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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이살메르의 거리. 혼자 다니는 날 위해 호텔주인이 서비스(?)로 찍어준 내사진 한장. ⓒ박근하 서울포스트 |
양복 입은 배불뚝이 사장에, 조금은 마른 듯한 몸매로 인도 전통사리를 입고 있는 사모님, 그리고 해리포터 안경에 빨강색 나비넥타이를 하고 있었던 초등학생 외동아들.. 이 호텔 가족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저 그 세 가족이 접대용 미소로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편의 코믹영화 포스터를 보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체나와 헤어져 사막에서 돌아온 그날 나는 심각하게 우울한(?) 상태였었다. 호텔 사장은 내게 사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더니 자신은 사막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앞 호텔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가이드북에 실려 있는 앞 호텔에 빈방이 없어 호텔 사장의 소개로 동생이 운영하는 이 호텔에 머물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온다. 하여간 인도인들이란.. 사업가들조차도 이렇게 빤히 보이는 소리들을 우겨대다니..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들이 형제건 형제가 아니건 간에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분명 사실일 테니까..
어쨌든 나는 앞 호텔에서 항의했으나 예상한대로 여행사(호텔) 사장과의 말싸움에서 져 버렸고 결국 안전을 위해 여자 한국인 두 명과 함께 한국인들에게만 유명한 사막 마을 쿠리로 떠나는 것으로 문제는 일단락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저 편히 쉬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조금 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호텔 사장.. 메뉴판을 들고 와서 식사를 묻더니, 10분마다 내방을 노크하며 세면도구부터 맥주까지 온갖 호객행위로 잠시도 날 가만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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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명 자이살메르에서 찍긴했는데.. 호텔이었는지 사막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박근하 서울포스트 |
내가 별반 반응이 없자 급기야는 온갖 여행자들이 낙서를 하고 간 호텔 가이드 노트를 들고 왔다. 사장은 한국인들이 적어놓은 페이지를 펼치고 영어로 쓴 칭찬들을 자랑스럽게 읽어 나갔다. 그리고 한글로 뭐라 써 있는지를 물어보는데.. 역시나 예상한대로 호텔은 좋으나 사장의 호객행위로 편히 쉬기 힘들다는 의견들만 잔뜩 쓰여 있었다.
"Very Good~! They said, You are very good business man."
(정말 좋대요, 당신은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장이라고 써놨네요.)" 이라 해석해주자 그는 무척이나 흡족한 표정이다. 이곳은 종업원없이 가족들이 운영하는 호텔이라 도난이나 사기에 관한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데 사실 내가 보기엔 호텔이 크기만 할 뿐 손님이 몇 없었으니 종업원을 쓸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분명한 것은 호텔 사장의 호객행위에 지쳐 내가 먼저 쓰러져 버렸다는 것이다. 온갖 생각에 밤새 잠을 못 이루며 좀 많이 우울하고 슬퍼해야 했을 것 같은데, 이놈의 사장.. 내 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10분마다 온갖 호객행위로 나를 괴롭히더니 다음날 새벽에는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듣더니 내 방을 두들겨서 아침식사 메뉴판을 들이 댔다. 좀 많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사장의 밤 샌(?) 사업 수완 덕분에 떠나는 날 아침에는 우중충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기분이 훨씬 나아 있었다.
그리고 쿠리에서 돌아왔던 그 날 저녁..
호텔 사장은 나를 위해 멋진 식사와 별이 보이는 옥탑 방을 준비해 두었다. 아마도 쿠리로 떠나기 전 아침식사를 하면서 내 소개를 “University Student and Baby Journalist (학생이면서 어설픈 기자: 당시 나는 야학에서 편집 일을 맡고 있었다)”라고 소개했던 것이 또 다시 그의 사업 수완을 자극했던 것이리라. 아무리 내가 여행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를 해도 그날 밤 사막을 함께 여행한 한국인 일행은 따돌려진 채(?) 반 어거지로 비싼 맥주를 얻어 마셔야 했었고 나 혼자 같은 방값으로 사막의 별이 보이는 스페셜 룸(?)에 안내되어야만 했었다.
그래도 다행이랄까..? 그날 밤 사막의 호텔에는 약간의 비가 내렸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부슬비 수준이었지만 다행히도 내가 망설임 없이 옥탑 방에서 내려와 양심껏 내 원래 방을 찾기에 충분한 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