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여행 ] 추암 촛대바위앞에 서니 가슴이 뻥 뚫리네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동해바다에 가면 회 한접시 시켜놓고 소폭 똘똘 말아서 한입에 털어넣어야 한다.
낮술 약간 알딸딸 해져야 짙푸른 바다 때깔이 눈에 확 들어와 안기거든...
동해 추암에 갈꺼면 꼭 일출을 봐야 한다고?
기분 내키는대로 걸음 닫는대로 돌아다니는 우리같은 나그네에겐 그런 법 안통해.
동해바다, 특히 추암은 새벽이든 아침이든 대낮이든 밤이든 굳이 일출을 못보더라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꺼리들이 차고 넘치니까.
새하얀 백사장, 짙푸른 바다, 석회암의 질감은 해가 중천에 올라온 이런 대낮에 낮술 한잔 꺽은 눈으로 봐야 제격이더레요. ㅎㅎ
동해 바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맑은 바닷물이다. 능파대 난간에 기대어 옥색 물빛을 한참을 바라보았더니 내 속으로 맑은 동해바다가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가슴이 답답할때마다 대관령을 훌쩍 넘어가 동해바다를 담아온다.
새벽이면 수많은 사진사들이 찾아와 저 추암 꼭대기로 기어오르는 해를 잡기위해 안깐힘을 쓰지. 나는 해 대신 달을 잡고 싶다. 그래서 언젠간 달밤에 들어가려 했더니 군인들이 밤엔 못들어간다고 막더라.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겠네.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안에 드는 장엄한 해돋이 풍경을 매일 보고 자라서인지 능파대 언덕을 지키고선 소나무들은 실하고 신령스럽다.
만약 이 소나무를 깍아서 악기를 만든다면 동해물과 백두산~ 이렇게 시작되는 애국가를 저절로 연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봄 바다하면 남해 그리고 서해다.
그래서 봄엔 동해바다를 찾는 발걸음이 뜸 하다.
일부러 봄을 골라서 동해 바다로 달려오는 또 하나의 이유다.
첫째는 한갓지고 둘째는 거기가 봄일땐, 여기도 봄이거든.
간 날도 동해바다 아니랄까. 바람이 까칠했다.
그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볕 좋은 양짓녂 바위틈에선 현호색과 괴불류 꽃들이 활짝 웃으며 봄을 노래하더라.
능파대 凌波臺
석천 임억령 ( 1496 ~ 1568)
秦帝作長橋 진제작장교 시황이 일출을 보기위에 놓은 돌다리가
歲久風濤決 세구풍도결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부서진 것인가,
壯士擲蜀筍 장사척촉순 어느 장사가 촉나라 죽순을 던져
浮出龍王穴 부출용왕혈 그 석순이 용왕굴에서 떠나온 것인지
***
이곳을 찾은 한명회가 능파대라 부르고 돌에 그 이름을 새겼다고 전한다.
뭐?
독도가 니네 땅?
아나 짜식들아
이거나 먹어라.
그날은 저 송곳 바위가 꼭 그렇게 보이데.
추암도 멋지지만 나는 여길 더 좋아라한다.
바위로 둘러쳐진 이 작은 만엔 사람이 이땅에 살기 시작한 세월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있을 것 같다. 그래서 추암에 올때마다 나는 주로 여기에 머물며 촐싹이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날 만난 동해바다의 봄빛이 이리도 이뻣는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근 달포동안 산과 꽃에 밀려 메모리속에 잠들어 있다가 이제야 얼굴을 내민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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