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도 무너졌다
박근혜 후보가 투표에 이기고 개표에 진 이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선거사에 오랫동안 남을 후일담이 참 많다.
우선 1.5%차이(실질적으로는 0.04%, 여론조사 무시한다면 박근혜가 0.4% 승)의 승부는 빅2가 맞붙는 커다란 선거에서 좀체 나오지 않을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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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 (졌다고 해줘서) 고맙습니다. ◆ 박근혜 : 천만에요.(진것이 이길 것입니다.) ◆ 이재오 : ㅋㅋ (제들, 내가 저렇게 만들었데이.) ◆ 강재섭 : 놀고 있네. (원조는 나여..) |
두번째, 투표 결과를 제3자가 전달하는, '간접 또는 대리투표' 방식으로도 불리는 여론조사도 그것이어서 민주주의의 직접선거에 정면으로 반하는 도전이다. 특히 유령의 농간인 제3의 목소리 1인을 8표로 계상했다는 것과 응답자도 투표권 자격이 없는 경우의 수와 1인이 2(9)표 행사도 가능한 이 제도는 법질서를 능멸한 한나라당 자충수임에 틀림없다.
또한 조사시간(투표시간)을 고무줄처럼 즉흥해서 연장했다면 법과 민주주의를 엿장수 맘대로 농단한 꼴이다.
(한나라당 경선에 무서운 음모가 개입되었다는 간접증거들이 있다. 1인 여덟대가리 계산 방식은 경준위 몇 명 외에는 당원, 대의원, 지지자 등 누구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었고 홍보되지도 않았다. 넷상에 제목으로 남겨진 근거를 클릭하면 이미 그런 내용의 글은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삭제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독자들은 '한나라당의 여론조사 방법' 등등을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세번째, 기표용지의 촬영이 하달되었다면 '공개투표'로 역시 비밀투표를 보장하는 선거법의 위반이다. 어쩜 한나라당은 위 두어가지로 인하여 년말 노무현 종신대통령법이 공표되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번 한나라당 선거는 '가위 바위 보'나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불량질의 선거로 갈음함이 맞을 것 같다.
법은 일부한테만 평등하다더라
애초 이명박캠프와 박근혜캠프는 노장 대 신참 대결로 홀겨 먹기도 가능한 팀구성이었다.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이명박 팀은 당지도부와 담합 의혹까지 받으며 여론조사 규명 난맥성을 들어 경선방식에서 논쟁꺼리를 다른 데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제법 많은 논객들이 전화여론조사의 부당성을 수 차례 알렸지만 경준위는 전혀 문제없음 판정으로 시정에 주의조차 두지 않았다.
한편, 역시 낡은 보수주의자들이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 불알만 잡고 늘어진 것과 대조적으로 당과 이 캠프는 좌경화의 물꼬를 텄다. 이명박 후보의 승리는 똥된장 가리지 못하고 애국자라고 우쭐대었던 논객들의 지원에 힘입은 보수의 폐퇴요, 정치가의 몰락이자 장사꾼의 승리라 규정지을 수 있다. 특히 10년을 지루하게 보낸 인사들의 줄서기와 지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소탐대실한 도덕적 해이도 크나큰 몫을 해줬다.
정치의 정당논리와 경제의 장사논리는 전혀 다르다. 돈되면 마누라까지 팔아먹는다는 것이 장사꾼이라면 북핵과 김정일에 무조건적 혐오감을 보이던 보수주의자들이 이참에 처참히 망가져가는 꼴을 국민들은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당과 인적자원을 쇄신한다는 기치로 과거 열린우리당 탄생과 민주당 몰락과 같은 상황이 한나라당에도 조심스레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도 든다. 집권 시나리오 또한 결국 친노 비노의 전선이 뚜렷한 현 여권을 우군 삼아 김정일까지 포괄할 가능성이 있기에 노무현쪽을 지지하는 것이 더 빠르지않나 생각된다.
그 근거로 대북관에서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다([정책] 쓸 데 있거나 쓸 데 없거나 - 8.14일 자 참조). 12월 대선에는 북한(동포)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매우 크다. 여기에 친노의 이명박 죽이기가 계면이 깨지지 않고 지루한 공방만 계속될 경우, 경쟁적으로 북한 껴안기를 하다가 민족 대화합 차원에서 공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박근혜는 그간 충분히 아름다웠다
박근혜는 경선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했다. 최고의 이미지를 들어 그의 주가가 하늘을 찌른다. 이대로 가서 차기에는 틀림없다는 얘기를 늘어 놓지만 5년후 상황은 김정일이 대통령 될지도 모를 일이다.
승자 입장으로는 박근혜가 더 없이 아름다워 상대 캠프는 벌써 화합하겠다는 악수하는 모습의 사진을 서둘러 내걸었다. 승복하겠다는 말에 책임지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선대본부장도, 승리후 총리자리도 제시했다. 이러한 제의를 수락한 순간 향후 박근혜의 정치적 입지는 어떻게 될까. 더군다나 그가 돕는다고해서 년말에 승리하라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박근혜는 어쩜 상황을 충분히 통찰하지 못한 섣부른 항복문서만 읽었을 수 있다. 낭독 이전에 초긴장했던 당지도부가 의외로 쉽게 받아들인 박근혜를 침이 마르도록 칭송한 것도 경선룰이 승복에 턱없이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남음이다. 이것이 백의종군이라는 말을 한 박근혜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흰색은 이별자에는 슬픔을, 천사에게는 순수를, 패자에게는 항복을, 신부에게는 풍요를 뜻한다. 이제 그가 어떤 모습의 흰옷을 입고 나타날까 기다려질 뿐이다.
◈ 필자의 몇 가지 고백
항간에 오르내린 필자의 학력 '고대' 출신은 사실 무근이며, 그렇게 쓰거나 말 한 적도 없습니다. '조대'다녔다는 말이 와전되었거나 '고대' 출신 사촌과 혼돈된 상황임을 알려 드립니다.
양기용(梁奇龍) 1960.3.3(양). 전남 보성남초,중. 경북 (왕립)금오공고. 조선대 기계공학과 수학. 방통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상무대 보병학교 중사. 수협중앙회(은행). 서울포스트 발행인. 다향(茶香) 대표. 녹색회 자문위원. 실용정책연대 사무국장. 단편 '지상에서'외 다수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