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세월호를 외치다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세월호 전세계 동시추모 집회로 인해, 모처럼 우리 가족 넷이 모두 함께 시애틀의 명소 퍼블릭 마켓에 들르게 됐습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이곳은 커피 매니아들에겐 스타벅스 1호점의 소재지로 잘 알려져 있고, 마켓 안과 주위엔 영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 의 촬영 로케이션으로 쓰였던 나름 로컬 명소들이 포진해 있지요.
늘 세월호와 관련되어 집회를 하던 곳입니다. 이곳을 시위 장소로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눈이 많기 때문입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기에 더 쉽게 집회의 목적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덕수궁 앞 대한문이 시위 집회의 장소로 선택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이겠지요.
오후 한 시 반, 일을 마치고 우체국에서 나옵니다. 그 전날, 수퍼바이저에게 이 시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사람 좋은 수퍼바이저 마이클은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고, 두 시간 정도 일을 덜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도 미안하고, 다른 동료들이 고생할 것도 생각해서 한 시간 반 정도만 일을 덜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일이 쉽게 끝났습니다.
행사 장소가 일하는 곳에서는 가까웠지만, 토요일 오후의 행락 분위기에 휩쓸린 인파들이 몰리는 바람에 행사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힘들 정도였습니다. 아, 또 한가지 굳이 팁을 드리자면, 파이크 플레이스 바로 옆이나 아랫동네의 길거리 주차 비용은 실내 주차장 비용과 맞먹을 정도입니다. 조금만 마켓의 북쪽으로 가면 시간당 2달러 50센트 정도로 주차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 주차가 시간당 4달러라니. 물론 뉴욕과 같은 대도시 주차료보다야 훨씬 저렴하지만.
행사장소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노란 풍선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고, 몇 분은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제가 행사장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내와 지호, 지원이도 친구 해나 가족의 차를 타고 행사장에 왔습니다. 이곳에 모이신 분들의 마음은 같았습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우리는 영어로도 이 행사에 관한 내용을 설명했고, 주위를 지나가던 미국인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우리가 여기에 모였는지, 분노하는지, 세월호라는 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도 잠깐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정치 혐오가 무엇을 불러왔는지를 보라고. 아무 생각 없이 박근혜를 찍었거나 혹은 투표할 권리를 저버렸거나, 아니면 정치라고 하면 무조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것의 결과가 무엇인지 보라고.
하늘은 청명했고, 마켓 근처는 온갖 냄새들과 소리들이 흘러넘치고, 그것들은 사람들을 끌어대고 있었습니다. 봄기운이 온통 시애틀을 원색으로 뒤덮었던 날, 우리는 그 자리에 노란색으로 섰습니다. 가끔 가끔씩 왈칵 눈물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웃기도 했습니다. 국화꽃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던 우리는 시 중심가의 웨스트레이크 센터로 걸어가 세월호를 알렸고, 거기서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며 헤어졌습니다. 내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가던 길에 우리는 시장에 다시 들렀습니다. 온갖 원색들이 넘쳐나는 예쁜 시장엔 사람들도 넘쳐났고, 오는 길엔 아빠가 일하는 배달 구역을 아이들과 함께 쏘다니며 국수도 한 그릇 먹고 들어왔습니다. 바로 내 아이들만한 나이의 아이들에게 일어난 사건은 너무나 잔인했고, 4월은 그렇게 잔인한 달이 됐습니다. 그래도 그 4월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할 수 있었기에.
4월의 상처의 기억들을, 언젠가는 그 달의 승리의 기억으로만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보았습니다. 아마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 상처를 제대로 보듬기 위해서라도 상처를 다시 들여다봐야겠지요.
시애틀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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