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⑪⑫
-SPn 서울포스트, 심천 자유기고가

제1부 우리는 하나

(1, 북에 가다.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①)
(2, 추방. 3, 제가 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②③)
(4, 다시 북에 다녀오다. 5, 제가 - II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④⑤)
(6, 눈물 매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⑥)
(7, 전자 산업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⑦)

제2부 민족의 서광

(8, 북조선에 변화가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⑧)
(9, 북으로, 북으로 !!. 10, 전력(電力) 부국책(富國策) - [소설] 조선민국(朝鮮民國) ⑨⑩)


11, 또 다른 반란

단군이래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제활동으로 조선 반도가 온통 들썩거리고 있을 때 느닫없이 북녘 땅에 반란이 일어났다. 공군과 해군이 연합하여 김경애와 김정길을 등에 업고 중국에 지원요청을 하는 한편 평양을 급습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기림 장군의 지휘하에 정인표 장군과 리인기 장군의 기민한 대처로 반란군이 평양에 진입하기 직전 불과 몇시간만에 진압하고 공군 총참모장 지석현 대장과 해군 총참모장 장하구 대장은 체포되어 구금되었다. 반란군 비행대가 발진하기 직전에 제압된 것은 참으로 크게 다행한 일이었다. 그외 가담자들은 모두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군 조종사를 포함한 장교 약 500명과 해군 장병 약 300여명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측으로 도주한 것이다.
이에 중국대사를 불러 도주한 장병들을 모두 체포하여 압송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러나 반복된 수 차례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측은 설왕설래 하면서 차일피일 버티고 있다. 나중에는 급기야 ‘중국측으로 넘어온 적이 없다’고 발뺌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래저래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이르렀고 우리 북조선 정부에서는 체광, 어업에 관한 중국과의 우선 협상을 중단하고 국내에 체재하고 있던 모든 중국 기업체 직원들까지 모두 추방하기에 이르렀다.
멕마흔 미국대사가 긴급히 나를 찾아와서 반란 사후 수습에 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돌아갔다. 뒤숭숭하던 평양 거리도 이내 평온해졌다.

한편 평양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느 시민들 대화를 들어보자.
“데아이새끼들이 까불어 봤댔자 별 수 있깐 !”
“우리 북됴선이 단군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어깐놈이 훼방을 놓을려고 기래?”
“기럼 ! 기렇구 말구!”
“이제 통일이 되면 우리 주석 문 박사님께서 통일 조선민국 주석님이 되실텐데 어느 뉘기 이를 막갔어!”
“데아이새끼들, 미친 새끼들이야. 아, 별들도 기냥 부텨듀었고 살기도 이렇게 됴아뎠는데 무슨놈의 반란이야, 반란이?”
“아, 권력을 잡아 보갔다는 거디 뭐!”
“데아이새끼들, 재판이구뭐이고 깡그리 총살시키디 않구!”
“긴데, 기건 기렇구, 자네 땅 아직도 기양 가디고 있디?”
“잉, 와그러니? 살려고?”
“야! 귀 좀 대라야. 자네 땅 가디고 있는 주변에 대규모 외교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자네 못들었나?”
“외교 단지가 뭬야? 무시기 김장단지같은 것 말이간?”
“이 멍청아, 각국 외교관과 관사들이 들어설 거래.”
“기래? 기믄, 내땅 돼래 빼앗기는거 아니야? 이거?”
“야 ! 이뎬 그런 시대 뎌 멀리 갔어야. 뉘기 팔래도 뎔대 팔디말라 야 알간?”
“안 팔믄?”
“뉘기가 댜꾸 사댜, 사댜 하믄 땅값은 댜꾸 올라가고, 둉국엔 뎡부에서 시가로 수용할땐 야! 그땐 땅값이 몇 백 배, 몇 천 배 오를디 모른다더라 야 !”
“기믄 ? 야, 이거이 가만히 앉아서 갑부되는 거 아이야? 이거?”
“길티, 길티. 이뎨야 알아 듣느만, 아이새끼 하곤 이거. 기니깐두루 뎔뎨로 팔디말고 꼭 끌어 안고 있어라 야 !”
“기리다가 또 반란이 일어나믄 말쨩 헛거 아이간?”
“반란이 왜 또 일어나간? 또 돼딜라고? 우리 문 박사가 통일 됴선 대통렁 될 때까진 뎔대 반란 안 일어나 야”
“기리케 되믄 됴흔디 . . . 이뎬 뎡말 반란 같은 거 일어 안나믄 둏갔는데 - - -“
“암! 기렇고 말고. 암튼, 데아이새끼들 미텼어! 총참모댱쯤 돼야가디고서리 뭬가 부됵해서 반란이야 ? 반란이? 김부댜 때나 안 일어나곤!”
“기러게 말이야! 기땐 꼼댝 못하다가 이제 닌민들이 댤 살게 되니끼니 엉뚱한 딧이야? 딧이 ?”
“이뎬 두번 다시 그런 일 없을거야, 거럼, 기렇고 말고.”
“이뎬 어드렇게 둄 더 댤 살게 되느냐? 이런거 아이갔어?”
“아이고! 내래 이뎬 등 따시고 배부르고 더 바랄게 없어야.”
“기믄, 그 땅 나 주려마.”
“무시기? 헷소리야? 야, 댜식들한테 물려 둬야디”

12, 통일 회담

남 측으로부터 비밀리에 특사가 왔었다. 이제 경제적으로 통일이 된거나 마찬가지니 정치적인 통일만 이룩하면 완전 통일이 되는 것이라 하루 속히 서두르자는 것이다. 그래 ! 그렇다 ! 이제 정치적인 통일만 남았다. 대 내외적으로도 강력한 통일정부가 들어서서 국제사회에서 활약할 때다. 그런데, 우리 북조선에서 목숨을 걸고 혁명을 일으킨 동지들이 모두 반대를 하고 나섰다. 보나마나 남 측에서 들고 나올 것은 뻔한 사실 아닌가 ! 남북 인구비례 총선 ! 그래, 총선이야 어쩔 수 없다 치자. 대선이 문제 아닌가? 우리 북조선 인구가 남 측의 반도 안되니 말이다. 멕마흔 미국 대사는 자꾸 남측 제안을 수락하라고 부추킨다. 나의 명성이 남조선에서 더욱 대단하니 명성이 시들기 전에 후다닥 해 치워버리자는 것이다. 게다가 남조선에서 나에게 맞설 인물이 변변치 못하다는 것이다. 강원도 지사 김민수가 그나마 일부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나의 명성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멕마흔 대사가 저토록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나의 나이때문일지 모른다. 내일모래면 80이니 서두르기는 서둘러야 할 판이다.

혁명 동지들이 대부분 다 반대지만 특히 그 가운데 박기림 장군은 남북회담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첫째, 남조선에서 아무리 인기가 있더라도 ‘선거’라는 것을 단 한번도 치러보지 않은 우리 북조선으로서는 선거 전략에 약할 것이고, 만약에 남조선에서 네편 내편으로 선거전략을 몰아가면 인구비례로 볼 때 절대 불리하다는 것이다. 둘째, 남조선 인사들은 대부분 ‘한 번 해 먹자’는 이기적인 생각뿐이지 ‘민족의 앞날’ 어쩌구 하는 사명감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대한 꿈은 영영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셋째, 가까운 시일 내에 남조선의 썩어빠진 정부를 단번에 뒤 엎을 기막힌 기회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막연한 바램이 아니라, 남측 인사들의 언행을 살펴보면, 도대체 비젼이란 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에서 그런 확신을 갖게된다는 것이다.
하기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비리와 불법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들이 떼강도 짓을 하지 않나, 기업하는 자들은 ‘나라 돈이 바로 내돈이다’ 하고, 사업해서 아무리 손해를 보아도 대출받은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여 그야말로 땅집고 헤업치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지 않은가 !

하여간 하루 속히 어떻게 하긴 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도대체가 가만히 앉아서 입벌리고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꼴이 아닌가? 하기야 인류 역사상 협상으로 국가가 통일된 전례가 전무하지 않은가? 이래저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끌고만 있을 수도 없다. 만약 북 측에서 인구비례 대선을 기피하고 있다고 언론에 노출이라도 되는 날이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남조선에서의 나의 인기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일단 회담엔 응하긴 해야겠소.”
박기림 장군과 점심을 먹으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나의 단호한 태도를 보자 박 장군도 결심이 선듯 입을 열었다.
“기믄, 이케 하시디요”
“무슨 좋은 복안이 있소?”
“음 - - -, 아, 아닙네다. 그저, 생각이 미치지 못해서리 - - -“
“무슨 계획을 세우신것 같은데, ?”
“아, 아니야요. 박사님 의도대로 하시라요.”
“아니야, 뭔가 있어. 이제와서 내게도 숨기기요?”
“아이, 기리니끼니, 아니야요.”
“여 보시오, 박장군 !”
나의 언성이 높아졌다.
“아, 네, 네, 박사님 ! 기니끼니 순간적으로 어드런 생각이 떠 올랐었는데, 그거이 잘못이라고 생각되야서리 . . ., 아이고 나 죽갔다래. 박사님 ! 그만 . . .”
박 장군은 땀을 뻘뻘 흘리며 뒷 목을 잡고 한쪽 손을 휘휘 저으며 뒤로 넘어졌다.
“아니, 박 장군 ! 이게 무슨 일이요? 이봐요? 비서? 부관? 빨리 의사 부르시요. 얼른, 어서.., 이봐요, 박장군 ! 내 더이상 묻지 않을테니 아무 걱정 마시고 어서 일어나시오.
박 장군 !”
나도 모르게 나의 두 빰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박 장군이 누구던가 ! 가슴속 말 한마디 주고 받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오늘의 북조선 번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해 준 이가 박장군 아니던가 ! 일등 공신인 그가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 . .
“뎡말이디요? 박사님 ! 내래 괜챦으니끼니 염려 마시라요”
박장군이 부시시 일어나려는데 의사와 간호사가 달려왔다. 박 장군은 입을 씰룩거리며 양 손을 허공에 대고 허우적 거린다.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닌성 싶다. ‘내가 공연히 소리를 질러가지고. - - -‘ 나는 자책감에 몸 둘 바를 모랐다.
“가만히 누워 계세요”
“아니야요. 나 괜챦수다래. 저리들 가시라요.”
그는 힘없이 일어나 앉더니 이내 벌떡 일어서서 거수경례를 하고는 씩씩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하디만 내래 가서 좀 쉬갔시오”
“그래요, 가서 좀 쉬시요”

그러고는 눈짓을 해서 의사를 딸려 보냈다. 박 장군은 이내 숙소로 향했고 이내 곧 다시 쓰러졌다고 했다. 나는 또 다시 달려 가 보았다. 누워 있던 그가 나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려고 버둥거렸다. 나는 얼른 가서 다독거려 눞이고 목이 메어 말도 못하고 눈물만 주루룩 흘렸다. 박 장군도 어설프게 내 손을 잡으며 눈물만 흘렸다. 나는 수시로 의사에게 동태를 물어 보았다. 목 뒤 쪽의 대 동맥이 약간 부풀어 오랐을 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다만 혈압이 한 때 190까지 올라 갔었으나 이제 정상으로 내려 왔다고 한다. 나는 한의사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압을 내리는 약을 지어서 박장군에게 보내주었다. 이튿날 그는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고 이내 나에게 인사하러 왔다.
“북남회담은 박사님 뜻대로 하시라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물끄럼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왜 마음이 변했나? 아니야. 뭔가 있는데 더 이상 묻지 않기로 약속을 했으니 더 물어볼 수도 없고. . .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어떤 결심을 했던 그것은 나의 꿈과 북조선 인민을 위한 것이지 결코 나의 큰 뜻을 거스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는 그럴 사람이다. 나에 대한 충성심과 조선을 위한 애국심은 철석같은 사람이다.
한 열흘 정도 박 장군 쪽 동태를 살피다가 드디어 결심을 하고 행정원 홍사필 원장 명의로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라고 했다. 이 일은 최근에 이리로 자리를 옮긴 서명호 부원장이 맡아서 처리하기로 했다. 그를 우리 북조선 수석 대표로 내정했다. 대외관계는 대체로 서명호 부원장이, 국내 문제는 주로 이성웅 부원장이 맡아서 처리했다.

“서 원장!”
“네 ! 각하 !”
“내년에 지방자치 대의원과 통일 조선 민의원(국회의원)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통지하고 이 민의원 동의를 얻어 통일 조선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니 총선과 대선 날자와 방법에 관해 논의하자고 연락하시요.”
“네, 알갔습네다.”
“그리고 회담에 임해서는 북남 민의원은 동수로 해야 하오. 알겠지요?”
“그러면, 듀석은 민의원에서 뽑나요?”
“아니요. 북남 동 수로 선출위원을 뽑아서 이 선출 위원들이 대의정을 뽑는 것이요. 아, 참, 통일 조선의 수반은 주석이 아니고 대의정이요. 남측에서는 대통령으로 하자고 하갰지만, ‘대의정’으로 관철 시키도록 하시오. 그리고 통일 조선의 국호는 ‘조선민국’이요. 이것 또한 관철시켜야 하오. 그리고 대의정 선출위원은 남측 인사가 북에 와서 출마할 수도 있고 북측 인사가 남쪽에 가서 출마할 수 있도록 해야 하오. 회담에서 이 세가지는 반드시 관철 시키도록 하시고 그외 보완할 것이나 수정해야 할 것은 통일위원회에서 논의하여 내게 보고하시요. 통일 위원은 서 원장이 엄선하여 나와 상의해서 정하도록 합시다. 뭐, 더 하실 말씀 있어요?”
“아니요, 없습네다. 그러면 곧 인선해서 보고드리디요”

통일위원회를 결성하고 위원장에는 홍사필 행정원장을 임명했다. 위원회에서 모든 세부사항을 예의 검토하고 나의 제가를 거쳐 남조선에 통일 회담을 열자고 통지하였다. 수차례의 연락 끝에 한 달 후 이곳 평양에서 1차 회담을 갖기로 했다. 회담 당일, 전 세계의 보도진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벌써부터 북남 지도자 들을 노벨상 후보로 거론하며 지구촌을 후끈 달궜다. 그러나 막상 회담에 임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남측에서는 당연히 국회의원 수는 인구비례로 해야 하고 대통령도 국민 직선제로 하여야 한다고 고집했다. ‘민의원’이냐 ‘국회’냐,’대의정’이냐 ‘대통령’이냐,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느냐 ‘조선민국’으로 하느냐 또는 ‘고려민국’으로 하느냐 등등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설전만 오가는 가운데 열흘이 후딱 지나갔다. 유일한 합의는 2차 회담을 한 달 후 서울에서 연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2차 회담을 열었지만 합의된 거라고는 ‘민의원’으로 하자는 것과 ‘대통령’으로 하자는 것 그리고 3차 회담을 개성에서 3개월 후에 열자는 것 뿐이었다. 아직 갈 길이 너무나도 멀고 험한 것이다.

(계속)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심천-민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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