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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여행] 크루즈 여행 2-3일째, 드디어 땅을 처음 밟다
 권종상 자유기고가 (발행일: 2014/08/10 19:32:35)

[알래스카여행] 크루즈 여행 2-3일째, 드디어 땅을 처음 밟다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이모, 이모부를 모시고 배 안의 극장에서 가수 바비 브룩스 윌슨의 공연을 봤습니다. 작고한 잭키 윌슨의 아들인 그는 온갖 화려한 무대 매너로 공연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 주었는데, 크루즈 둘째날의 하이라이트는 이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새벽엔 근육운동을 했지만 다른 운동기구들, 특히 유산소 운동 기구들은 모두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서 일단 배의 선수 최상부에 가까이 있는 체육관에 오후에 다시 달리기를 위해 가야만 했습니다. 달리기도 달려야 하는 것이, 워낙 먹을 것이 풍성하다보니 이것저것 손을 대게 되고, 그러다보니 저녁의 정찬에서는 못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사실 일 할 때 운동을 거의 못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아직 한국에 계실 때는 우리 개상전(?) 때문이기도 했지만, 매일 매일 거의 ‘무슨 일인가가’ 생겼던 듯 합니다. 어떤 날들은 정말 일을 너무 많이 하기도 하고.


어쨌든 열시 반 쯤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한 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제 방은 선수에 가장 가까운 쪽이어서 그런지 핏칭이 느껴져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월호 생각을 자꾸 해서인지 마음도 조금 심난했던 것도 사실이고. 잠이 안 와서 한밤중의 배 안을 돌아다녔는데,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캡틴, 즉 배의 선장이 나와서 인사하고 이른바 ‘샴페인 폭포’ 행사가 있는 날이었는데,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좁은 샴페인 글래스가 아니라 폭이 넓은 파티용 샴페인 글래스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맨 꼭대기에 샴페인(이라고는 그들도 말하지만 사실 이미 내용물은 손님들에게 서브할 글래스에 다 비우고, 병 속엔 물감을 풀은 물을 이미 넣어 놓은)을 부으면 그것이 아래로 아래로 넘쳐 차게 됩니다. 그 짓(?)을 하는 것을 사진을 일일이 찍는데, 이게 재밌겠다고 참가해 가족들과 샴페인을 따르게 되면 그것을 크루즈 선사 직원이 일일이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은 결국 승객들이 사게 되어 있지요. 기념품으로라도.

크루즈 여행이라는 것이 원래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되 돈을 만들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승객들의 돈을 알게 모르게 갈취(?)하는 여행이긴 한데, 저도 이미 이 빠르지도 않은 인터넷을 쓰느라, 그나마 조금 단가를 아껴 쓰겠다고 70달러 가까운 돈을 썼고, 여기에 이틀동안 와인 코키지로 매 병마다 15달러씩 30달러를 썼습니다. 앞으로 두 병을 더 열어야 하니 코키지만 해도 총 60달러를 쓰게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음료로 물, 홍차, 커피와 오렌지 쥬스 등 쥬스류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소다팝이나 에스프레소, 특히 칵테일 음료는 당연히 돈을 따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 안에서 시키는 와인의 가격은 와인쟁이가 보기엔 늘 황당하지만, 이게 또 그들의 영업 전략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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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크루즈 여행 세째 날 아침. 알래스카의 케치칸이라고 하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미국에서 25년 살면서 처음으로 알래스카 땅을 밟아보는 것입니다.

내내 망망대해를 달려오던 배가 드디어 항구에 선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배는 좁다란 수도를 따라 케치칸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현지인에게 물어보아 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맥도널드 햄버거 집이 있다는 걸 알고 기뻐했습니다. 맥도널드는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그 느려터진 배의 인터넷이 아니라 좀 '정상적인'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기뻐서 얼른 하선해서 씩씩하게 배낭을 매고 걸어왔습니다.

아... 저 건너편에 우편물 트럭이 보이네요. 제가 쓰는 것과 같은... 아무튼 이 포구 도시는 맥도널드까지 걸어가는 동안 어촌의 내음을 후욱 끼쳐 줍니다. 맥도널드 햄버거가 25분 떨어져 있다고 겁을 주던 선물 가게 아가씨의 말과는 달리, 아마 제가 다리가 좀 길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15분도 채 안 되어 저는 배에서 가장 가까운 맥도널드 햄버거로 걸어들어와 지금 이렇게 '정상적인' 인터넷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내와 연락이 되지 않았었는데 당장 카톡 때려야겠습니다.

지난번 크루즈 할 때도 느낀 거지만, 인터넷은 중독성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은 관계에 대한 중독성이기도 한 듯 합니다. 일종의 주책이랄까요, 아니면 친화력이랄까요? 배 안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이모, 이모부와의 참 오랜만의 대화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아내와 아이들이 지금 떨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인터넷으로 늘상 대하던 벗들과의 만남이 단절되어 있다는 상황에 대한 것들, 뭐 이런 것들일 겁니다.

일단 여행 사진 중에서 일부를 추려 올리는 것으로서 보고를 갈음합니다. 또 시간 나는대로 포스팅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여행은 많은 서정을 낳고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지금 당장은 두서없을 수 밖에 없는 듯 하네요. 하하. (2014/08/06)

알래스카의 작은 항구, 케치칸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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