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제한, 개성관광 중단, 경의선 운행 중지,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활동 축소 등 대남 교류 차단조치를 취한지 1주일이 지나고 있다. 목하(目下) 영하의 추운 날씨만큼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형국이다.
작금의 긴장과 불안정은 근본적으로 남의 ‘상생공영정책’과 북의 ‘퍼주기 강요전략’이 접점을 찾지 못한데 기인한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6.15 공동선언 및 10.4 선언 ‘무시정책’이 현 상황을 초래한 주범인 것처럼 호도하지만, 잘못된 해몽이다. 우리측이 남북정상선언을 폐기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공동조사 거부, 이산가족 상봉 중단에서 보듯 ‘대화를 통한 해결’과 ‘분단 고통의 해소’를 천명한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부정한 것은 북측이 아니었는가. 북한이 ‘6.15 정신’을 말하려거든 먼저 우리측의 남북대화 제의에 호응해야 한다.
일련의 동시다발적 교류 제한조치는 남북경협을 ‘정치적 인질’로 삼는 ‘협박전술’의 일환임이 분명하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 길들이기나 남남갈등 조장 및 대북정책 변경을 기도하지만, 그런 행동은 북한의 개방 의지를 의심케 하는 위험한 도박이라 하겠다. 세계가 주목하는 개성공단을 이렇게(남북출입체류합의서의 중대한 위반 및 일방적인 이행 중단) 흔든다면, 누가 앞으로 북한 지역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북측은 이 점을 깊이 숙고해야 한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은 계속 허용하면서, 정치적 사안은 별도 채널에서 다루는 게 보다 현명했을 것이다.
북한의 대남강경 전략은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통미봉남’ 정책 구사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 평양의 지도부는 오바마 당선인 측의 북미 직접대화 의사표시나 대북 특사파견 검토 발언 등에 한껏 고무돼 있다. 하지만 북측은 미국 차기 행정부가 제시한 검증가능한 북핵 폐기 공약과 한․미공조 강화방침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 오바마 측 전문가들(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핵 폐기 약속이 없는 특사 파견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 내정자의 대북관 및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인식도 향후 북핵 협상이 그리 녹녹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슷한 이렇게 볼 때 지난 시기의 통미봉남 재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대북 접근을 해 나갈 것인가. 답은 ‘원칙’을 지키며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당국간 대화 재개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4대원칙은 ‘상응행동전략’(tit for tat strategy)으로 집약될 수 있다. 곧 협력에는 협력으로, 대결에는 협력 유보로 대응하고, 이 같은 관계를 지속함으로써 결국 상대방이 올바른 결정(협력정책)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게 그것이다. 북한이 대결과 초강경으로 나올 때 ‘퍼주기’에 의한 ‘달래기’를 시도할 경우,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지금은 차분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다. 호들갑을 떨며 무리하게 북측에 줄을 대거나 굽실거리는 저자세는 건전한 남북관계 정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꼴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도록 입주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투자 손실 최소화 등 가능한 모든 남북경협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전단(삐라) 살포 문제로 과도하게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북한 당국도 더 이상의 추가적인 상황 악화조치를 취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미․중․러를 통한 대북 우회 설득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당국간 대화 재개 및 포괄적인 남북협력 방안을 제의할 필요가 있다.
무릇 옥동자 해산에는 진통이 따르는 법이다. 이 점에서 현단계에선 인내와 국론통일이 긴요하다. “북한은 노다지”라는 등 무책임한 국론분열성 발언이나 무조건의 햇볕정책 회귀 주장을 하기보다는 정부의 상생공영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요컨대, 남남통합과 국제공조가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편집=서울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