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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토론토에서의 귀환 - 사람을 만나고 오다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밤 열한 시. 녹초가 된 참입니다. 갈때처럼 고생하진 않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나라라고 해도 세관 통과에 시간이 길게 걸리기도 했거니와, 토론토에서는 터미널을 제대로 찾지 못해 고생을 했고, 캘거리에서는 출발 15분전까지 비행기 좌석이 잡히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 긴 세관 검사 때문에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그러나 토론토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온 까닭에, 당분간은 또 그 힘낼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여행을 할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만, 제가 참여하고 있는 팟캐스트 '미주동포설록'의 출연자들이 한 곳에 모이기로 했던 것이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토론토 지역에서 세월호 관련 운동을 펼치고 있는 '세기토(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 모임과 함께 갖는 공개방송이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치열한(?) 뒷풀이들이 연일 이어졌고. ^^;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함께 저를 픽업나와 주셨고, 저는 부모님 댁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집으로 왔는데, 지원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울기까지 하길래 아무래도 복막염이 의심되어 응급실까지 다녀와야 했습니다. 다행히 별 일 아닌 것으로, 그냥 얹혔던 것으로 판명됐으나, 병원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고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몸은 당연히 천근만근. 그러나 내일이 마침 콜럼버스 데이 연휴여서 어떻게 하루 더 쉴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많은 분들을 만났고, 더러는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매일 블로그나 SNS를 통해 만나기에 이번에 처음 실제로 대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만나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25년만에 만나는 후배도 그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나는 '그때 그 소녀'에겐 '교회 오빠'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꽤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었던 그 소녀는 지금 토론토에서 사회활동에도 열심이고 가정에도 열심인, 멋진 아줌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딘가를 함께 보아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온 여행이었고, 그밖에 여러가지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같은 땅에서 국경을 마주대고 있으면서도 참 다른 점이 많은 캐나다라는 곳.... 지금까지 내게 캐나다는 뱅쿠버와 빅토리아 뿐이었지만, 토론토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토론토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반만 운전해 가면 되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는 자연의 장엄함과 위력을 온 몸으로 실감했고, 그 위대한 자연을 사람이 접근이 가능한 관광지로 개발해 낸 인간들의 위대함도 아울러 느꼈습니다.
레귤러 커피라는 말, 캐나다와 미국이 어떻게 다르게 쓰는지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레귤러 커피란 카페인이 있는, 블랙커피를 말합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레귤러 커피를 시키면 이미 설탕과 크림이 한 단위씩 들어가 있는 것이란 걸 이번에 새로 배웠습니다. 화장실도 미국에서는 bathroom 이지만 캐나다에서는 washroom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번에 더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온타리오 호반을 걸으면서 대자연과 현대적인 미가 어떤 식으로 조화될 수 있는가를 보았고,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동포'를 보았으며, 우리의 분단 현실이 얼마나 우리를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상황에 놓아 두었는가도 몇 번씩을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저는 당분간 이 에너지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 이 단 며칠만의 여행 속에서도, 많은 감회들이 남았습니다.
시애틀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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