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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만난 가을,단풍 그 16시간의 기록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4/10/14 04:24:11)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만난 가을,단풍 그 16시간의 기록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공룡의 아침 ⓒ20141009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최악을 감수해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경관 설악산 공룡능선 ​

우리나라 등산로중에서 거리 대비 최악의 코스를 꼽으라면 ​설악동에서 공룡능선을 경유하여 원점회귀하는 19~20km코스를 들 수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등산로중에서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코스를 고르라면 또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국립공원 제 1 경으로 지정한 공룡능선이구요. 그래서 공룡능선을 찾는 사람들은 최고의 경관을 만나기 위해서 기꺼히 최악의 코스를 감수합니다.

​한 번이라도 만나게 되면 반드시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만난 가을, 그 16시간을 소개할께요. ^^

저는 작년 6월 7일 신록의 공룡능선을 처음 만난 이후 그해 10월 7일 다시 찾아와 가을 공룡능선이 주는 아름다움의 진수를 만끽했습니다. 올해도 그 느낌을 잊지못하고 가을이 오기를 호시탐탐 노렸지요.

더욱이 지난 4월 관악산 연주대 산행을 시작으로 일취월장하여 출중한 산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친구 여산에게 우리나라 최악의 코스에 도전하여 최고의 경관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설악산 전문가 설악등님과 야생화 전문가 릴님이 동참해 주셨고 여산과 더불어 풍류산행 멤버이신 이형재 사장님과 김문성사장님께서 함께해주셔서 든든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하여 무박산행을 할 경우 출발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회사일을 보고 밤 12시경 서울을 출발하여 다음날 새벽 3시경 현지에 도착,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후 6 시경 하산하여 뒤풀이를 마치고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오면 빠르면 밤 12시, 늦으면 새벽 2~3시에 잠자리에 들게 되거든요. 거의 40시간 이상을 안자고 몸을 혹사시키는 이 정도 수준의 강행군이면 어지간한 특수부대 훈련에 버금가지요. ^^ ​

엄청난 체력소모로 인하여 후휴증이 크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이런 무박산행을 피하려 하는데 이번에는 약간의 각성효과를 일으키며 졸음을 쫓아주는 음료수 핫식스의 힘까지 빌려가며 그짓을 감행했습니다. 가고자 하는 곳이 가을 설악산 공룡능선인지라 충분히 그것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벽 2시 40분 속초 도착, 24시간 문여는 최옥란할머니순두부집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3시 40분 설악산 주차장에 도착,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설악등님 그리고 릴님과 반가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

설악동 04시 00분 ( 00시간 00분 경과 0 km )

설악동 매표소를 통과하며 우리들의 공룡능선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비선대 04시45분 ( 45분 경과 3 km )

오늘 감당해야할 격한 산행을 위한 워밍업이다 여기고 비선대까지 빠르게 걷습니다. 휴게소에서 잠시 채비를 점검하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오늘 산행의 각오를 다진다음 장군봉 계단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장군봉 사면에 등산객들의 헤드렌턴 불빛이 줄을 잇습니다.

이즈음 어느 명산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래도 공룡능선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인데 이시간에 이렇게 등산객이 많다니 놀라웠습니다. 아무래도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라서 더 많은 등산객들이 공룡능선을 찾아나섰을 테지만 말이죠.

​ 공룡능선의 여명 ​

비선대를 출발하여 장군봉 사면을 타고 오르는 된비알은 설악산에서도 가장 악명 높기로 소문난 깔딱입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집니다. 실은 일출을 보고 싶은 욕심이 그렇게 몰아부친 것입니다. ​그 속내를 까맣게 모르고 여기선 으례 그러려나 보다 하고 죽을 힘을 다해 부지런히 따라 붙는 여산을 깜빡 했네요.

아직 이런 장거리 산행에 익숙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자칫 사람 잡을 것 같아서 일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후미로 빠졌습니다. 지난 6 개월간 매주 거르지 않고 내공을 연마해서인지 여산은 힘든 내색도 없이 잘도 오릅니다. 저도 처음엔 허벅지에 쥐가 내려 혼줄이 난 길인데 말이죠.

​유선대를 지나면서부터 하늘이 휘뿌옇게 밝아옵니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공룡능선이 육중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 1 전망대에 들러 설악산의 여명을 감상합니다. ( 아래 사진) 만약 혼자였더라면 무작정 제 2 전망대를 향해 내 달렸을 것입니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설악이 어둠의 옷을 벗어 던지고 시나브로 골짜기의 세세한 주름까지 다 드러낸다음 일출과 함께 고혹한 빛을 발하는 ​설악의 이 감격적인 아침 풍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보고 싶었거든요.

동해일출, 06시30분 ( 2시간 30분 경과 4.5km ) ​

제 2 전망대에서 일출을 맞이하려면 아직도 30분은 더 가야 하는데 홍시감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하늘이 벌써 태양을 토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따질것 없이 등산로에 배낭을 벗어던지고 능선위로 냅다 뛰어 올라갑니다. 속초 앞바다 위 반뼘 남짓 떠오른 붉은 태양을 보는 그 감동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일출 뿐인가요?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공룡능선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는데 와~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꽝 하고~~베토벤 운명교향곡이 온 산에 울려퍼지는 것 같아서 피부엔 소름이 돋고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았습니다. 아~ 이맛에 잠을 설쳐가며 설악으로 달려오는 것이고 숨을 헐떡거리며 마등령을 오르는 것입니다.


마등령 구간 제 2 전망대, 07시 20분 ( 3시간 20분 경과 5.2km )

제 2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제 1전망대, 제 2 전망대라는 명칭은 이곳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설악등님이 비선대에서 마등령에 이르는 구간 ​경관이 좋은 조망터마다에 붙혀놓은 일종의 기호입니다. ^^

마등령까지는 끝없는 고행길이지만 설악등님으로 부터 이곳을 소개 받은 다음부터는 다소 힘들더라도 전망대 마다 들러서
설악의 웅장한 아침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피로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특히 제 2 전망대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설악의 장관에 한번 붙들리면 어지간한 의지로는 그 자리를 뜰 수가 없습니다. 설악산 전체를 통틀어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조망터이니까요. 일출을 보러 능선에 올라간 사이 앞서 간 여산과 김사장님 이사장님께 이 기막힌 장관을 보여주지 못해서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행적이 묘연해진 여산 일행이 걱정되어 거기 계속 머물지 못하고 부리나케 마등령으로 달려갑니다.

마등령 정상, 07시 50분 ( 3시간 50분 6 km )

정신없이 마등령 정상까지 달려왔습니다. 먼저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는 ​우리와 함께 비선대를 출발한 등산객들은 보였지만 여산 일행은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리도 빨리 움직인건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그곳에서 더 이상 지체할 겨를 없이 공룡능선 방항으로 달려가는데 건너편 나한봉 정상에서 이사장님처럼 보이는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어 ​어이쿠나 거기까지 갔나 싶어서 함께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그냥 고개를 넘어가 버리네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저들은 우리 일행이 아니고 십중팔구 뒤쪽에 있다.

마등령 삼거리, 08시05분 ( 4시간 05분 6.5km ) ​

오세암으로 가는길과 공룡능선이 시작 되는 갈림길, 마등령 삼거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혹시나 싶어 전화를 넣었는데 다행히 통화가 되는군요. ​휴~~ 일행들이 먼저 지나간 것이 아니라 금강문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었던것을 ​제가 모르고 지나쳤나 봅니다. 설악등님을 만나서 올라오는 중이라네요.

20여 분 후, 일행들과 다시 만났는데 얼마나 반갑든지 꼭 이산가족 상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간식을 들면서 앞으로는 절대로 헤이지지 말자고 손을 꼬옥 잡고 공룡능선을 향해서 힘찬 발걸음을 내 딛었습니다.

나한봉 통과, 09시 00분 ( 5시간 00분 7.2km 경과 ) ​

나한봉에 이르니 조망이 활짝 열리면서 공룡능선 특유의 경관이 펼쳐집니다. 공룡능선을 우리나라 제 1 경으로 부르는 이유는 그 자체 경관도 아름답거니와 천하 절경 내설악과 외설악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룡 등허리에서는 벌써 단풍이 작별을 고하고 있었지만 단풍의 불길은 설악산 아랫쪽을 향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풍에 발걸음을 붙잡혀서 인지 등산로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집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산 아래라면 짜증과 푸념이 난무할텐데 여기건 '햐'하는 탄성밖에 들리지 않네요.

1200미터 고원엔 사람의 마음을 순수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큰새봉, 10시30분 ( 6시간 30분 8km 경과 )

공룡능선 이정표에 표기된 1km 체감거리는 다른 산 5km 쯤 될겁니다.
등산로가 험하고 정체 현상이 빚어진 탓도 있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우리들의 풍류산행 스타일도 한몫거들었겠지만 그래도 나한봉에서 큰새봉까지 지도상 거리 800미터 이동하는데 1시간 30분은 좀 심하지 않았나 싶네요. ㅎㅎ

반면에 제대로 공룡능선을 즐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더디게 움직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천천히 움직여서 일까요?
공룡능선이 초행이라서 초반엔 다소 힘겨워하던 여산과 이형재 사장님의 표정에서도 지친 구석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큰새봉과 1275봉 사이 안부 만세존, 11시 00분 ( 7시간 8.5km 경과 )

큰새봉과 1275봉 사이안부는 외설악 방향으로 조망이 활짝 열려 있어 멋진 포토존을 제공합니다.
예전에 여기서 만세를 부르며 사진을 담았다고 해서 설악등님이 만세존으로 명명한 곳이죠.^^

우리가 거기에서 만세를 부르며 사진을 담는 것을 보더니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등산객들이 그제서야 만세존의 진가를 알아차리고 우르르 몰려 들어 삽시간에 북새통을 이루는군요.

어디를 가든지 늘 산행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 우리들입니다. ㅎㅎ

1275봉 등정, 12시 50분 ( 8시간 50분 9km 경과 )

만세존에서 1275봉으로 오르는 깔딱고개에서 옆구리에 있는 기막힌 밥터를 찾아서 느긋하게 점심식사와 휴식을 즐긴 다음 1275봉 하단에 이르렀습니다.

공룡능선 종주길 하이라이트가 1275봉임은 분명하지만 막상 거기까지 올라와보면 맞은편에 서 있는 독일의 노히슈바인슈타인 성을 닮은 큰새봉 말고는 확트인 조망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산객들은 잠시 머물다가 다음 구간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곳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룡능선 하이라이트를 유감없이 즐기기 위해서 아직 50미터가량 남아있는 1275봉 정상을 향한 등정을 감행 합니다. 1275봉은 아랫쪽에서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직벽으로 등반장비 없이 오르기가 곤란할 것 같은곳인데 막상 다가서면 길이 보입니다. 작년 여름에도 설악등님을 따라서 올라갔었거든요.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고소감이 장난이 아니라서 가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도 쉽사리 내키지가 않는곳이거든요. 그래서 큰새봉을 통과할때까지 세차게 불던 바람이 멈추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르는것을 포기했을 겁니다.

설악등님이 선등, 그 뒤를 여산이 바짝 따라붙고 그 다음 제가 그리고 이형재 사장님과 릴님 후미는 암벽등반 스킬이 있는 김문성 사장님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도와가며 1275봉 정상을 향해 네발로 기어올랐지요. 마치 도마뱀처럼 엉금엉금~~ㅎㅎ 중간에 애매한 구간이 두어군데 있긴 하지만 핸드홀드 풋홀드 모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고소감이거든요.
자칫 침착성을 잃게되면 큰 낭패를 겪을 수 도 있습니다. 자신 없으면 절대로 따라하지 마시길...^^

1275봉 정상, 13시 00분 ( 9 시간 9km 경과 )

드디어 이번 산행 참가자 6명 전원 1275 정상에 올랐습니다. 저마다의 표정엔 까마득히 높은 곳에 올라왔다는 두려움과 공룡능선의 지존 1275봉 정상에 올랐다는 감격이 뒤섞혀 보였습니다.

설악등님이 상당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번 참가자 모두를 1275봉 정상에 초대한 것은 1275봉 등정이 갖는 상징성에 더하여 이곳이 설악산 최고의 조망터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왔을땐 두려움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 주변 경관을 차분하게 감상할 겨를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한번 두번 세번 찬찬히 찬찬히 360도를 둘러보았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1275봉에 오르지 않고 설악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1275봉과 가까운 공룡능선 전 구간과 대청봉, 용아장성, 발아래 엎드려 있는 천화대 건너편 화채능선은 물론이고 동쪽으로는 달마봉과 울산바위 그리고 북설악 서쪽으로는 서북능선이 일망 무제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장소에서 설악산을 가장 많이 그리고 자세히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1275봉 정상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1275봉 하강, 13시 40분 ( 9시간 40분 경과 )

우린 1275봉 정상에서 무려 40분을 머물렀습니다. 거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그 뿌듯함과 그곳에 펼쳐진 설악의 가을이 주는 감동을 실컷 즐긴겁니다. ​올라갈때보다 내려올때가 고소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설악등님의 차분한 리딩으로 전원 무사히 내려와서 무사하게 설악에서 가장 멋진 조망터를 오르내린 감격의 악수를 나눴습니다.

노인봉 사면길, 14시 00분 ( 10시간 경과 9.5km )

1275봉도 오른 마당인데 천화대의 시작점인 노인봉까지 올라 첨탑 모양의 1275봉을 감상하며 다시 한번 감격을 되살리려 했건만 운무가 공룡능선을 덮으면서 조망이 사라지는 바람에 노인봉은 포기하고 신선대를 향한 걸음을 재촉합니다.

침봉을 지난 가야동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안부, 14시 50분 ( 10시간 50분 경과 10km )

갑자기 운무가 끼는 바람에 침봉의 장관은 감상할 수 없었지만 작년에 설악의 비경에 한껏 취했던 조망터가 나타니니 반가움이 앞섭니다. 이번에도 우린 이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들면서 설악의 가을을 만끽합니다. 산행시간에 연연해하지 않고 이렇게 느긋할 수 있는 이유는 서울 올라가는 것을 아예 포기 해버렸거든요.

공룡능선을 9시간에 끊었다. 10시간에 끊었다. 산악마라토너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자랑을 하면 얼마나 안타깝게 들리는지 모릅니다. 다른산은 몰라도, 공룡능선 만큼은 쉬고 또 쉬면서 더디고 더디게 걸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제가 예전 포스팅과 달리 일일히 경과시간과 거리를 표기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산행을 추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굼뱅이처럼 더뎌 보이는 우리의 걸음이지만 공룡능선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더 느려질 필요가 있습니다. ^^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공룡능선은 걷는 곳이 아니라 보는 곳이다. ​

발아래 펼쳐진 가야동 계곡에 빨갛고 노랗게 타오르는 단풍을 바라보고 있자니 황홀하다 못해 현란해집니다. 그러면 얼른 일어서야겠지요.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신선대에서, 15시 30분 (11시간 30분 경과 10.7 km )

저는 여태 공룡능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신선대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신선봉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이번 공룡능선 종주산행에 나선 제 개인적인 바램중 하나였답니다.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 오면서 눈앞에 별세계처럼 펼쳐진 신비스런 암봉들이 신선봉일꺼라 어렴풋히 짐작 하고 있었을 뿐 지난번 종주 산행에서도 ​신선봉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했거든요. ​

이번엔 신선봉이 어딨는지 확실히 알고 왔으니 목적 달성!
공룡능선 등산로가 지나가는 신선대는 진짜 신선대의 전위봉 같은 곳이고 진짜 신선대는 설악산 만경대와 함께 멀찌감치 후방을 지키고 있어 인간의 접근을 거부합니다. 거긴 말 그대로 신선이 사는 봉우리인 게지요. ^^

공룡능선상 신선대는 또 다른 신선들로 북적입니다.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으려하는 진사님들이야 말로 현대판 신선이 아니겠습니까. 삼각대를 세워놓고 지키고 서서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셔터를 누를때의 희열은 결코 신선놀음에 뒤지지 않을 거구요. ^^

커다란 대포를 공룡능선 방향으로 향한채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는 그 신선님들 사이에 끼어서 저도 신선놀음을 즐기고 싶었지만 아서라 하며 훌훌 털고 일어났습니다.

​천불동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렌즈며 삼각대는 물론이고 비박장비로 가득찬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진사님들이 줄을 지어서 신선대로 향하더라구요.

​다음날 새벽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자면 신선대 앞에 운해가 펼쳐지고 그 위에 공룡능선 준봉들이 붉은 단풍옷을 입은채로 섬처럼 둥둥 떠 다니는 장관을 담을 수 있을꺼라는 기대감으로 그 힘든 고행을 즐겁게 받아드리는 그들이 살짝 부러운거 있죠. ​

양폭 대피소, 17시 30분 (13시간 30분 경과 12.7km ) ​

천불동 상류 계곡에서 탁족으로 불이 날정도로 뜨거워진 발바닥을 식힌 다음 어둡기전에 비선대에 이르기 위해서 걸음을 재촉합니다. 화재로 소실되었던 양폭 대피소가 번듯하게 복구가 되었더군요.

천불동 오련폭포, 17시 50 (13시간 50분 경과 13.2km ) ​

아마도 능선위를 돌아다니던 구름이 천불동 계곡까지 내려온 것일 겁니다. 안개비가 내리더라구요. 묵묵히 걷다 보니 제 마음속에서도 이런저런 상념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구요.

희운각 삼거리, 16시 30분 (12시간 30분 11.2 km 경과 )

희운각 대피소와 천불동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이르렀을 때 일행들의 표정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천불동 협곡엔 벌써 어둠이 내려 앉고 있구요. 좀 더 밝을 때 천불동을 통과하며 경치를 감상하다보면 피로감이 훨씬 덜 할텐데 아쉽더라구요. ^^

비선대 대피소, 18시 50분(14시간 50분 경과 16.4km ) ​

비선대 탐방센터 불빛 아래서 일행들을 기다리며 어제 내린 비로 잔뜩 불어나 계곡을 쩡쩡 울리는 물소리로 부질없이 일어난 상념을 씻어냅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등산객들은 종종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는데 우리 일행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네요. 헤드랜턴을 꺼내어 건전지를 갈아끼우고 다시 올라가려는데 멀리서 설악등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마나 반갑든지요.

설악산 산행을 마칠때마다 늘 그랬던것 처럼 비선대 대피소에서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건배와 함께 목을 축입니다.

20시 00분(16시간 00분 경과 18.9km ) ​

​20년째 산행을 하고 있다는 어떤 분이 제게 묻더군요.
공룡능선 타봤냐.
내 작은 걸음으로 어찌 감히 산을 탈 수 있겠냐.
걸어는 봤다.

나는 천불동에서 새벽 3시에 시작해서 공룡능선을 돌아서 ​12시쯤 내려와 속초 대포항가서 회 한사라 먹고 올라왔는데 너는 얼마나 걸렸냐.
나는 16시간 걸리더라.
엥?
​그것도 서두른거다.
천하의 절경 공룡능선인데 당신은 하루종일이라도 머물고 싶지 않던가.

​당신 산 잘 탄다고 알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보자라도 13시간이면 되는 공룡능선을 16시간이나 걸리다니 이해가 안된다.

당신과 내가 같은 산을 다녀온 건 맞다.
그러나 당신과 나는 서로 보고자 하는 것이 다른거다.
당신은 9 시간동안 시계를 본거고 나는 16시간동안 설악을 본거다.
당신과 나의 7시간은 바로 그 차이인 것이다. ^^ ​
9시간 동안 시계만 쳐다보고 걸었을테니 그것도 지겨웠겠다.


이글을 읽는 당신께도 권하고 싶습니다.
​공룡능선에서는 최대한 느긋하게 걸으십시오.
그러면 공룡은 당신이 주체 하기 힘들정도로 큰 선물을 안겨줄 것입니다.







▲ 여명! 1275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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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능선을 점령하고 진을 친 운무군단
▲오랜만에 만난 공룡이 황홀하십니까? 김문성 사장님!
▲ 솜다리
▲ 큰새봉과 공룡능선
▲ 큰새봉에서 바라보면 1275봉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 알고보니 여산님과 설악등님은 대학 선후배 사이, 하버드라구요. 제가 잘못들은 건 아니죠? ㅎㅎ
▲ 만세존, 우측부터 김문성 사장님, 여산님, 릴님, 이형재 사장님, 바위 그리고 설악등님~~
▲ 1275봉에서 바라보면 큰새봉은 영낙없는 노히슈바인슈타인성, 발음 참 어렵네요. ㅎㅎ
▲ 1275 정상에서 용아장성
▲ 1275 정상에서 대청봉
▲ 1275 정상에서 큰 새봉 ​
▲ 1275 정상에서 공룡능선 침봉과 신선대구간
▲ 1275 정상에서 이형재 사장님, 겉은 여유롭지만 속을 새까맣죠? 내려갈 걱정으로다가...ㅎㅎ
▲ 1275 정상에서 용아장성
▲ 1275 정상에서 화채능선
▲ 1275 정상에 선 여산, 이제 더이상 가르칠것이 없다. 하산하거라. ㅎㅎㅎ
▲ 1275 정상에서 울산바위, 달마봉, 장군봉
▲ 1275 정상에서 천화대와 범봉
▲ 1275 정상에서 천화대
▲ 1275 정상에서 용소골 7형제봉, 구름을 덥고 있는 화채봉
▲ 1275 정상에서 하단 안부
▲ 1275 정상에서 울산바위
▲ 1275 정상에서 침봉에서 신선대까지 구간
▲ 1275 정상에서 설악을 덮은 운무
▲ 설악에서 설악등님보다 더 멋진 산꾼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러세요. ^^ㅎㅎ
▲ 신선봉의 선물 단풍! 얼마나 고맙든지요.
▲ 숨겨진 신선의 나라, 저기가 진짜 신선대야.
▲ 천당 폭포
▲ 이번주부터 천불동에도 불이날 것입니다.
​▲ 복구된 양폭 대피소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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