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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트레킹] 청정 자연이 고스란히 숨쉬는 양구 천미계곡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3/05/11 20:37:10)

[오지 트레킹] 청정 자연이 고스란히 숨쉬는 양구 천미계곡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강원도 양구 천미계곡 트레킹 ⓒ20130427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절대자연, 절대고독, 절대적막의 세계를 향한 오지여행의 꿈

내가 동경하는 진정한 여행이란 강한 설레임과 호기심을 품고 찾아갔을 때 그 낯설음에 손바닥이 짜릿해지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곳, 사람 흔적 없는 적막하고 고독한 곳, 노루 짝을 찾는 소리가 골짝을 쩡쩡 울리고 하늘을 채운 뭇별들 가운데로 미리네 흘러 가는 곳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문명으로 부터 벗어난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천미(天尾) 계곡

높고 깊은 산에 깃들어 있는 마을을 '하늘아래 첫동네'라고 한다.
'천미'즉 하늘의 꼬리는 그보다 더 심한 표현이다. 이를테면 오지중 오지.
천미계곡은 강원도 양주군 방산면 천미리 북쪽 휴전선과 맞닿아 있는 고지에서 파로호까지 장장 24km를 흐른다. 6.25 이전에는 계곡 주변에 여러 자연 부락이 있었으나 전쟁이후 2000년 초반까지 50 년간 민통선으로 묶여 있어 사람이 살지 않은 완벽한 청정지역으로서 야생동물은 물론이고 산양과 열목어등 희귀 동식물의 낙원으로 남아았다.
최근 민통선이 약 2.7 km 북쪽으로 이동한 다음 10여 세대가 마을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민통선 남쪽까지는 방문객들도 별다른 승인절차 없이 출입이 가능하다.


천미계곡 트레킹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이른 아침
최근에 천미리에 땅을 장만하고 양구 주민이된 후배 내외를 따라 나섰다.
청정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다는 천미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춘천을 지나면서 부터는 해가 뜬 이후에도 땅과 호수에서 무럭무럭 안개가 피어오르는 신비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마도 극심한 일교차 때문일 것이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양구까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양구읍과 오미리를 지나 천미리에 도착했다. 기대했던것과는 달리 그곳엔 이미 현재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긴 했지만 대규모 오리농장이 들어서 있는 등 외관상으로는 여느 농촌마을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공기 만큼은 고개넘어 오미리와도 사뭇 다를 만큼 신선함 그대로였다.

천미계곡은 협곡이라기 보다는 남북으로 길다랗게 뻗어 있는 분지에 가까웠다. 양쪽으로 도열한 높은 산지에서 발원한 무수한 계곡들이 중앙으로 모여들어 냇을 이루어 파라호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였다.

천미계곡의 물은 옥빛을 띄고 있었다. 설악산 천불동이나 지리산 칠선계곡등 큰산 깊은 계곡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물빛이다. 계곡 주변 초지를 어스렁거리던 고라니 한마리가 우리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서 달아났다.


옛 이야기가 서려 있는 천미리 마을터

제법 많은 수량의 물이 흐르는 시냇물을 어렵사리 건너면서 우리들의 천미계곡 오지트레킹은 시작되었다. 언덕위로 올라가니 오래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나타났다. 일제시대때 일본인이 살던 집터였다는 것이다. 이 궁벽한 산골에 무엇 때문에 이렇게 근사한 양옥을 지어놓았을까. 일제와 6.25가 스쳐간 이야기들을 저 페허가 들려주는 듯 했다.

사방댐을 지나서 울창한 수목을 헤치고 들어가니 아직도 형태가 완연하게 남아있는 마을터가 나타났다. 그곳을 가로질러 가면서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 빨래터 아낙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 만 같았다. 마을의 폐허위를 굴러 다니는 돌마다엔 한국전쟁 어느날에 있었던 비극적인 얘기들이 서려 있고...


수정같은 물, 산소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공기

약초꾼이 드나든 흔적으로 보이는 희미한 소로를 따라 계속 올라갔다.
다투어 피어있는 온갖 야생화를 비롯한 고스란히 보존된 원시의 계곡이 우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게다가 어둡거나 음습하지도 않았다. 수정처럼 맑은 물, 산소가 툭툭 터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상쾌한 공기, 이 계곡에서는 절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작은 폭포들이 나타날때마다 일행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어 열심히 인증샷을 담았다.


웰컴투 동막골 바로 그곳인듯한 천미골

기천문을 수련중인 후배가 폭포아래 앉아서 한참동안 호흡을 고르더니 기가 맑고 평화롭다는 소감을 들려주었다.
이런곳에 살았던 옛 천미리 사람들.
누구나 할것없이 후덕하고 정이 많았을 것 같다.
문득 여기가 영화 '웰컴투 동막골' 바로 그곳이 아닌가 싶었다.


말로만 듣던 민통선

철조망같은 물리적인 시설이나 지키는 병사는 없었지만 더이상 올라가지는 않았다.
지뢰가 매설된 곳일 수 도 있어 북한산 출입금지 금줄을 넘는 것과는 달리 목숨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민통선 간판 인근에 있는 널찍한 바위에다 밥상을 펴고 노닥거리며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사방댐이 있던 계곡을 빠져 나와서 이번에는 차를 타고 상류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사람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원시성을 간직한 오지들이 많았지만 최근 산행과 캠핑붐이 일어나면서 도로가 개설되고 펜션같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서면서 탐방객들이 몰려들어 요즘은 여기 천미리 같은 오지는 거의 찾아볼 수 가 없다. 천미리도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더 이상 오지라 부를 수 없을 지경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천미리에서 찾아야만 하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법

계곡은 들어갈 수 록 깊고 맑았다.
민통선과 더불어 산양보존지역이라는 현수막이 보였으나 도로가 협소하여 차를 돌리지 못해 계속 올라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나타난 통문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느닷없는 우리들의 출현에 깜짝 놀라며 달려왔다.

"아 미안해, 차를 돌리지 못하고 여기까지 들어와 버렸네. 금방 돌려서 나갈께."
병사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채 우리를 지켜봤다.
천미계곡 끄트머리는 휴전선 철책과 연결되는데 그곳엔 더욱 대단한 비경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완벽하게 보존된 민통선의 청정자연!
이 위대한 자산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 것인지 우리 모두는 이 천미리에서 그 해답을 찾아내야한다.

천미리에서 나오면서 만난 양구의 풍경들...

▲ 천미리를 나와 오천터널을 빠져 나오면 오른쪽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200살 된 소나무
▲ 200살 먹은 소나무 인근에 있는 자작나무숲

상무룡리

잠시 짬을 내서 들른 상무룡리.
모 탤런트가 자주 찾아온다 하여 유명해진 곳!
파로호 동쪽은 양구군.
서쪽은 화천군.

노루가 울었다.
이골에서 킁 하면 저 골에서 컹했다.
천미리에서는 대낮부터 애타게 짝을 찾았고 상무룡리에서는 파로호를 울릴 정도로 크게 울었다.


비목

초연히 쓸고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무려 18시간 동안 강행군이었지만 청정한 공기를 마셔서인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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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1건)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요 crytal123  l  2013.05.11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군요. 글과 사진을 읽으면 그곳에 제가 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멋진곳을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무등도원이 따로 없네요. 그곳에 있으면 세상 시름 다 잊고 신선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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