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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소니 퀸 이 주연한 '길'과 운하길
 양기용 기자 (발행일: 2007/06/19 01:17:00)

길 위에서 쓰는 시

펠리니 감독의 '길'
삶의 궤적을 그릴 때 누구건 '자기의 길'을 한번쯤은 생각하게 마련이다. 자기의 길이 옳은 길인지 바른 길인지 또는 어느 길을 설정해 놨는지, 어떤 모습으로 걷고 있는지..사람이란 걸음걸이가 다른만큼이나 각자의 모습으로 인생길을 걷고 있다.

나는 유난히 그 길들을 많이 생각했다. 길 위에서 길을 생각하며 길을 걷고 있다. 되돌아보면 까마득하고 앞을 봐도 아득한 나의 길이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쉽지않은 길 위에 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민주화의 길도 세계화의 길도 성직자의 길도 아닌, 그저 아프면 낑낑거리고 기분 좋으면 하하 웃는 소시민으로서의 길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을 떠올리자면, (감상하지는 않았지만) 스틸포스터가 유난히 기억에 남은 '길'(La Strada 1954)이라는 영화 줄거리도 떠오른다. '광주에서 대구가는 길', 소설 '경마장가는 길', '삼포가는 길', Led Zeppelin - Stairway to Heaven 등 삶의 질곡을 형상화한 모든 문학이나 예술도 결국은 어렵사리 길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인 것이다. 그리하여 우주만물을 통틀어 끊임없이 회자되는 화두는 법관의 길도, 기업인의 길도, 건설인의 길도, 정치인의 길도 아닌 '삶과 사람과 사랑의 길'인 것이다.

성경에도 '좁은 문으로 가라'는 경구가 있다. 쉽지 않는 길을 택하고도 아쉬움이 남는 프로스트나 페데리코 펠리니 의 '길'과 비슷한 컨셉의 배창호 감독의 '길'도 있다. 배감독은 장똘뱅이 태석과 낙향한 여공 - 정신적으로 부족한 신영을 대비시켜 사랑에는 비겁했으나 삶에 성실한 길을 보여준다. 펠리니는 그의 작품에서 난폭한 떠돌이 곡예사 잠파노(안소니 퀸)와 천사같지만 백치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와의 유랑하는 삶과 죽음에서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아는 친구는 '길 위에서 시를 쓰는 일은 길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내 보이지 말아야하는 그 참음으로 거리에서 시를 쓰는 일은 참으로 슬프구나' 생각한다고. 그 친구도 그렇겠지만 삶이란 어려울수록 온몸으로 부딪히며 정면으로 돌파해야한다고 수많은 길을 걸어오면서 내가 얻어 낸 철학이다.

이명박의 뱃길은 국가차원의 검토가 옳다

17일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는 설명회를 자청해 한반도운하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후보측에서는 '설명은 없고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평했다.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리나 하는 이명박 후보라는 얘기다.

이쯤되면 아무리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해도 이명박의 운하이야기는 이해조차 가지 않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왜 이명박은 물길을 산위로 내는 것일까.

애초 공약 따위의 꺼리가 되지 않기에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줄 알았던 필자도 끝까지 운하를 놓겠다는 이명박의 설명회가 나라를 통째 말아 먹을 것같아 가만 있을 수가 없다. 구국의 심정으로 배수로공사를 막아야겠다는 사명감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배창호 감독의 '길'
그의 운하는 백두대간을 가르며 한반도를 실질적으로 수장시키는 행위와 똑같다. 산을 가르고 물을 채우는 것은 자연과 천리를 역류하는 것이며 이등박문이 조선의 정기를 말살하려고 산정상에 쇠말뚝을 박았던 사실과 똑같은 행위다. 국민들은 여기서 이명박이 배를 산으로 끌고 갈려는 생각을 의아해 한다. (나는 이명박에 대해 인신의 공격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기에 나의 주장도 옳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이명박은 운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60년대 고속도로 건설 반대론자로 비유하고 있다. 그는 그토록 반대한 경부고속도로를 뚫어 놨더니 몇 년 후 국가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처럼 그때의 사실은 맞는 얘기다. 당시 중화학공업육성정책과 산업기지의 팽창으로 많은 물동량을 더 빠르게 싣고 달릴 도로가 필요했었다. 독일과 미국을 둘러 본 박정희 대통령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선진 모델로 그리며 국토를 개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당연히 우물 밖을 보지못한 개구리들은 반대의 합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이 시대에 뱃길을 내고 더 많은 배를 띄우겠다는 계획이 과연 온전한 생각을 가진 국민인가. 당시 고속도로처럼 대한민국은 산업화로 인해 물량을 실어나를 더 많은 배들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각종 정보도 유무선보다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로 실어나르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이 이명박의 청사진이다. 컴퓨터를 부팅할 시간이면 배로 눈깜짝할 사이에 배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요즘 친이명박 쪽에서는 선거전략으로 이분법적 피아를 구분할려고 하고있다. 운하를 반대하는 박근혜 노무현 김대중 김정일을 한 데 묶고 거기에 대항하는 이명박이 진정한 한나라당이며 보수주자라는 얘기다. 노무현과 한판 붙어 당내에서 불리한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일석이조 전술이다.

하지만 그도 알 것이다. 운하문제는 국가의 사활이 걸린 일이다. 그래서 이명박 죽이기가 아니라 우국충정에서 기인한 좌파들의 자발적인 동참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빨갱이들이 오랜만에 애국적인 행동 하나 하고 있는 셈이지 파일을 공유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만약 그가 한나라당 주자로 되면 빨갱이로부터 나라를 지킬 구국의 심정으로 밀어야할지, 천재지변인 운하건설을 막기 위해 구국의 심정으로 찍지 말아야할지 하나님은 나에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할지도 모른다.

며칠전 이명박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어떻게라도 끌어내리기 위해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며 격한 어조로 (말짱한 나를 포함한) 불특정인을 원망했다. 장로라서 '마귀들이 나를 음해하고 있다'고 기도했을 것이다. 또한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은 운하사업이 일자리 늘리는 일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일자리 주지 않아도 좋으니 스트레스나 주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도로든 물길이든 유무선이든 '길'을 내는 것은 소통이요 왕래요 목적이다. 영화 '길'이 참회와 화해로 이끈 길이라면 우리는 이 중차대한 싯점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거기 있는 이유를 (미쳐 날뛰지말고) 조용히 생각해야 할 때이다.

젤소미나 : 난 쓸모가 없어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못 주는 불필요한 존재예요.
삐에로(마또) : 세상의 모든 것들을 거기에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래요.
젤소미나 : 그걸 어떻게 알죠?
삐에로(마또) : 사실 나도 잘 몰라요. 사실은, 그건 하나님밖에 모르죠. 이 돌멩이도 분명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있는 거죠. 젤소미나도요...
(영화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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