 처들어 오듯 했다. 박 장군은 느긋하게 저녁을 마치고 초소로 나가 보았다. 초소 창문이 드르르 열리고 돼지 같이 생긴 싯뻘건 얼굴을 쑥 내밀며,
“이보라우, 당신이 사령관 박기림이야?”
“넷, 죄송합니다. 조금 늦어서리 - - -“

이어서 초소 문이 열리며 산도적같이 생긴 거구의 홍두표가 나는듯 튀어나오며 다짜고짜 박 장군의 뺨을 후려 갈긴다. 모든 장병들이 이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대는 어디까지나 계급이 우선인데, 아무리 권력이 세더라도 감히 소장이 상장 빰을 때려! 박 장군은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부드득 갈며 홍두표를 노려 본다.
“아니, 이 간나새끼가 누구를 감히 - - “
하며 주먹을 쳐 들었다. 가만히 두면 무슨 큰일이 버러질지 모를 일이다. 그때 주변에 있던 사단장, 부관들이 일제히 홍두표를 감싸 안으며,
“홍 장군! 참으시라요.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이 무슨 - - -“
“장군님이 참으셔야디요”
하고 들 홍두표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썼다. 이때 19사단장 정인표 소장이 나서며,
“박 장군께서는 병럭배치 지휘를 하고 있던 도중에 장군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도 거른체 일분일초도 지체 없이 곧장 이리로 달려 오시는 길이야요.
오해 풀으시기 바랍니다.”
정 장군의 기지 넘치는 설명에 다소 머쓱해 진 홍두표는,
“기래에? 병럭배치 잘 됬지비? “
라고 말하며 다소 누그러진다. 박 장군은 겉으로는 웃는듯 하나 속으로는 이를 부드득 부드득 갈아제낀다. ‘내 이놈을 반드시 - - - 짓 씹어 먹어야 - - -‘
이틋날 아침 새벽에 경호대 1개 중대 나머지 병력이 도착했다. 그 중 1개 소대는 철조망 밖 외곽 지역을 수시로 돌며 경계 했다. 또 한 1개 소대의 일부는 병원 출입문 초소를 지키고 그 나머지는 병원건물 외곽을 돌며 경계하도록 했다. 나머지 1개 소대는 K를 진료할 병실과 복도 그리고 계단 등 외부 통로를 경비하도록 배치했다. 어찌나 기세가 등등하던지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할 수도 없다.

예정대로라면 K가 오늘 정오경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하루 연기되어 내일 정오에서 저녁 사이에 도착할 것으로 일정이 변경되었다. 모두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있는데 김 일행이 들이 닥쳤다. 국가보위부장 최필한 차수, 군 총참모장 김조식 대장, 경호대장 도상진 중장, 그리고 경호원 6명 도합 10명에 앞뒤로 각 1개 소대의 경호 병력이 호위 하고 왔다. 부대가 온통 발칵 뒤집어졌다. 점심을 먹다말고 황급히 뛰어나온 박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사열병이 정문으로부터 3열 횡대로 도열해 섰다. K가 지나는 길에 사열병이 받들어 총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홍두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열병을 모두 공장에 몰아넣고 경호병들이 감시토록 했다. 박기림 장군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꾹 참고 있었다. K를 수행하고 온 후열 소대는 부대 정문 주위에 포진해 섰고 선두 소대는 병원에 도착하자 병원 주변을 애워 쌓았다. 2중 3중으로 경계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눈을 의심할만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병원장 임 장군이 한 것인지 아니면 사령관 박 장군이 한 것인지는 몰라도 병원 안쪽 경호원들이 모두 오른 쪽 어깨 견장 붙이는 자리에 흰색 장갑을 메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원래 나와 박 장군의 밀약으로 우리 병력이 K를 수행한 경호병을 제압 하였을 시 경호병으로 가장한 우리측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은 이미 성사된 것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아니지! 우리측 경호원들끼리 무슨 비밀 연락을 하다 들통이 나면 어쩌나? 그렇게 되면 이만 저만 큰 일이 아니다. 박 장군이 왜 저렇게 서둘렀을까? 홍두표한테 뺨맞고 나서 이성을 잃고 너무 서두른 것이 아닐까? 원래 계획은 K 사망이 확인된 다음에 신속히 경호원들을 제압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곧 들통이 날 것만같아 마음이 조마조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분명히 경호원들끼리 어떤 비밀 연락을 시도할 것같았고 그러다가 들통이 나서 발칵 뒤집어 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끝이며 통일의 길은 몇 십 년이 후퇴하게 될지 모른다. 또한 당장 나는 도망가다 붙잡혀서 자살을 해야 할 것이다. 나야 원래 죽음을 각오한 것이지만 통일이 멀어진다는 것이 통분스럽다.
어느덧 K 일행이 병원 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초병들의 받들어 총 경례를 받으며 K 일행은 복도를 가로질러 대기하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여기서부터는 흰 장갑을 단 우리측 경호원들이 경호를 담당한다. 7층에 내려 704호 병실로 들어섰다. 경호원 6명과 최필한 차수, 김조식 대장은 대기실에 남고 경호대장 도 중장이 단독 수행하여 진료실로 K와 둘이 들어섰다. K를 진료 의자에 앉히고 웃도리를 벗겨 도 중장이 들고 섰다. 대기실에서는 늘씬한 여 간호사 두명이 경호원 6명과 최필한 김조식에게 마스크를 씌어주고 있었다. 이번 독감은 워낙 독한 것이라 예방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지만 실은 강력한 마취제가 묻어 있었다.

“몇 분 지나면 좀 나른해 지는 분들이 계실거에요. 그런 분들께서는 모두 예방주사를 맞으셔야 해요”
진료실에서 의사가 K를 청진기로 진찰하기 시작했다. K는 참았던 기침을 콜록 콜록 해 댄다.
“폐에 가례가 많이 끓고 편도선염이 심해서 목이 좀 부으셨습니다. 우선 주사 한 대 맞으시고 약 드시면 곧 나으실 겁니다.”
여 간호사가 K의 팔을 걷고 혈관을 찾아 주사를 놓았고 다른 간호사는 도 중장에게 마스크를 씌어 주었다. 도 중장은 비틀거리며 대기실로 끌려 나가서 주사 한대를 맞고 곧 쓰러졌다. 다른 경호원들과 최필한 김조식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처치가 된 모양이다. 도 중장의 퇴실과 동시에 담당 의사는,
“이제 X-레이만 찍으면 끝입니다. X-레이 실로”
하고 간호 조무사들에게 눈짓을 했다. K는 이미 강력한 독이 온 몸에 퍼져 숨져 있었다. 간호 조무사들은 제빨리 이동의자에 K를 옮겨 싣고 옆문으로 해서 대기하고 있던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태워 지하실로 가서 모 장소에 K의 시신을 처 넣고 철문을 굳게 잠궜다.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던 나에게 임 병원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K와 그 일당 완전히 처리 했습니다.”
“틀림 없지요?”
“염려 마세요. 그럼.”
곧 이어 박 장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K가 처리 됬답니다.”
“보고 받았습니다. 이제 박 장군 차례네요. 홍두표와 그 일당 처리 해야지요.”
“거의 끝나갑니다. 뎌녁엔 튝배를 들어야디요?”
“그럴 시간 없습니다. 저는 이제부텁니다.”
전화를 끊고 이상철 대장, 김기헌 상장, 서명호 대좌에게 각각 비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K가 처리 되었으니 맡은 일 신속히 처리하라고 일렀다. 또 무엇을 해야 하나?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갈까? 뭐, 빠진것 없나? 혈압이 급격히 오르는 것같다. 혈압약을 먹고 나포레옹 꼬냑 두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몸이 나른해 진다. 한 두어 시각쯤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새요?”
“예, 저 서명홉니다. 모두 처리 했습니다. 김기헌 장군은 지금 그 잔당들을 쓸어내고 있습니다. 근데, 한 가지 - - -“
“한 가지 뭐요?”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전해룡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뭐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처리하도록 하세요. 그 자가 만약 중국쪽에 지원 요청이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리고 이상철 대장, 김기헌 상장에게 연이어 전화를 해서 한시 바삐 전해룡이를 잡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이틀이 지나도록 전해룡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만약에 전해룡이 김의 배다른 형제 중 한 명을 등에 업고 중국에 지원 요청을 하여, 유사시 북조선 점령 도상훈련까지 마친 70만 중국군이 밀려 오게되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전해룡 체포만을 초조히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지 않은가! 박기림 장군과 상의하여 우선 서부전선 인민군 중에서 엄선된 1, 2개 사단으로 평양 근교를 선점하고 있기로 했다. 장병 선발은 박 장군에게 맡기면 되지만 문제는 이동 수단이다. 2개 사단을 수송하려면 최소한 8t 트럭 400 대, 보급품 수송까지 합치면 최소한 800대는 있어야 한다. 그 정도야 쉽게 선발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모두 노후화 되어 정비병이 추가로 투입되야 하고 또 가장 큰 문제는 기름이다. 휘발유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남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하고 사이몬 리와 함께 멕마흔 미국대사를 모시고 우선 국방부 장관 권태호를 만나러 국방부에 갔다. 그러나 그는 무슨 즐거운 일이 있는지 대낮부터 회식 중이라 했다. 멕마흔 대사의 요청으로 급히 불려 왔다. 그는 술이 많이 취하지는 않았지만, 모처럼의 취흥이 깨져서인지 좀 언짠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는 북한에서 엊그제 일어난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멕마흔 대사의 눈짓에도 불구하고 나는 북한 사태를 대충 설명하고 추럭과 휘발유 공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엉뚱한 수작을 하고 있었다.

“그럴게 아니라 차제에 아주 밀고 올라 가서 북한을 완전 점령해야겠습니다. 이거봐! 부관- - -,”
그는 당장 뭔가 끝장을 내겠다는 듯 앞뒤 살피지도 않고 서두르고 있었다.
“이것 봐요!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밀고 올라 가긴 어딜 밀고 올라 가요?”
“이런 호기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소?”
“아니, 그럼, 100만 인민군은 모두 허수아비랍니까? 더욱이나 북에는 핵무기가 있습니다. 또 다시 6.25보다 더 끔찍한 참상을 초래하고 싶습니까? 더군다나 그와같은 중대사는 남조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 여러 상황을 참작 고려하여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일이지, 국방장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거요? 정신 좀 차리시요.”
멕마흔 대사가 내 옆구리를 찌르며 일어서 가자고 눈짓을 한다.
“아무튼 북쪽은 내가 알아서 할터이니 지금 즉시 대통령께 보고 하시고 국론을 따르도록 하시요.”
“당신이 알아서 한다고? 일개 민간인 주제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런 자와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었다. 때마침 멕마흔 대사가 소매를 잡아 끄는 통에 슬그머니 일어나 나오고 말았다. 밖으로 나오자 멕마흔 대사가 말했다.
“필요한 장비와 깨스는 우리가 보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신 우리 통신부대가 동행하록 부탁드립니다.”
그야 어렵지 않은 일이다. 미군 통신부대가 따라간다면 우리에게 이로우면 이로웠지 결코 해로울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우리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병력 수송수단이다. 이 절실한 문제를 선듯 해결해 주는 미국의 꿍꿍이 속은 과연 무엇일까? 그렇겠지 ! 아시아에서 일본군을 활용할 수 없게 된 지금 조선반도 서해안 일대에 대 중국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동북아 패권을 손아귀에 쥐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어쨌던 우리에게는 조금도 해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 나름데로, 앞으로 있을지 모를 대 중 분쟁에서, 그들을 이용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날 저녁 미군측이 제공한 추럭 400 대에 우선 2개 사단 병력을 싣고 또 추가로400여대에 보급품을 싣고 미군 통신중대를 뒤 따르게 하며 미군이 제공한 장갑차 10대를 앞세워 평양으로 진격했다. 평양에서는 김기헌 장군과 서명호 대좌가 마중을 나왔다. 진압군 사단은 정인표 소장이 지휘하고 서 대좌의 안내로 과거 주석궁으로 쓰던 건물을 근거지로 하여, 그 담장 외곽에 진을 치고 부대를 주둔시겼으며 담장 안쪽엔 보급품을 두고 건물 1층을 본부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맨 위 5층은 미 통신중대가 자리 잡고 위성교신으로 북한 내 모든 병력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감청하도록 했다. 4층은 통신부대원 숙소로, 3층은 내 숙소와 사무실 그리고 미국 대사관 임시 집무실로 썼다. 미국 대사는 주한 멕마흔 대사가 임시 겸임 대사로 임명되었다. 2층은 회의실로 비워 두었다.

북조선 정권 교체에 따른 반발 움직임이 싹트기 전 속전속결로 정비작업에 착수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서명호 대좌와 김기헌 상장 나 이렇게 셋이서 조각과 대의원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거사에서 제일 공신은 박기림 장군과 서명호 대좌다. 그런데 서명호 대좌는 군복을 벗고 행정부 쪽을 맡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를 두 계급 특진시켜 중장으로 국가보위부 부부장에 임명하여 잠시 머물다 행정부 쪽으로 돌려 주기로 했다. 그리고 대의원 선발을 서 장군 주도하에 오늘 밤 안으로 완료 하도록 하였다. 또한 같이 고생한 동지들 모두 2개급씩 특진시켜 요소요소에 배속 시켰다. 우선 김기헌 장군은 차수로 승진과 동시에 인민 무력부장에 임명하고 박기림 장군도 차수로 승진 시켜 군의 총참모장에 임명했다. 그리고 모든 군 관계 인사를 박장군이 신속히 처리하도록 일임했다. 특히 진압군 사단장 정인표 소장은 상장으로 승진시켜 김기헌 장군이 맡던 평양 수비대 사령관으로 가고 그의 부관 리인기 중좌가 소장으로 승진하여 진압군 사단장을 맡았다.

이상철 장군도 원수로 승진과 동시에 전역하여 당 대의원 의장을 맡도록 했다. 그리고 남조선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행정원장에는 남조선에서 국회 부의장을 지낸 홍사필씨를 대려다 쓰기로 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행정원의 이성웅 부원장이다. 그는 진주가 고향인 이상배의 아들이다. 이상배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나와 군 복부를 같이 한 친구다. 훈련병 시절 그는 내무반장을 맡았었는데 그 당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그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바, 즉 내무반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 다음에 내가 이 나라 지도자가 되면 저런 친구를 내무장관으로 써야지’라는 생각이 나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못보고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진주에 소재한 조그만 부동산을 매입한 일이 있는데 그 때 땅을 판 사람이 바로 이성웅씨였으며 이런 저런 예기 끝에 그의 부친이 진주의 이상배임을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의 소식을 물었드니 안타깝게도 그는 몇년 전에 타계했다고 한다. 별로 가까이 오랫동안 사귄 친구는 아니지만 정말 아까운 친구를 잃었다는 회한이 복바쳐 왔었다. 그런데 그 아들 이성웅이도 결코 예사 인물은 아닌 듯 싶었다. 운이 없어 아직 변변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크게 될 인물로 보였었다. 이번에 큰 맘 먹고 그를 발탁해 본 것이다. 나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과연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했다. 그의 지휘로 앞으로 북조선 정권이 해 나가야 할 일을 정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때때로 보고를 받으면서 속으로 감탄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국가 주석직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오늘 인선한 내용을 모두 추인하도록 헸다.

임시 전당대회에는 남조선에 주재하고 있는 서방 각국 대사들을 초청했고 중국측에는 가급적 고위급 요인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남조선에서는 대통령 또는 부득이한 경우 국무총리가 참석해 주도록 요청했다. 특히 남조선의 각 방송 통신 중계팀이 모든 필요한 장비를 가지고 와서 자유로이 중계 취재하도록 했다. 그리고 남조선에 통지문을 보내서, 초청받은 각국 요인 이외 취재진이나 민간인, 기업인들은 입북시 1인당 하루 10kg의 쌀을 지참하고 와야하며 그중 10분의 1을 허가료로 납입해야 한다고 알렸다. 예를 들어 10명이 10일간 체류 하고자 하면 1t의 쌀을 지참해야 하고 추가로 100kg을 허가료로 내야 한다. 지참한 쌀은 본인이 먹거나 주민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올 봄에 100만톤의 쌀을 보낸 바 있지만 주민들에게 고루 배급되었는지 알 수 없었을뿐 아니라 방북자 자신이 먹을 쌀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취한 조치였다.

그리고 북한 주민은 인구조사가 끝나고 토지분배가 이루어질 때까지 남행을 허락하지 않으며 남조선 주민은 주민등록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입북할 수 있다. 다만, 취재진, 실향민, 기업인 입북을 우선적으로 하며 일반인은 혼잡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추후로 입북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취재진은 모든 필요한 장비를 지참할 수 있으며 어느 곳 어디던지 자유로이 취재할 수 있다. 기업인은 필요한 노동자들을 대려갈 수 있으며 우리 북조선 어느곳이던 필요한 장소에 생산 공장을 세워서 운영할 수 있다. 또 민간인들이라 할지라도 평생 먹여 살릴 수 있다면 북조선 주민을 대려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북조선에 입북하는 이들은 교통사정을 감안하여 가급적 승용차와 체재기간에 사용할 휘발유를 지참하고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의 통지문을 받은 남한은 이를 메스컴에 발표하자마자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 끓었다. 보도진들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반신반의 하면셔 혹시나 취재에 뒤질세라 동분서주 했다. 그 다음으로 서두르는 측은 실향민들이다. 정말로 내고향에 갈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차분히 준비하여 판문점을 향해 달려들 갔다. 오직 고향에 가 보고 죽겠노라고 체력을 다져온 105세 이휘수 할아버지, 106세 되는 김두호 할아버지께서도 귀향을 서둘렀다. 얼마나 오랜 세월 기다렸던 귀향이던가? 제일 답답한 이들이 미처 승용차를 준비하지 못한 실향민들이다. 이 소식을 들은 현대, 기아 에서는 승용차 저가 대여를 시작했다. 기업인들은 의외로 서두르지 않았다. 그러나 몇일이 지나지 않아, 북한에서 노동자를 데려온 사람이 밥만 잘 먹여주면 일을 열심히 하더라는 소문이 퍼지자 비로소 북한에 노동자 구하러 너도나도 달려 갔다. 모 기업체에서는 공장 파업이 일어나자 트럭 수 십 대를 몰고 북한에 가서 노동자를 모집하여 데려와서 공장에 투입하여 밥만 잘 먹여 주면 기존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월급으로 공장이 잘만 돌아가자 대 만족이었다. 문제는 기존 파업 노동자들이 난동을 부려 경찰이 투입되는 등 큰 소동을 겪기도 했다. 이 기업은 아예 공장 자체를 북한으로 옮기기로 작정을 하였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남한에 파업이 없어진 것은 물론 서로서로 서둘러 북한에 공장을 짓기위해 부지물색에 나섰다.

생전 처음으로 북조선의 임시 전당대회 모습이 남한으로 중계되자 이는 다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북한에 기존 정권이 무너지고 새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북조선 새 정부의 주석으로 선출된 나는 비장한 심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내 사랑하는 조국 동포 여러분! 특히 우리 공화국에 거주하시는 인민 여러분! 이제 배급이 끊긴지 어언 20 여년! 그동안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지나 오셨습니까? 그 어렵고 지옥보다도 더욱 고통스러운 세월을 이제는 벗어날 수 있게될 것입니다. 내 사랑하는 인민 여러분! 지금 당장 원산항, 해주항, 청진항에는 쌀 200만 톤이 입항해 있습니다. 결코 항구로 나가서 위험한 행동을 안하시고 집에 가만히 계셔도 당장 임시 배급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나 인민 여러분! 여러분은 결코 배급에만 의존해서는 안됩니다. 곧 일터에 나아가 일을 하십시요. 이제 곧 우리 북조선에는 여러분의 일손을 필요로 하는 각종 공장들이 들어설 것입니다. 일을 하면 일한 만큼 월급을 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으로 얼마던지 쌀을 살 수 있습니다. 또한 호구조사와 토지측량이 끝나는데로 여러분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고루 분배해 줄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토지분배가 끝날 때까지 결코 고향을 떠나지 마십시오. 토지분배를 받으시면 부디 열심히 일하셔서 거기서 나오는 수확물은 모두 여러분의 것이니 열심히 먹고 사시기 바랍니다.

이제 과거처럼 공출같은 것은 없습니다. 일정한 세금은 부과하겠지만 결코 여러분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많이 버는 이에게는 좀 많이 걷워 들이고 적게 버는 이에게는 적게 걷워 들이며 겨우 먹고 사는 이에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며 먹고 살기도 어려운 이에게는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것입니다. 농사 짓는 일이 마음에 안드는 분들은 분배된 농토를 팔아서 장사를 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다른 사업을 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다른 농민에게 농토를 빌려주고 본인은 공장에 나가서 일을 하여 월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는 남조선과 세계 각국으로 부터 풍족하게 들어올 것입니다. 그렇다고 세계 어느나라도 아무런 보상 없이 여러분을 거저 도와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 공화국에 공장을 세울 것이며 또한 물건을 판매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열심히 일만 하시면 됩니다. 일한만큼 돈을 쌓아둘 수도 있고 쓰고싶은만큼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지역마다 은행과 은행지점들이 들어설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은행에 돈을 맡길수도 있고 또 필요한 만큼 돈을 빌려 쓸수도 있게될 것입니다. 과거처럼 결코 은행에서 여러분들이 맡기신 예금을 떼어먹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우리 새 정부를 믿고 열심히 일 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내 동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환인천황께서 나라를 여신지 어언 1만여년! 우리의 본거지인 옛 발해 땅과 중국 동부, 한 반도와 일본 땅도 모두 우리의 영토였던 것이 이제는 조선반도만 남았고 그것 마저도 남북으로 갈라진체 60여년을 지내왔습니다. 이제 어두운 암흑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머지않아 남북이 통일될 것이며 우리의 잃어버린 옛 국토도 하나 둘씩 찾게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 지구상에 있는 어느 나라와도 갈등을 겪거나 알력이 일어나기를 원치 않습니다. 모든 나라가 우호적이고 평화스런 관계에서 모든 일이 처리될 것입니다. 이제 인민 여러분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나면 여러분들께서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여행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내 동포,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우리에게는 적대관계를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우리와 우호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그들은 여러분의 품(노동력)을 사고 물건을 팔기 위해 몰려 올 것이며 여러분은 그들에게 품(노동력)을 팔고 필요한 물건을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받을 빚이 있습니다. 지난 수 천년동안 우리의 문물을 전해주고 가르쳐 준 일본이 배은망덕하고 우리나라를 침공하여 수탈해간 문물이 일본 전체를 팔아도 안될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날 남조선은 단돈 3억 불로 이 엄청난 보상을 타결짓고 말았습니다. 더더욱 불미스러운 것은 아직까지도 일본은 우리 북조선에 대한 피해 보상금을 단 한 푼도 보상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조선이 3억 불을 받을 당시 수출실적은 2천만 불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늘날 그 3억 불을 기간산업에 투자하여 이룩한 수출액은 6천 억 불에 이르고 있습니다. 3만배가 불어난 것입니다. 3억불의 3만 배는 얼마입니까? 자그만치 9조 불입니다. 이제 일본이 우리 북조선에 대한 피해 보상금으로 남한과 똑 같은 9조 불만 주면 과거의 모든 것을 잊고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직접 가서 받아올 것입니다.

여러분! 일본이 어떤 나라입니까? 과거에 일본 땅은 모두 백제에 속한 적도 있으며 그때 백제가 세운 왕실이 오늘날 일본의 왕실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고 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가야국 등이 멸망할 때 녹을 먹고 살던 중 상류층이 일본땅으로 도피하여 오늘의 일본 민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남방에서 온 극 소수의 토착민도 있었슴니다. 이들과 혼혈을 이루었지만 오늘날 일본을 움직이는 중 상류 층의 대부분은 대륙과 조선 반도에서 건너간 우리 민족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습니다. 부디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동포로서 앞으로도 영원히 선린 우호 관계를 이어 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우리 북조선의 국호를 ‘조선민국’이라 칭할 것입니다. 그러나, 첫째 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둘째 우리 북조선에서는 아직 민주주의에 익숙치 않아 혼란이 올 수 있고, 셋째 우선 당장 경제회복에 매진할 때라,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해 가면서 서서히 가능한 부분에서부터 차차 차차 민주주의룰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과거처럼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명실공히 인민 여러분이 직접 지역대표와 기관장을 뽑게 될 것입니다.
내 사랑하는 북조선 동포 여러분! 이제 곧 각 지역마다 민원상담실을 설치 운영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애로사항, 각종 건의사항, 딱한 사정 등 무엇이던지 마음놓고 상담해주시기 바람니다. 어떤 내용도 무방하며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극비에 붙일 수도 있습니다.
부디 우리 북조선 새 정부의 도움으로 여러분이 앞으로 행복해지시기를 빌어 마지않으며 이로써 인사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성명서 발표 내용은 간추려서 지방 곳곳마다 방을 만들어 붙였다. 인민들은 방을 읽어보고도 고개만 갸우둥거렸다.
임시 전당대회가 끝나고 각국 사절단이 자리를 뜬 다음 곧 이어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한의 조선일보 장기환 기자입니다. 북한 국호를 ‘대한공화국’이라던가 ‘한’민족임을 나타내는 표현을 쓰지 않고 굳이 ‘조선’임을 강조한 것은 과거 북한 정권의 계승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네! 장기자 질문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을 한(韓)민족이라고 칭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어찌 보면 소위 식민사관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환인(桓仁)시대 이래 일만년이 넘는 역사에서 한(韓)이라는 국호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우리 민족 또한 몽고 퉁구스인종에 속한다고 인류학적으로 분류되고 있을 뿐 한(韓)아라고 표현되는 어느 민족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한(韓)이라는 나라가 있었지만 우리 민족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조선이 쇠퇴하여 여러 열국이 들어섰을 때 진한(신한), 변한, 마한, 이렇게 삼한이 있었지만, 이는 결코 어느 누가 세운 나라이름이 아니라 단군이래 단군왕검 밑에 있던 부왕들의 명칭에 불과한 것입니다. 오늘날 국무총리와 같은 직책이지요. 그 국무총리가 3인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 사서(史書)에서 이들 국무총리들이 다스리던 지역을 진한, 변한, 마한이라고 기술했던 것입니다. 이때 기술했던 한(韓)이라는 글자도 그 당시 사가(史家)들이 임의로 쓴 것에 불과합니다. 원래 우리가 썼던 발음은 한, 간, 칸 과 비슷했을 것이며 신라 초기의 이사금, 마립간, 거석한 의 글자로 표현되던 왕의 뜻과 아가칸, 징기스칸 등에서 보는 칸 또는 간, 한 으로 표현 되던 통치자의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와같이 왕 또는 통치자의 뜻을 가지고 있던 간, 칸, 한을 중국 사가들이 임의로 한(韓)이라는 글자를 썼다고 해서 우리 민족을 한(韓)민족이라 칭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최초로 냈던 사람들은 명치 초기 소위 정조론(征朝論)을 부르짓던 일본 관리들이었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애도 말엽에 요시다 쇼인이 세운 쇼아 신주꾸(松下 新宿) 출신들이었으며 이들은 쇼인의 사상을 그대로 물려받아 정조론을 외쳤던 것입니다. 일백 여개 국가가 수백년간 치고 박고 죽이고 싸우던 일본을 통일한 것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풍신수길이었습니다. 뒤이은 애도 시대에 간이 부풀어 오른 일본인들은 ‘우리가 언제까지나 조선의 그늘에 가려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세계 무대로 나아가자’는 사상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이를 대변한 이가 요시다 쇼인입니다. 그는 상술한 신주꾸를 세워 후진을 양성하다 묘한 말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즉, ‘일본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선을 밟고 중국을 정복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이 조선의 독도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굳이 조선과 중국을 정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뜻은, 소에 고삐를 체울 수 있다면 굳이 소를 죽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조선정벌과 독도 영유권 주장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곧 한국을 정벌하겠다는 야욕을 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명치 초기 정조론(征朝論)을 외치던 자들에게 뜻하지 않은 제동이 걸렸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정조론(征朝論)이라면 그것은 ‘조정(朝政)을 친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당황한 그들은 억지춘향격으로 한(韓)이라는 글자로 조선을 대신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진한, 변한, 마한 시대를 격었던 한(韓)민족이라고 억지로 갖다 붙인 것입니다. 그래서 정조론(征朝論) 대신 정한론(征韓論)으로 대체된 것입니다. 이것이 조선을 한(韓)이라고 칭한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선 말 고종임금께서 국호를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 칭하게 된 것은 일본의 입김이 작용한게 아닌가 싶숩니다. 고종께서는 나라의 독립이 우선이지 그까짓 국호가 무슨 문제냐 싶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남조선 정부를 세운 자들이 국호를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고 정한 것은 참으로 크게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역사상 정통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국호를 ‘조선민국’이라 한것은 이와같은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과거 북조선 정권과 연관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바 입니다. 다음,”

“조선일보 장기환 기자 다시 묻겠습니다. 그러면, 통일된 후에도 ‘조선민국’이라는 국호를 계속 쓰실겁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누가 통일을 이룩할 것인지 그분 마음에 달렸겠지요. 하지만 잘못된 한(韓)이라는 글자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동아일보 신현식 기잡니다. 북조선에서 대일 청구금액을 9조 불이라 했는데 이는 현실성이 없는 금액이 아닙니까? 남한의 수출 성장률에다 적용한 것도 비 합리적이 아닙니까? 이렇게 해서는 일본과 협상이 되겠습니까?”
“이것 보세요! 신 기자님! 옛 성현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목숨은 이 지구보다 더 무겁다’고 했습니다. 멀쩡한 생사람을 잡아다 죽였다면 이 지구를 몽땅 들어다 바쳐도 보상이 안된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억울하게 끌려가 죽은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입니까? 수 천 내지 수 만 명에 이를 것입니다. 일본 땅 덩이를 몽땅 들어다 바쳐도 시원치 않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비 합리적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러나, 협상이라는 것은 어느 일방의 주장이 옳다고 해서 성립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줄 사람의 사정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협상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신 기자, 계속 질문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일본과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이제 우리가 공을 넘겼으니 상대방이 받을 차례입니다.”

“문화일보 박광호 기자입니다. 일본이 회담에 응하지 않거나 끝내 거부할 경우 ‘직접 받으러 가겠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무력 사용을 의미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박기자, 감사합니다. 일본은 이제 경제 대국이며 동시에 문화 선진국입니다. 세계 만방에 모범을 보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우리 북조선에 대해서 적대적 위치를 고수하면서 청구권 문제를 수면 아래로 감추려는 치졸한 자세는 이제 지양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청구권 문제가 영원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타결되어야 할 문제라면 하루속히 처리하여 마무리 짓고 선린적 우방으로서 서로 손잡고 상호 이익을 위해서, 좀더 나아가서는 세계평화와 복지증진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생각됩니다. 일본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믿으며 앞으로 관계개선이 잘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군사적 충돌 같은 것은 결단코 없을 것으로 확신하는 바입니다.”
“박광호 기자 다시 묻겠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거부하거나 회담은 하되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질질 끌거나 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세계 이목도 있고 선진국으로서 체면도 있는데, 그리 치졸하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음,”

“한국일보 최병걸 기잡니다. 1인당 하루 10kg의 쌀만 가지고 오면 누구나 입북하여 취재하거나 공장건설 및 노동자 차출도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좀 더 세부적으로 여쭈어 보겠습니다. 첫째, 과거처럼 북한 당국의 안내나 지도 없이 우리 마음데로 어느 곳에서나 취재가 가능한지요? 둘째, 세계 어느 나라던 북한에 공장을 세워 운영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인지? 셋째, 대외 무역은 아무런 제재없이 자유로이 이루어질 것인지 좀 상세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무런 제재나 간섭, 제약이 없습니다. 특히 취재진은 우리 북조선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세계 만방에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야 스스로 치유책이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각종 공장 건설에 있어서 특히 생필품 생산 공장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임금 지급은 현지인과 협의하여 여러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모르긴 하지만, 우리 북조선 노동자들이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확신하며 이에 대한 임금도 세계 최저 수준에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임금이 오르기 전에 하루속히 선점하는 기업에 그만한 이득이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생필품 소비시장도 엄청날 것입니다. 하루 속히 국교정상화를 이룩하여 필요한 물품을 공급한다면 그 나라 경제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일본은 청구권 협상에 지나치게 억메이지 말고 하루속히 타결하고 재화 수출에 주력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리라 확신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시장 개방은 세계 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 참! 제가 우리 국호에 대해 누누히 설명을 드렸는데도 아직도 정체불명의 한(韓)이라는 말을 그렇게 쓰고 싶습니까? 이제 더 이상 남한, 북한이라 칭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남조선이야 연유가 어찌됬건 이미 정한 국호를 제가 북조선에 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혹, 나의 의견을 묻는 다면 단연코 ‘조선’을 권합니다만 혹, 그게 싫으면 ‘고려’가 어떨까 생각됩니다.다음,”

“세계일보 김영걸 기잡니다. 그러면 왜 북한에서는 ‘고려민국’이라는 국호를 . . . .”
“또 북한이라 합니까?”
“아, 예, 죄송합니다. 왜 북조선에서는 ‘고려민국’이라는 국호를 쓰지 않습니까?”
“우리도 처음에는 ‘고려민국’이라는 국호를 쓸까? 생각해 봤지요.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우리 고유의 국호인 ‘조선’을 쓰기로 한것입니다.”
“중국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영걸 기잡니다.”
“네, 주몽대왕께서 나라를 세우시고 나라 이름을 <가운데 나라>라고 지으셨습니다. ‘가운데’의 ‘데’는, ‘아픈데’, ‘파인데’ 등에서 보는 바와같이 오늘날까지도 특정 장소나 지점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국명이 <가운나라>입니다. 그런데, 남조선의 유명한 MC 강호동씨의 말을 잘 들어보면, ‘나와라’를 ‘논나’라고 발음합니다. 즉, 지금은 없어진 ‘아래아’의 옛 발음은 ‘아래오’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가운’은 옛 발음이 ‘고운’이었고, 오늘날 ‘나라’의 옛말은 요즘도 쓰고 있는 ‘우리’였음으로 <가운나라>의 옛 발음은 ‘고우누리’ 또는 ‘고우리’였을 것입니다. 이것을 이두 문자로 표기한 것이 ‘高句麗’이며 그 당시 결코 ‘고구려’라고 발음하지 않고 ‘고우누리’ 또는 ‘고우리’라 발음했을 것이며 그래서 왕건이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고우리’ 또는 ‘고려(高麗)’라고 발음 나는대로 썼던 것입니다. <가운나라>를 그 뜻으로 번역하여 한문으로 쓰면 중국(中國)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중국’이라는 의미의 국호는 우리가 오래 전부터 먼저 써 오던 것으로 만약 우리가 국제제판소에 제소하면 아마도China는 ‘중국(中國’)이라는 국호를 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또 단슨히 ‘고우리’ 혹은 ‘고려’라고 쓰면 모를까 고려민국(高麗民國)이라고 쓰면 그 뜻은 ‘가운데 나라 백성나라’가 되니 한문으로 번역하면 ‘中國民國’이되어 ‘나라’라는 말이 두번 들어가는 모순이 있습니다. 그래서 피한 것입니다.”
“앞으로 국호에 대해 국제제판소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아직 그런 생각 갖고있지 않습니다. 다음,”

“조선일보 홍인기 기잡니다. 외람된 질문이 되겠습니다만 혹시 우리나라 영토문제에 대한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영토 문제요? 왜 느닷없이 영토문제를 꺼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 심각하고 급한 문제도 아니지 않습니까?”
“홍인기 기자 다시 고쳐 묻겠습니다. 요즈음 중국이 백두산에 여러가지 시설을 하고 있는데 대하여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지요? 6.25 이전에는 중국의 토문강 이남 즉, 간도, 용정 등지가 우리 땅이었쟎습니까?”
“옛날 예기를 이제와서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마는 굳이 말씀드리자면, 간도, 집안, 용정은 물론 만주 전체가 우리 땅이었음을 보여주는 서양의 고 지도 69점이 경희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지도들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제3자의 눈으로 보고 제작된 정확한 것들입니다. 또한 지금도 건재한 것으로 보이는 ‘백두산 정계비’에는 분명히 간도, 용정 등을 포함한 ‘토문강 이남’이 우리 땅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구 소련이 부라디 보스토크를 건설하기 바로 전해에 우리 함경도 주민 13가구가 이주해 살았다는 기록도 있으며 안중근 의사의 기념비를 세운 곳이기도 합니다. 13가구가 이주 하기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 지명은 ‘해삼위’이고 조선시대 행정관을 파견한 적도 있는 분명한 우리 땅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권을 일제에 빼았견던 시절인 1909년에 일본은 간도 지방을 청나라에 양도 했으며 그 이전, 확실치는 않습니다만,1898년인가 그때 쯤 청나라는 브라디 보스토크 지방과 하바로프스크 지방 등 연해주 지방을 구 소련에 양도했습니다. 이 두 사건은 국제법 위반이며 무효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권 행사를 못하고 있을 때, 남의 땅을 제3자가 무단으로 양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제 러시아와 일본이 갈등을 빚고 있는 소위 ‘북방 4개 도서’와 캄차카 반도 일대도 옛 발해 땅이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대마도는 세종 때 이종무 장군이 정복하고 대마도주 종(宗)씨가 충성을 맹세하여 경상도에 편입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공도(空島) 정책으로 비워둔 틈을 타 왜구들의 조선침략 근거지가 되었던 곳이며, 지금 한창 중일간에 분쟁을 겪고 있는 센까꾸(조어도) 열도를 포함한 유구열도 (오끼나와)는 우리나라가 정복하여 속국으로 삼았던 곳입니다. 중, 일과는 역사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2차대전 패전국으로 유래없는 전리품으로 일본이 차지하고 또 중국은 지리적 근거리임을 내 세워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니, 남의 땅을 저들 마음데로 농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기야 역사적으로 보면, 환인천황께서 나라를 세우시고 3한(간, 칸이라 쓰기도 하고 발음하였음으로 반드시 ‘韓’이라고 보기 어려움)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한 바, 신한(진한)이 다스리던 만주, 연해주 일대, 변한이 다스리던 중국 동부 일대, 마한이 다스리던 조선반도 일대가 모두 우리 땅이었으며, 백제 시조 온조의 형인 비류가 세운 백제가 중국 동부 일대와 일본 전역이었으니 역사는 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당히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찾을 것은 찾아 와야 하지만, 우리가 통일이 되고 국력이 강해지면 이 모든 것은 순리로 해결될 것으로 믿습니다. 애! 친애하는 기자 여러분! 앞으로 또 자주 여러분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할 기회가 많을 것이니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심천-민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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