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내부경선이 끝남에 따라 후보간에 있었던 '버티기냐 뒤집기냐'의 대내적인 판세겨루기가 이젠 여당과의 대외적인 판세겨루기로 바뀌게 됐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야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여권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 판세대로 12월까지 버텨간다면 한나라당의 승리는 따논 당상이다. 그러나 버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호지세(騎虎支勢)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형국이기 때문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으면 마지막까지 계속 달려야한다. 도중에 사정이 있어도 내려올 수가 없다. 겁이 나도 그대로 있어야한다. 등에서 내려온 순간에 잡혀먹히게 된다.

그러나 범여권은 기상지세(騎象支勢)이다. 꼬끼리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꼬끼리는 느릿느릿 걸어도 안정적이다. 꼬끼리등에서 내려와도 위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다. 보라.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고 통합민주신당으로 몸집을 불렸다. 열린우리당 플러스 손학규, 추미애 플러스 시민단체 플러스 알파이다. 외형적으론 원내 제1당에 꼬끼리만큼 몸집이 커졌다.

밀림에서 호랑이와 코끼리는 잘 싸우지 않는다. 우선 먹이가 서로 다르다. 밀림의 왕자 호랑이도 코끼리를 잘 공격하지 못한다. 몸집이 두렵고 코가 무섭기 때문이다. 어쩌다 코끼리새끼를 잡아도 먹기 힘들다. 가죽이 두껍기 때문이다.그래서 코끼리는 안전하게 산다. 무서운게 있다면 사람과 쥐이다. 사람은 총이나 칼을 잘 쓰고 쥐는 코속으로 들어가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영리한 코끼리는 등에 사람이 올라타도 흔들어 떨어뜨리려 하지 않는다.

호랑이등에 올라타고 달리면 무섭지만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그러나 호랑이는 장거리를 달릴 힘도 없고 오래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성질이 급하기 때문이다.빨리 승부를 내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코끼리는 천천히 걷고 또 오래 걷는다. 장기전에 강하다.

호랑이등에 올라타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간 사람은 역사적으로 수나라문제 양견이다. 그는 아내 독고황후의 격려에 따라 호랑이등에 올라타고 결국은 성공하였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가 역사적으로 또 하나의 기호지세의 신화를 창조할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다. 진검승부가 이루어지는 바둑계에선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보다 유리한 판세를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격언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 칼럼니스트 교수 고 일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