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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 진달래 축제와 함께 혈구산.퇴모산 환종주산행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4/04/19 23:36:50)

[고려산] 진달래 축제와 함께 혈구산.퇴모산 환종주산행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진달래 만발한 고려산기슭 저 너머 안개속에 아련히 떠있는 섬이 이 사진의 주인공입니다. ⓒ20140400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고려산 진달래축제는 19일부터 시작되지만 진달래가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자연의 축제는 이미 무르익고 있습니다.
고려산, 혈구산, 퇴모산, 낙조봉 햇볕 잘드는 산기슭마다 꽃 사태.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선 꽃불이 타오르네요.
지금 강화도엔 꽃 난리가 났습니다.

고려산으로 꽃 구경 가시려거든 등산화끈 꽉 매고 배낭 든든히 챙겨서 고려산과 이웃한 혈구산, 퇴모산까지 아우르는 환종주 산행을 산행을 권해드립니다. 무려 15km 나 되는 산길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눈부신 진달래꽃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산과 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강화도의 풍경에 취해 훠이 훠이 걷다 보면 그리 힘들진 않습니다.

2014년 4월 12일 토요일
제가 그 길을 먼저 다녀왔습니다.


■산행거리 : 15 km
■산행시간 : 총 6 시간 40분 소요

6시 집을 나섰습니다.
해가 많이 길어졌는지 그 시간에도 환 하네요.
실은 5 시쯤 출발하여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나 혈구산 정상에 늦어도 6시 반쯤엔 도착해서 해가 뜨기를 기다릴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어나보니 하늘이 절대로 문을 열지 않겠다는 듯 입을 꽉 다물고 계셔서 천천히 준비해서 느긋하게 출발을 한 겁니다.

​6시 50분 고비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열 대여섯대의 차가 갓길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진달래 위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메모리에 가득 채우려는 열혈 진사들이 남긴 흔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은 여전히 입을 앙 하고 다물고 계시네요.
전 사진가가 아니니 신선한 아침 공기를 폐부에 가득 채우며 산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비고개에서 한달음에 ​혈구산이나 고려산으로 내쳐 오를 생각을 접고 링컨님과 들꽃향기님이 일러준대로 고천리로 내려갔습니다. 마을에 도착했으나 물어볼 사람도 없고 어디에서 시작할지 막막하더군요. 산세를 대충 머리속에 익힌 다음 ​삼별초 야영장앞 논에 마련된 진달래 축제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곧장 알바를 감행하여 산기슭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조금 들어가니 잘 조성된 야영장이 나타나네요. 그리고 야영장이 끝나는 지점에 산으로 향하는 길이 있을 꺼라는 짐작이 그대로 맞아떨어져 얼마나 기분이 좋든지요. 계속 따라가면 퇴모산과 연결되는 능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제 1 구간 : 사색의 심지를 태우는 꽃불 고천리 임도 - 혈구산 3 봉 - 혈구산 - 퇴모산
1시간 40분 소요. 거리 3.3 km

길도 순하고 소나무 갈비가 두텁게 쌓여있어 양탄자 위를 걷는 것 처럼 기분은 좋았지만 ​길을 제대로 잡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초행길이 주는 특유의 불안감과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
울창한 소나무숲이 계속 이어지면서 산세를 살펴볼 수 가 없었습니다.
자칫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계힉에 차질이 생길까 싶어 걱정이 앞섰는데 만약 그리 된다 하여도 오늘 일진이려니 하고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이른 아침의 숲 길이 주는 생소함을 실컷 즐기기로 맘을 먹었더니 편안해지네요. 하지만 방금 지나간것 처럼 선명한 멧돼지 발자국이 ​길을 따라 계속 나 있었고 길섶에서 놀란 고라니가 두번씩이나 튀어나오는 바람에 손에 땀이 잡히더라구요.

마침내 약간 조망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외포리에서 퇴모산으로 이어지는 혈구산 주능선이 아니라 ​고천리에서 제 3 봉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걷고 있더라구요.
어쨋든 다행이지만, 조천리, 퇴모산, 혈구산 이렇게 이어질 꺼라는 짐작은 여지 없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쌩판 모르는 산에 오면서 루트파인딩을 제대로 안하고 온 것은 큰 실수입니다.

홀로 산행을 할때마다 느끼는 것은 긴장이 빠져 나가면 온갖 상념이 그 자리를 채우더라는 겁니다.
이번에도 길을 찾고난 다음 긴장이 풀리고, 오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구요. ' 이런 지랄 ~~'
​
먼저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 다음 생각을 멈추고 오직 걷는 그 순간만을 붙들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혈구산과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출력해간 등산 지도에 3 봉이라 표기된 고지에 도착했습니다.
고도는 약 400미터 입니다. ( 저는 트랭글 고도에서 약 20미터를 차감합니다. )
​
혈구봉이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생각보다는 훨씬 더 화려했고 선홍색 바디라인이 섹시해 보였습니다. ^^
​
도넛을 꺼내서 커피와 함께 먹으며 혈구산을 찬찬히 음미합니다.
고려산이 성형미인이라면 혈구산은 자연미인입니다.
​
말이 필요없습니다.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제가 보긴 그래요. ​
3봉은 그런 혈구산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터 입니다.

▲ 선홍색 꽃사태 속에서 독야백백 하얀산벗이 멋진 포인트를 주는 군요.


[혈구( 穴口)산​]

퀴즈! 강하도의 주산은?

말이 필요없이 마니산이쥐!! ㅋㅋ X
그럼 고려산 X
혈구산 O
강화도의 옛 이름 혈구진이었다네요.
혈구산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강화도의 주산이라는 의미입니다.
풍수지리에서 혈이란 기가 매듭을 짓는 곳을 말합니다.
혈구( 穴口 )라는 것은 애기들 정수리에 숨구멍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우리 한반도의 혈구?

분명 평범한 산은 아닙니다. 마니산과 고려산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강화도 산들의 장형다운 포스가 느껴지는 혈구산입니다. 혈구산 일출! 오늘은 포기했지만 가을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네요.

제 2 구간 : 가슴에 불을 지르는 선홍색 혼불 퇴모산-3봉 -고비고개 -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일원
2시간 40분 소요. 거리 5.6 km
​
안내 산악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외포리를 출발하여 퇴모산과 혈구산을 거쳐 고려산, 낙조봉, 적석사 이렇게 종주하는 코스를 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퇴모산까지 같다가 다시 후퇴!!
​
옛날에 저 처럼 이 봉우리에서 후퇴한 사람이 윳놀이 판에서 애써 얻은 모를 뒤로 물린 것 같다 하여 '퇴모'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얼토당토 않은 해석을 하면서 혼자 빙그레 웃었습니다.

▲ 퇴모산에서 바라본 혈구산, 강화의 주산다운 포스가 물씬 풍깁니다.
▲ 날이 좀 더 밝아지면서 혈구산 진달래가 제대로 된 때깔을 드러냅니다. 아~ 날씨만.

참 희안한 것은 같은 길인데도 들어갈때와 나올때 경치가 서로 딴판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걸음을 멈추고 다시 혈구산 진달래를 감상합니다.

고비고개에서 혈구산으로 향하려면 세개의 봉우리를 거쳐야 하는데 지도상엔 1.2.3봉으로 표시되어 있네요. 그 봉우리들을 거꾸로 넘어갑니다.
​
오전 10시
고비고개엔 차들이 노변을 빼곡이 채우고 있네요.
예년보다 일찍 핀 진달래꽃과 밀려드는 관광객에 놀란 지자체에서 부랴부랴 천막을 치는 모습도 보입니다.

▲ 고비고개에서 고려산을 향해서 전속력! 중간에 하나뿐인 조망터인데 그래도 여기선 찰칵 해주는 것이 예의!
▲ 유명 탤랜트 같은 느낌을 주는 고려산이지만 식상하기 보담 언제 봐도 예쁘네요.

지난주에 이어 다시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로 향합니다.
고비고개에서 시작되는 이 길도 등산객으로 북적입니다.
그 소란스러움을 피해 속도를 내다보니 금새 고려산 헬기장에 도착합니다. ​
일찍온 행락객들이 이미 헬리포트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아직은 한산합니다.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벌써 식사를 하고 있네요.
먹기 위해 산을 다닌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
우선 백련사 방향 7부 능선에 있는 첫 번째 전망대로 내려갑니다.
거기가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뷰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 굽이굽이 흘러가는 수로와 진달래능선을 어떻게 엮어보려 했는데 모니터에 띄워보니 과욕이었네요.
▲ 오히려 진달래 군락지 한 가운데 서있는 남녀가 훨씬 더 자연스러웠네요.
▲ 녹음과 진달래의 조화가 눈길을 끄네요. 인파에 밀려가는 도중 얼른 한컷!
▲ 겉과 속이 다르지만 다 아름답습니다.
​
11시경 부터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행락객이 밀려드네요.
​꼭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 같았어요. ​
사람에겐 꽃에 대한 본능적 갈망이 있는것 같습니다.
수 만년전 네안데르타인도 꽃다발과 함께 매장했다는 다큐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바닥이 그냥 앉아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정비된 우레탄재질의 고려산 헬리포트는 ​이미 거대한 식당으로 바뀌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온터라 저도 속은 출출했지만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아 서둘러서 그곳을 벗어났습니다.

▲ 이쁘죠? 행락객들이 가장 열광하는 모습입니다.
▲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약간 어지럽기도 하고, 흥분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꽃 멀미라 하나요?

제 3 구간 : 진달래 빛으로 물든 소박함이 주는 아름다움 고려산진달래 군락지-낙조봉-암봉-고려사- 둘레길-고천리 주차장
2시간 20분 소요. 거리 6.1 km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가 안겨주는 흥분과 소란스러움을 뒤로하고 낙조봉으로 향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길도 완만하고, 비교적 한산하여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토닥토닥 걷습니다.
이것이 바로 홀로산행의 묘미입니다.

​
저는 어둔 숲속에 핀 진달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짙은 어둠끝에서 만나는 환한 불빛처럼 반갑습니다.
그래서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가슴에 희망의 등불이 켜지는 것 같고 쪼그라들고 퇴화된 사랑이 다시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낙조봉에서 미꾸지 고개로 넘어가는 암봉 바위 틈마다 무더기로 핀 진달래가 길손을 부릅니다.

낙조봉에서 점심을 먹을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쉴만한 곳은 한무리의 단체 등산객들이 죄다 점령해 버렸네요.

건너편 암봉을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고려산을 대여섯번 둘러보는 동안 ​여기에서 적석사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탓에 미꾸지 고개로 연결 되는 저 바위 봉우리엔 한번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
이번에는 맘먹고 찾아가려던 곳이라서 기왕에 여기까지 온것 거기서 밥을 먹을 작정으로 주린배를 안고 건너갑니다.

옴팍진곳에 혼자 앉기 좋은 편평한 바위가 있어 거기다가 독상을 차렸습니다.
​등산화까지 벗고 떡 하고 앉아보니 경치 하나는 죽여 줍니다.
내가 저수지며, 건너편 암봉 바위를 분홍색으로 물들인 진달래가 그리는 풍경도 맛있는 반찬 역할을 해줍니다.
밥 한술 떠먹고 경치 한번 바라보고...ㅎㅎ​
​
전 혼자 먹는 밥 정말 싫지만 오늘은 꿀맛이네요.
혼자서 집귀신 노릇하고 있을 아내가 갑자기 그리워집니다.
이렇게 좋은데서 먹다보니 미안해서요. ㅎㅎ

이거 좀 민감한 얘기인데 그냥 재미삼아 흘려 들으세요.

제가 있는 자리에서 5 미터쯤 떨어진 곳을 찾아온 중년 남녀가 멋있다며 탄성을 지르더니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서 그들 역시 밥상을 펴더라구요.
​
대화내용이 워낙에 껄쩍지근해서
아놔! 쩝~~~
그들과 제가 있는 곳 중간에 바위가 가로막고 있어 서로 잘 보이진 않지만 말하는 소리는 또렷하게 들리네요.

" 자기 줄려고 숨겨놓았다가 가져왔어. 우리 남편도 안줬어. "
​" 우왕! 맛있다. "
" 있자나. 이거는 정력에 무쟈게 조타네 ㅋㅋ "
무슨 음식인지 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음.
​
엥? 뭥미!
저들은 부부가 아니었군요.
제가 듣고 있는 것을 모르는지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막 쏟아내는데 너무 민망해서 인기척을 내서 중단 시킬까 하다가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대화를 바탕으로 추론해보면 작년 년말에 남자가 가입되 있는 동갑 카페에 여자가 새롭게 얼굴을 내밉니다.
첨 본 순간 남자는 '넌 내꺼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여자도 어색해 할때 각별히 챙겨주는 남자가 좋았답니다.
그리고 3월 부터 두 사람은 오붓한 산행 데이트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일이 바뻐서 출근한다는 핑게로 나온 남자는 먹을것도 재대로 챙겨오지 못했다네요.
평소에 자신은 산행을 좋아하지만 남편은 산에 가는 걸 즐기지 않기 때문에 여자는 맘 편하게 나올 수 있었답니다. ​

마침내 두 사람이 어디까지 갔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멘트들이 쏟아지는데 괜시리 제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구요.

" 한편으론 무지 불안한데 난 요즘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서 행복해. " 여자
​" 20대로 돌아간 것 같아, 만나고 돌아서면 자기가 너무 보고 싶구. " 남자

각자 배우자가 있는 그들이 사랑을 불태우는 것?
당연히 불륜이죠.
불륜이란 사전적 의미로 윤리에서 벗어나있다는 뜻이구요.
실정법에서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네요.
그리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어쨋거나 그것도 사랑일테니까요.
​
우리나라 4~50대 중년들 태어나서 지금까지 앞뒤 바라볼 겨를 없이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고 여자가 남자를 만났을지는 모르지만 가슴 뜨거운 로맨스 한번 경험해보지 못하고 결혼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중년에 들어와 삶의 속도가 늦어지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는데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존재감이 별로입니다.
​
우연히 카페에 가입하게 되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인터넷 공간 특유의 익명성은 이성친구들과도 이토록 스스럼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마침내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대상을 만나 환상으로만 품고 있던 로맨스를 시작합니다.

당신이 그들이라면 너무 자책하지는 마십시오.
당신이 떳떳하다 하여도 비난하지도 마십시오.
​이 세상에 그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
​두 연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용기가 없다면 절대 따라 해서는 않됩니다. ㅎㅎ
단언컨데 중년의 로맨스 그 환타지 공간의 바닥은 어디나 얇은 유리입니다. 겨우 두사람의 체중을 버틸만큼 얇은 그러다 자칫 발을 조금만 잘못 딛으면​ 와장창 깨집니다. 그럴 경우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하게 될지는 떨어져 봐야 압니다.
​
오해마십쇼. 제 경험이 아니라 지금까지 목격한 주변사람들이 그렇다는 거지요.
​
​식사가 끝난 후에도 커피를 마시며 낚시꾼인양 산 아래 내가 저수지에 마음을 툭 던져놓고 불안하게 얇은 유리위를 걷는 연인들이 먼저 자리를 뜨기를 기다립니다.

​그들이 떠난 것을 확인한 다음 저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건 예의 잖아요. 사람이 아닌 사랑에 대한...

암봉에 잠깐 들른 다음 적석사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내가저수지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을 살펴보니 길이있네요.
능선을 내려간 다음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차를 둔 고천리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감행합니다.
​
인생 모 있어.
산다는 것이 죄다 모험인걸..ㅎㅎ

▲ 고려사 경내로 들어가는 길 중앙이 암봉 오른편이 낙조봉.

능선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빨간리본과 함께 고려사 방향을 가르키는 팻말이 연달아 나타났습니다.

그곳을 따라 계속 내려갔더니 과연 고려사가 있었습니다.
옛 절터에 새롭게 조성된 절인듯 했습니다.
경내에 들어서니 개들이 맹렬하게 짓어대네요.
작업을 하고 계시던 비구니 스님께서 개들을 제지하면서 맑은 미소를 지어주시네요.
​
그분과 단 한 마디도 나누지는 않았지만 비구니 스님의 헤맑은 표정의 잔상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찾는이가 거의 없는 강원도 어느 작은 절집을 지나갔을때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스님과 너무 대조되어서요. ​
​
고려사 진입로를 내려오면서 천리로 가는 지름길을 어떻게 찾아야할지 몰라서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침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농부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주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시네요.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한적한 시골길을 걸었습니다.

▲ 와 ~~ 심도학사가 여기 있었네요.
​
​그 길에서 심도학사를 만났습니다.
마음에 두고 있던 곳을 만나서 얼마나 반갑든지요.
​
심도학사는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에겐 많이 알려진 가르침과 수행. 명상 공간입니다.
​
서울대학교 철학과 출신의 길희성 선생이 운영하는 센터로서 기독교인이면서 불교학자인 그의 독특한 이력을 반영하 듯
여기서는 기독교인을 위한 불교강좌 불교인을 위한 기독교 강좌 그리고 [도덕경] [대학] [복음서]등 고전 읽기 강좌와 더불어 수행 프로그림을 제공합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는데 ​우연지않게 이 한적한 길에서 그 곳을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 그 옆엔 성광교회에서 운영하는 수도원도 있구요.

고려사에서 적석사 진입로 입구에 이르는 약 1.5 KM 남짓의 고려산 둘레길은 한적하고 고요하여 걷는 동안 저절로 명상에 이르게 만들어 주네요.
​
공교롭게도 고려산 남쪽 끝에는 사찰, 수행센터, 수도원등 이런 ​마음을 닦기위한 시설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네요. 그만큼 터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
우연하게 만난 초행길이 주는 느낌 너무 좋았습니다.
이 길의 가을 풍경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오후 2 시에 고천리 임시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장장 15 km의 환 종주산행은 대단원의 끝을 맺습니다.

이 환종주 코스 정말 맘에 드네요.
요즘 진달래 축제기간이라서 다소 혼잡할 테지만 충분히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어 강력히 추천합니다.

가시게 되거든 연무없는 쾌청한 날씨를 만나시기를 기원드리겠습니다.
아름다운 혈구산 진달래와 마음을 붉게 물들이는 고려산 진달 군락지 그리고 낙조봉과 암봉에서 바라보는 강화의 경관을 구경하시고 고려산 남쪽 자락을 감고 도는 한적한 시골길의 정취를 만끽하시길...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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