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을 마무리하면서 정치인 중 성공한 사람을 꼽으라면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허경영 등을 들 수 있다. 허경영은 대권 3수로 아직 넷상에서 대통령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으며 신예 문국현은 6% 가까운 지지율로 깜짝 스타반열에 올랐다. 대권 2수의 정동영은 상상 외의 선전을 했으며 처음 도전에 당선을 딴 이명박은 당연한 결과다.
이번 선거결과는 보수에서 목매 외친 좌파척결도 아니었다. 좌파는 이제 우파속에서도 활보를 한다. 강경보수라는 장군출신들은 밥그릇 하나 챙길려고 선거내내 피래미보다 훨씬 못한 행동을 곳곳에서 보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좌우보다도 훨씬 심각한 병증에 접어들었다.
이명박 - 한나라당
이명박이 1149만표를 얻어 정동영에 530만 표 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투표자 득표율 48.7%(정동영 26.1, 이회창 15.1)를 획득했다. 세간의 51:49라는 박빙의 승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유권자 3765만명의 역대 최저 투표율(63%)로 본다면 이명박의 득표율은 유권자 대비 30.5%로 역대 최소의 지지율이다. 밥에 눈먼 기독주의자의 맹신적인(하늘의 영혼에 굶주릴지어다), 빵에 굶주린 기득권(지상의 평등에 눈뜰지어다)과 서민의 맹목적인 지지가 노무현 설화를 보는듯 했다.
이명박의 당선은 또다른 성공신화다. 혜성과 같이 나타난 노무현이 쇼를 해서 얻은 자리라면, 그는 수년을 거쳐 눈물겨울 정도의 철저한 노력의 댓가다. 다른 것은 다 인정하지 못할지라도 이 점 하나만큼은 누구든 부정하지 못하리라.
투표율이 저조할수록 그에 유리할 것이라는 나의 예측도 맞았다. 나는 열거한 몇 가지 이유로 내가 지지하는 사람과는 다르게 이 후보의 당선을 오래전부터 예견했다. 그래서 민중은 아둔하다는 것이다.
성공할 대통령도 예약이 돼있다. 국민들의 생활과 정책들이 더 이상 나쁘게 진행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각종 NEED로 국가만 쳐다봐야하는 민중을 길들이기는 더 쉬워졌다. 여기에다가 대한민국의 내셔날마크 하나 정도 남기고 물러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한반도운하나 버즈두바이 이상가는 수 백 층짜리 인공도시가 치적사업으로 될 가능성이 있으며 임기내 상호 체제가 인정되는 남북통일도 가능하리라 본다.
정동영 - 통합신당
정동영은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차별 전략에서 피해를 본 사람이다. 정동영의 성향이 친노도 아닌데 노무현 탄핵을 눈물로 호소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 결국 노무현에게 공을 넘기면서 과는 자기가 뒤집어 쓰고도 26%의 득표는 대단한 기록이다. 그가 애초 20%를 넘기기는 불가능한 후보였다. 김대중.노무현의 적통, 호남출신, 친북 좌파 빨갱이, 열린우리당 핏줄, 무능하고 저질스런 386대표로 다구리 당하고도 각 지역간, 세대간에서 가장 고른 득표 스펙트럼을 보인 것은 깨끗한 이미지와 살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공약 덕분이다. (그러나 웜업을 해줄 팩트는 없었다.)
차기에는 어떨까. 역지역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호남이 한풀이의 소수 횡포정치를 했다면 이번에는 한풀이의 다수 엄포정치를 할 것 같다. 과거 90%이상의 호남 몰표는 이번에는 80%대로 떨어졌다. 반면 경상북도 표가 특정 후보에 70%초반이었던 것이 80%대에 육박했다.
전라남도와 경상북도는 왕래가 가장 뜸한 지역일 뿐더러 타도 사람의 인구 희석율이 가장 낮은 - 순도가 높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향후 대권은 엄청난 유권자를 보유한, 남한에서 제일 큰 면적의 경상북도민 마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권자 수 참고 : 경북 = 호남전체, 영남 = 호남.충청.제주)
이회창 - 무소속
서울법대, 대법관, 국무총리, 당대표...시험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장기집권도 가능한 후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인을 뽑는 대선방식에서 이 전 대표는 통하지 않았다. 무소속에 파란점퍼는 차가운 대쪽을 벗기에 부적절했다. 서민풍의 따뜻한 컨셉을 원했기에 차라리 노란색이나 빨간색, 하얀색이 더 나앗을지 싶다.
이 전 총재의 대권 3수 실패와 노무현, 이명박 당선에서 보듯 당분간 대권은 첫도전에서 성공해야 가능하다는 통계가 나올 것 같다. 이점에서 차기에도 고전할 사람은 문국현(재수), 허경영(4수), 이인제(4수), 손학규(재수), 박근혜(재수), 정동영(3수)까지 포함될 수 있다.
문국현 - 창조한국당
비정치인 출신으로 고군분투하면서 신선미를 충분히 줬다. 이명박이 하드웨어적인 CEO라면 문국현은 소프트웨어적 CEO로 분류된다. 여기서 국가를 움직일 생각의 크기가 누가 더 클까를 가지고 유권자가 판단한 것 같다.
기업인, 내각 실무자로서 어울리는 그가 과연 정치모리배조직인 당대표를 계속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며 이명박과 정동영을 양공하면서 끝까지 완주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허경영의 '허풍(許風)공약' 골때려도 좋다
실지 아이큐 테스트에서 150이상은 측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130이 넘으면 영재. 120이 넘으면 수재라고 하는데 430이라고 한다면 허풍은 허풍이다.
선거가 끝나고도 허경영 신드롬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4월 총선에 국회입성을 노리고 있는데 장담대로 20석 정도를 얻는다면 차기 국회는 재미있을 것 같다.
'온라인 대통령' 허경영 공약은 '결혼수당 1억원, 출산수당 3000만원, 산삼뉴딜정책, 유엔본부 판문점 이전, 새만금에 200층짜리 빌딩을 300개 정도 짓겠다, 60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70만원 지급, 각종 입시시험 폐지, 대학등록금 폐지, 지자체의원 보수 폐지, 단체장 선거 폐지, 국회의원 100명으로, 모든 공공요금 5만원까지 무상, 신용불량자 무이자 융자, 모병제 실시, 화폐개혁, 전국을 4개도로(예, 전남, 경남을 한 도로 묶어 지역감정 해소),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와 청와대에서 결혼하겠다, 금융실명제 부동산 실명제 상속세 폐지, 전과 호적 대사면, 직접세를 간접세로 전환, 보도블럭 30년만에 교체..' 등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두고 '파격적이다, 웃음 준 엉뚱공약이다, 황당하다, 기인이다, 정치 불신 정치 허무주의의 피난처다, 코메디다..고 말하지만 다른 편으로는 장광설에 수긍이 가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내 입장에서 그의 공약을 뜯어보면 두 가지 빼고는 다 가능한 것이다. - 부시를 염력으로 움직여 유엔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한다는 것과 대통령이 된 다음 박근혜와 결혼하겠다는 것.
그는 방송출연 시종 심각한 표정으로 국민과 유권자를 설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역감정을 아프게 느끼고 있는 나는 20년전에 그 해소책으로 전남-경남, 경북-전북을 합하는 행정구역 개편을 구상한 적이 있다. 한술 더 떠 지역민 (강제)이주정책까지 생각했으니 허경영의 공약은 전혀 허풍이 아니요 충분히 실현 가능하리라고 본다.
2007년 우리나라는 허경영이라는 구시대풍의 신선한 정치인을 얻었다. 미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할만한 전여옥, 박영선도 눈에 띄고 이장춘같은 곧은 원로도 큰 소득이다. 이명박의 활짝 핀 성공시대도 많은 국민들이 벤치마킹할 것이다.
거대한 권력의 파고 앞에 사기단으로 몰린 - 미국식 상식을 기대했던 김경준 가족의 아픔이 대기속 먼지로 사라졌다. 진실을 떠나 김대업식 양치기 소년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단결력은 그토록 외친 인권과 민주라는 것이 얼마만큼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과거 엄석대를 내세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결코 21세기를 사는 시대에도 힘의 공포와 거대한 부조리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영원히 닉슨의 하야나 외국에서 흔한 실각사태는 없다. 우리는 정의와 책임을 위해 흘린 피가 너무 궁색했기 때문에 미국이 '들쥐근성의 한국인'이라고 폄하하는 것을 더 오랫동안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이념은 빵을 넘지 못한다'는 화두를 던진 이명박 당선자.
이 당선자는 '앞을 보고 가자'고 했다. '다 잊고 화합하자'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김근태 아류가 이미 패퇴한 좌익을 넘어 북한까지 동포애로 뜨겁게 끌어 안기를 바란다. 부디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실용적인 사회 화합 도모를 기대하며 기나 긴 한해를 보내자. (양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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