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스트 장팔현 칼럼니스트=] 가을 깊어지면서 어디론가 휑하니 떠나고 싶은 때이다.
파란 물 하늘에서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날씨에 지인의 초청이 있어 단양으로 향한다.
도중 충주 천등산 터널 지나 금성터널에서 타이어 문제로 1시간여 터널 내에 갇혀있다 다시 달린다.
목적지인 양백산에 이르니 단기 4348년 개천절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충북 단양의 양백문화재단(이사장 임선정)이 개최하는 행사로 양백산 중턱에 국선원을 개원하고 단기 4348년 개천절인 10월 3일 오전 10시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선원은 지난해 12월 사재를 털어 단양 양백산에 단군성전인 국선원을 건립한 것으로 “국선원 개원과 함께 남북공동 한민족개천대제를 올리게 됐다”고 임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눈에 익은 방송인 뽀빠이 이상용의 사회로 시작되었으며 주요 행사로는 마당놀이, 태화의식, 국선원 개원 현판식과 봉안 등에 이어 한민족 개천대재, 평화통일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강강수월래, 대동한마당 등이 펼쳐졌고, 대전에서 쇠 먹는 인간불가사리 김승도선생도 참석하셨고, 수덕사 스님 한분도 오셨다.
개천절 행사를 뒤로하고 필자의 오지여행은 또다시 불 타 올랐다. 왔던 길을 십여리 되돌아가 도담삼봉 구경을 한 후 영월로 방향을 잡았다. 김삿갓면에 들러 삿갓어른 좀 찾아보고 싶었다. 도중 단양읍내의 두산마을 활공장에 올라보니 확 트인 전망이 좋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양백산 쪽은 패러글라이딩이 날지 못했지만 이곳에선 간간히 활공이 이루어졌다.
삿갓면에 들어서면서 영월에 살던 지인이 생각 나 전화를 넣었더니 빨리 오란다. 저녁 무렵이라 네비게이션 앺을 켜보니 같은 영월이라도 수주면 두산리까지는 56킬로쯤 나오는 거리였다. 삿갓 어른은 다음에 충분히 시간을 내어 술이라도 들고 가기로 하고 급히 방향을 틀었다. 도중에 다시 제천이 나오고 원주시 지역을 거쳐 영월군 수주면 두산리에 이르렀다. 주천강 따라 아름다운 펜션이 많았다.
도착하니 목수로 일하던 지인은 3월 이후 약초꾼에 심마니로 일한다 한다. 집안을 둘러보니 천마주에 붉나무에서 딴 오배자로 담군 술에 약초주가 즐비했다. 산삼주는 친구들이 와서 다 비웠고 조금 남은 거란다. 오랜만에 만나 고기를 굽고 천마주에 큰 산더덕을 날로 먹으니 술도 취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얘기하다 보니 이 친구는 자연인처럼 산이 좋고 산삼도 많이 캐 돈 좀 벌었다 한다. 심마니가 다 되어있었다. 아침에 라면에 노루궁뎅이버섯을 넣어 끓이니 맛도 쫄깃하니 좋았다. 자연인의 호사를 고맙게 느낀 하루였다.
가을 향기 풀풀 나는 곳, 차를 몰아 수주면 법흥계곡을 둘러보고 이내 정선을 향해 달린다. 1시간여 아름다운 평창강 바라보며 달리니 작은 도시가 보인다. 처음 와보는 평창읍이다. 이곳에서 미탄을 거쳐 정선에 이르는 길은 굽이굽이 2차로로 정개산(850.8m) 자락 산길을 달린다. 그러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로 평창 정선 간 길도 4차선으로 한창 놓고 있었다.
정선에 이르러 약초연구가를 만나기로 했으나 바쁜 일로 다음에 보기로 하고 전통시장을 둘러보니 귀한 송이버섯에 능이버섯, 오미자, 말린 비수리(야관문), 자연산 더덕, 상황버섯, 영지버섯 등 여러 종류의 약초와 메밀전병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었다. 참 정겨운 재래시장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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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시장 |
정선에 왔으니 곤드래막걸리에 곤드래밥을 먹고 이내 아우라지로 향한다. 먼저 숙암리 오지인 단임골로 달린다. 진부로 이어지는 길 따라 오대천 따라 올라가니 숙암계곡이 나온다. 좁은 임도로 끝까지 가보니 12킬로쯤이나 된다. 시멘트 포장이 된 곳은 좁으나마 달릴만하나 비포장도 가끔 이어진다. 중간 빨간색 다리 건너엔 모 작가 분이 산다는데 그곳은 한때 큰 폭풍의 언덕을 건넌 모 남녀앵커가 살던 별장이란다.
하여튼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묘한 인연에 이끌리는 것처럼 그 끝을 보고 싶은 오지길이다. 승용차는 좀 들어가기 힘든 길이다.
숙암리를 나와 구절리를 향한다. 휴일이라 그런지 젊은 남녀와 가족들이 레일바이크를 타려 역 주변에 많이 보였다. 왁자지껄 번화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오장폭포가 비록 가뭄으로 물이 적지만 멋지게 흐르고 있었다. 참고로 레일바이크는 구절리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km가 조금 넘는 철길로 4개의 바퀴로 철길 따라 달리는 바이크다. 자전거처럼 페달을 밞아 약간 경사진 레일을 따라 구절리에서 아우라지까지 내려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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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장폭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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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일바이크 |
아우라지역 앞마당에 지어진 초가집 상가를 둘러보고 다음 갈 곳으로 태백시를 찍었다. 앺을 켜니 70km가 조금 넘었다. 임계를 거쳐 굽이굽이 계곡 물 따라 2차선 길을 달린다. 길 주변을 보니 산기슭에 고랭지채소가 많이 재배되고 있었다.
태백시에 다가오니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가 보였다. 산 위에서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니 동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태백시는 현재 인구 4만 8천여 명의 작은 지자체이지만 1970~80년대 탄광촌에서 석탄을 많이 캘 때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호황을 이뤘던 곳이다.
지금은 산소도시를 표방하며 힐링에 치중하는 것 같다. 숙소를 정하기 전에 1,100m 산 정상에 위치한 오투(O2)리조트에 올라보니 앞산 정상에 풍력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도 좋다.
다시 태백역 종합안내소로 내려와 숙소를 알아보니 태백산 밑에 민박촌이 있단다. 좋은 기도 받을 겸 민박촌으로 향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숙소로 작은 빌라 형태였다. 4인 기준으로 3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 태백산 정기를 받고 대한민국 제일의 오지라는 경상북도 봉화군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구간 거리도 70km가 조금 넘었다.
한참을 달리니 산기슭으로 단선철로도 지나고 청정수가 흘러 열목어가 산다는 곳도 있다. 육송정삼거리에 이르니 손바닥만한 하늘만 보이는데 너른 버스정류장에 몇 집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농산물 파는 가게도 있어 삶은 옥수수 5천원 어치를 사니 커피 한잔을 주면서 서비스란다. 작은 개천이 흐르고 맞은편 산기슭을 보니 어울리지 않게 작은 빌라 형태의 사택이 두 채나 지어져있다. 참 신기한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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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정수 |
청옥산(1,277m) 7부 능선 길을 오르니 자연휴양림이 보이고 높은 산에 새 길을 놓느라 터널 뚫고 높다란 다리 기둥 세우느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봉화군 현동에서 태백시 도계에 이르는 길이란다.
정말 공기 좋은 오지 중 오지란 느낌이다. 시 한 수가 저절로 나온다.
청정지역 봉화 & 詩 한 수
- 清浪 장팔현
맑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열목어
작은 영역 차지하고 살아가는 땅 봉화
굽이굽이 계곡 따라 형성된 좁은 길
숲 우거져 손바닥만한 하늘만 빠끔히 내려다본다
자연 그대로
세속에 짓밟히지 않고 여린 상태로 무균실 같은 특별한 공간
신선한 공기 그리워
나 그곳에 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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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터넛호박 |
봉화읍에 들어오니 송이축제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상큼한 송이 향기를 맡으며 농촌길을 달리니 요즘 알음알음으로 퍼지고 있는 아메리카 원산의 버터넛호박을 따는 농부가 보인다. 구워 먹으면 맛있다 한다. 일명 땅콩호박이라고도 불리는 호박이다.
버터넛호박 밭을 지나니 이몽룡 생가란 이정표가 보인다. 가평리 계서당이란 곳으로 정확한 주소는 물야면 계서당길 34-1번지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성이시(成以性·1595~1664)선생이 청백리 이몽룡 어사의 실제 모델이라 한다. 1627년(인조 5)에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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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서당 |
당시 풍조로 양반이 기생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금기시했기에 성이시의 이름 대신 이몽룡이라 하여 남원의 진사 출신 조경남(趙慶男.1570∼1641)이 쓴 작품이라 한다.
봉화군을 벗어나 영주시 순흥면에 들어서니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웅장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옥으로 잘 지어졌다. 서원에 들러 옛 기록을 읽어보며 잠시 과거로 달린다. 서원을 지나 풍기에 이르렀다. 풍기는 터가 넓고 온후한 느낌이 들어 좋은 곳 같다.
풍기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예천을 거쳐 회룡포 근처에 위치한 문경시 산양면에 이르렀다. 군대 동기가 예비군 중대장을 하고 있는 곳이다. 찾아가니 세계군인체육대회 경계를 서느라 바쁜 와중이었다. 문경공업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동기와 함께 차 한 잔 나누고 점촌 역 근처에서 저녁 약속을 잡고 시간이 있어 주흘산 근처로 달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거처하던 청운대를 둘러보고 이내 영남요에 들렀다. 전시관을 짓고 있었는데 12월 완공이란다. 도자기 명인 백산선생(김정옥)이 7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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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사도자기 |
여러 진귀한 작품들 감상하고 다시 점촌역으로 달렸다. 동기와 메기매운탕으로 저녁을 먹고 상주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집에 귀가하니 밤 9시가 넘었다. 2박3일 충청도 단양에서 시작된 여행은 영월(도중에 제천, 원주시 행정구역 경유) 평창, 정선, 태백, 봉화, 문경으로 달려 1,000여 킬로의 추억을 쌓았다. 깊어가는 가을 여행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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