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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봄날은 간다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7/05/16 21:55:07)


[여린 바람에도 꽃잎은 분분히 날리고
꽃구경 하는 마음이 이리도 아린것을 보니
봄이 벌써 작별을 고하려는 갑다.
아 ~ 봄날은 또 이렇게 가는 구나.]


꼭 봄이 아니라도 백설희씨가 부른 가요 ' 봄날은 간다'를 가끔 흥얼거린다. 주로 기분이 좋을때나 반대로 허전할때 그렇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 마음을 달래주는 힐링노래인 셈이다.

노래방에서 몇 번 시도해 봤는데 생각보다 곡이 어려워서 입에 잘 붙질 않으니 애창곡이라기보다는 애청곡이라 하는 것이 맞다.


배호. 김정호. 조용필, 나훈아, 이선희, 최백호를 비롯한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대를 이어가며 불러주고 있으니 '봄날을 간다'는 흘러간 유행가가 아니라 불멸의 명곡인 셈이다.

여러가수들의 리메이크 버젼중에서 장사익 선생의 '봄날을 간다'를 가장 즐겨 듣는다. 그의 구성진 목소리에는 흥도 듬뿍 한도 듬뿍, 정까지 듬뿍 담겨 있어 이 노래의 분위기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봄날은 간다'는 작사가 손노원의 사모곡

'봄날은 간다'는 1953년 손노원이 지은 노랫말에 당대 최고의 작곡가 박시춘이 곡을 붙히고 백설희가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속 연분홍 치마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작사가 손노원의 어머니다. 그는 아버지와 일찍 사별한 어머니를 고향 금강산에 홀로두고 방랑벽에 사로잡혀 전국을 떠돌았는데 해방 나던해, 홀어머니는 세상을 등지고 만다.

손노원은 그런 어머니에대한 절절한 회환과 사무친 그리움을 고스란이 노랫말에 담았다. 그래서 '봄날은 간다'는 연가이면서 동시에 사모곡인 것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가사를 음미해보면 아버지와 사별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어머니 가슴속에 응어리진 정한이 선연하게 느껴지면서 울컥 서러움이 솟구친다.


여린 바람에도 꽃잎은 우수수 쏟아져 흩날리다가 길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 어여쁜 것들이 봄 구경 나온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것을 보면서 속절없이 가버리는 봄이 너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 봄은 감상에 사로잡힐 겨를도 없이 꽃 보다 구호가 난무했고 대립의 섬뜩함이 훈훈한 봄 기운을 밀어냈다.

그런 어수선한 잔불이 아직 남아 있건만 봄은 저 홀로 작별을 고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무정한가 말이다.

북한산 응봉능선엔 진달래가 흐드러질 것이고 의상능선 부왕사지 노루귀는 이미 지고 있것다.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는곳인데도 바보처럼 마냥 그리워만 하고 있다. 산도 사람처럼 자주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만나도 겸연쩍기만 하고 딱히 나눌 이야기도 없어 점점 더 멀어지는가 보다.

그래서 오랫만에 북한산엘 가려다가 산이야 아무때나 가도 되지만 사람끼리는 그러는 거 아닌 것 같아서 친구 아들 결혼식 핑게삼아국민학교(초등학교)동창생들을 만나러갔다.

낮술 꽤 여러잔 했는데도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즐겁게 어울리다 보니 기분이 좋았나보다.
나온김에 교보문고에서 책 몇권 사들고 가려다가 세월호 생각에 차마 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광화문 광장에 쭈그리고 앉아서 촛불하나 켜다 보니 봄날 하루는 또 그렇게 흘러간다.

아이들이 저마다 바뻐서 일요일엔 아내와 단둘이 남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쇼파에 누어 지난 드라마를 보면서 빈둥거린다.
이런날은 밖에 나가야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진다는 것은 잘 알면서도 게으름이란 놈한테 한번 붙들리면 도무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겼다.
문득 장릉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아내도 함께 채비를 해주니 고맙기만 하다.
분위기를 알아차린 우리집 강아지 방울이도 꼬리를 광속으로 흔들면서 절대로 저 혼자 남지 않겠다는듯 꽁무니를 쫓아다닌다. ( 하지만 어림없어. 미안한데 너는 거기 들어갈 수가 없단다. )

장릉엔 이미 무르익은 봄기운이 저 만큼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에 놓쳤으면 아예 만나지도 못할뻔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풍경들이 왠지 불편하게 느껴진다.
나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분주히 오가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통에 장릉에서 봄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연못 주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게다가 다들 작전 나온 군인들처럼 맹렬하게 움직이니 봄을 즐기는 한가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내 모습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저렇게 극성맞아 보일것이다. 이 봄의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렌즈속으로 붙잡아오고 싶지만 굳이 봄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지장을 주면서 까지는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인적 없을때 찾아와서 바람처럼 다녀가는 것이 맞겠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사진 찍는 재미조차 식어서 연장을 거두었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운동중인 아내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할일이 없어지면서 그저 막막했다.

그런데 참 희안타.
그렇게 모든 것을 놓아버렸더니 비로소 날리는 꽃잎이 보이고 유모차에 탄 헤맑은 아이들의 눈망울이 보이고 도란도란 얘기 꽃을 피우면서 산책하는 노부부의 다정함이 보이고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를 바라보며 연신 웃어대는 청춘 남녀의 사랑도 보이고 연못에 사는 오리들의 격렬한 사랑다툼도 보였다.

하여간 가는 봄날은 늘상 나를 아프게 한다.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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