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it] 내 소중한 아이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어젯밤, 많은 우편물을 나르고 녹초가 된 몸으로 다시 부모님 댁에 들러 잔디를 깎고 나서 집에 들어와 샤워 하고 잠을 청하려 하고 있을 때 지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저 친구들 좀 픽업해줄 수 있어요?"
그러마 하고 나갔습니다. 루이스, 블래드, 그리고 처음 본 마이클이라는 친구. 얘들을 집에 모두 떨어드려 놓고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 봅니다. 내가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오고 하는 게 얼마나 더 할 수 있는 일일까 하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귀찮게 이녀석이 이 밤중에'라고 했던 생각이 쏙 들어갑니다. 이미 지호는 운전을 할 줄 압니다. 차를 안 내줘서 못하는거지. 물론 아직 제가 모든 스틱 쉬프트(매뉴얼 기어)차는 못 몰지만, 아마 가르쳐 주면 금방 몰게 될 겁니다.
지원이와는 세 살 터울이니, 한 3년 있으면 지원이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될 겁니다. 앞으로 3년 있으면 지호는 대학교에 가게 될 테고, 그리고 나서 지원이 학교 가고, 이러고 나면 아마 이것들을 제가 자동차로 실어 나르는 일도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자기들 자동차들 갖게 되면, 아마 자기의 가족들도 가지려 들 거고... 그러면 '손주를 볼 때까지는' 아이들을 실어나를 일은 없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나면 저도 상당히 나이를 먹게 되는 건가요? 제 나이가 만 45세이니, 쉰 살 조금 넘을 즈음이면 이제 아이들에게 라이드를 주고 픽업하는 생활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게 됩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납니다. 지호와 지원이가 돌아오니 얘들의 친구들도 우리집에 북적북적댑니다. 사전에 아무 말 없이 들이닥친 아이들 때문에 아내는 투덜투덜 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금세 신라면을 몇 개 끓여놓고 닭을 굽고, 아이들은 맛있게 먹습니다. 원래 라티노 계라 우리보다 어떤 음식들은 더 맵게 먹는 루이스는 연신 "굿!"을 연발하고, 디애나의 서투른 젓가락질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젓가락질을 하며 라면 한 그릇을 비우는 디애나의 모습이나, 무슨 할 말이 많은지 그렇게 계속해서 자기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블래드, 그리고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꽤 무게가 있는 메이건 등과 함께 놀며 이야기하다 보면, 그래도 아이들이 잘 커 주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게 되며, 지호가 좋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일진대, 바로 그 행복의 근원을 잃어버린 세월호 학생들의 학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자식을잃은 그 고통에도 불구하고 온갖 루머와 공격으로 인해 진실을 요구하는 그들의 요구조차 짓밟히는 이 상황들을 바라보면서, 단지 행복을 빼앗겼을뿐 아니라 터무니없는 공격까지 받아야 하는 이 분들의 마음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이 저절로 들게 됩니다. 유민아빠 김영오 님이 단식을 풀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안도하고 있습니다. 부디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함께 어깨 걸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을 빼앗겼기에 그분은 빼앗긴 행복을 온전히 되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정의의 지렛대는 이럴 때 움직여야 합니다. 그 박탈당한 행복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요즘 종종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그걸 찾아줄 수 있는 건, 이젠 정치권의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우리 하나 하나라는 것이 참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시애틀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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