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행] 여주 신륵사 강월헌에서 만난 석양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강월헌의 그림자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으로 가까이 다가가 몸을 한껏 낮춘 신륵사를 좋아한다.
그런데 들를때마다 절집 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곧장 강월헌으로 향하는 것은 이곳으로 나를 이끄는 것은 신륵사가 아니라 강을 내려다 보고 있는 정자에 감도는 진한 풍류때문이리라.
강월헌 난간에 앉아 남한강 바라보노라면 시심은 가슴을 울리고 머리속에 뭔가 뱅뱅 맴돌기는 하는데 단어 한개도 입 바깥으로 기어나오지 않는다. 이럴땐 술이라도 한잔 땡겨야 하는데 여기선 그럴 수 도 없는 노릇!
나처럼 요즘 사람들의 시심이 말라가는 까닭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조급증 탓도 있겠지만 저마다 일상적으로 휴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카메라도 한몫 하지 싶다. 마음에 담아 말을 다듬을 겨를 없이 셔터 한번 찰칵 누르는 것으로 편리하게 시를 대신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석양 무렵에 그 좋은델 가서 시 한수 읊지 못했지만 바람과 어둠 그리고 철석이는 물결소리만 남기고 떠나려 하는 하루의 뒷 모습을 담기 위해 딴엔 삿된 생각을 멈추고 허리를 곶추세워 기도를 드리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늘 느끼는 거지만 강월헌 옆 석탑에 담긴 석공의 마음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다.
도도히 흘러 내려오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그 마음이 기다리는 것은 도데체 뭘까.
[툰드라의 석양]이라는 제목을 달아도 될 것 같은 풍경이라서 그만 가자고 보채는 아내의 채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심하고 셔터를 누루고 또 눌렀다. 가끔 그런 착각에 사로잡힐때마다 사진을 열어본 다음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는 다들 경험을 해보셨을 것이다.
사진은 참 정직하다.
거기는 툰드라가 아닌 남한강 강변이었으므로 당연히 이렇게 나올 수 밖에...
이런 착각이 없어질 무렵이면 고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나.
하지만 고수라는 소리 듣지 않아도 좋으니 가끔은 그런 착각에 빠져서 셔터를 누르고 싶다.
거기가 한강시민공원일 지라도 세롱게티의 초원을 떠올릴 수 만 있다면 그 순간은 얼마나 행복한지...
어쨋든 수고한 결과물인데 블로그에 한장쯤 올린들 대수겠는가.
메르스 바이러스 이 숯가마 불구덩이 속에 집어 넣어 깡그리 타 없어지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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