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2명을 인질로 잡아 아프간 정부군와 미국에 포로된 아프간 전사들과 맞교환 하자는 탈레반이 또 한명의 한국인 남자를 살해했다. 한국인 일행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지난 25일 인솔자인 배형규 목사를 살해한지 닷새만에 다시 남성 인질 1명을 살해했다고 AF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한국인 인질들과 포로된 탈레반 전사들과 맞교환을 요구하면서 여러번 협상시한을 연장하다가 30일 협상시한이 지나자, 탈레반은 남성 인질 한 명을 더 사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AFP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협상 시한을 여러번 정했으나 아프간 정부는 우리가 정한 시한을 무시했다.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31일 새벽 1시)에 '성신(Sung Sin)'이라는 이름의 남성을 AK-47 소총으로 쐈다"고 주장했다. 배형규 목사에 이어 두번째 한국 남자 희생자는 심성민씨로 확인되었다. 인질과 현상의 상황에 극적인 반전이 없는한, 한국인 인질들은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수많은 탈레반의 전사들이 희생되고 그 가족들이 슬프하는 것도 안타까운 현상이지만, 국제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이 탈레반에 희생된 것 또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진주 출신인 심성민씨는 고교 시절부터 국제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그 후에도 국제봉사활동에 인연이 있어, 이번 사건에 봉착되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2남 1녀 중 장남인 심씨는 맹인이었던 고모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장애인들에 관심이 많았으며, 장애인 학생을 담당하는 교회 모임에서 교사를 맡기도 했다고 한다. 심씨는 최근 농촌 봉사를 꿈꾸며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고 한다. 공부를 위해 성남에서 하숙생활을 하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국제봉사활동을 하러 아프간으로 떠났다고 한다. 심씨의 선한 의도에 걸맞는 선한 업보가 인류에게 있기를 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미국 정부의 입장이 한국의 인질들을 탈레반과 협상하여 풀어줄 정도로 한국정부에 우호적이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극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탈레반이 주장하는 '탈레반 포로 석방'을 아프간 정부나 미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질 석방 협상에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가 탈레반에 내놓을 카드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특사를 아프간에 보내면서 동분서주 하지만, 아프간 정부와 적대적인 탈레반 세력의 요구사항을 채워주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 정부와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포로들을 한국인 인질들과 맞바꾸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한국 인질들이 국제문제로 부각됨으로써, 탈레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탈레반 소탕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한국정부는 지금 한국인 인질들을 풀기 위하여 아주 감정적으로 접근하는데, 미국과 미국이 세운 아프간 정부는 냉철한 서구 공리주의에 근거하여 이성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자들의 냉철하고 조직적인 세계관과 지배당하는 자들의 감성적이고 충동적인 세계관은 매우 다르다.

독일인 인질이 희생되어도, 독일 정부가 전혀 탈레반과 타협적이지 않고, 국민들도 냉정한 정부를 지지하는 현상이 바로 개인들이 살아가는 바탕을 유지시켜주는 국가공동체가 살아있는 서구식 합리주의나 공리주의이다. 한국의 방송들은 종종 결정적인 사안들에 국가가 사라진다. 국가가 개인을 억압하는 식민지시대의 경험 때문인지, 한국의 언론의 보도철학에 국가공동체라는 개념은 매우 약하다. 국가적 중대사에 한국언론은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시각에서 보도하지만, 서구언론들은 아주 냉철하고 기획적인 시각에서 보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언론인들은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에 대한 근원적 사고방식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종종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에 큰 손해를 끼치는 광기에 내몰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IMF사태에 대한 한국언론의 국제정치에 무식하여 매국적인 보도행태, 노무현 탄핵 당시에 KBS를 비롯한 방송들이 보여준 편파적이고 선동적인 보도행태, 그리고 북한 핵무기 실험 이후에 보여준 한국언론의 줏대없고 얼빠진 보도행태였다. 명분와 동기만 중시하는 단세포적 판단력을 넘어서서,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깊이 고려한 결과중시의 다차원적인 판단력을 한국언론들은 키워야 한다.

최근 범여권의 정당변신극에 대한 한국 방송들의 반응도 망국적이고 편파적이다. 한국의 언론은 가장 한국의 국익과 국민의 행복에 장애물이다. 그러한 한국방송의 후진성이 이번 아프간 인질사태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아프간 인질사태은 인질들의 목숨이 최고의 변수이지만, 그러나 여러 가지 변수들도 걸려있는 복잡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아프간 인질사태에 간접적인 정보만 보도하는 한국의 방송들은 인질에 얽힌 포괄적인 변수들을 잘 담아내지 못하는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다. 아프간 사태에 대한 한국언론들의 선정적이고 감정적인 보도자세는 포괄적인 국제정세를 망각한 망국적인 것이다.

(올인코리아, 조영환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