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 후임에서 빼달라”… 말 뒤집고 아들 세워

- 방송 통해 800억 비자금 등 여러 관련 의혹들 함께 불거져

MBC PD수첩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 영상 캡쳐

[서울포스트 오미현기자=] 명성교회 세습 사태가 지난 9일 MBC PD수첩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 편이 전파를 타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방송에서 세습과 관련 있어 보이는 여러 다른 의혹들과 MBC 취재진들을 폭력으로 저지하는 교회 관계자의 모습이 방영됐다.

본격적으로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2014년이다. 그해 3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에 명성교회의 지교회격인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해 담임을 맡아 창립예배를 거행했다. 이에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명성교회의 변칙 세습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비판했다.

세반연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2015년 12월에는 김삼환 목사가 후임을 정하지 않은 채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며 원로목사로 추대됐고, 2017년 3월 명성교회 당회는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것과 새노래명성교회를 합병할 것을 결의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성교회 공동의회에서는 이 두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어 9월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통과됐고, 11월 김하나 목사는 새노래명성교회를 사임하면서 명성교회 2대 목사가 됐다.

이 사안에 대한 정당성을 판결하는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심리가 계속 미뤄지다가, 총회재판국은 지난 8월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목회직을 물려준 것은 적법이라고 판결했는데, 찬성 8표, 반대가 7표였다.

이 결과에 대해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며, 명성교회는 교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 9월 대부분 교단에서 열린 총회에서도 논란의 중심에는 명성교회 세습이 있었다. 예장통합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 판결의 근거가 되는 헌법 해석이 잘못됐다고 결의하고, 재판국원을 전원 교체해 사안을 재심할 것을 결정한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지난 9월 13일 명성교회 새벽예배에서 그는 “교회를 물려주는 것은 기업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십자가 고난을 물려주는 것”이라면서 “교회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들이 타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마귀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한다. 아들만 죽이느냐, 아니다. 우리 식구 다 죽이고 장로님, 우리 교회 전체를 다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김 원로목사는 지난 2016년 1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명성교회 후임 후보에서 아들을 빼줬으면 좋겠다. 아들이 후임이 되면 상처가 많아진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기사에 달린 90여 개의 댓글은 대부분 그가 이전에 봉사해왔던 탈북자와 통일문제, 다문화가정, 중독자, 소망교도소 등의 김 목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한편, PD수첩에서는 4년 전 명성교회 재정 담당이었던 박모 장로가 투신자살하며 남긴 유서, 차 트렁크에 남긴 통장 등의 내용이 방송됐다.

방송에 따르면 트렁크에서 나온 통장 사본 목록을 합산한 금액이 860억 원이며, 김삼환 원로목사의 측근들이 트렁크에서 나온 모든 증거자료를 태워버렸다. 교회 재정을 김 원로목사와 고(故) 박 장로 외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도록 비밀에 부쳐 관리해 왔다.

이외에도 전(前)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물과의 친분 과시, 세월호 사건 당시 논란이 된 발언들, 명성교회 박물관을 통한 김 원로목사 우상화 의혹, 해외선교 시 외화 밀반출 의혹 등의 내용이 방영됐다.

PD수첩 방영이 명성교회 세습 사태에 대한 총회재판국의 재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재판국원이 전원 교체된 총회재판국의 첫 모임이 지난 15일 오전에 열렸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 사태 재심 건은 중대한 사안이므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음 회의로 미룬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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