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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할로윈 장식들을 주렁주렁 단 집들을 보면서
 권종상 자유기고가 (발행일: 2014/10/12 23:22:01)

​ [일상] 할로윈 장식들을 주렁주렁 단 집들을 보면서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아, 10월 초순이 훌쩍 넘어가는구나.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들 중엔 더 짙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단풍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새 한잎 두잎씩, 군무를 벌이며 땅으로 내려오기 전 한 두잎씩 떨어지는 낙엽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름과는 확 다른 그림자의 길이와 각도, 그리고 출퇴근길, 특히 퇴근길에 맡을 수 있는 바다의 내음 등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벌써 할로윈 장식들을 멋드러지게 해 놓은 집들을 보면 이게 10월이라는 느낌이 확 옵니다.

아직 콜럼버스 데이도 오지 않았지만, 벌써 할로윈 장식들을 해 놓은 집들이 눈에 띕니다. 개중에서는 와, 저렇게까지 해 놓았어? 하는 집들이 나옵니다. 유령과 온갖 무서워 보이는 것들의 장식. 원래 그것은 만성절, 즉 천주교의 모든 성인들과 모든 죽은 이들을 위한 위령의 축제에서 나온 것인데, 그것이 왜 지금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달라졌는지는 조금 의문스럽습니다. 아마 그때에 허용되는 변장 또는 변신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걸까요? 집을 온갖 유령과 악령의 장식으로 주렁주렁 달아놓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드러내 놓는 것일까요?

아마 가을이라는 계절이 갖는 특이성 때문일 거란 생각도 해 봅니다. 가을은 풍성한 계절입니다. 수확이 끝난 가을은 그 어느때보다 풍성한 시기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겨울이라는 죽음의 시간을 앞둔 때이기도 합니다. 할로윈이 위치한 10월 마지막 날은 추수감사절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겨울 전 축제의 기간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10월의 풍성함은 마치 독일에서의 그것처럼, 이곳에서도 벌어지는 10월제, 즉 옥토버페스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햇곡식으로 만든 맥주가 축제를 수놓고,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의 추수감사절 축제에서 절정에 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시애틀이나 포틀랜드, 캘리포니아 지역은 별로 해당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미국은 '죽음'이 성큼 다가옵니다. 만물이 혹독한 겨울 속으로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미국 내륙의 기후는 만주의 기후나 다름없을겁니다. 뜨거운 여름, 그리고 혹독하도록 추운 겨울의 반복입니다. 겨울은 마치 죽음의 계절처럼 보입니다. 그 혹독함은 겪어본 사람들만이 압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민왔던 첫 세대들은 이 겨울을 넘기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그 이듬해 봄을 맞아야 했을 겁니다. 추수감사절은 그들의 노고를 스스로 축하하는 때이기도 했지만, 이제 곧 다가올 '죽음의 계절'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전에 아이들이 그 당시엔 귀했을 단 것을 얻어 먹고 마음껏 실내가 아닌 바깥에서 뛰놀 수 있는 시간으로서 할로윈이 내적인 의미를 지녔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망령의 탈을 뒤집어쓰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이며 과자를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 죽음의 시절을 맞기 전, 자기들에겐 그 죽음이 찾아오지 않길 바라는 일종의 푸닥거리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고 나서 '사탕을 더 많이 팔려는' 전략들이 나왔을 것이고, 그것이 지금 할로윈의 모습이 됐겠지만, 죽은 사람들과 모든 성인들을 기린다는 점을 보면, 할로윈은 역시 인간의 원초적이고 내재된 공포가 바깥으로 드러나 버린 것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그러나 모든 겨울이 그렇듯, 그것은 새봄의 생명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그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나서는 분명히 따뜻한 봄이 찾아옵니다. 우리는 그것을 알기에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포도는 겨울엔 정말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처량맞은 앙상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러다가 갑자기 잎눈을 피우고, 여기에 알듯말듯한 과일을 틔우고, 그것이 자라서 거짓말처럼 어엿한 포도가 맺힙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압니다. 지금의 겨울은 절대로 그냥 겨울이 아닐 겁니다. 권력을 가진 세력들이 가짜의 탈을 쓰고 덤비며 그들의 공포를 우리에게 내재화할 것을 강요할 때, 우리는 봄이 온다는 것을 믿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진짜 힘은 우리가 갖고 있다는 것도 아울러 믿어야 할 것입니다. 그 어느 해보다도 계절이 변하는 것을 더 의미를 갖고 바라보게 되는 것, 그것은 우리가 희망이 없이 산다는 것이 너무 아픈 것을 잘 아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시애틀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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