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암벽등반] 오봉리지와 60미터 오버행 하강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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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봉산 암벽등반 - 오봉리지와 60미터 오버행 하강. 에이스님과 링컨님의 사이봉 35미터 오버행 하강장면 ⓒ20130920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암벽등반엔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초보자입장에서 암벽등반에 입문하는 과정에 대한 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기획에 착수한적이 있었습니다. 등반학교 입교에서 시작하여 초급반을 마스터 하고 수도권 인근 암장 순례, 북한산과 도봉산의 주요 리지코스와 인수봉을 초등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도하려니 난관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등반에 대한 지식습득과 등반연습, 사진촬영과 글쓰기를 동시에 병행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하는데 거기에 전념을 하지 않는 한 정해진 시간에 책을 내는 것이 곤란할 것 같아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렇다고 등반에 대한 관심마져 접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클라이밍 관련 다큐를 일부러 챙겨볼 정도로 많은 흥미를 갖고 있으니까요. 왜냐하면 암벽등반에는 기승전결 드마라적인 요소가 있어서입니다. 등반의 전 과정 뿐만 아니라
이를테면 기: 어프로치 승: 슬랩이나 크랙을 이용한 등반 전: 크럭스 구간 통과 결: 피치등반 완료 이렇게 매 피치마다 한편씩 드라마가 엮어지는 셈이거든요.
이렇게 구경만해도 재미가 있는데 직접 바위를 보듬는것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대신 저같은 경우에는 암벽등반에 대한 열정보다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도봉산 [오봉리지]나 인수봉 [고독의 길]처럼 초보자가 후등으로 따라갈 수 있는 루트는 기회가 되면 도전해야 겠다는 생각은 늘 품고 있었지요. 그런데 때마침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오봉을 등반할 기회가 생긴것입니다.
오봉리지의 핵심은 하강입니다.
그런데 하강은 제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추석전날 수락산 하강바위 연습을 통해서 얼마간 하강에 대한 자신감은 얻었지만 오봉에 비할바가 못되지요.
2013년 9월 21일 토요일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오봉전망대에서 오봉을 바라봅니다.
2010년 5월 15일 에이스님과 외줄님을 따라 반도A길을 등반한 이후 3년 반만에 다시 바위앞에 선 것입니다. 제가 이번 등반에서 겪은 과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훗날 이글을 다시 읽게될 제 자신을 위해서이며
두 번째는 저처럼 오봉을 초등하게 될 분을 위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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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샘가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봉 |
오봉리지에 함께해주신 분들
♠ 벽오름 산악회 : 강호천사님, 이대겸님, 김춘화님, 미로님, 미소천사님
♠ 삼사모 : 에이스님, 운해님, 링컨님, 신돈님, 바위
바위의 입장에서 본 오봉리지의 개요
▶ 오봉전망대에서 1봉으로 이동 - 완만한 슬랩 통과
▶ 1봉에서 2봉 안부로 이동 - 40도 슬랩으로 내려서기 - 간이확보 필요
▶ 2봉 감투봉 하단을 돌아감 - 안전을 위해 간이확보 필요
▶ 2봉에서 3봉으 이동은 별 어려움 없음.
▶ 3봉에서 장비 착용하고 25 미터 하강 - 오버행 구간 아님
▶ 4봉 클라이밍 - 난이도 5.8 구간으로 중간 클랙 부분이 크럭스
▶ 4봉에 올라서면 정상이 편편한 또 하나의 봉우리가 있음. ( 마당바위 )
그 봉우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확보가 필요하고, 그곳에서도 사이봉쪽으로 하강 가능
▶ 4봉에서 30미터 하강, 약간 오버행임.
▶ 4봉과 5봉사이에 사이봉이 있음.
▶ 사이봉 클라이밍은 상당한 난이도가 있어보이지만 인공등반으로 올라설수 있음.
▶ 초보자의 경우 4봉과 사이봉사이의 깊은 침니를 통해서 우회 가능하지만 약 10미터 가량 클라이밍 다운 해야하는데 슬랩구간이 보기보다는 까다로우니 간이확보 절대 필요함.
▶ 사이봉 하강 - 하강장면이 멋진 곳으로 유명함. 완벽한 35미터 오버행.
▶ 5봉 클라이밍 - 어프로치 구간이 가장 클럭스임. 슬링으로 래더(사다리)를 만들어 딛고 완력으로 올라서야함. 슬랩구간은 반질반질해서 엣지쪽으로 이동하여 등반하는 것이 수월함.
▶ 5봉은 2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음. 60미터 하강이 두려울 경우 첫 봉우리에서 슬랩구간으로 우회 하강 가능.
▶ 5봉 정상 등반과 60미터 하강을 위해서는 건너편 바위로 뛰어서 이동-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
▶ 5봉 정상 감투바위 인공등반 - 슬링이 설치되어 있어 그걸 붙들고 오르내릴 수 있음. 초보자의 경우 확보를 통한 하강이 필요한 곳임.
▶ 5봉 60미터 하강 - 5봉 리지의 백미이며 클라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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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봉에서 2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참기름을 발라놓은 것 같아서 그냥 내려서기엔 아찔한 구간입니다. |
오봉이 둥글둥글하니 귀여워보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등반의 대상으로 바라보니 위엄과 포스가 철철 넘치는 군요.
약간 주눅이 든채로 오봉 전망대에서 내려와 완만한 슬랩을 오르니 1 봉입니다. 1봉에 머물고 있는 일반 등산객들도 많습니다. 저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걸로 알고 올라올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곳이거든요.
오봉의 특징은 봉우리마다 감투를 하나씩 쓰고 있는데 1봉엔 감투가 없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봐도 존재감이 없어 보입니다. 감투가 없는 1봉을 제외하고 사이봉을 넣어서 오봉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오봉을 통과하여 우이령으로 내려가보겠다는 일념으로 1봉에서 2봉으로 건너갈 시도를 하고 있는 간큰 초보 산꾼(?)을 두분이나 만났습니다. ㅎㅎ 단언컨데, 아무런 장비없이 1봉에서 5봉까지 건너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1봉을 쉽게 올랐던것과는 달리 1봉에서 2봉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약 10미터 가량의 40도 경사의 슬랩을 내려서야 하는데 그냥 내려가다가는 크게 다칠수도 있겠더라구요. 중간 지점이 참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미끄러웠습니다. 약간의 물기라도 있다면 그대로 쭈욱... 우린 강호천사대장님이 자일을 깔아놓으신 덕분에 안부에 안전하게 내려설 수 있었습니다.
▲ 2봉 감투봉 하단을 돌아가는 길, 평이해 보이지만 아래는 천길 낭떨어지 입니다. 이렇게 간이확보를 해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등반사전엔 만에 하나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등반중에는 [만에 하나]라는 표현은 절대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등반에서는 무슨일이 있어도 안전률 100%를 추구해야 합니다.
등반자 스스로의 경각심도 필요하지만,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에이스님이 1봉 슬랩구간과 2봉 감투봉 돌아가는 구간에 자일로 간이확보물을 설치하는 강호천사 대장을 보면서 진정한 바위꾼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곳이거든요.
제가 접해온 대부분의 등반사고는 고난이도구간에서가 아니라 바로 2봉 감투봉 아래를 지나가는 길처럼 평범한 구간에서 일어났음을 상기해봅니다.
▲ 이대겸님이 3봉으로 건너간 일행들을 멋지게 담아주셨네요.
오봉 등반의 시작은 3봉 27미터 하강부터입니다.
소나무와 멋드러지게 어울어진 2봉에서 3봉은 어렵지않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3봉에서서 2봉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데 미로님이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네요.
등반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고 부리나케 달려갔지요.
" 장비착용하셔야지요. "
미로님은 제가 영 신경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에이스님과 운해님도 하네스(안전벨트)착용상태를 꼼꼼히 살펴주네요.
이런 배려 덕분에 왕초보인 제가 이번 오봉리지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봉등반중 첫 번째 하강이 3봉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제 차레입니다.
오버행이 아니라는점에 다소 위안은 되었지만 고정링이 설치된 지점에서 곧장 하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감이 컷습니다.
자기확보, 하강기에 자일끼우고, 자기확보 해제 이렇게 하강 절차를 마친 다음 심호흡 크게 하고 하강을 외쳤습니다.
▲ 강호천사님이 3봉 하강 지점을 점검하면서 내려가는 중입니다.
▲ 제 차레입니다.
▲ 내려와서 담은 3봉 하강지점인데 이 사진이 가장 리얼하게 표현된 것입니다.
▲ 4봉 감투봉 아래 소나무들 정말 멋집니다.
클랙 구간이 크럭스인 4봉 클라이밍
3봉을 내려와서 숨돌릴 겨를 없이 곧장 4봉 등반으로 이어집니다.
클라이밍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자일중간에 매듭을 만들어 대기시간 없이 연등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비록 오래전이지만 암벽화 한 컬레가 닳 정도의 연습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여기고 막상 붙어보니 암벽이 완강하게 제 몸을 밀어내는 군요. 중간 클랙구간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어 퀵드로우를 잡고 올라섰습니다. 5.8이라는 난이도가 제게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4봉 정상에 올라왔는데 얼마나 힘을 썻는지 하늘이 노랄 정도로 힘들더라구요. 이러다가 민폐끼치지 않고 등반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4봉 오름은 오봉리지 첫번째 클라이밍인 셈인데 완전히 KO를 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 만만한 바위란 이 세상에 한군데도 없는 것 같습니다.
▲ 오랜만이라서일까요. 4봉 5.8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죠.
▲ 4봉 정상에 올라와서 물을 벌컥벌컥드리키면서 가쁜숨을 몰아쉽니다. 아고~~ 힘들어라.
4봉은 봉우리가 두개?
4봉에 올라와보니 감투가 있는 봉우리와 감투 없이 바닥이 편편한 봉우리가 서로 사이좋게 붙어 있군요. 제 생각에는 감투가 있는 정상에서 마당바위로 건너간 다음 하강하는 것이 정코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미로님이 건너간 다음 미소천사님이 건너가다가 그만 두 봉우리 사이 침니속으로 추락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슬링과 연결된 캐러비너를 자일에 통과 시켜서 확보된 상태였고 자일 양끝단을 팽팽하게 잡고 있어서 별다른 사고는 없었습니다.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죠.
미로님을 비롯한 몇 분은 마당바위에서 하강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감투가 있는 봉우리에서 하강을 합니다.
이곳은 3봉에 비해 오버행이 심해서 두 명씩 러브하강을 시도합니다.
저는 이대겸님과 한조를 이루었는데 지난번 수락산 알봉에서 이미 오버행 하강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 그렇게 힘들게 올라오긴 했어도 4봉 명품송사이로 북한산이 눈길을 잡아끄는 바람에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작지만 가장 깐깐해 보이는 사이봉의 멋진 하강장면
4봉을 내려와보니 또 하나의 봉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봉과 5봉 사이에 있다고 해서 사이봉이라네요.
오봉 안쪽에 들어와 보지 않으면 존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봉우리이지만 그 깐깐하고 위압적으로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저같은 초보자는 질려버리고 맙니다. 홀드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밋밋한 직벽이거든요.
우회로가 있다고 해서 저는 일찌감치 그길을 선택합니다.
이번에는 60미터 하강에 도전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굳이 여기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우회로는 4봉과 사이봉 사이에 동굴처럼 생긴 깊은 침니구간을 지나서 50도는 족히 되어보이는 약 10미터길이의 슬랩에 간이확보를 하고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부분이 이번 등반에서 가장 후회스럽더군요.
사이봉 직벽구간은 인공등반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만 힘을 쓰면 오를 수 있고 무엇보다 그곳에서의 하강 또한 오봉리지의 백미중 하나인데 그 기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 거대한 5봉 앞에 공기돌만한 크기로 버티고 있는 봉우리가 사이봉입니다. 앞팀이 하강준비를 하고 있군요.
▲ 여길 우회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습니다.
어프로칭이 가장 힘든 5봉 클라이밍
5봉을 오르는 구간은 허리높이까지가 오버행이라서 일단 바위위에 올라서는 것 자체가 저같은 하수에게는 너무 힘듭니다. 슬링을 붙들고 힘을 한꺼번에 주면서 완력으로 올라서는 것이 요령인데 몸치인 저는 그게 잘 안됩니다. 이를테면 힘의 밸렌스가 맞추지 못하는 것이죠. 슬링에 발을 걸고 억지로 억지로 올라섰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붙어보니 전혀 아닙니다.
참기름을 발라놓은 것 처럼 쭉쭉 미끄러 지더군요.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퀵드로우를 잡고 마찰력이 좋아보이는 오른쪽 엣지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암벽등반에서 이건 반칙에 속하거든요. ㅎㅎ
5봉이 3봉에 비해 약간 더 난이도가 있다는 평인데 솔직히 제게는 3봉을 오르는것이 좀 더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5봉 초반에는 위쪽에 있는 선등빌레이를 육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물론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가능합니다.
"줄당겨!" 이렇게 말이죠. ㅎㅎ
▲ 어쩔 수 없이 퀵드로우를 잡고 일어섭니다.
바위꾼들의 놀이터 5 봉
5봉까지 올라온 대원들은 등반을 마쳤다는 성취감으로 인증샷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5봉도 감투가 없는 봉우리와 감투가 있는 봉우리 두개로 나뉘어져있습니다.
60미터 하강은 이 감투봉 뒤쪽에서 이루어집니다.
감투봉으로 건거가는 것이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그냥 팔짝 뛰면 됩니다.
5봉 감투봉 정상까지 올라가야 오봉리지를 마친거라네요.
많이 헤지긴 해서 약간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얼기설기 슬링줄이 달려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겠네요.
내려오기 위해서는 별로도 자일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단지 5봉 60미터 하강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 거기다가 체력을 소진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사이봉 하강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후회스러운 대목입니다.
5봉에도 가파르기는 하지만 60미터 하강 보다는 쉬운 우회 하강 코스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니 정 두려우면 그쪽으로 내려서면 됩니다.
그러나 저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죽어도 60미터 오버행 그건 꼭 해보고 싶어서요.
▲ 단체 인증샷도 남겨둡니다.
▲ 감투위로 올라간 대원들을 바라보며 올라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입니다.
오봉리지의 클라이맥스 60미터 오버행 하강
얼핏 아랫쪽으로 성냥갑처럼 작게 보이는 군부대 막사가 내려다 보이네요.
여기에서 몸을 날리면 딱 거기에 떨어질 것 같은데 눈으로 볼땐 60미터가 아니라 1000미터는 되어보입니다.
강호천사님이 하강지점에 자일을 설치하는 동안 순서대로 서서 하강을 기다리는데 학창시절 호랑이 선생님의 몽둥이질을 기다리는 딱 그런 기분이 들면서 발바닥에 거머리라도 한마리 들어간듯 간질간질했습니다.
이 겁쟁이 마음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길레 벌벌떨면서도 이 험한짓을 하고 있는건지 제마음 저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한 사람씩 허공으로 사라지고 마침내 제 차레가 다가왔습니다.
이상하네요. 막상 닥쳐보니 생각보다는 두려움이 덜하더라구요.
튜브 하강기에 줄을 끼우고 하강을 위해 뒤로 물러서는데 줄이 좀처럼 풀리지 않네요.
그야말로 어거지로 오른손으로 줄을 땡기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려갔습니다.
몸이 공중에 뜨면 좀 괜찮거니 싶었는데 공중에 떠도 오른손으로 줄을 땡겨서 보내주지 않으면 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겁니다. 얼핏 내려다보니 발아래가 아득하네요.
하지만 실제 오버행 구간의 높이는 한 30~40미터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하강의 두려움보다 줄을 풀면서 내려가는 것이 더 고역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하나둘 하나둘 하면서 오른손으로 줄을 땡기는데 팔에 마비가 올 지경이었습니다.
팔을 못쓰게 된 상태에서 줄이 갑자기 확 풀리면 어떻하냐 싶은 걱정도 들었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서 테라스에 착지한 다음 단, 몇초라도 쉬고 싶었는데 그것마져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하여간 어렵사리 60미터를 내려오긴 했는데 상상했던 것처럼 쓩하고 줄이 쫙 풀리는 그런 느낌은 기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그런데 뒤이어 오시는 신돈님이나 에이스님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잘 내려오시더라구요.
에이스님은 줄이 풀리지 않을걸 미리 아시고 튜브하강기를 거꾸러 끼우셨다 하네요. 저같은 초보자에겐 권장할 사항은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버벅대고 내려오게 된것은 아무래도 무의식중에 제동줄 즉 오른손에 힘을 너무 주는 것도 이유중 하나라네요.
어쨋든 저는 이렇게 60미터 오버행 하강이라는 이 난관을 통과하고 대망의 오봉리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뿌듯하더군요.
그 정도의 보상도 없다면 뭐할라고 이짓을 하겠습니까.
▲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멋진 하강샷입니다. 강호천사 대장님 정말 포스가 대단하세요. 존경스럽습니다.
▲ 바위 하강~~~~
오봉리지! 그리고 60미터 하강을 또 하나의 도전기록에 추가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희망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제 안에 에너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에너지는 도전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그래서 오봉리지등반은 제 가슴속 아궁이에 장작을 던져놓는 것과 같았습니다.
오르내리는 중간중간 힘들고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 스스로 알고 감수한 고통이잖아요.
그 만큼 충만한 성취감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암벽등반 그것은 제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위험하면서도 기분좋은 충격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등반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오봉리지 초등자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 오봉리지를 무사히 마친 대원들이 여성봉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 에이스님, 이대겸님, 링컨님, 미로님께서 사진을 제공해주신 덕분에 더욱 입체적으로 포스팅을 꾸밀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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