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덕수궁 돌담길에서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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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18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지난 주말 시청앞 플라자 호텔에서 친구 모친 팔순잔치가 있었다.
맛있는(?)음식에 가수 남진씨와 송대관씨를 비롯한 평소에 보기 힘든 가수들이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말하자면 잿밥보다 그 호텔 21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덕수궁과 세종로의 가을 풍경. 이 기막힌 염불에 팔려서 여러차례 창가를 들낙거렸다.
가을이 남아있는 마지막 힘을 '에라 이건 덤이다'하고 쏟아놓은 덕수궁의 눈부신 가을과 서울광장에 내려앉는 햇살이 너무도 고왔기 때문이다.
두터운 색유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핸드폰으로 담아봤자 좋은 사진이 나올리 만무했지만 그렇다고 이 그림을 세월에 흘려 보내기가 너무 아까워서 셔터를 눌러봤너니 이런 사진이 나왔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떠들썩한 잔치마당 한구석에 앉아 손뼉을 쳐대는 것도 마뜩치 않아서 코를 창에 대고 물끄러미 세종로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저 세종로를 도도히 흘러가고 있는 역사의 강을 보았다.
그것이 왕조시대든,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간에 역사의 강을 흐르게 하는 주체는 결국 그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이고 강을 흘러가게 하는 힘 역시 민의라고 생각한다. 민심은 천심이라 하지 않았던가.
저 세종로 끄트머리에 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님은 임기말에 국민의 지지는 커녕 지탄을 받고 있지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이명박 또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고백하건데 나 역시 그가 잘먹고 잘살게는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그가 얼마나 도덕적인 사람인지 인간적인 사람인지 그걸 먼저 봤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 내가 지금에 와서 그를 씹는 것은 누어서 침뱉기다.
우리들의 물질만능주의가 그런 성향을 대표하는 그를 좋다고 택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세월은 흘러 다시 우리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를 수도물이라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깨끗한 물을 먹을 수 도 있고 자칫하면 이것저것 다 빼먹고 눈가리고 아웅해 놓은 잔뜩 오염된 물을 먹을 수 있다.
' 나는 정치에 관심 없어' 이말과 ' 나는 수도꼭지에서 흙탕물이 나오든 똥물이 나오든 뭘 마셔도 상관 없어' 하는 말이 똑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홀로 독야청청 옹달샘물 먹으면서 세상과 동떨어져 살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좋든 싫든 정치를 호흡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우리의 모든 소비행위에 붙어있는 부가가치세를 지불하는 그 자체가 정치행위다.
'이놈 저놈 다 똑같애'이런 정치 혐오증이 확산될 수록 덕을 보는 측은 분명히 있다. 왜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과 미국의 유명대학까지 나온 초 엘리트 국회의원이 텔레비젼 토론에 나와서 말도 않되는 소련말 지껄이며 보는 사람 열받게 만드는 것은 그가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바로 본인을 모델케이스로 '이놈 저놈 다 똑같애'를 확산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그런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야 그 수돗물 만드는데 들어가는 예산 지 멋대로 쓸수 있고 그것을 배분하는 권력을 지 맘대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도 신문과 방송에 나와서 '이놈 저놈 다 똑같애'를 죽어라고 홍보하고 있다.
제발 조금이라도 맑은 물 먹고, 아이들 잘 키우고, 건강하게 잘 살고 싶다면 그들의 술수에 절대로 속지 말자.
말 나온김에 물장사 세사람 얘기를 한번 해보자.
한사람은
아주 미미한 불미스러움이 없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물관리 잘해왔고 좋은물 공급해 드렸는데 앞으로는 콜레스트롤 수치도 줄이고 당뇨병도 예방하는 최고의 기능성 수돗물을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장담하고 있다.
또 한사람은
수원지는 자체는 약간 수리해서 쓰면 될 것 같은데 관리가 엉망이라서 오염된 물을 먹지 않았는냐.
지금 관리인도 문제만 그 사람 뒤를 이어서 관리인 하겠다는 사람도 못미더우니 관리인을 자기로 바꾸면 수원지 운영시스템을 바꾸어서 좋은 물을 공급해 드리겠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사람은
수원지 자체가 완전히 썩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으니 자기가 아예 새로운 수원지를 만들어서 국민이 원하는 100% 청정수만을 공급해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관리인만 바꾸겠다는 사람과 아예 수원지를 바꾸겠다는 사람이 단일화를 한다는데 서로 관점이 너무나 다르니 아직까지는 삐꺽거리는 소리만 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물만 맑아진다면야 치고박고 싸워도 괜찮겠지만 서두...
하여간 어떻게 하면 앞으로 5년 동안 좀 더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을까.
각자 잘 생각해보면 분명히 해법이 보일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5년 후 저 세종로에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맑은 역사의 강물이 흐르게 하려면 ' 이놈 저놈 똑같애 ' 그런 소리 절대 하지말고 심사숙고해서 좀더 맑은물 공급할 사람을 선택하고 잘하라는 소리도 끊임없이 내야 21세기 민주시민이다.
사족: 솔직히 맑은 물은 지네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지네들은 우리가 원하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고...
날씨가 너무 고와서 동행한 아내와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때마침 에이스형님이 청계천에서 등축제 한다는 정보까지 제공해줘서 그것도 잘 구경하고 친구가 맛있는 저녁까지 대접해준 온 종일 수지맞는 날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좋았던 것은 호텔 21층에서 바라본 덕수궁의 가을이었다.
아~ 그런데 너무 너무 산이 그립다.
산 때문에 산을 가지 못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를 뭐라고 해야 하나...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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