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美 제재 러 기업, 트럼프 측근 LNG 사업에 비밀 자금 의혹
입력 2026.10.25.
폴라트레인 LNG 전 CEO 폭로
“러시아 노바텍이 자금 대고 사업 지휘”
미국 제재 승인 전 자금 지원·운영 관여 의혹
트럼프 “전쟁 끝나면 러시아와도 거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 관여한 250억 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사업이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비밀 자금 지원 의혹에 휩싸였다. 사업을 이끌던 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러시아 기업이 미국 정부의 제재 관련 승인을 받기도 전에 자금을 대고 사업 방향을 통제했다고 폭로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LNG 수출 터미널을 개발 중인 폴라트레인 LNG의 전 CEO 조엘 리들이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이 사업을 사실상 통제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폴라트레인 LNG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 및 아시아 시장 내 영향력 강화 구상과 맞물린 사업이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인연이 있는 투자자 젠트리 비치도 사업 출범 과정에 관여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이 사업도 양국 간 고위급 협상의 대상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폴라트레인 LNG는 지난 3월 출범했다. 러시아 노바텍이 건설을 추진하다 일부 공사가 진행된 가스 터미널을 알래스카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회사는 노바텍과 협상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의 제재 담당 당국에 허가를 요청했지만 당시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전 엑손모빌 엔지니어 출신으로 폴라트레인 LNG의 CEO를 맡았던 리들은 FT에 필요한 승인이 나오기도 전에 노바텍이 이미 사업 자금을 대고 운영을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지난 9월 CEO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최고재무책임자(CFO) 댄 찬드라와 수석부사장 짐 스미스, 운영 책임자 조디 트랜섬 등 경영진도 잇따라 회사를 떠났다.
그는 당초 비치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기반을 둔 테크웨이브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가 사업에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이 구체화되고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치가 실제로 투자하지 않았으며, 노바텍이 사업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노바텍은 러시아 시베리아 북부 해안에 연간 약 2000만t의 LNG 생산을 목표로 하는 아크틱 LNG 2 수출 시설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가 2023년 부과한 대규모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국은 노바텍이 알래스카 LNG 시설 건설에 전문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미국이 아크틱 LNG 2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알래스카 사업이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바텍은 제재 해제와 기술 제공을 연계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회사는 “아크틱 LNG 2 사업에 대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자사 기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한다는 제3자의 악의적인 주장을 부인한다”며 “노바텍은 알래스카에서 자사 기술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독립적이고 자체적으로 완결된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폴라트레인 LNG 측도 리들이 회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었으며 해고됐다고 반박했다. 또 사업 개발은 관련 미국 법률을 완전히 준수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LNG 사업 자금 지원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합의에 도달해 양측 모두와 거래할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분명히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와 거래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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