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은 봄이네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조셉, 오늘 여덟 시간 안에 일을 끝내줄 수 있겠어?"
힐끔 우편물의 양을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오케이, 브로.'
토요일, 일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습니다. 중간중간에 무거운 소포들이 좀 있긴 하지만, 이런 건 제겐 문제도 아닙니다. 우편물을 챙겨들고 거리로 나오니 온통 예쁜 것들이 거리 거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아침에 팟캐스트 몇 개 다운받아놓고 이걸 아이팟에 싱크로 하는 걸 잊어먹는 바람에 오늘은 간만에 종일 클래식 음악이나 듣자 하고 폴더를 열었습니다. 브람스, 말러, 파헬벨... 그렇게 우체부는 음악에 취해, 그리고 마치 가벼운 향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봄의 대기에 취해 길을 걸으며 우편물들에게 주인들을 찾아줍니다. 예, 이렇게 일을 하다보면 우편물 수취인에게 우편물을 갖다준다기보다는 각각의 우편물들에게 주인을 찾아준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점심을 먹으러 늘 찾아오는 15가 스타벅스로 찾아들어왔습니다. 항상 웃어주는 바리스타 아가씨가 제 머그에 남은 커피의 양을 보더니 굳이 돈을 받지 않겠다 하며 빈 공간을 따뜻한, 새로 내린 커피로 채워줍니다. 고마운 웃음. 아가씨는 제게 윙크를 살짝 해 줍니다. 봄은 봄인가봅니다.
어제부터 반바지를 꺼내어 입었습니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고, 정오가 되기 전까지는 가디건도 입고 다녀야 하지만, 긴바지를 입고 일하면 땀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살짝 기지개를 켜는가 하더니 어느새 성큼 자라 저와 함께 토요일의 시애틀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그냥 예쁜 것들을 많이 눈에 담을 수 있는 제 직업이 좋습니다.
요즘은 제가 일하는 곳의 강아지들과 사귀느라, 그것도 꽤 재밌습니다. 우리집에 와 있는 부모님 집 강아지 용이 때문에 강아지 스낵을 몇 종류 샀는데, 이 나이드시고 까다로우신 개상전께서는 안 드시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아예 제 라우트에서 동네 강아지들에게 조금조금씩 나눠 주고, 제 얼굴과 냄새를 익히게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꼬리를 바람개비처럼 팔랑거리며 저를 맞는 강아지들이 꽤 많이 늘었습니다.
제 봄은, 그 이름이 주는 어감만큼이나 예쁩니다. 때로 이 봄의 주말, 저는 꽃향기에 와인 향기를 섞어보기도 합니다. 하하. 벚꽃이 떨어진 자리엔 튤립들이 찾아와 예쁜 자태를 뽐냅니다.
압니다. 어떤 분들에겐 참 힘든 시간인것을. 그러나 바래봅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길.
시애틀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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