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곡성 여행] 비와 일본에서 온 나그네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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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와 일본에서 온 나그네 ⓒ20120927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분기마다 한 번씩 한국으로 출장을 오는 일본 거래처 직원이 일을 마치고 지방 구경을 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제주나 경주같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들은 개인적으로 여행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고민 끝에 행선지를 곡성으로 정했다.
대단한 구경꺼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다지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곡성 같은 전형적인 한국의 시골 풍경이 외국인들에게는 훨씬 더 특별하게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절친한 친구가 있어 내게도 고향이나 다름없는 친근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끝이라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는 가운데 곡성읍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동막산 도림사를 찾았다. 계곡을 가득채우며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동막산 계곡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비경을 보여주었다.
도림사 역시 우리나라 여느 사찰처럼 공사중이긴 했지만 그래도 산사의 아취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서 빗속에 서 있는 모습이 더욱 고즈녁한 분위기로 우리를 맞이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꼼꼼하게 감상하는 일본 친구 때문에 꽤 오랫동안 도림사에 머물렀다.
일본 사찰의 경우 잘 정돈되어 있고 정말로 깔끔한 측면은 있지만 너무 인위적이어서 왠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마치 자연의 일부분처럼 주변의 산세나 숲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의 사찰도 점점 화려해지고 절을 찾거나 절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갖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전선까지 어지럽게 널려있어 자연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런 점에서 동막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산사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요즘 쉽게 만날 수 없는 절집이다.
특히 요사체건물에 눈길이 갔다.
통나무 기둥의 자연스러움과 맛배지붕의 단순함과 단청기 하나 없는 소박함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난데 없는 인기척에 스님이 문을 열고 밖을 살피더니 우리 일행을 향해 합장을 했다.
도림사에서 내려와 곡성 전통시장을 구경했다. 시장에서 파는 팥죽이며, 튀김을 보니 갑자가 시장기를 느꼈지만 맛있는 저녁식사를 위해서 꾹 참고 섬진강변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식당으로 가기 위한 교통수단이 매우 특별했다.
바로 섬진강변을 달리는 곡성의 명물 증기 기관차가 이끄는 기차다.
옛 철도 부지를 활용해서 자체적으로 운행하는 이 기차는 전라도의 오지 곡성을 전국적인 명소로 탈바꿈 시킨 일등공신이다.
기차를 타고 섬진강변을 달리는 동안 비둘기호를 타고 서울로 향하던 옛 추억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싸주신 찐 계란 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왜 요즘 계란은 그 맛이 나지 않는 것일까.
일본 친구는 흔들리는 기차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구름에 휩싸인 지리산 산록과 골짜기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는 마을과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의 풍경에 흠뻑 빠져 옆에서 말을 걸어도 모를 알아차릴 정도였다.
이윽고 식당에 도착했다.
친구는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요리를 대접했다.
일년 가까이 산속에 방목해서 요즘 닭에 비해서 두 배정도 덩치가 큰 토종닭을 각 부위별로 먹는 요리였다.
닭 사시미라고 해서 생으로 먹을 수 도 있지만 우리는 구어먹는 쪽을 선택했다.
일본에도 닭을 생고기로 먹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맛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갑다.
바로 그맛과 그 향이었다.
옛날 고향에서 씨암탉을 서리해 먹던 바로 그런 맛...
소주병께나 비웠는데도 좋은 안주에 맑은 공기에 그리고 세차게 흘러가는 섬진강의 기운 때문인지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일본친구의 곡성 여행 소감? 이 말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 이런 곳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
그리고 친구에게 이런말도 했다.
" 당신이 정말 부럽다. "
남의 떡은 다 커보이는 법... 그래도 넘볼 걸 넘봐야지.
떼끼 고얀놈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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