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6.10.26 (월)
 http://www.seoulpost.co.kr/news/26772
[북한산 설경] 삼각산 눈꽃, 잔치 잔치 열렸네!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4/02/16 10:56:28)

[북한산 설경] 삼각산 눈꽃, 잔치 잔치 열렸네!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파란 하늘까지 끼워서 판 딱 1분만 반짝세일한 백운대 상고대 득템!! ⓒ20140212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펜 그림 같은 환상적인 산성 주능선 풍경

저는 기독교(개신교) 신자입니다.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립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늘 고뇌하고 회개하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은 잠시라도 짬을 내어 성경을 읽으며 영적 에너지를 얻습니다.
몸과 정신이라는 바깥에 드러나 있는 형상 뿐만 아니라
내재된 영혼으로 인하여 내가 존재함을 확고하게 믿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저의 이런 튼튼한 신앙관을 도무지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얼토당치 않은 부탁을 합니다.

" 제발 신앙생활 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
아내가 말하는 잘하는 신앙생활이란 이렇습니다.
평일에 두번( 수. 금) 열리는 예배와
각종 교회 행사와 교육 필참!
토요일에도 교회 나가서 주어진 업무를 보고
커뮤니티 회원들과 어울려야 합니다.

일요일엔 당연히 이른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하루종일 교회에 머물면서 예배와 봉사를 합니다. 일년에 두 세차레 전도집회가 열리면 주변 사람들을 반 강제로라도 교회로 끌고 가야하고 일년에 한 번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단기 선교를 해야합니다. 수입의 10%를 헌금함에 넣는 십일조는 당연하고 부모님 용돈은 드리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이름이 적힌 각종 헌금 봉투에도 꼬박꼬박 채워넣어야 합니다. 목사님이 콜 하면 밤 12시가 넘었어도 벌떡 일어나 달려가야 하구요.

표정과 목소리까지도 경건하고 반듯하게 꾸며야 합니다. 누가 봐도 크리스찬임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제가 다니는 교회에선 이정도는 되어야 안수집사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집사람은 대 놓고 말은 못하고 있지만 위에 나열한 것들을 잘 지켜서 좋은 안수집사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안수집사 줘도 안합니다. ㅎㅎ 그래도 어지간하면 일요일날 교회가는 일 만큼은 꼬박꼬박 챙깁니다. 앞으로도 그럴꺼구요.

두가지 이유때문입니다. 그것은 종교생활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무의미한 것일 망정 최소한의 속박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입니다.

기독교인이 되기 이전부터 아내를 교회에 데려다 주는 일은 거르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김기사!
그 역할 만큼은 앞으로도 잘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정도는 당연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서너번은 스스로 정한 규칙도 어기고 김기사 역할까지 팽개칠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마다 괜시리
은화에 눈이 멀어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

간 밤에 눈비가 내리더군요.
그걸 보고 별일 있더라도 북한산엘 가겠다고 작심을 합니다.

꼭두새벽부터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는데 눈치를 채고 일어난 아내가
" 어제 다녀왔으면서 또 어딜 가실려고.. "
" 일년에 딱 한번 뿐인 기회인데, 총알같이 다녀와서 교회는 오후에 가면 안될까? "
그거 절대로 지키지 못할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잘아는 아내는 대답대신 퉁명스런 표정으로 컵라면 한개를 툭 던져 주네요.
" 오늘은 도시락은 없어, 알어서 김밥이라도 사가든지 말든지.."
" 아휴 당연하쥐! 나같은 넘, 굶어도 싸쥐~~ ㅋㅋ "


안개와 상고대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설경!
북한산 맞느냐구요?
예 북한산 맞습니다.

가롯유다의 은화 몇 닢은 껨도 안될만큼 강렬한 유혹의 정체입니다.


오전 9시경 부터 산행을 시작한 산성 입구 풍경입니다. 전에 보지 못한 눈쌓인 길을 기분 좋게 걸어갑니다.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어 지더군요.
" 사람! 이런 길 함께 걸으면 좀 좋아? "


대서문입니다.
눈에는 어떤 사물이든지 두세배는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마력이 숨겨져 있어요.


산성상가터에 조성된 전망데크에서 백운대를 올려다봅니다.
전선과 나무가지가 어지럽게 걸려있어 그닥 추천할 만한 풍광을 보여주는 곳은 아니지만 망원렌즈 덕분에 신령스런 설산 백운대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저 모습을 바인더로 보는데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콩닥콩닥'


상고대가 만발한 만경대!!
마음이 먼저 부리나케 산으로 달려갑니다.


백송에 둘러싸인 염초봉도 모처럼만의 백설잔치를 맞아서 곱게 단장을 했네요.
행궁지, 상원능선, 산성주능선 그리고 백운대로 향하는 코스를 염두에 두고 욌다가 만경대에 피어 있는 상고대를 보고 생각을 바꾸어 백운대를 향해 내 달립니다.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 금새라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조바심이 걸음을 더 재촉합니다.

서두르다보니 길을 잘못들어 열심히 원효봉길을 오르고 있네요. 한참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데 꼭 만원 한장 들어있는 지갑이라도 흘린것 처럼 얼마나 아깝든지요.


백운대 암문(위문)에 이르러 첨으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면서 배낭속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상고대는 짱짱하고 생생하게 저를 기다려주고 있네요. 얼마나 고맙든지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북한산에서 상고대를 몇 번 구경하긴 했지만 이토록 희고 풍성하게 핀 것은 첨입니다. 누군가 와 있을 것 같아서 두리번 거립니다. 일소일소님, 셜리님, 링컨님, 쉐난도님 같은 이런 풍경을 절대로 그냥 놓치는 법 없는 열혈 이웃님들이 꼭 주변에 있을 것 만 같았거든요.

거기서 만나면 까무러치게 반가웠을 텐데 하지만 그런 행운까지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혼자보기 정말 아까웠는데 말이죠.


천국의 계단
천국의 피라밋

정상으로 향하는데 산 아래에서 안개가 피어오릅니다.
당장은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금세 산을 덮어버릴 기세로 달려들고 있어서 애간장이 타들어갔습니다.
" 거기서 멈춰! "
이런 풍경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잖아요. 겨울이면 등장하는 흔한 상고대라지만 태백산도 덕유산도 소백산도 아닌 북한산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거죠.


안개가 덮어버리기전에 한 장면이라도 더 담기 위해 백운대 정상으로 향하는 걸음을 멈추고 사진찍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산아래선 무수한 교회들이 천국을 노래하겠지만 상고대 만발한 여기가 오늘은 천국이라는 사실을 알랑가 모르겠네요.


그러는 사이 안개는 이미 건너편 만경대 남쪽 산록까지 접수해 버렸습니다.


북한산의 설경을 덮어버린 안개와 진눈깨비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옅은 수묵화 같은 그런 모습은 시간이 갈 수 록 오히려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네요.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했습니다.


다행히 안개는 남쪽 산록에 머물고 있을 뿐 북쪽은 설산의 자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순백의 풍경속에는 마약 성분이라도 들어있는 걸까요.
보면 볼 수 록 황홀해집니다.
유난히 돋보이는 인수봉의 짙은 갈색과 흰 눈의 대비는 또 얼마나 아름답든지요.
안개옷을 벗고 포즈를 취해주는 저 산들... 여러분 여기는 북한산 입니다.

인수봉은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빼어난 자태를 자랑합니다.
특히 만경대 전망대나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단순미와 기품은 아무리 봐도 전혀 물리지가 않습니다.
그런 인수봉이 한 껏 치장을 조금은 들뜬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산은 지금 잔칫날이거든요.

백운대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설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요.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백운대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설경 한폭 한폭을 눈에 담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기적 처럼 하늘이 파랗게 열리고 있습니다.


대박입니다.
이렇게 풍성한 설화는 상고대에 눈이 엉겨서 만들어지는 희귀한 현상입니다.
게다가 파아란 하늘까지...
교회까지 땡땡이치고 달려온 제게 주신 너무 과분한 선물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ㅎㅎ
정상에 이르자 다시 심술궂은 안개가 온 산을 휘졌고 다니며 백설잔치에 훼방을 놓습니다.


그래도 이만해도 왠떡입니까.
저도 저 산꾼처럼 백운대에 머물면서 안개속에서 간간히 모습을 보여주는 북한산 설경에 흠뻑 빠져듭니다.


정상에 서면 당연히 내려가야겠지요.
그런데 사람의 어리석음은 영원히 정상에 머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지요.
정상에 있으면서도 잘 내려갈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야 훌륭한 지도자깜입니다.
그런사람 어디 없을까요?

아쉽고 아쉬웠지만 저도 백운대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오리가 잘 가라고 배웅을 하네요.
" 너라도 AI에 무탈하니 다행이다만..."

기온이 급상승합니다.
백운대 정상에 설치된 온도계가 영상 1도를 가르키고 있으니까요.
만경대 상고대 때깔도 첨 보다는 훨씬 떨어집니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눈가루들이 하늘 가득 반짝거리는 모습도 장관이네요.


짙은 안개를 헤치며 만경대 밴드길을 돌아서 용암문으로 향하는 길은 응달이라서 아직 상고대가 생생합니다. 백운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마다 상기된 표정을 상고대 앞에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현봉이 아스라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네요.
대남문과 더불어 한폭의 그림입니다.
보현봉에 걸린 안개가 조금만 더 벗겨졌으면 좋았으련만...

용암문 위쪽에 있는 성곽길에서 바라보는 용암봉과 인수봉, 곡성에서 바라보는 만경대 인수봉 그리고 노적봉이 그려내는 천공의 성 칼바위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성 주능선의 성곽과 백운대를 비롯한 주봉들의 위용과 더불어 시간이 허락한다면 상원능선에서 바라보는 지존의 모습까지 감상할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습니다. 모두 다 절정의 설경을 보여줄꺼라 기대되는 풍경들이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걷힐꺼라 예상했던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간간히 눈보라까지 날리고 있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용암문 위쪽 성곽에 이르렀을때 용암봉이 겨우 모습을 드러내 보였지만 하이타이로 빨아놓은 와이셔츠처럼 새하얀 백운대 설경과 달리 여기서는 어느새 빛 바랜 회색톤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산성 주능선의 설경이 잠깐 모습을 드러내었다가 사라집니다.

곡성에 도착해서는 아예 배낭을 내려 놓습니다.
이십명은 족히 될 등산객들이 더러는 사진을 찍고, 더러는 식사를 하고 있군요.
컵라면과 딱딱해진 떡 몇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고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낼때까지 무작정 기다립니다.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 하는 것이 느껴져 패딩까지 겹쳐 입었는데도 한기가 엄습합니다. 뜨거운 커피로 추위를 달래가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백운대에서 만났던 그런 순백의 풍경은 도무지 나타날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깔끔한 모습이 이 정도 입니다.
오히려 거친 질감의 펜 그림 처럼 보이는 동장대 방향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군요.
화려한 백운대 상고대 보다는 이런 묵직한 풍경이 훨씬 더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장면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한조각씩 떼어서 갈무리해두었습니다.


안개속에서 애간장을 태우던 천공의 성도 이런 장면 언제 또 보랴 싶어 세조각 잘라서 메모리 속에 고이 간직해 둡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칼바위 에서도 상원능선에서도 기대했던 풍경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대동문에서부터는 더 이상의 진행을 포기하고 산을 내려갑니다.


내려오다 보니 산영루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더군요.
공사장 펜스에 붙어 있는 옛 사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900년대 초에 담은 산영루 풍경입니다. 산영루를 배경으로 바위에 앉아있는 아이와 그 아래 검은 옷을 입은 외국인 신부의 모습의 대비가 무척이나 이채롭습니다. 볼수록 걸작입니다. 꼭 카메라와 렌즈 성능이 좋다하여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백년도 넘은 이 사진이 다시 한번 일깨워주네요.

산봉우리에 동장대가 보이는데, 당시 북한산은 땔감으로 쓰기 위해서 나무란 나무는 죄다 베어버렸기 때문에 사막이나 다름었다고 하는데 이 사진을 보니 정말 그렇네요. ㄴ 자 구조의 산영루만큼은 아름답습니다. 숭례문이나 광화문 같은 우를 답습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복원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품어봅니다.

기독교인이 일요일날 교회에 가야한다는 것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산은 제게 있어서 그 어떤 예배당 이상으로 신성한 예배공간입니다.
예수님도 절실한 기도를 위해서는 유대교 신전이 아닌 산을 자주 찾았다고 성경에 씌여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만큼 신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바이블이 어디있을까요.

이번 산행에서도 깊은 종교적 영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눈이 쌓인 산은 모든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에 더할나위 없이 고요해서 더 깊은 내면속으로 침잠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따금은 일요일에도 이렇게 예배당 대신 산을 찾을 것입니다.

***
이렇게 북한산 설경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으면서도 한편으론 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영동지방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 눈이 그만 내리기를, 그리고 설해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나종화 객원기자 )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 전재·복사·배포 허용
(*포털 다음 에 뉴스 송고)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독자의견쓰기
* 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 등 목적에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글은 수정할 수 없으며 삭제만 가능합니다.
제    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스팸방지            스팸글방지를 위해 빨간색 글자만 입력하세요!
    

 

  게시판모음

서울포스트
 
뉴스소개 | 광고제휴 | 이메일구독 | 공지알림 | 개인정보보호 | 기사제보

신문등록: 서울 아00174호[2006.2.16, 발행일:2005.12.23]. 발행인·편집인: 양기용.
서울시 중랑구 겸재로 49길 40. Tel: (02)433-4763. seoulpost@naver.com; seoulpostonline@kakao.com
Copyright ⓒ2005 The Seoul Post. Some rights reserved. 청소년보호책임자: 양기용.
서울포스트 자체기사는 상업목적외에 전재·복사·배포를 허용합니다.
Powered by Newsbuil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