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8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인근 하천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이날은 17년 동안 끌어온 소각잔재매립시설 ‘에코랜드’를 건설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이 실시되는 날이었다. 시청 직원 380여 명과 시청 측이 직접 고용한 특별인부 400여 명 등이 공사 현장을 둘러싼 가운데 한 편에서는 이 공사에 반대하는 ‘소각잔재매립장 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대투쟁위)’ 소속 주민 100여 명이 진보신당 김학서 시의원의 주도 아래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에코랜드’를 보는 두 가지 시각

‘에코랜드’란 남양주 시 측이 건설할 ‘쓰레기 소각잔재 매립장'의 다른 이름이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에코랜드’ 전체 부지 28만 4천여㎡ 중 11만3천500㎡를 소각잔재 매립지로 사용하고, 나머지 부지에는 시민들을 위한 공원, 운동 시설 등으로 꾸밀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각잔재’란 가정용 폐기물(종량제 쓰레기봉투로 배출되는 폐기물)을 소각하고 남은 찌꺼기를 의미한다. 남양주시는 2000년 11월 경기도 구리시와 쓰레기 처리에 관한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남양주시와 구리시에서 나오는 가정용 폐기물은 모두 구리시에서 소각한 뒤 남은 재는 남양주시에서 매립하기로 했다고 한다. 즉, 다이옥신 등과 같은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쓰레기 처리 시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투쟁위에 참여한 주민들이 보는 시각은 달랐다. 산업폐기물도 같이 소각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었다. 대부분은 ‘어떻게 집에서 불과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시설을 짓도록 놔두냐’는 것이다.

▲남양주시청 직원들과 시공업체 직원들이 '에코랜드' 진입로 공사를 시작하고 있다. 아래쪽에 보이는 윤형철조망은 반대투쟁위 주민들의 공사장 난입 등을 막기 위한 안전조치라고 한다.ⓒ 프리존뉴스

반대투쟁위 주민들은 또한 “지금까지 시청 측은 주민들의 의견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며 극단적인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에코랜드’ 건설을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폐처법)’에 따라 주민 대표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그 뜻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양주시의 이야기는 달랐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에코랜드’는 소각로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었다. 구리시 등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각로는 기술의 발전으로 소각 시 공기 중으로 날리는 재(비산재)를 처리 시설을 통해 별도로 배출하며, 이를 건축용 첨가물로 판매,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이렇게 다 타고 소각로 바닥에 남은 재를 화학처리를 거쳐 날리지 않도록 만든 다음, 매립지로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주민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다이옥신 등과 같은 인체 유해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여기다 쓰레기 처리시설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에코랜드’와 구리 자원회수시설

이 같은 양 측의 상반된 주장과 함께 볼 수 있는 것은 서로 간의 대화 부족이 오해를 낳았고, 그 오해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사이 다른 외부 요소까지 개입되면서 이제는 일종의 ‘감정 대립’으로 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실은 어떨까. 우선 반대투쟁위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다이옥신 문제. 다이옥신은 염소계 유기화합물이 탈 때 나오는 독성물질이다. 사람의 몸에 축적되는 다이옥신의 97%가 음식으로 인한 것이며 공기로 흡입하는 양은 3% 미만이라고 한다.. 다이옥신이 인체에 다량 축적되면 각종 암 유발에서부터 생식 호르몬 분비 이상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다이옥신이 가장 많이 배출될 때가 바로 쓰레기를 소각할 때다. 그런데 이 소각장은 남양주가 아닌 구리시에 있다. 구리시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구리 자원회수시설)은 과거 80년대에나 볼 수 있던 소각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쓰레기 투입에서부터 잔재배출, 비산재 처리까지 인체에 거의 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처리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남양주시 측이 연세대학교 환경대학원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3개월)에 따르면 매립지 조성공사 부지의 흙과 소각 잔재에서 나온 다이옥신 함유량이 각각 13.7pg(피코그램․1조 분의 1그램), 14pg였을 정도로 환경친화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 쓰레기 소각장 주변에는 축구장, 실내 수영장 등과 같은 주민 편의시설이 있다. 이 시설들은 800℃에 이르는 소각로의 폐열을 활용해 기후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각로 굴뚝에 있는 전망대와 레스토랑, 갤러리는 구리 시민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라고 한다.

▲ 일명 '구리타워'라고도 불리는 구리시 자원회수시설의 모습. 이것이 바로 남양주시 '에코랜드'에 매립할 쓰레기를 소각하는 곳이다. 친환경 쓰레기 처리시설로 국내외에 유명하다. 연간 견학인원만 8만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탑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쓰레기 소각로의 굴뚝이다.

그런데 남양주시가 건설하려는 시설은 이런 소각장도 아닌, 소각된 뒤 남은 재다. 이 재를 다시 물로 냉각하고 그 과정에서 응고액을 첨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과립 형태로 만들어 마대 자루에 넣은 뒤 공기가 새지 않도록 밀봉한다. ‘에코랜드’로 들어오는 소각 잔재는 바로 이 마대자루다. 이 마대자루를 땅 속에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설이 우리 마을에 들어서게 해서 미안하니 주민들을 위해 그 주변에는 축구장 등의 체육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을 구리시 수준으로 만든다’는 게 남양주시의 계획이다.

물론 하루에 35톤, 연간 1만2천 톤이라는 매립량은 적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밀봉된 마대자루가 땅에 매립된 후에 배출될 다이옥신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형 경유차량 배기가스가 뿌리는 다이옥신 중 어느 쪽이 인체에 유해할지 생각해보면 과연 이 시설을 짓는 게 주민들에게 손해인지 이익인지 판단할 수 있다.

여기다 인근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 매립장 건설이 인근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고 한다. 10년 간 이 지역에서 일했다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분양가 1억 2천만 원 정도이던 32평형대 아파트가 지금은 2억 5천만 원 정도”라며 “매립지가 만들어진다고 이사를 오지 않겠다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있을까말까 한 정도”라고 이야기해 매립장 위험설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말해줬다.

외부 개입 막으려면 주민과 시청 간 ‘직접 소통’ 필요

하지만 주민들은 이런 설명을 듣지 않으려 한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청 측과 반대투쟁위로 대변되는 일부 주민들 간에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청 측은 사업 초기였던 1992년 당시, 38만㎡ 부지의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려 했었다. 이후 1995년 ‘폐처법’이 제정되는 등 환경 문제가 점차 중요해지자 시청 측은 급한 마음에 주민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지 않고 ‘소각잔재시설 건설’로 계획을 변경했다. 한편 주민들은 과거 서울의 난지도와 같은 쓰레기 매립장을 생각하고는 결사반대를 주장했다. 시청의 계획변경에 주민들의 의심만 더욱 깊어갔다.

그 후로도 주민들과 시청 간의 대립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양 측은 법정에서 싸우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단체는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주택공사를 상대로 소송, 36억 원의 보상금을 타냈다. 하지만 주택공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후에도 시청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2006년에는 공사를 강행하는 시청 측과 주민들 간의 물리적 충돌로 10여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2008년 10월 23일 대법원이 시청의 손을 들어 주면서 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시청 측 또한 이제는 대결을 피하고자 주민들을 위해 주공아파트 단지 내에 56억 원을 들여 문화센터 수준의 도서관을 짓고, 향후 40년 동안 매년 3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주민편의를 위해 60억 원의 기금도 조성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놨다.

이에 당초 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던 주민단체인 ‘소각잔재 매립장 주민협의체’는 대법원 판결 후에는 ‘매립장 건설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앞으로 매립장의 관리감독에 주민도 참여해야 한다’며 시청의 사업에 조건부로 협조할 뜻을 보이고 있다.

▲현장 관리사무소 문짝의 도끼자국. 반대투쟁위 전 위원장 김 모씨가 도끼를 휘둘렀던 흔적이다. 그는 주민들이 주택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 받은 보상금 36억 원 중 일부를 주식투자 등 개인용도로 유용한 혐의로 체포,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는 현재 항소 중이라고 한다. 31일 행정대집행 전까지 시설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과 시청 직원 간의 충돌은 살벌했었다고 한다.ⓒ 프리존뉴스

하지만 이런 양측의 화해 분위기는 떠도는 소문을 확인하느라 주저하는 분위기다. 바로 외부 세력의 개입이다. 최근 매립장 인근 주민들과 시청 직원 사이에서는 ‘민노당과 민노총, 환경단체 등이 개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31일 집회를 벌인 반대투쟁위는 현재 진보신당 소속 김학서 시의원이 이끌고 있다. 시청과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김 의원이 아니다. 그의 투쟁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타지 단체들이 와서 난리를 부리는 게 걱정이다.

물론 현재 이런 단체에서 대규모 인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하려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다른 뜻을 품은 외부세력이나 이권을 노리는 자들이 개입할 경우 남양주 매립장 문제는 순식간에 과거의 전북 부안방폐장이나 평택 팽성읍 대추리 사건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해법은 뭘까. 의외로 간단하다. 시청 직원들이 주민과 만나는 것이다. 단, 주민 대표단 찾지 않고, 직접 아파트를 돌며 주민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시설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주민들이 경기도내의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할 수 있는 일정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경기도의 도움도 구하면서 말이다.

물론 시간이 걸리고 의견을 취합하는 게 어렵지만, 당장 일을 진행하면서 10년 동안 묵혔던 오해를 푸는 데는 그나마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프리존뉴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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