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 구로구의 노신사

서울의 하늘과 땅 아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천태만상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일까
살다가도 문득문득 자신을 둘러보면서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인생 사리 인 것 같다.
그저 살만하고 남에게 피해가 덜 되는 삶이 된다면 후회는 안 될 것이라는 것.
필자의 생각사록이다.

일평생을 환경운동이다. 자선봉사단체다 하면서 살다보니 남들의 사회기여도도 인식이 남다르게 와 닿게 되는데 필자와 가깝게 지내오는 구로구의 노신사 정 선생님을 그냥 지나치기가 너무 아까워서 그분 생활의 일부를 공개하고자 한다.

본인이 알면 펄쩍 뛰며 공개 자체를 사양할게 뻔하기 때문에 정 선생으로만 신상을 밝혀본다.
정 선생님은 충청도 양반 출신으로서 서울대 정외과를 나왔다.
젊은 시절부터 청운의 꿈을 품고 정치단체에 뛰어들었고 이 나라 정객들과 함께 수없이 많은 인물의 교각 역할을 하였다.

6.3 동지회 회장으로 사회에 기여하신 정 선생님 본인과 뜻이 같은 사람이면 자신의 출세의욕은 접어둔 채 동료의 출세를 위하여 정성을 다하기를 수없이 나열하는 정치가와 안부 전화를 받는 것을 보아도 금방 짐작 할 수 있다.
인생길이 꼭 당선과 합격만으로 보기에는 항상 부족하게 느끼며 살아 왔는데 또 다른 삶에 대해서는 생각에 잠길 뿐인데 정 선생님을 보면서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해답이 있었다.

정 선생님께서는 구로구에서 40년을 살아오신 구로 토박이요,
주민들과 생활을 함께 하면서 보이지 않는 지도자로 되어있었다.
일 년 365일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무렵까지 자전거는 정 선생님의 생활목록 제 1호가 되었다.
한적한 곳을 지날 때는 자전거를 가끔 타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냥 몰고 다닐 때가 많다.
번잡한 시장 통로를 지날 때는 조심스럽게 자전거 요롱소리를 따르릉 따르릉 울리면서,
“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가벼운 인사 차례가 오간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은 가족관계 안부도 묻고 편한 인사 전해달라는 당부까지 가는 곳 마다 인사치레다.
온 동네 마당발이 되어서 따르릉 따르릉 자전거 소리에 동네 강아지마저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모습이 그 이상 아름다울 수가 없다.
정 선생님은 선거 전선에 뛰어들어서 여러 번이나 낙선의 고배로 인생무상과 능력한계에 자신을 좌절하는 고통에 빠지기도 하였다.
시장 바닥에서 쌓인 재능이 책으로 나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창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정치의 횃불이 되는 정 선생님의 인생살이가 어쩌면 출마와 당선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위하여 알려주는 인생교훈이 아닌가 생각 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잘 지내세요.”
따뜻한 인사가 오가는 인생 그것이 정 선생님 인생의 전부다.
어느 날 하루는 오류동에서 정 선생님과 동행했는데 난전에서 남녀가
“빵 사세요.”
행인을 부르는 소리가 처량하기도 했고 끈질긴 생명의 소리로 들렸다.
정 선생님의 말씀
“수고 많으세요.”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타인에게 배려하는 인사가 너무 아름다웠다.
필 자 : 정 선생님 ! 방금 그 상인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 친절해보였습니다.
정 선생님 : 아니 ! 내가 너무했는가?
방금 인사드린 그 사람은 훌륭한 목사예요.
김 목사님은 나이가 나보다 20년이나 아래지만 100명도 안되는 교회를 운영하면서
20 가족이나 생계가 어려운 가정을 위하여 가두판매점을 차려주고 나날이 봉사하는 천사 같은 인물이지요.

정 선생께서 그냥 하시는 말씀이 필자의 가슴을 울렸다.
필자는 종교가 불교다.
정 선생님은 기독교인으로서 충실한 종교인이기도 하다.
정 생선님 왈,
“ 나는 교인이 수천 명 되는 교회를 다니지만 11조 헌납은 김 목사님께만 합니다.”
김 목사님은 가난한 사람에게 봉사하며 병들고 고통 받는 사람을 도와 주는 천사라고 자랑했다.
정 선생님을 보면서 인생은 출세하고 명예를 지키며 잘 나가는 사람 보다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가슴 가득 쌓인다.
“정 선생님 너무 훌륭하십니다.”
그 말 한마디에 화를 발끈 내는 인상
정 선생님은 “내가 칭찬 받을 만한 일 한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역정 내는 그 얼굴 빛 인상적이고 감사하기만 했다.

▣ 환경운동가 · 시인, 수필가 (구담 정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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