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 운해와 일출 ] 족두리봉에서 벼락맞고 다음날 영봉에서는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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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 영봉에서 새벽 운해 ⓒ20150628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하루에도 수많은 블로그 포스트를 기웃거리지만 온라인 저작물의 특성이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점! 그런데 유독 그것이 주는 여운이 워낙에 강렬하여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셜리님이 영봉에서 만난 구름 바다 그리고 그 위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이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영봉에서 바라보는 그 끝간데 없이 펼쳐진 운해를 보고 싶다는 로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이 그렇지 새벽에 선뜻 집을 나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벽 1 시 불현듯 눈을 떳다.
어제부터 그 영봉이 머리속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오랜 가뭄끝에 내린 단비가 대지를 적셨으니 분명 셜리님이 봤던 그 운해가 펼쳐져 있든지 아님 온 산을 안개가 덮고 있어 한치앞을 분간할 수 없든지 둘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집을 나설 결정을 못내리고 눈만 껌벅껌벅 하다가 살폿 잠이 들었다.
새벽 2 시 내속에 있는 또 다른 내가 흔들어 깨웠다.
" 에이 분명히 헛탕칠꺼야 잠이나 자자."
" 아니야, 오늘 아니면 저 일망무제의 구름 바다를 언제 보겠냐고 "
드디어 마음이 동했다.
후다닥 일어나 혹시 마눌에게 들킬새라 대충 주섬주섬 챙겨서 집을 나섰다.
매립지길에 들어서자 100미터도 분간할 수 없는 안개가 앞을 가로막았다.
내 머리속에 펼쳐진 구름바다가 확 쪼그라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나왔으니 무조건 고!
내부순환로를 이용하니 집에서 도선사 주차장까지 생각보다는 훨씬 가까웠다. 이런줄 알았으면 자주 올껄!
그런데 어?
헐!!! 텅 비어있어야 할 도선사 주차장이 꽉 차있넹
새벽 4시 20분
빈 자리를 찾아 겨우 주차하고, 영봉으로 향했다.
4시 50분 영봉 도착!
아니 그런데 이게 뭐래요?
이거 죄송해서 아시다시피 요즘들어 잘한 거 있나요?
거기다가 주일 교회까지 빼먹고 왔는데 이러케 한상 걸게 차려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나이다.
하여간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고 잘 놀다 가겠습니다.
끼야 대박~~~~
아주 그냥 죽여준다.
구름 바다위를 동동 떠다니는 수락산좀 보소.
쪼끔 아쉬움이 있다면 영봉과 인수봉 사이는 아직도 가뭄인갑다.
안개강은 흐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어둠만 켜켜히 쌓여있다.
그런데 영봉 꼭대기에서 보는 풍경이 영 마뜩찮다.
앞이 나뭇가지에 걸려있어 다른 곳을 찾아봐야할 것 같았다.
그래도 예고 없이 해가 확 올라와버릴 지 모르니 카메라 한대는 삼각대에 꽂아서 화점을 향해 정 조준해놓고 포토 포인트를 찾아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어째 쎄한 기분이 들어 구름 바다 건너편 수락산을 바라본 순간....
아니 왜 이러셔요.
큐 싸인도 안드렸는데 이렇게 말씀도 없이 확 올라와 버리시면 어떻한데요.
사진찍을 준비도 안되었는데..... 햇님더러 다시 들어가시라고 할 수 도 없는 노릇
아고 어쩔 수 없다. 오늘도 작품은 글렀고 지금부터는 막춤 아니 막샷이닷!!!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뷰 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허리를 잡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주변을 휘이 ~~ 둘러보고 다시 껄껄거리고 웃었다.
누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면 미쳤다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셜리님도 운해와 일출을 깨소금으로 버무려 놓은 이 맛에 겨워 나처럼 크게 웃었는지 만나면 물어볼 일이다.
운해?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앞에 구름은 떼어버리자.
저건 그냥 바다다.
저 변화 무쌍함을 보라.
폭풍을 부등켜 안고 있는지 갈귀 세우며 달겨드는 것 좀 봐라.
내 청춘이 뒹굴었던 그 대양(大洋)이 아니냔 말이다.
목젖에서 명치 사이를 꽉 막고 있던 지난 10년 간의 답답함과 그 체증이 확 내려가버린 것이 분명하다.
다시 웃었다. 아 이젠 좀 살것 같아서....
오늘만 같아라.
도봉산?
누가 설악산하고 바꾼데?
수락?
쫄쫄쫄 흘러내리는 폭포수 몇방울을 보고 지은 이름이 아니로세.
저산이 곤두박질쳐 바닷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것을 김시습도 여기서서 지켜봤나보다.
그러면서 수락(水落)!!
하고 외쳤나보다.
딴지 걸지 마세요.
시인에겐 물이 산에 떨어지나 산이 물속으로 떨어지나 매한가지로 보이니까. ㅎㅎㅎ
불암은 금강산에서 떼어 어디로 가져가려다가 떨어뜨렸다고?
오늘 보니 말 되네.
바다위를 둥둥 떠내려 오다가 거기 서버린거네.
저 산이 다시 떠올라 둥둥 떠내려 가다가 수원 어디께가서 서버릴 수 도 있것다. 진짜 그리렇게 되면 뉴스에 나오고 아주 난리가 날꺼여잉~~.
영봉에 오면 오직 그대만 바라보게 되는데 오늘 아침엔 웬지 고개를 돌리고 싶지가 않다.
그대를 보면 이 황홀한 꿈에서 바로 깨어나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본다. 인수여.
참 늠름하고 멋 있다.
우리나라에서 젤 잘생긴 봉우리는 바로 그대다. 인수!
망원렌즈로 땡겨보니 만경대에 줄잡아서 한 오십명의 진사들이 조망터마다 발딛을 틈이 없이 뻗치기를 하고 있다.
운해를 바라보는 풍경이야 저기가 훨씬 좋겠지만 나는 여기가 좋다.
혼자 독차지 하고 있어 이리뛰고 저리 뛰고 웃고 지랄발광을 해도 지금 뭐랄 사람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저기 만경대에 오를려면 최소한 3시엔 도선사 주차장을 나서야지 엉덩이라도 들이밀 수 있겠다. 오늘보니 명당자리는 침낭들고 올라와 전날부터 찜해둔다는 소문이 거짓부렁은 아닌갑다. 사진찍는 사람들 부지런함과 열정 만큼은 정말 알아주어야 한다.
이 사진들 딱 짱박아놓고 사진 한장만으로 포스팅 하는 사진가들 마냥 두고 두고 우려먹을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같은 블로그를 굳이 음식에 비유한다면 막잡아서 펄떡펄덕 뛰는놈 칼등으로 기절시켜놓고 바로 칼질 들어가 접시위에 쫙 깔아놓는 싱싱한 생선회다.
작품성, 예술성 그런거 다 필요없고 신선함이 최 우선이다.
나같은 사진 하수가 뭐가 잘났다고 한 개씩 빼먹냔 말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더 지나 맛탱이 확 가기전에 얼른 쏟아놓는 중이다.
오늘 또 출장도 가야하고 해서....
이런 사진은 한장에 한포스팅 깜인데 아깝다. ㅎㅎㅎㅎ
이런 사진은 깔아놓고 할말도 많은데...
아니야. 그래도 신선함이 젤이라니까.
해는 중천인데도 산을 품은 바다는 아직 멋지다.
북한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이미 염장질을 해드려서 죄송하지만 기왕에 드린 거, 한번 더 드린다면 아따! 이것도 두어시간 넘어가니 물립디다. 혼자 아주 독식을 했더니 배가 부르네요. 허허허~~~~
토요일날은 내 맘대로 일요인날은 니 맘대로 그것이 우리집 불문율이다.
새벽에 살금살금 도망쳐 나온 이유다.
그래서 마눌 전화가 호랭이보다 무섭다.
이제나 저제나 했더니 드디어 그 전화다.
산에 갔다는 거 이미 알고 있다는 어투다.
목소리에 독기가 서려있다.
" 자기 거그 어디야!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 엉 ~~ 부칸산 "
" 어머 어머 이양반 미쳤나봐 ~~"
" 아이 이사람아 하늘같은 서방한테 말하는 뽄세 하고는 쯧~. "
" 교회는 어떻하고 "
( 일부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하고 )
" 가긴 ~ 가야겠지만..... "
뚝 ( 전화 끊는 소리 )
마눌한테 욕을 이만큼 먹었으니 느긋하게 백운대 찍고, 용암문으로 돌아서 내려가도 되는데 아 ~~ 이거 출출해서 어떻하나.
곤당 한조각과 냉수 한병 뿐인데.
걍 집에 가자 지금이라도 가는 길이 사는 길이다. ㅎㅎㅎ
....주섬주섬 ~~~
아 근데 이건 또 무슨 조화람.
에이 오늘 교회는 글렀네.
다시 배낭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영봉 소나무 너머로 안개가 인수봉을 휘감고 있는 것을 소재로 하는 사진 작품을 가끔 접하면서 감동에 사로잡히곤 하는데 바로 그 장면에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오죽 하랴. 그걸 두고 어찌 집으로 갈 수 가 있단말인가.
이거 하나 놓고 한시간 넘게 서서 쏴, 앉아쏴, 엎드려쏴 하다 보니 카메라에 따라서 ( 풀바디냐 크롭바디냐 ) 또 렌즈에 따라서 잡는 위치가 달라진다는 것 하나 깨달았을 뿐 나름 공을 있는데로 들여서 300장 넘게 찍은 사진중 그나마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이 사진 한장 뿐이다.
무엇보다 거짓말이 아니라 몰려 다니는 안개때문에 1초 사이에 풍경이 싹 바껴버리니, 의도하는 그림을 담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희안하게도 사진이라는 것 알면 알 수록 어렵네.
이런짓 하지 말아야 하면서도 자꾸만 하게 되는 이유는 또 뭔지...
어렷을때 엄청 큰 잘못을 저질러놓고 대문밖을 배회하다가 해가 떨어져 어두컴컴해지면 하는수 없이 맞아죽을 각오로 딱 들어갔을때, 기다리고 계시던 엄마가 군밤한대 맥이고 " 어여 씻고 밥묵어라 " 그러시면 그제야 맥이 풀리고 눈물이 핑 돌면서 품에 안겨서 엉엉 울어버리잖아.
호랑이상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여겼던 마눌의 표정이 왜 저렇게 온화하냐.
목소리는 왜 이렇게 부드럽고.....
일전을 불사할 태세로 각오 단단히 하고 들어왔는데 아이 이 사람이 거 사람 뻘쭘하게 만드데 뭐 있어.
" 가면 간다고 말이나 하고 갈 것이지. 사람 걱정하게 언능 씻고 밥묵어, 나는 교회 다녀올테니까... 인터넷으로 설교듣고 혼자 예배 보시라고 "
평소에 존경하는 목사님들 사이트를 찾아 설교를 두꼭지나 듣고난 다음 성령 충만한 마음을고 기도를 드렸다.
어제는 벼락을 맞었는데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이어 오늘은 대박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염치는 없지만 담주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긁적 긁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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