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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교과부, 학교폭력 원인과 책임 개인에게 전가하나
아이들 잇단 죽음 방관, 교육정책 신뢰 바닥.. 인권위 권고도 무시
 이영일 칼럼니스트 (발행일: 2012/08/15 18:31:58)

[서울포스트 이영일 칼럼니스트=] 국가인권위원회가 교과부장관과 17개 시도교육청을 피권고기관으로 하여『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 권고』를 송부했다. 이 권고안에는 5개 영역 20개 분야의 52개 권고사항이 들어 있는데 이중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학교폭력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또다른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이 기재의 존속시간을 개선하라는 권고, 즉 졸업 전 삭제 심의제도나 중간삭제 제도등을 도입하라는 개선책 마련 권고를 포함한 인권위 권고를 교과부가 사실상 아예 무시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고통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크고 자살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어 교과부가 이를 근절하겠다며 학생부에 이를 기재하여 경각심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8월 14일자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의 보도 내용을 보면, 이 제도는 이미 김영삼 정부때인 1995년에도 나왔다가 비교육적 처사라는 비난이 일자 1996년 백지화된 적(아래 사진)이 있었고, 현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당시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이었다고 하니 교육정책이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인데다가 금번 인권위 권고 무시는 책임있는 정부 부처의 반응이라고 보기에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1996년 1월 19일자 <경향신문> 22면 '폭력학생 생활기록부 기재 교육부 백지화' 보도 내용

학생부는 한 학생의 인생주기적 관점 과정에서의 기록이다. 이 기록에 학교폭력 내용을 기재하는 것을 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재가 될 수 없다. 일부 교육청에서 교과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 학교폭력 학생부 기록을 보류하라고 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 자살로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적절한 상담대응 매뉴얼과 위기 개입에 관한 능숙한 현장 조치등이 미숙해 속수무책으로 일터진 후에 외양간 고치는 재발방지만 외치는 한심하고 무능력한 상황을 보여온 상황에서 마치 학교폭력의 원인과 책임을 가해 청소년에게만 전가하려는 듯한 비균형적 요소가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미 처벌을 받고 있거나 받은 학생에 대한 이중처벌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등의 논쟁 소지도 존재한다.

게다가 학생부에 학교폭력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교육적이냐 아니냐는 차치하고서라도, 인권위 권고는 학생부에 학교 폭력 내용을 기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삭제심의제도와 중간삭제제도등을 도입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부 작성·관리가 교과부 권한이고 이미 인권위 권고 내용도 시행하고 있으니 상관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학생부 기재를 시행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것은 엉뚱함을 넘어 교과부 스스로가 고압적으로 인권적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무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연임을 두고 인권위 위상이 이래저래 땅에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학생인권 보호방안을 고민해 내놓은 국가기관의 권고안을 두고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은 ‘너는 짙어라, 나는 상관 안한다’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행위이자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대한민국 인권역사를 비웃는 행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언론에서 이를 두고 교육부와 진보교육감과의 충돌이라 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진보나 보수의 이념적 문제로 볼 수 없다. 이 논란의 본질에는 피해 학생, 가해 학생 모두 인권적 테두리속에서 일시적 실수가 낙인으로 남지 않고 만회의 기회를 주며 학교가 학생을 책임지는 교육적 가치속에서 보호받게 한다는 인권의 기본적 이념을 실천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적지 않은 일선 교육청에서 교과부 훈령 시행 강요를 염려하고 있는지 그 이유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대답을 교과부 스스로 찾길 바란다.

(이영일 NGO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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