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한말, 서양 각국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어려운 외국 지명들을 그 발음과 비슷한 우리 국한문으로 쓰게 된다. 예를 들면, 센프란시스코는 성항(星港), 홍콩은 향항(香港), 런던은 륜돈(倫敦), 미국은 미리견(美利見) 등이다.

그런데, 해삼위는 현재 지명과는 그 발음이 전혀 다르다. 해삼위의 현재 지명은 부라디보스토크다. 러시아어로 ‘브라디’는 개척 또는 정복한다는 뜻이고 ‘보스토크’는 동방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해삼위라는 지명은 어떻게 생성 되었을까? 혹 자는 해삼위에는 해삼이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그럴듯한 것이, 지금은 해삼 채취가 금지되어 있지만,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음만 먹으면 잠간 사이에 한 바구니의 해삼을 잡을 수 있을 만큼 해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삼위는 우리나라와 깊은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다. 그 발음이 순 한국식으로 똑같으며, 한문도 그 뜻이 우리말과 똑 같기 때문이다. 결코 다른 나라가 붙인 이름이 아니라 분명 우리나라가 붙인 이름이라는 말이다. 그뿐 아니라 해삼위가 속해 있는 연해주(沿海州)도 순 우리나라 식이다. 바다에 연해 있는 고을이라고. 물론 중국에서 붙인 이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넓은 지역을 아울러서 성(省), 작은 고을을 현(縣)이라 했고 특정 도시를 주(州)로 표현 해 왔던 것을 보면, 중국식으로는 ‘연해성’이라고 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러니, ‘연해주’, ‘해삼위’는 우리나라 냄새가 짙게 풍긴다.

그렇다. 연해주, 해삼위는 발해의 영토였다. 그런데, 발해가 멸망하고 나서도 해삼위는 어느 나라에 속하지도 않았고 주민들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천 여년이 흐른 뒤 19세기에 들어와서야 구 한말 우리 백성들이 이주하여 정착하기 시작했고, 거의 동시에 러시아가 동방진출 정책에 따라 해삼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록에 의하면, 1863년 9월에 함경도의 영세농민 13가구가 해삼위로 이주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니, 기록에는 없지만, 발해 멸망 이후 말갈, 여진 족들이 계속 그곳에 머물러 살았을 것이고, 이들과 관련이 있는 우리 한(韓)민족도 더러 정착해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야, 우리 농민 13가구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남의 나라 땅으로 이주 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기록에 나오는 1863년 훨씬 이전부터 우리 영세민들이 계속 이주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러시아는 오랜 세월동안 염원해 오던 부동항(不凍港)을 갖기 위한 동방진출정책(브라디 보스토크)을 추구한 끝에, 드디어 1860년에 청나라와 소위 ‘베이징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 조약의 골자는, 청나라가 지금의 캄챠카(해삼위) 반도 일대를 러시아에 양도한다는 것이다. 그곳이 정말 청나라 영토였는지 아무런 증거도 없다. 따라서, 청나라는 주인 없는 땅, 또는 우리 백성이 사는 남의 땅을 러시아에 양도하는 생색만 낸 셈이다.

그 이후 러시아는, 해삼위(캄차카)를 어느 정도 개발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무슨 조약을 체결했는지 알 바 없는 우리 영세 농민들은 꾸준히 북간도로 그리고 해삼위로 이주해 갔다. 특히, 구 한말에 더러는 어지러운 세태를 피하려, 또는 탐관오리들의 학정을 피하여, 이주한 농민들이 급격히 늘어 나서, 1898년(고종 35년)에는 해삼위에 거주하는 우리 백성들이 6만 여 호(약 3십만 명)가 넘었다. 이에 그들은 우리 조정에 글을 올려, 해삼위에 관청을 설치하여 보호해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 무렵, 북간도에 이주해 사는 우리 백성들은 무려 10만 호(약 40 – 50만 명)에 이르게 된다. 당시 우리나라 총 인구가 약 5 – 6백만 명 정도였으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간도(間島)는 섬이 아닌데 왜 섬처럼 간도(間島)라 부르는가? 그것은 바로 세종대왕 이래로 소위 말하는 ‘공도(空島) 정책’이란 것을 한 때 편 데서 기인한다. ‘공도정책’이란 다스리기 어려운 섬들에 백성들이 살지 못하게 하고 비워두는 정책이다. 울릉도, 독도, 대마도 등도 이 ‘공도정책’에 따라 백성들이 살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대마도는 왜구들의 소굴로 변했다가 명치 때 일본 소속으로 되어 버렸고, 독도는 오늘날 한일간 분쟁을 일으키게 된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간도는 섬은 아니지만 비워둔 섬처럼 여겨 러시아, 청, 조선의 중간에 위치한 섬처럼 여겨 간도라 부르게 된 것이다.

각설하고, 북간도로 이주해 간 우리 백성들이 황무지를 개간하여 점차 번성해 지자, 러시아와 청나라가 슬슬 침을 흘리기 시작한다. 하여 자주 약탈 당하거나 마찰이 일어나 우리 조정에 그 때마다 상소를 하여 보호요청을 했다. 하여, 조정에서는 1902년 8월 11일 이 범윤(李範允)을 간도 및 해삼위 관리사로 임명하여 파견하게 된다. 이 범윤은 사포대(私砲隊)를 조직하고 군사훈련을 시켜 조선인을 보호하고 청나라의 조세징수도 물리쳤다. 그리고 간도와 해삼위가 원래 조선 땅임을 증명하는 여러 증거들을 모아 <북여요람(北與要覽)>이라는 책을 간행하여 조정에 보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청나라의 집요한 강압에 못 이겨 결국 이 범윤을 소환하게 되고, 한일 합방과 함께,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청-러, 청일 협약에 의해 간도와 해삼위는 남의 땅이 되고 말았다.

▣ 2008, 8, 3.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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