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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아한 한복 속에 숨은 눈물
박정희 테마 에세이 中
 김인만 작가 (발행일: 2007/12/08 13:29:25)

2005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아, 어머니’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있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가 한국 여성들의 삶을 회고하는 의미로 열었던 그 전시회에 육영수 여사가 입었던 한복이 당시의 사진과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진한 주황색 양단에 무궁화 무늬가 새겨진 한복이었는데, 이 한복을 입고 1967년 3월16일 전북부녀회관 기공식에서 첫삽을 뜨는 사진이 함께 전시되어 아련한 추억을 불러오게 했다. 40년 동안이나 보관되어 있다가 ‘아, 어머니’ 전시회에 나온 그 한복은 치마의 치마말기가 주름이 없이 펼쳐진 상태로 전시되어 좀 이채로웠다.

이에 대해 맏딸 박근혜는 어머니가 항상 치마말기를 뜯어 주름을 풀고 손다듬이를 해서 한복을 보관했다면서 한 계절이 지나면 체중이 늘거나 줄어들 수 있고, 또 천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1967년 3월16일 전북부녀회관 기공식에 참석한 육여사. 이때 입었던 한복이 40년 후 2005년 ‘아, 어머니’전에 전시되었다. ⓒ김인만 서울포스트
한복 전문가들은 육여사가 역대 대통령 부인들 가운데 한복 차림이 가장 잘 어울렸으며 한복을 유행시킨 패션 리더이기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시절, 육여사를 만나는 여성들은 간혹 한복 옷감의 제조회사를 묻거나, 가만히 옆으로 다가와 만져보기도 했다고 한다. 별로 비싸지 않은 국산 옷감을 사용하고 화려하지 않게 서민적인 옷을 지어 입었는데, 남들에겐 대통령 부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고급 외국산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한복을 맡길 때도 바느질 솜씨만 꼼꼼하면 굳이 유명한 전문가를 찾지 않았다. 이수진, 황신엽 등이 육여사의 한복을 지은 사람들로 알려지고 있는데, 육여사의 성격이 수더분해 옷짓기가 편했다고 한다.

전 외무부장관 이동원의 회고록(대통령을 그리며)에 보면, 대통령 부인이 늘 한복만 입는 바람에 장관 부인들이 양장을 차려 입기를 거북스러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육여사에게 양장을 권해 보았다.
“지금 애기 아빠가 대통령이고 내가 대통령 부인이라고 해서 검소하다는 티를 내려고 일부러 한복을 입는 게 아닙니다. 사실 나는 애기 아빠가 일선에 있을 때부터 밤낮 이 한복을 입고 살아 왔어요. 그러다보니 한복이 오히려 편해요. 한국 사람이 한국 옷 입는데 어색할 게 있습니까?” 육여사의 대답이다.

사실, 신혼 때부터 육여사를 보아 왔던 사람들은 늘 한복 차림의 새댁을 이야기하고 있다. 육여사는 양장 차림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성으로서 보기 드물게 한복을 일상적으로 입었다.

육여사의 한복은 대체로 소매와 치마길이가 짧아 활동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 한다. 그리고 같은 색깔의 치마저고리로 우아한 멋을 내게 마련인데, 육여사는 공식행사에서도 아래위 색이 다른 반회장 치마저고리를 자주 입어 실용성이 돋보였다고 한다.

박근혜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수석 졸업의 기념으로 어머니의 한복 한벌을 물려받았다. 어머니가 입던 것 중 딸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꽃자주빛 한복을 손수 손질해 물려준 것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어머니는 말했다.
“근혜의 수석 졸업이 너무도 기쁘고 가슴이 벅차서 밥이 안 넘어가는구나. 새 옷도 안 해주고 이런 옷을 입으라고 해서 미안하다.”

그 어머니가 1974년 장충동 국립극장의 8.15기념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입었던 것은 오렌지색 한복이었다. 그때 육여사의 시신을 수습한 서울대부속병원 간호사들은 속치마가 낡아서 기워진 것을 보고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우아한 한복 속에 그런 것이 가려져 있을 줄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


▣ 출판편집인 동화작가 김 인 만
= 작가의 저작권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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