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젊은 산 군산오름(굴메)과 신령스런 안덕계곡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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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여행 - 젊은 산 군산오름(굴메)과 신령스런 안덕계곡 ⓒ20130725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우리나라에서 안목치수가 가장 큰 제주
제주시를 출발한 우리는 한라산 동쪽 기슭으로 난 길을 따라 남제주로 향합니다.
안목치수라는 말이 있지요?
주로 아파트를 고를 때 쓰는 말인데 같은 평수라도 구조에 따라 크기가 달리 보인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를테면 제주도의 실 평수는 11평 조차도 안되지만 눈으로 볼땐 99평인 강원도 보다 안목치수가 더 커 보입니다.
저는 제주의 가장 큰 매력으로 중산간부터 펼쳐진 대륙풍의 광활한 초원을 꼽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어디에도 이렇게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풍경은 없으니까요.
재빈짱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남제주로 가는 동안 자다가 깨다가 하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를 하염없이 감상합니다.
그런데 길옆 초원에 무수히 많은 소와 말이 풀을 뜯고 있는 장관이 보입니다.
" 재빈짱 잠깐 멈춰보세요. "
2 차선 간선도로에 갓길이 없어 거길 한참 지난 다음에야 길 옆에 있는 따란 공터에 차를 세웁니다.
그런데 소와 말들이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은 지나가 버렸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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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오름에서 들꽃향기의 점프샷을 담고 있는 바위, 이 명장면은 재빈짱 작품입니다. |
고대로 부터 제주는 말의 천국이었다
차를 멈춘 곳의 경치도 정말 좋았습니다. 아래 사진에 소개되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양의 오름 하며 이국풍의 저택과 초원 그리고 말들이 어울려 어디를 보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만큼 이야기가 많은 곳도 드물 것입니다. 고대로부터 고유한 문화가 숨쉬고 있었던 땅이니까요.
무엇보다 말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겠지요.
"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 라는 속담이 있듯이 제주는 그야말로 말의 천국입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신석기시대 그 이전부터 제주에 말이 있었답니다. 독자적인 국가였던 탐라국때도 말은 이웃나라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교역 품목중 하나였다네요. 고려시대때 원나라 군대가 제주에 주둔하게 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 변화는 제주 말에게도 나타나게 되지요. 왜냐하면 당시 제주에 몽고군만 들어온 것이 아니라 몽고 말들도 함께 들어왔으니까요.
그들은 초지가 풍부한 제주에 종마장을 설치하고 엄청나게 많은 말들을 가져와서 방목을 하게 됩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토종 제주말과 몽고말이 뒤섞였겠죠.
그래서 작고 숏다리이면서도 빠르고 강인한 특징을 가진 몽고말의 원형이 지금 몽고 초원에서 뛰어 놀고 있는 말보다 제주 조랑말에 더 많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책에서 한라산 산록에 있는 야생마를 잡아 허기를 달랬다는 내용을 읽은 적 있었는데 아메리카 대륙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야생마가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이번 제주여행을 하면서 제주에 말이 부쩍 늘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눈에 보이는 말이 다 승마용은 아닌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말고기가 그 정도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걸까요. 하여간 좀 의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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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이 말을 합니다. ' 서울넘 촌넘들 깝치지마, 말한테는 여그가 특별시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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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기에서 만난 오름인데 단순한 풍경이 가슴에 더 와 닿더군요. 날씨 때문에 사진이 흐릿해서 이모저모 조정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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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빨강지붕의 이태리풍 저택, 초원 그리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한마리 정말 그림이었습니다. |
군산(굴메)오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산 군사(굴메)오름
강쥐의 제주 사랑이 점점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제주에 숨어 있는 어지간한 비경들은 거의 다 꾀고 있더군요.
" 바위님 이번에 군산을 보게됩니다. 틀림없이 반할걸요? " 도착하기전 강쥐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군산이라는 곳이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제주에 군산이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었거든요.
하여간 저는 좋았습니다. 한 번도 못가본곳을 가게되도 설레이는데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던 곳을 가게 될 경우에는 짜릿한 전율이 가슴을 떨게 하거든요. 군산은 제게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드디어 군산에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동네 뒷산이나 다름 없었는데 올라갈 수 록 점점 시야가 넓어지면서 남제주의 아름다운 해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동쪽 중문에서 서쪽 산방산까지 바닷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좋아하는 중산간의 평원이 일망무제로 펼쳐져있고 그 끝에 한라산이 신령스럽게 솟아있다는데 제가 갔을땐 연무가 끼어있어 그런 풍경까지는 만나지 못했답니다. 평상시 군산이 보여주는 전망 반에 반도 안된다고 그곳을 소개한 강쥐가 더 아쉬워했습니다. 제주에 있는 오름중에서 전망이 좋기로는 군산오름과 다음에 만나게 될 송악산 오름이 쌍벽을 이룬다네요.
군산오름은 서기1007년 한라산에 화산분출이 있었는데 그때 생겨난 기생화산이라 합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산이 아닌가 싶네요. 군산오름이 이렇게 멋진곳이고 차로 7부 능선까지 오를 수 있어서 접근성도 매우 좋은데 탐방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닌가봐요. 제주에 가시게 되거든 군산오름은 꼭 들러 보세요.
강추입니다. ★★★★★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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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 저산이 그 유명한 산방산이구나. " 군산오름을 오르는데 누군가 일러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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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영! 하늘이 코발트색을 드러내며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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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남제주 해변, 여기 우리나라 맞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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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딱 노래가 생각나는 군산오름 정상 장면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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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아름다운 꽃보다 더 아름다운 동행들입니다. '날 찍어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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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리 내려다 보이는 작은 포구와 마을과 구릉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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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문 단지와 서귀포 풍경도 아련하게 펼쳐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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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라갈 땐 푸른하늘이 마음을 씻어주더니 내려갈 땐 시원한 바람이 땀을 씻어줍니다. 참 친절한 군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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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덕계곡은 용암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대한 협곡입니다. |
안덕계곡
안덕계곡 깊은 협곡을 걷다 보면 힐링은 저절로....
군산오름 남서쪽에 있는 안덕계곡 역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곳이었습니다.
이스타나 항공을 타고 왔는데 기내 잡지에 안덕계곡이 소개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이번 묻지마여행중에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에 꼽고 있었는데 군산오름에 딸려 있어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제주 하천은 사막 와디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한 시간이면 땅속으로 스며들어 말라버리는 특성을 가졌는데 안덕계곡엔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제주에는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협곡다운 협곡을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안덕계곡은 협곡이라는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군산오름에 차고 넘친 용암이 흘러 내려가면서 이토록 거대한 협곡을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갈 수 록 어둡고 음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왠지 신령스런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구요.
무려 300여종이 넘는 아열대 식물들이 꽉 들어찬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이곳에선 정령들이 갑자기 나타나 말을 건넨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인근 대정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던 추사 김정희 선생님도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을까요? 기회가 되면 추사선생님의 문집을 찾아 이곳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군요.
1990년대 초반까지도 안덕계곡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각광을 받았답니다. 왠지 낯익다 싶었는데 다녀와서 앨범을 들춰보니 신혼여행때 이곳을 다녀갔더라구요. 무려 3박 4일이나 제주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뭘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흐흐~~ 그래서 여행은 관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다른 볼꺼리가 많이 생기면서 안덕계곡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답니다.
요즘 여행의 대세가 비경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찾아다니며 힐링을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 트랜드에 따라서 찾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었는데 최근 '구가의 서'라는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네요.
힐링 하고 싶으세요? 안덕계곡은 군산오름과 함께 제주여행 목록에 꼭 집어 넣으세요.
그 대신 안단테 안단테!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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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치 다른 세계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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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한그루, 바위돌 하나에서도 생명의 기운이 듬뿍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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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신령스런 느낌이 드는 안덕계곡 입니다. |
기운이 불끈 솟게 만드는 안덕계곡을 떠나 중문 해변으로
한 때 무협지에 심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협지에는 절정의 고수들이 대게 강호에 나오기 전 이런 협곡에서 무공을 연마하는 장면이 단골로 등장하지요. 안덕계곡에 들어와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외부세계와 단절된 이곳엔 뭔가 더 깊은 정신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선 한 시간만 좌정하고 앉아 있어도 마음의 힘이 두배는 증폭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안덕계곡에 들어가게 되거든 되도록 천천히 걸으세요.
그러면 왠지 힘이 불끈 솟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겁니다. 옛날에 택시 기사분들이 신혼여행 온 신랑신부를 이리로 데려온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ㅎㅎㅎ
속세로 나와보니 잠시 멍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을 수습하고 이번엔 군산오름에서 내려다 보았던 아름다운 중문 해변으로 향합니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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