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여자친구와 헤어진 김모(27) 씨는 지난 2년간 열심히 꾸며온 미니홈피를 폐쇄했다. 김씨가 눈물을 머금고 90여명의 일촌과 870장의 사진을 정리한 것은 전 애인 박모(여ㆍ21) 씨의 새로운 남자친구가 ‘파도타기’를 통해 자신의 홈피에 드나들며 김씨의 일거수 일투족과 인간관계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모두 싸이월드 내 같은 클럽(동호회) 소속이라 회원 간 ‘파도타기’를 막으려면 클럽에서 탈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지난 5년간 지속해온 클럽활동을 접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싸이월드의 ‘파도타기’를 통한 타인의 사생활 엿보기가 도를 넘고 있다. 싸이월드 성공신화의 80%는 인맥을 기반으로 한 회원 간 네트워크의 힘이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태생적으로 ‘공개성’과 ‘연결성’을 가지기 때문에 ‘파도타기’로 인한 사생활침해를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싸이월드 가입자 수는 1700만명. 이 중 20대의 90%는 미니홈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국민 셋 중 한 명,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파도를 타고’ 사생활보호선을 넘나든다는 얘기다.

대학생 윤모(24) 씨는 “최소한의 정보만 알면 누구 홈피든 찾아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싸이월드의 파도타기를 통해 자신이 ‘점찍은’ 여학생의 홈피를 찾아냈다. 먼저 그 여학생과 같은 과 학생의 홈피를 알아낸 뒤 수차례의 ‘파도타기’를 거듭해 ‘목표지점’에 이른 것이다. 그는 일촌평과 방명록에 남겨진 이름을 타고 돌아다니며 그녀가 최근 누구와 무엇을 했으며 평소 어떤 취미생활을 즐기는지까지 낱낱이 알아냈다. 그는 “조만간 그 여학생이 자주 간다는 카페를 지키고 있다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 관계자는 “미니홈피의 실명제는 사이버폭력의 대상이 주변 인맥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역기능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인정보 공개 여부, 선택 그룹별 일촌 관리메뉴 등 사생활보호를 위한 장치를 추가해가고 있다”며 “사생활침해를 줄이기 위해 계도성 캠페인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료참고 : 함께하는 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