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행] 3편 -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을 이끄는 힘의 원천은?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지역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심장부는 정부종합청사와 경복궁과 청와대가 자리 잡고 있는 광화문 일대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중국 심장부는 자금성과 인민대회장과 마오쩌뚱 기념관이 있는 천안문 광장이구요. 그 천안문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 와 드뎌 대륙의 중심에 서게 되는구나. ’ 이 촌놈 감개무량하여 광장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그만 일행을 놓치고 말았답니다. ㅎㅎ
천안문 광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보안검색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야 합니다. 200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긴 줄입니다.
요즘 중국 주요 유적지나 기관에 들어갈때 마다 겪어야하는 진풍경이지만, 여기는 다른 곳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경계가 삼엄합니다. 우리같은 외국인 출입자를 지켜보는 공안의 눈초리도 여간 매섭지가 않습니다. 최근 빈번한 위구르 급진 이슬람 세력들의 테러 때문이라 하지만, 제게는 이런 모습이 일취월장하는 중국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처럼 여겨졌습니다.
마침내 넓따란 도로를 건너 천안문 광장에 들어섰습니다. 동서 500m, 남북 800m, 총 면적 44만㎡ 세계 최대의 광장이라 하네요. 청나라때 자금성 천안문을 복구하면서 광장을 조성했는데, 1958년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거쳐 현재의 규모를 갖추었다고 합니다. 직접 보니 정말 대단합니다. 과거의 여의도 광장 두 배쯤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기가 죽을 정도는 아니구요. ^^
참 중국스럽구나 싶었습니다. 천안문 광장은 엄청난 군중을 동원한 대규모 집회나 각종 경축 행사를 개최하는 실용적인 목적외에도 세계인들에게는 중국의 힘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각인되어 외국인 여행자들이 반드시 들르는 관광지로 자리잡았습니다. 광장은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천안문 남쪽으로 쫙 펼쳐져 있는데요. 중앙에는 인민영웅기념비, 남쪽에는 마오 주석 기념당, 동쪽에는 중국혁명박물관과 중국역사박물관, 서쪽에는 인민대회당사 건물이 육중한 모습으로 광장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천안문 광장에 모인 인파의 절반은 공안이거나 제복을 입고 행진하는 인민해방군 그리고 경계의 눈초리를 번득이는 사복경찰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단적으로 중국이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에 대해 더 예민하다는 것을 반증 한다 하겠습니다.
같은 다민족국가인 아메리카합중국(USA)이 구성원의 자발적 필요에 의해 모아진 힘의 상향식 결집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를 형성하고 있다면, 반대로 중국은 파워 엘리트인 중국 공산당에 의한 하향식 통제를 통해서 국가를 유지하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의 중국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 못지 않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사상과 정치적 자유에 대해서만큼은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그러한 정치 체제를 공고하게 지켜 나가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을 비롯한 여타 독재정권처럼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민의 지지라는 토대위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은 역사상 어느때 보다 정치적 기반이 안정된 가운데, 유례가 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정을 위협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습니다. 당장 티벳과 위구르 같은 소수민족들의 분리독립 요구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다민족 연합체라 할 수 있는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있어서 이런 문제가 자칫 확산되고 힘을 얻게 된다면 구소비에트연방처럼 일거에 국가가 해체 되어 버리는 비운의 도화선이 될 수 도 있는것입니다.
또한 현재 중국의 정치 체계가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그것은 13억 인구라는 거대한 민심의 바다에 떠있는 한낱 조각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선동에 의해서 민심의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한다면 중국은 삽시간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버릴 수 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분리독립 움직임이나 반체제 운동에 대해서 만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인권유린국가라는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천안문 광장은 중국의 힘을 상징하는 장소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저항 움직임을 대내외적으로 표출해 보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토록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것은 이슬람 테러분자들로부터 방문객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불순 세력들의 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은 드려다 볼수록 흥미진진합니다. 중국만큼 다이내믹하고 독창적인 나라가 또 있을까요. 우선 이렇게 덩치 큰 나라가 한치의 빈틈없이 정교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덩샤오핑으로부터 현재의 시진핑 주석 까지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서 체제의 안정을 구축해 나가는 그들의 지도력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구요. 그래서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허접의 대명사로 불렸던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이끌어가는 명실공한 G2로 부상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을 이렇게 대단한 성장으로 이끈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중국공산당 총서기,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총 서기를 겸한 역대 최고 지도자들의 출중한 리더십 때문일까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중국에서 가장 막강한 인물인 것 만큼은 확실하지만, 중국의 최고 지도자의 영향력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의 그것에 비해서 결코 크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이끄는 힘이 꼭 최고 지도자 한사람으로 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결론 부터 말한다면 이 거대한 나라 중국을 움직이는 힘은 공산당 원로그룹이라는 머리와 공산당이라는 파워엘리트 그룹이라는 몸통으로 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중국 공산당을 살펴 보겠습니다. 공산당이라는 어휘가 우리나라사람들에게는 빨갱이 사상으로 무장된 경직된 또라이 집단 쯤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있는 그 공산당 개념과는 엄청나게 다르다는 점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명칭은 중국 공산당입니다만 그것은 중국을 끌고 가는 파워 엘리트 그룹을 통칭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의 집합체입니다. 이들은 오직 중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기 위한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된 조직입니다. 그리고 꾸준한 교육과 토론 그리고 활동을 통해 정치력을 키워나가는 한편, 맡은바 전문역량 배양하여 당.정.군 뿐만 아니라 학계와 경제계 문화계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이끌어가는 콘트롤 타워를 담당합니다.
중국 공산당 조직은 세분화, 전문화 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고 대단히 역동적이며 궁극적으로 세계의 중심으로서의 중국즉 '중화'를 이룩하기 위한 목표를 향해 일사 분란하게 움직입니다. 그들의 또 다른 특징은 인민 대중과 분리되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호흡한다는 점이며, 항상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중국의 파워 엘리트 그룹이라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또 하나의 힘은 과거에 당,정,군을 이끌었던 최고 지도자들로 이루어진 원로 그룹입니다. 중국의 지도부는 임기가 끝나면 과감하게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이로서 그들의 공식적인 임무는 끝난 것 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역할과 영향력은 계속 유지 됩니다.
중국의 최고위 지도부가 표면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공식기구에 의해서 선출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드려다보면 중국 특유의 학연과 지연이 만든 인맥 구조인 ‘관시’가 영향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공산당 내부에는 이런 '관시'에 의한 상해방, 태자당. 그리고 공청단, 칭화단, 석유단 같은 계파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원로 들은 각 계파의 수장으로서 상호경쟁속에서도 '중화'라는 대전제를 위해서 권력 투쟁을 지양하고 권력안배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완충지대로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를테면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상무위원과 주석의 선임에 있어서도 각 계파의 수장들이 대상자들의 명단을 놓고 몇날 몇일 열띤 토론과 막후협상를 통해서 인선을 하기 때문에 권력 이양 과정이 세계 어느나라 조용하고 자연스럽 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원로들과 최고 지도자들이 그려놓은 마스터플랜을 파워 엘리트인 공산당이 섬세하고 정밀하게 완성시켜 나가는 정치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향후 50년 이후까지 고려하여 짜여진 로드맵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착실하게 이행해 나가는 과정이 중국의 정치이구요.
그렇다면 공산당에 속하지 않는 95%의 중국의 인민들은 정치에서 완전히 소외 되어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공산당에 지원하여 파워엘리트 그룹의 일원이 될 수가 있으니까요. 까다롭고 엄격한 당원 선발절차를 통과 하여 당원들의 확고한 지지와 더불어 원로그룹으로 부터 능력을 인정 받을 정도가 된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중앙정치국원과 상무위원을 거쳐 중국 최고 지도자 주석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중국 인민은 공식적인 최고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의 대표자 즉 대의원으로 출마하거나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갖습니다. 예전에는 단수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 형식으로 대표자를 선발했지만 요즘은 복수 후보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 지고 있다고 하네요. 각 지역에서 직접 선거를 통한 하위 인민 대표를 선출하고 다시 그들에 의해 약 3000명의 전국 인민 대표자를 선출하여 전국인민대표자대회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점차로 인민대표 선출 방식에 있어서 참정권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이 구조가 계속 유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민대표의 70%가 중국 공산당소속으로 전인대는 중국 공산당에 의한 일당지도체제에 대한 명분을 확립시켜 주는 역할에 국한 된다고 봐야겠지요. 실질적인 중국의 통치기구는 중국공산당에 의해서 선출된 중앙위원회를 통해서 중앙정치국원 24명이 선발되고 이들에 의해서 중국의 최고 핵심 권력 기구인 7~8명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됩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중국은 7명의 상무위원에 의한 집단 지도체제에 의하여 움직여 진다고 보면 됩니다. 주석은 이들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구요.
그런데 시진핑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이러한 권력지형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상무위원 혹은 정치국원 반열의 보시라이에 이어 저우융캉을 비롯한 고위 인사 50여명을 비리 혐의로 축출하는 혁명적인 숙청을 단행중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원로 그룹들의 지지 또는 묵인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 역시 공산당 지도부와 군부의 부패가 한계를 넘고 있어 중국을 뿌리채 흔들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자기살을 도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더욱 공고한 정치적 기반을 다진 시진핑 주석이 개혁과 부패척결 그리고 경제성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다면 중국은 권력의 도덕성까지 갖춘 강력한 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낙관론만 펼치기에는 중국의 앞날은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중국을 뒤흔들 수 있는 가장 큰 불안요인은 경제성장의 그늘가려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 인민들이 품고 있는 불만과 부의 편중에 따른 박탈감입니다. 만약 중국 정부가 이를 슬기롭게 해소하지 못한 다면 그 이후에 전개될 사태는 전혀 예측할 수 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중국정부에게 지지를 보내는 13억 인구가 정부에 대해서 실망하고 등을 돌리게 된다면 중국은 곧장 미증유의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구요.
하지만 저는 현 시진핑 정권을 포함한 향후 중국 지도부가 반드시 대다수의 인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낼 것이고 그것을 통해 이를 잘 극복해 나갈 것으로 낙관합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 지도부가 보여준 고도의 유연성이 여기에서 다시 발휘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남한과 막대한 교역과 인적교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통적인 우방인 북한의 입장을 우선시 하는 한반도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 이후, 중국의 한반도 중심이 남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또한 중국 지도부의 유연한 실용주의 노선의 한 단면으로, 중국의 이런 정책전환은 향후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드디어 광장을 가로질러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천안문과 마주섰습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을 안정시킨다는 뜻을 갖고 있는 천안문은 1420년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가 자금성을 축성할 당시 황궁의 남쪽 정문으로 세워졌는데 이자성난때 소실된 것을 1651년에 다시 복구한 이후 여러 차례 증.개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대국으로서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물 답게 진짜 크긴 크네요. 우리나라 광화문 10배? 천안문을 보면서 문화적 열등감을 느꼈다고 하는 이들도 있던데, 제가 볼땐 천안문은 메이드인 차이나처럼 생겼고 광화문은 메이드인 코리아처럼 생긴것 같습니다.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천안문 앞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만세(中华人民共和国万岁)'과 '세계인민대단결만세 (世界人民大团结万岁) 거기다가 마오쩌뚱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대 놓고 표방하는 것이며, 현재의 중국의 마오의 중국과 사실상 별개의 체제나 마찬가지지만 그럼에도 마오쩌뚱을 오늘날 중국을 만든 국부로 추앙하는 것에 중국인 특유의 역사 인식을 드러나 있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와 인권 모든 면에서 선진화된 국가로 거듭 발전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 되어야 우리 한반도 평화와 통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안문 광장을 떠나 발걸음을 자금성으로 옮기면서 문득 ‘나비효과’를 떠올렸습니다. 천안문광장을 날아다니는 나비 날개에서 일어난 바람이 이순신 장군이 서 계시는 광화문 광장에 평화통일의 훈풍으로 불어주기를 기원하면서 말입니다.
▲ 광장을 행진하는 군인들
▲ 인민영웅 기념비
▲ 전국인민대표자대회장
▲ 중국의 공식적인 최고 권력기관인 전인대 회의장
▲ 천안문 광장 동쪽, 중국 역사 박물관
▲ 천안문
▲ 마오쩌뚱 기념관, 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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