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이들의 음악 연주와 함께한 휴가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한 이틀을 계속해서 아이들의 학년말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제대로 된 공연 하나 보려면 엄청 가격을 치러야 하는 미국에서, 실력 있는 고등학생들의 콘서트를 보는 건 간만에 귀를 씻고 호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호 학교의 재즈 밴드가 그렇게 뛰어날 줄 몰랐는데,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아직 중학생인 지원이 학교의 밴드는 아무래도 아이들 재롱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문 음악인이 될 게 아닌 아이들이 취미로 모여 만들어내는 음악이 이정도의 하모니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늘 느끼지만, 미국의 저력은 바로 이런 화음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아무리 공교육이 망가져 있다고 해도, 아이들의 재능을 이끌어내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여기엔 인종의 벽이 없습니다.
물론 빈부 격차의 벽은 좀 생긴 듯 합니다. 신자유주의의 창궐 이래 교육에 지원되던 몫들이 크게 삭감되며 아무래도 학부모의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아이들만 이런 특별활동을 하게 될 수 밖에 없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아직 그 벽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라고 봐야겠지만... 한국에서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걸 가르친다고 생각할 때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미국의 문턱은 당연히 엄청 낮을 수 밖에 없겠지요. 그나마 이것도 주 별로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주말을 앞둔 휴가의 끝물,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음악을 듣는 건 저로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에 괜히 뿌듯한, 아들 바보의 올해 첫 휴가는 이렇게 천천히 끝을 향해 갑니다. 뭐, 그래도 두 주 있다가 다시 한 주 휴가가 있고, 8월 두 주 동안 휴가이니 충분한 재충전은 될 겁니다.
오늘은 일요일 우리집에서 있을 구역회를 앞두고 아내와 청소해야 하는데... 뒷마당 잡풀 뽑을 일이 막막하네요. 일의 양이 장난 아니어서... 그래도 아내와 다운타운 나가서 월남국수라도 한 그릇 같이 사 먹고 와서 일요일 행사 준비를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냥 모처럼, 이렇게 넋나간듯한... 아이들은 학교가고 집에 없고, 휴가인 저와 비번인 아내는 둘이 뒹굴뒹굴 하고 있는, 그런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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