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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내 꽃도 사주시라
'꽃들' 1989 모시(천) 바탕에 수채화, 22 x 16cm, 그림엽서 모델
 양기용 기자 (발행일: 2007/09/16 14:52:56)

나도 한때 카메라를 메고 또 그림을 그려볼려는 때가 있었다.(...) 그림쟁이는 누드화가로, 사진쟁이는 누드사진가로, 그리고 인간의 옷깃이 자꾸 얇어지면 원시적으로 서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인간은 스스로를 소우주라 생각하며 최고의 아름다움을 인간 자체(예술적인 관조 대상으로는 육체)에 부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목소리다,라는 식으로. 결국 물적 대상은 변화의 단면을 순간적으로 허락하고 사라진다. 포착할려는 자연에 한계를 알아 차린 인간은 가장 안정적이고 손쉬운 예술적 대상을 인간의 육체에서 찾았다.
▲ '꽃들' 1989, 모시(천) 바탕에 수채화, 22x16cm, 그림엽서를 모델로 사용(바탕의 웨이브는 스캔 과정에서 이상임) ⓒ양기용 서울포스트
찾았다고 말하는, 찾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찾았다라는 체념으로서의 찾음이다. 이 시간에도 시간의 극한에 서 있는 누드모델이 있을 것이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제단벽화 - 최후의 심판'도 나체들의 외설스러움을 들어 목욕탕이나 술집에 걸어라는 혹평이 있었다고 한다.(...) 이참에 나도 특정인 그림만 사주지 말고 내 꽃그림도 사달라,고 데모한다.(...) 경매 시초가는 100억원이다.



뉴스를 열어보니 신정아 누드사진이 푱푱 돌아 다녔다. 부덕한 정권의 예상된 게이트인데 그리 난리를 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기사를 싣지 않기로 했다. 딱히 선정성 때문에 가위질한다는 뜻이 아니지만 바글바글한 언론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사건은 사랑과 섹스 그리고 거짓말, 댓가 등이 권력층과 버물여진 일이지, 지위를 이용한 사취와는 거리가 있을 거라는 추론이었다.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라는 영화를 들이 댄다면 이것은 '섹스 거짓말 나체사진'쯤으로 풀이됨이 현실적이다.

섹스와 거짓말은 목적성으로 죄질을 판단해야한다. 최근 법원판사도 '법이 이불까지 들춰서는 안된다'고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미 윤리적인 심판을 받았다면 법이 구체적인 증거물로 형사소추를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증거주의를 채택한) 간통죄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빨가 벗고 포개져 있는 것만으로는 간통죄가 아니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사건이 대선에 어떤 작용이 있을까. 정당구도로 봤을 때는 여권에 큰 타격이 있을 것 같으며 통신당과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 할 때부터 토너먼트의 결정판 한나라당과 겨루는 모양은 관전의 묘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밤에 들어와 신문을 서핑하니 아니나 다를까, 아까 앞다툰 선정적 보도와는 다르게 언론의 자조섞인 자성의 목소리와 자아비판의 기사들로 도배가 되었다. 조선일보 같은 경우는 누드로 떡칠을 하더니 밤에는 떡칠한 것을 비판하는 기사로 떡칠이 되어있다.

판떼기로 가리고(언론사에서 프라이버시차원에서 처리했지만) 앞뒤 모습을 '차렷자세'로 찍은 것으로 보아 까다로운 연예기획사 면접용사진으로 보였다. 대낮에 시내 복판을 구경하다보면 '끌리게 하는 것인지 꼴리게 하는 것인지' 한참 헷갈리는 광고판과 쭈쭈빵빵 군상들에 비하면 그 사진은 비계덩어리 이상이 될 수 없었다.


'문화'테이프라는 은어가 있다. 포르노라는 말을 하기가 민망해서 사용한 말이거나, 그러한 테이프도 문화 범주에 한단계 업 시켜야 한다는 주장일 수 있는 용어이다. 하여간 애호가들이 애써서 포르노를 문화범주로 끌어 올려 놨더니 한 신문은 문화를 포르노로 끌어 내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과거 선데이서울을 지향하고 있는 이 문화신문이 여전히 문화를 해석하는데 혼선을 빚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 문화신문에서 이번에 잡은 특종은 -사실은 누군가의 제보로 가만히 앉아 얻어진 - 그림값이고 꽃값이 주제다. 우리는 흔히 문화계의 하류를 일컬어 '화류계(花柳界)'라고 말하는데 그 버들처럼 야들야들한 꽃의 세계에서 꽃의 댓가로 지불하는 돈을 화대(花代)라고 한다. 왜 여성이 꽃에 비유되는가를 싯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더라도 분석학적 성상징 또는 생물학적 심볼이 (bugle 나팔)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속설에 의하면 화대는 또 구두값과 정비례한다고 한다. 화대를 책정할 근거가 모호해서 실물 구두값으로 했다는 낭설같지만 따지고 보면 거기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 신발 소모가 적다는 것은 경기침체를 의미하고 침체된 경기에서는 비싼값의 신발을 사지 않을 뿐더러 신발을 자주 살 필요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관 갤러리에 그림을 팔아 그림값을 받고 댓가성으로 꽃을 주고 꽃값을 댓가성으로 받았다면 이번 스토리는 적어도 소설깜은 될 것 같다.

잠시 상상이 제멋대로 날아 다녔는데..하여간 포르노인지 문화인지 모를 그 신문과 문화인지 포르노인지 모르고 다룬 대다수의 언론에 H신문이 따끔하게 충고했다(아래 파란 기사).


우리들의 일상에는 외설과 문화적인 것과 예술과 포르노적인 것이 혼재한다. 불후의 명작이라는 '최후의 심판'에도 젖가슴과 성기가 가감없이 표현되어 있다. 이는 대명제 - 탄생, 존재, 소멸앞에서는 외설은 짧고 예술은 길기 때문이리라.

최근 상류층 유명인사도 '화대 후회없이 쓰는 법'을 강의해 물의를 빚고 있다. 폭탄주 두어잔 마시고 한 강의라는데 술을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들 부류에 이 분도 속할까봐 큰 걱정이다. 허름한 뒷골목에서 막걸리잔 기울이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못생긴 여자가 훨씬 끝내준다..'고 킬킬대는 것이 우리같은 하류 소시민의 자유이자, 특권인데 말이다.

어쩜 올해 대선은 북풍도, 땅떼기 소리도 아닌 '色風'이 한몫할 것 같다. 정말 떨고 있는 것은 장기표가 추리한 청와대가 아닌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내가 추리하며 마무리 짓는다.


[현장에서] ‘누드 사진 파문’ 신문의 두 얼굴
한겨레 구본권 기자

13일 <문화일보>의 ‘신정아 알몸사진’ 보도는 선정성에 사로잡힌 반인격적 언론 보도로 한국언론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사건..14일 대부분의 신문들도 기사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동업자 의식을 벗어나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일부는 신문들은 ‘오프라인 비판, 온라인 문화일보 베끼기’의 얄팍한 상술을 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인터넷 사이트는 13일 오후 문제가 된 문화일보 기사와 사진을 베끼다시피..사진 찍어서 머릿기사로..“‘신정아 올누드’ 사진 나왔다”(조선), “문화계 인사 집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중앙), “문화계 유력인사 집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동아) 문화일보 사이트는 다운..조·중·동에서 더 확대·유포..아예 한 곳은 문화일보 기사와 사진을 동영상 뉴스로 만들어 서비스.

하지만 누리꾼의 비난이 아우성치자 조·중·동 사이트는 몇 시간 뒤 기사를 크게 수정..조선은 머릿기사 제목을 “신정아 누드사진 보도, 선정성 지나쳐”로 180도 바꿨다. 기사 안에 실었던 누드사진도 삭제, 동영상 뉴스도 없앴다.

신문사들의 선정적 뉴스와 사진에 당황한 쪽은 계약사의 뉴스를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하는 포털이었다. 네이버와 다음이 먼저 언론사에 연락을 해 알몸사진을 삭제하겠다고 요청한 이후에야 문제의 사진을 지우기 시작. 한국 언론의 야수성을 마구 드러낸 날이었다. starry9@hani.co.kr


△ The Last Judgement by Michelangelo 1537-41 Fresco, 1370 x 1220cm Cappella Sistina, Vat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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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1건)
소설 재미있어요 소설팬  l  2007.09.18
ㅎㅎ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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