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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숨은벽계곡의 빨강색 단풍의 매혹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1/10/29 18:22:11)

[북한산] 숨은벽계곡의 빨강색 단풍의 매혹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북한산 숨은벽계곡의 단풍 ⓒ20111015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2011년 10월 15일

에이스 형님과 KT친구 내외와 함께 밤골에 들어서니 굳이 일기예보가 아니라도 도봉산쪽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차 있고 가을숲답지 않게 눅눅해진 것을 보니 장대비라도 한바탕 야무지게 쏟아질 것 같다.

여름내내 지루한 장마로 진저리를 쳤던 산은 가을로 들어서면서 다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계곡은 마르고 산길엔 먼지가 푸석거린다.

이토록 목마른 산의 해갈을 위해서라도 한바탕 쏟아지는 장대비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겠지만 그래도 제발 우리가 산행하는 중에는 피해 갔으면 하는 사뭇 이기적인 바램으로 숨은벽 속살을 파고 들어간 것은 북한산 뒷춤에 감춰진 단풍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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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벽능선은 더이상 숨어있을 필요가 없어 이제는 사기막 능선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숨은벽 단풍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 탐방객들까지 몰려들어 이맘때면 북한산에서 가장 북새통을 이룬다.

가을엔 속살이 유난히 유난히 하얀 숨은벽 대슬랩과 북한산 어느곳 보다 선명한 색조를 보여주는 단풍의 어울림은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고혹한 풍경이다.

이럴땐 우리같은 원주민(?)들이 모처럼 숨은벽 전망대를 찾아온 단풍 탐방객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숨은벽 전망대와 545봉 사이의 안부를 향해 길을 잡았다.
이럴땐 좀 봐주시는 거죠? ㅎㅎㅎ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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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의 경우로 볼때 숨은벽의 단풍의 절정은 다음주 부터 약 1 주일간이겠지만 545봉아래 호젓한 골짜기에선 이미 그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산 어디에 나무 어느곳에 저토록 선연한 빨강색이 숨어 있다가 일년에 딱 이맘때에 맞추어 활짝 피어나는 것인가.
생물시간에 배운 단풍의 과학도 막상 그 앞에선 무용지물이 될만큼 이토록 곱디 고운 빨강색이 세상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단풍속에서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빨갛게 물들어 화사함을 넘어 황홀해진다.

그래서 혁명가들이 이 색상을 즐겨 쓰나보다.
빨강색이 공산주의자들의 색깔이라고라우?
그것은 빨강에 대한 모독이다.
공산당들이 이 빨강의 열정을 빌려썼을 뿐이다.
난 지금 빨강색이 좋아.
저 단풍잎 같은 빨강색 말이야.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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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에 팔린 사람들이 여기까지 올 겨를이 없었나 보다.
북한산 최고급 레스토랑 545봉엔 우리가 독상을 차렸다.
홍어에 보쌈에 배불리 먹고나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데 아까부터 으르렁 대던 하늘의 기세가 점점 험악해 지더니 정말 심상치 않다. 빨리 뜨지 않으면 한대 때려버리겠다는 투다.

어라?
늦은 오후부터 쏟아진다고 하더니만...
안되겠다.
알았어요. 하늘! 아따 가면 될꺼아니요.
서둘러 철수!
그래도 숨은벽 능선까지는 밟아볼 여유는 주시겠지.

그러나 왠걸 숨은벽 등뼈를 밟는 순간 바람 불고 비가 쏟아진다.
배낭 커버 씌우고 우의 꺼내 입었으니 하루재까지 넘어가면서비에 젖은 단풍의 장관을 만끽 하면 딱 좋으련만...

우린 30년 지기가 아닌가.
흐흐 니 눈빛만 봐도 안다.
친구의 눈이 말한다.
" 야임마 가자. "
" 알았다. 짜샤 "

하늘은 우르렁 쾅쾅 번개는 번쩍번쩍 친구 내외는 득달같이 내려가버리는데 이 단풍을 놔두고 어찌 쉽사리 걸음이 떨어질 수 있겠는가. 나와 에이스님은 그 난리통에서도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단풍사이로 자욱한 안개가 올라오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수석님은 그걸 제대로 담았드만...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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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산길을 추적추적 내려오는데 기가막힌 시상하나가 떠올랐다.
집에 돌아와 머리속 구석구석을 암만 뒤져봐도 어디갔는지 당체 보이지 않는다.
필시 밤골 어느 너덜길에 떨어뜨려놓고 왔나보다.

그걸 다시 찾으러 가야하는데 이번주도 다음주도 아이고 ㅠㅠ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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