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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픽션 같은 2009 한국시리즈와 선거판
김성근 실패와 나지완 승리-박희태 승리와 문국현 패배
 양기용 기자 (발행일: 2009/10/29 22:10:31)

[칼럼] 픽션 같은 2009 한국시리즈와 선거판
김성근 실패와 나지완 승리-박희태 승리와 문국현 패배
-SPn 서울포스트, 양기용 기자


10월을 달군 정치권의 재보궐선거도 끝났다. 선거나 정치나 권리와 영역다툼이요, 전술과 전략 대결인 것. 어쩔 때는 권모술수가 결과를 좌우한다. 정직과 원칙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고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패자는 원칙을 지켰다고해도 할 말이 없다. 정도와 원칙은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 모든 것이 평화로울 때 즉, 공부하는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들 정도에 필요한 미덕일 뿐, 개척자에게는 원칙이란 한낱 패배의 변명에 불과할 때가 많다.

ⓒ자료사진 스포츠조선

이 점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또 극적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치인이 아닌 비정치인으로서 정치무대에 우뚝 섰던 것도 그 중 한 가지.

창조한국당을 같이 만든 문국현, 정범구는 어떤가. 나란히 서울시당 창당 주역으로 비례대표과정에서 정범구는 탈당, 민주당 입당, 서울중구 출마 낙선, 충북 4개군 출마 당선을 한 반면, 문국현은 당채발행이 문제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유력한 김양수는 낙선하고 노욕만이 앞선 박희태는 양산으로 옮겨 당선되었다. 비슷한 여건들이라면 원칙과 무관한 극적인 '운'도 따라야 하는 것이다.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조범현 기아 감독은 운도 많이 따라 우승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서울포스트

스포츠중에서 실력이 제대로 평가되는 최적의 경기는 농구고, 가장 의외성이 있는 경기가 야구다. 그래서 농구경기에선 지구력, 판단력, 스피드, 파워, 테크닉 까지 두루 갖춘 사람이 최상의 득점을 하게 돼 있다.

물론 야구도 전체적으로는 농구와 같다. 그리고 선수 개인에게는 축구나 농구처럼 포지션별 기회가 불평등한 게임이 아닌 가장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 즉, 축구(농구)는 특정인의 역할이 정해져서 공격포지션의 스트라이커만이 가장 골을 많이 넣는 구조인 반면, 야구는 타순별 공격기회가 똑같다. 그래서 2,30년을 밥만 먹고 야구방망이 휘드르는 연습을 하는데 3할을 못친다면 대단히 문제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또 외적인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경기가 야구다. 날씨나 조명, 그라운드 조건 등. 게다가 1할대 타자가 홈런을 날려서 이기는 경기가 있고, 3할 타자가 삼진만 당해서 지는 게임도 있다.(방어율 1점대 투수가 패할 때가 있고, 10점대 투수가 이길 때도 있다.) 빗구가 안타가 되고 정타가 야수에 잡히고, 볼을 휘둘러 안타를 만들고 스트라이크를 휘둘러 아웃된다. 파울이다가 홈런이 되고 홈런같다가 파울이 된다. 정말 노랫말처럼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요, 네 바퀴로 타는 자전거다. 정치도 그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탐색하면 야구처럼 극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는 여정이라서 재미있는 게임 아니겠는가.

평소 정도의 실력 KIA - 실력 발휘 못한 SK

2009년 한국시리즈는 7차전 9회말 나지완 개인의 승리이지 엄밀히 기아 승리는 아니다. 그 때 홈런을 치기 전 상황을 보면 다른 타자 같았으면 조바심으로 투수와의 싸움에서 졌을 것이다. 시즌 홈런왕 김상현이 타석에서 초조함을 보인 것과는 달리 나지완은 타이밍을 의도적으로 뺏을려는 채병용의 심리전-긴 인터벌을 당당히 버티면서 가장 이상적인 타격을 했다. 홈런 직전 "나지완 홈런!!~~"이라고 주문한 응원단에 부응하듯.



KIA는 시리즈 내내 지는 게임을 해왔다. 광주에서 2연패를 하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김성근 감독이 '시리즈는 지금부터'라고 한 말은 그걸 반증한다. 김 감독은 광주에서의 패배도 자기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다시는 오류를 범하지 않겠다는 각오였을 것이다.

경기를 본 필자의 관점도 SK의 실수가 상당히 많았다. 인천으로 옮긴 그들은 무섭게 야구를 했다. 그리고 잠실 3승3패. 그리고 마지막 7차전. 매회 막판 타이거스의 뒷심보다는 와이번스의 성급한 투수교체와 점수를 내야할 때 못냈던 것. 반면 KIA는 후반에 교체된 투수를 상대로 운좋게 타점을 쌓아갔다.

7차전을 보면 김 감독의 오류가 종합되어 나타난다. 야구의 의외성답게 바람으로 SK가 홈런을 얻은 운도 따랐지만 6회까지 6~7점은 냈어야할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 낼 점수를 더 냈던지, 투수교체를 늦췄든지 했으면 충분히 승리했을 것이다.

시리즈 전 거의 모든 전문가나 평론가는 기아 승리를 예측했다. 그러나 당혹스럽게도 기아는 타격 꼴찌답게 매 경기 5회까지는 꼼짝 못하면서 선발이 좋다는 투수도 초반에 오히려 에스케이 타선에 두들겨 맞는 형태가 반복되었다.

7차전 6회초까지 3-0, 3-1, 5-1로 SK가 리드했다면 누구나 게임은 그대로 끝날 것으로 봤을 것이다. KIA가 4점차를 뒤집은 경기도 없었기에 뒤집힐 거라고 생각한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는 얘기. 그러나 여기서부터 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졌다.

게임운용에 난조를 보인 SK를 상대로 6회말부터 KIA는 평소실력을 찾은 것. 그리고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 한국시리즈 사상 가장 극적일 9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이어졌다.


SK는 강팀이다. 2년전 칼럼(SK의 비상, KIA직전의 饑餓타이거스- 2007/11/03 )에서 말했듯 당분간 한국야구에서 그들의 건재를 예측한 적이 있다. 반면 기아는 최희섭이 3할을 치고 서재응이 15승을 한다고해도 상위권 진입이 힘들거라고 썼었다. 외국인 투수 영입으로 전과 같은 가정이 맞았다지만 김상현과 같은 괴물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기아에게 시리즈 1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기아가 명문구단으로 재탄생할려면 SK처럼 덩치 큰 선수들의 정확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 체격과 기술의 조화 - 김성근 감독처럼 개인의 기술력, 잘 짜여진 팀웍에 따른 조직력이 오랫동안 한국야구를 이끌어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두 팀에게 아쉬움과 과제를 남겨 준 2009 한국시리즈.
그러나 7경기 전부 아슬아슬 엎치락뒤치락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선수들은 죽을 맛이었겠지만 이를 관전하는 팬들은 승리에 환호하고 패배에 승복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어느 누구도 여기에 토를 달지 못할 스포츠처럼 정치판도 많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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