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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영종도(용유도)에서 만난 안개 낀 을왕리 해수욕장의 진풍경
 양기용 기자 (발행일: 2017/05/01 21:17:39)

[탐사] 영종도(용유도)의 진풍경 - 을왕리 해수욕장 의 안개주의보
-SPn 서울포스트, (마이 네임 이스) 량기룡 기자


▲ 무의도, 소무의도를 갈려다가 을왕리해수욕장을 덮은 안개의 진풍경을 만나다.
ⓒ20170501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영종도(용유도)를 거쳐 잠진도(잠진항)에서 배타고 무의도,소무의도를 탐사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실미도도 그렇지만 소무의도는 섬 속의 섬 속의 섬 인 셈.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바다를 제방으로 막아 매립)에서 무의도를 거쳐 연륙교가 놓인 소무의도를 가는 코스 를 계획했다.

공항터미널에서 버스 를 기다리는데 기사아저씨가 안개 때문에 배가 뜨지 못하거나 가끔 가기에 차도 밀린다고 했다. 봄날 대낮에 도대체 얼마나 심각하면 안개주의보일까,는 생각에 강행할까 하다가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영종도(永宗島 옛 용유도 땅, 영종용유도)는 을왕리(乙旺里)해수욕장 뿐만 아니라 인근 전체가 마시안해수욕장,용유해수욕장,선녀바위해수욕장,왕산旺山해수욕장 등을 만들고 있다. 용유도(龍游島)는 글자 그대로 용이 노니는 섬이라고 한다. 무의도(舞衣島)는 선녀가 춤을 추는 모양이라고 하고.. 햐, 거기 호랑이와 용이 산다는 호룡곡산(虎龍谷山)도 있으니 이거 보통은 아니다.

어차피 가는 길에 일기 상황은 보고 중간에 내릴 수 있는 길. 차길에서 아니나, 마을과 산을 휘감고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올들어 최고 기온인 탓이다. 몇 미터 앞을 보기 힘들었다. 영종도가 인천 중구 운남동으로 들어가고 저쪽이 운서동,백운산 등으로 봐 원래 안개나 구름(雲)이 많은 곳인가 보다.

한가롭게 해안도로를 거니는 힐링 을 생각했다가 졸지에 안개모래밭과 안개바다를 담았다. 갈 길을 종잡을 수 없는 해무(海霧) 속. 이렇게 흩날리는 것도 이거 흔치 않은 현상이다.

흑백의 수묵화랄까. 친구들, 연인들, 가족단위로 텐트 치고 갈매기와 함께한 그 사람들, 멀리 썰물 바다길을 거니는 사람들이 몽환 속 같은 이색 풍경이 돼 주었다.

안개 걷혀 좋은 전망 내려보며 벌린 점심은 어찌 달든지!

(제목만 기억한 기형도 의 '안개'는 아래 기록으로.)







안개
- 기형도 -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을 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ㅇ 기형도 시인은 1960년 경기도 옹진군 연평도(옹진군은 1995년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행정구역 변경) 태어나, 5세때부터 요절한 1989년까지 경기도 시흥군 소하리(현 광명시 소하동)에서 살았다. 서울 중앙고, 연세대 정외과 졸업. 1984년 중앙일보 입사. 1989년 3월 종로 심야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뇌졸증.


▣ 본지 발행인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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