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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진정한 힐링산행이란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5/06/03 20:50:40)

[북한산] 진정한 힐링산행이란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농사짓는 사람도 아닌데 올 봄은 정신없이 바뻣다.
회사일, 집안일, 게다가 주말에도 쉴틈없이 3 주째 운전하여 전라도를 다녀왔다.
그 와중에서도 오전 5시 30분 부터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래이닝을 하는 중이다.
출근할땐 파김치가 될 정도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동안 나태해진 것 같아서 스스로 나사를 다시 쪼이며 정비를 하는 중이니까.
하지만 좀 지친다.

아내는 외출하면서 신신당부한다.

" 오늘은 어디가지말고 집에서 푹 좀 쉬어 "
​부처님 오신날, 어쩌다 보니 나와 우리집 귀염둥이 방울이만 집에 남게 되었다.
방울이를 품에 안고 우두커니 베란다 밖을 멍하니 쳐다 보았다.
모든 것이 스톱된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이 생소함이 너무 낯설다. ​

집에서 뒹굴뒹굴 하는 것이 쉬는거야?
이 좋은 날씨에?

쉬어도 산에가서 쉬어야지.
계양산은 그렇고 북한산이 좋겠다.
근데 어디로 가지?
일단 가면서 생각하자. ​

점심식사 대충 챙기고 계란 세개 삶고 비스켓 몇개 배낭에다 주섬주섬 넣고 준비해서 출발하는데까지 채 10분도 안걸렸다.

" 아빠만 가면 어떻게? 나도 따라갈래 "
" 안돼, 국립공원엔 너를 데려갈 수 없단다. "

낑낑데는 방울이의 애절한 눈을 보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매몰차게 돌아선다. 매주 계양산을 따라다니며 산악강쥐로 거듭나고 있는 방울이라서 등산복을 입으면 저도 함께 데려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광역으로 향하는 전철에서 오늘 산행 코스를 생각했다.
오랜만에 숨은벽으로.... 아님 의상능선으로 오늘은 기(氣)를 보충해야되. 그렇다면 형제봉 능선이 최고지. ​불광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 타고 평창동으로 향했다.

오늘은 쉬러 왔으니 땀도 흘리지 말고 헉헉거리지도 말자.
​힘들면 아무데나 퍼질러 앉아서 놀면 되는거고.

​그렇게 걸었더니 연세드신 할머니들 조차도 나를 휙휙 지나간다.
대신 보폭을 나누고 속도를 줄이게 되니 의상능선 그것 못지않은 형제봉 오르는 바위길도 마치 평지같다. 나를 추월해 지나가던 사람들이 헉헉거리며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초등학교 1 학년 교과서에 나온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떠올렸다. 그속에 내 삶이 보였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잘 뛰지도 못하는놈이 날려고 했는지 그냥 천천히 걷기만 했어도 평타는 치고도 남았을 인생인 것을....



형제봉에 오르면 부러움반 자괴감 반으로 평창동의 저택촌을 내려다보곤 한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하여간 잘나가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동네가 얼마나 대단한 명당일까 하는 의문을 품고 평소에는 보지 않았던 미세한 산줄기와 골짜기 그리고 물이 모여서 흘러가는 형상까지 예전에 열공했던 풍수지리 지식을 총 동원해서 샅샅이 살펴 보았다. 마치 난해한 책을 읽듯이 그러는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첫째 보현봉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좌청룡 우백호를 이루고 안산과 득수가 명확한 혈처가 보였다. 북악에서 내려온 줄기가 수구까지 막아주어 기운이 호수처럼 고여있는 그 자리에 빌라인듯한 건물 두채가 자리잡고 있었다. 선거를 앞둔 역대 대선 주자들이 거쳐갔던 그 빌라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방에 은거하고 계신분도 거기에다 집을 얻었다하니, 말씀은 그리 하시지만 대권출마 선언이나 다름 없는듯....

산의 기맥을 인위적으로 깍아서 택지를 조성하면 지기가 너무 세거나 또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합하다는데 그런터에 들어선 집들도 부지기수였다. ​알았으니 앞으로는 형제봉에 오르면 그냥 쌩까고 지나갈 수 있겠다. ​뭐 대통령 출마할 것도 아니고, 아무리 고대광실 저택인들 맥이 끊겨서 산이 피를 뚝뚝 흘리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 말이다.

일선사에서는 부처님 오시는날 행사를 진행중인지 스피커가 쩌렁쩌렁 보현봉을 울린다. 절마당 손바닥만 하던데 그냥 하셔도 되겠구만. 아무리 고매한 예수님,부처님,공자님 말씀도 자칫 소음공해로 전락하는 것을 많이 본다. ​고은 선생 노벨상 타시길 염원하며 일선사를 들러볼까 하는 생각을 접었다. 순전히 스피커 때문이다.

형제봉에서 보현봉으로 사이 안부는 풍수지리 용어로 과협이라 하여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낼때 처럼 기를 안정시키거나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 곳에는 필경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혈자리가 있어 나같이 피곤한 사람은 머물기만 해도 기가 충전된다. 아마 거기일꺼라고 생각해둔 곳이 있어 찾아가보면 어르신들이나 무속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싸~~ 오늘은 텅 비어있다.

등산화 벗고, 웃통 반쯤 걷어 올리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이 세상 부러울 것 하나도 없고 행복감으로 충만했다.

​명상을 해보면 머무는 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방 알 수가 있다. 먼저 집중력 차원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그러니 무속인이나 종교인들이 이런곳을 찾아오는 것이다.

잡념으로 부터 벗어나 마음을 지금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전해지는 느낌을 그대로 받아드렸다. ​참 오랫만에 산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이 아니라 피지컬하게 와 닿는 그런 느낌 말이다.

​과학은 기(氣)의 존재에 대해서 영원히 밝혀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기력, 자기력, 중력같은 힘을 아우르면서도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우주적 에너지 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서 우리는 어렵풋하게 나마 그것이 내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나를 둘러쌓고 있는 기가 과하거나 부족하거나 아님 순환이 잘 되지 않거나 해서 몸도 아프고 마음도 불안정해지고 그에 따라서 운도 피폐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다행인 것은 그것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접근할 수 있으며 의도한데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은 우리 몸과 마음 또한 그 기가 작용하는 것의 일부이니까. 이를테면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가 긍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산길을 느리게 느리게 걸으면서 산기운과 교감하는 것 역시 우리 몸과 마음의 기가 안정과 균형을 이루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것이 진정한 힐링산행이다.

​

걷는 것은 몸에 맡기고 마음은 산에 맡겼다. 햇볕이 쨍쨍 내리 쪼이는 날씨에 데꼬보꼬가 심한 산성 주능선을 오르내렸는데도 숨을 헐떡거리거나 이마에 땀이 맺이지 않았다. 몸 지가 알아서 힘들지 않게 걸어주니까. 마음은 바람의 흐름, 길섶에 핀 야생화의 속삭임, 산새의 노래소리까지 ​숲의 미세한 변화들을 낱낱이 받아드렸다.

새가 우는 소리도 건성으로 받아드리면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리지만 짝짓기를 하거나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둥지를 꾸며야 하는데 ​등산객들이 은밀해야할 자신들의 작업을 방해하니 마치 개가 짖듯이 그 불안함을 호소하는 소리로 들린다.

​그럴때마다 마음을 그들에게 집중하고 말했다.
" 미안해 나는 그냥 지나가고 있을 뿐이야. 아무도 너희들을 해치지 않을꺼야 "
그러면 녀석들이 내 얘기를 들었는지 얼마 안있다가 소란스럽던 숲이 잠잠해지곤 했다.

칼바위 정상, 곡성, 용암봉이 보이는 전망터를 경유했다.
습관적으로 셔터를 누르던 예전과 달리 먼저 눈으로 충분히 감상하고 담고 싶은 그림을 구상한 다음 그것을 화폭에 그리듯이 정성을 다해 셔터를 눌렀더니 빛이 번지는 한낮에 번들렌즈임에도 불구하고 24-70 못지 않는 참한 그림이 담겼다. ( 사진을 잘 찍었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 마시기 )

사진의 퀄리티는 렌즈의 퀄리티에 앞서 사진찍는 이의 마음상태와 카메라를 다루고 피사체를 이해하는 지식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산행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
​
나는 이 세상에서 바로 이 색을 가장 좋아한다. 군더덕기 하나도 없는 순수한 녹색. ​

깍아지른 용암봉과 만경대의 어둔 뒤태를 보면서 그리고 한낮의 햇살에 눈이 부시는 인수봉을 보면서 빛과 어둠이 함께 존재해야 아름다움이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들의 삶도.... ​

형제봉 탐방센터를 출발해서 산성입구에 도착할때까지 줄곳 똑 같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산행이 끝날 무렵엔 어떤 희열이 온몸을 휘감았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느낌이다. 혼자서 느리게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간을 가늠해보니 평소보다 한시간 가량밖에 천천히 걸었는데 산행이 아니라 느긋한 기분으로 뒷동산을 산책한 기분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은 완전 초기화!
모니터 색깔은 순수한 녹색!
​날아갈 것 같았다.
진정한 휴식 그리고 힐링을 맛보았다.
사월 초파일 북한산에서...

우리가 목적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데는 순풍에 돛단듯이 수월할때도 있지만 끊임없이 장애물이 나타날때도 많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낙담과 좌절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더 쉬운길을 찾아 여태까지의 노력을 포기하고 만다. ​포기하기 전에 ​​저 연약한 식물이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리는 기적을 보라. 만약 당신에게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저런 바위라도 있다면 지례 안된다고 하지 말고, 힘을 모아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시기를....

기적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에게도 기적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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