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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서 만난 힐링의 참맛, '풍천장어' 예찬
태양의 정기로 인생 풍미를 더해주는 마술같은 장어체험
 이영일 칼럼니스트 (발행일: 2012/11/10 12:54:46)

고창 용기리에서 접한 풍천장어 한상

[서울포스트 이영일 칼럼니스트=] 인생의 참맛이란 무얼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인생의 덧없음속에 도시인들의 몸과 마음은 지치고 고독하다. 희뿌옇게 내뱉어진 매연과 스물스물 우리의 마음을 덧칠하는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쉴새없이 자신을 자학하며 사는 게 처절한 도시인들의 현주소다.

자신과 대화하고 스스로를 보듬기 위한 간단한 여행마저 허락하지 않는 바쁜 일상의 소시민들에게 자연과의 호흡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용기가 필요한 일상의 탈출, 필자는 몸의 SOS 신호를 자각하고 무작정 서울을 탈출하기로 했다.

몇주전, 일상으로의 해방을 실행하기 위해 필자는 지도 한 장을 꺼내들고 정처없는 발걸음을 남쪽으로 향했다. ‘어디로 가면 잘 쉬고 왔다는 말을 들을까’하고 바라본 필자의 눈에 들어온 곳, 바로 전라북도 고창이다. 올해는 전라북도 방문의 해로, 전라북도 전 지역이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기억도 한 몫을 했다.

그러고보니 고창은 왠지 청정한 느낌을 주는 고장이기도 하다. 불연 듯 떠오른 고창의 이미지는 복분자와 장어. 슬슬 입맛이 돌기 시작했다.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미각의 파괴로 허구헛날 조미료에 채색된 안쓰러운 입을 치유한다는 나름의 위안으로 스스로를 마취하며 들어선 고창.

필자는 고창의 유명한 선운산과 소요산의 중간 지점으로 들어섰다.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고창의 순간순간들을 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고창의 맑은 공기를 온 몸에 치장했다. 하지만 필자의 관심사는 역시 복분자와 장어. 그러나 떨어진 체력과 피곤함때문인지 술보다는 장어가 계속 마음속을 헤엄쳤다.

흘러흘러 들어간 평온한 땅, 심원면 용기리. 왠지 모를 정기가 느껴졌다. ‘장어의 기운인가? 이런 곳에 장어 파는 곳이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잠깐. 태양수산의 풍천장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별다를 것도 없고 서울사람의 눈으로 보면 왠지 모르게 약간은 덜 세련된듯한 간판에 혹여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일단 핸드폰도 충전해야 하고 배도 고픈 탓인지 피로감도 밀려와 직접 기른 풍천장어를 판매한다는 가게로 들어섰다.


운이 좋았는지 이곳은 서해앞 바다에서 종묘(새끼장어)를 잡아 고창 태양수산이라는 곳에서 기른 순수 국산장어를 판매하고 요리한다는 제법 규모가 큰 맛집이었다. 장어를 취재하려고 출발한 여정은 아니었지만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니 주인장이 짐짓 필자가 칼럼을 쓰는 사람인 줄 단번에 알아채고는 장어에 대한 정보를 술술 풀어주시기 시작했다.

장어를 뜻하는 한자 만(鰻)이 일(日)+사(四)+우(又)+어(漁)가 합쳐진 뜻이라는 것도 오늘 처음으로 알았다. 하루에 네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고기가 바로 장어라는 말에 감탄이 새어 나왔다. 뭘 먹더라도 좀 알고 먹어야겠다는 자조섞인 헛웃음마저 나와 머쓱함의 미소를 띄울쯤 장어 한 상이 필자 눈앞에 펼쳐졌다. 토실토실한 장어의 모습앞에서 절로 몸이 정화되는 기운이 감돈다.


사실 서울에서 맛 본 장어는 그저그런, 몸에 좋다니까 먹는거지, 즐겨먹는 음식도 아니고 그렇게 맛있다고 느껴 본 적도 없었다. 비싼 안주라고만 생각했지 평소에 피부에 와닿는 음식이 아니었기에. 해서 ‘장어맛이 다 거기가 거기지’ 생각했던 필자의 뇌는 그야말로 장어들이 춤추기 시작했다. 맛칼럼니스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맛블로거도 아닌 NGO칼럼니스트인 필자가 내 분야도 아닌 내용에 대해 서울에 올라가면 이 맛을 글로 남기겠다고 결심한 건 비단 맛뿐만 아니라 온 몸에 퍼지는 힐링의 기운때문이었다.

시원한 장어 육수로 만든 수제비 한그릇

단백질과 지방질,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스태미너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장어는, 혈전을 예방하고 동맥경화증의 예방에 탁월하다고 한다. 특히 세포 재생에 좋은 점액성 단백질과 콜라겐이 많다고 하니 미처 알지 못했던 장어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지방이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고혈압, 당뇨, 간염 등 성인병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하니 고혈압 약을 먹는 필자에게도 든든한 아군처럼 느껴졌다.

단백질과 지방질,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스태미너 증진에 도움이 되는 장어

태양의 정기를 받은듯한 힐링의 미각, 입속에서 녹아버리는 병기운의 해소감은 분명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장어의 육수로 고아낸 수제비 한그릇은 세상의 온갖 더럽고 추악한 기운을 쓸어버리듯 필자의 가슴을 적셔주었다. 뜨거우나 시원하고 시원하나 온 몸을 덥히는 기운. 이것이 필자가 우연히 마주친 한 장어집이 내게 던지는 건강과 충전의 메시지라 여겨질 정도로 고창의 문화체험은 아직도 필자의 가슴에 맴돈다.

힐링의 참맛을 알려준 어느 장어집의 전경

먹기 시작한지 1시간 반여쯤. 해는 저어 어둑해지고 필자는 태양수산 주인장의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뒤로 한 채 또다시 길을 나섰다. 오염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듯한 고창 장어와의 만남. 다시 접하고 싶은 장어 수제비같은 시원함이 가슴을 휘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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