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동맹같은 다자간 네트워크
5월 4일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과 아세안(ASEAN)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키로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EU의 27개국, 4억9000만명의 인구와 ASEAN 10개국, 5억6000만명의 인구로 양 지역의 무역 규모는 2005년 기준 1370억달러에 이르는 시장이다.
ASEAN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으로 동북아시아 경제권으로 분류되는 한.중.일은 빠져 있으며 FTA체결에 있어서 한국과는 일부를, 중.일과는 전체에 걸쳐 완료되었다.(한-중 간은 미정, 한-일 사이는 진행이 교착상태임)
5월 6일 외교통상부는 한-EU간 협상 선포식에서 "전 세계 무역의 50% 이상이 FTA 체결국간 이뤄지고 있어 개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고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의 FTA 체결은 수출 시장을 확보하는 것 뿐 아니라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제고시켜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선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유럽연합과의 협상은 초반부터 마찰이 심할 농산물과 의약, 지식산업보다는 공산품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미국에 기선을 잡힌 이유도 있지만 유럽이라는 문화의 갭이 우리로서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EU는 한국과 ASEAN을 동시에 상대하는 다자간 협상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FTA는 이제 국가간, 연합간에 서로 물고 물리는 네트를 만들어 20C초반 군사동맹관계를 연상케 하고 있다.
어찌되었든 이번 협상은 한국이 미-유럽 사이에서 등가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며 적절한 조절과 안배로 인한 중간자적 역할로 국익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제국주의 침략 이상으로 국민생활은 상대적 피폐를 가져올 것이다.
아직까지 세계는 북미경제권, 유럽경제권, 동북아경제권으로 대별된다. 각 지역 국가의 경제활동은 각기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중심부와 주변부 역할로 나눠진다. 완제품을 생산한 곳이 중심부라면 제품에 필요한 원료공급처가 주변부에 속한다. 일본이 원자제를 확보하기 위한 대륙진출을 꾀하면서 조선을 교두보나 조달처로 이용했기에 수탈의 아픔을 당했던 것이다.
새삼 이 사실을 언급한 이유는 경제학원리상 세계는 국가간에, 한 국가는 이웃간에 '이웃 거지 만들기'가 언제든지 원칙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공동체를 앞세워 행불행을 함께 나누자는 것은 태고부터 인류의 진부한 구호이고, 그 이면에는 다른 국가의 불행=자국의 이익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사실이다.
양차대전이 더 넓은 원료 확보를 노리다가 말단에서의 충돌로 빚어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1차대전 이후 세계는 민족자결주의 붐을 타고 피식민국가가 독립했지만 당시 미국과 연합국인 일본은 승전국 원리로 조선을 계속 지배해왔다. 2차대전 때는 미국과 한판 승부로 패망하고 일본본토 보존을 조건으로 한반도 신탁통치권을 미소에 양도했다.
이론과 실제는 돌고 돌아
나간 김에 세계 정치군사경제 원리를 좀 더 말하자. 20세기 중반에 유례없는 원자폭탄 시험투하 이후 세계는 내전을 제외한 전쟁에서 다수의 인명피해는 없었다.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약 34만 명,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사망자 약 34만 명, 연합군의 독일 드레스덴공습 사망자 약 23만 명 등 당시까지는 전투원, 비전투원을 구분하지 않은 대량살육전쟁이었으며 이러한 대규모 사상자를 마지막으로 인류가 표면적인 휴머니즘을 실현한 것은 불과 50년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 투하한 핵이 전쟁억지력을 불러와 핵보유가 대규모 야민적인 살상의 전쟁이 종식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미국은 일본과 독일에 대규모 주둔군을 배치하여 그 나라 군사력을 억제한 반면 경제 부흥을 용인하여 한국전 등으로 인한 전후 일본의 성장, 독일의 라인강 기적을 보이게 하였다.
자, 그러면 학자들 사이에 인구조절론으로도 거론된 군사전쟁이 사라졌다면 무엇이 이를 대신할 것인가. 바로 경제다. 당장의 우리나라도 돈벌이 때문에 결혼이 늦어지고 아이를 갖지 않는다. 전쟁과 같이 지금은 무역과 경제가 그 나라의 근간을 송두리 채 흔들고 있다. 물질로 인한 인간성 파괴는 다단계와 조폭, 재계와 조폭, 연예계와 조폭, 정계와 조폭 등에서 상상이 불가능한 아마겟돈현상이 일고 있다.
이러한 '인간욕구의 유동성'은 강력한 규제와 통제의 반발로 시장자유화가 요구되기도 했으며 자유화는 지나친 무질서까지 가져와 다시금 국가의 통제가 절실히 요구되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은 민간 등으로 다 풀어 놓되 국가가 개입할 부분은 초법적인 간섭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노동자의 시위를 방망이로 제압한 영국의 대처 요법이 그 효시로, 실지 노동자의 요구는 몽둥이로 제압당해야 할 이유가 분명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이도 30여년 전의 이론으로 90년대에 국가가 긴밀히 간여해서 일어난 FTA가 현재는 대세다.
귀납적으로 보면 현재의 대한민국의 위치가 확실해 진다. 동서의 충돌 마지막 지점에서 출발한 좌우대립국가가 영미가 주도하는 세계경제질서에서 동북아경제권의 요충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으로 본다면 필연적으로 북한 체제의 붕괴와 개방은 물리력이 아니더라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프리드리히 리스트 - 아담 스미스 - 존 스튜어트 밀 - 존 메이너드 케인즈 - 밀턴 프리드먼 등 150여 년을 거치면서 국가와 시장 사이에는 항구적인 이론이 적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회구조가 변함으로써 철학적인 사조가 변형되듯 경제구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이론상 현재 우리나라 경제모델은 국민들만 알거지 만들기가 계속되는 것 같아서 걱정될 뿐이다. 저소득 국민들에게는 미래가 어떻게 되든 FTA로 인해 소고기 한 근에 현재가의 20%에 먹을 수 있다면 좋다. 이점에서 '위기가 아닌 기회'(사실은 위기도 기회도 아닌 세계경제 흐름이다.)라는 FTA는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