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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제재완화-핵포기 교환 다신 안한다"…文엔 "자중해라"
 편집부 기자 (발행일: 2020/01/11 19:20:17)

[중앙일보] 北 "제재완화-핵포기 교환 다신 안한다"…文엔 "자중해라"

 

북한, 11일 새해 첫 담화서 강경 메시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노동신문]


북한이 제재 완화를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새해 들어 11일 처음 낸 대미·대남 담화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흘려보낸 미국에 책임을 돌리며, 핵 억제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이날 담화에서 “일부 유엔 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윁남(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에게는 일방적인 강요나 당하는 그런 회담에 다시 나갈 필요가 없으며 회담탁(테이블) 우(위)에서 장사꾼들처럼 무엇과 무엇을 바꿈질 할 의욕도 전혀 없다”면서다.

김 고문이 언급한 베트남 협상은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렬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말한다.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며 미국에 일부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영변 외 추가 핵시설 폐기와 전체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의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김 고문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좋은 감정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라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고문은 “다시 우리가 미국에 속히워(속아) 지난 시기처럼 시간을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조·미(북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우리는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말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과의 ‘정면돌파’를 선언하며 사실상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회귀한 북한이 이날 담화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보 당국도 이달 초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와 핵 개발 포기를 교환하는 방식의 비핵화 협상은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이 밝힌 바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고문이 말한 ‘요구사항’에 대해 ▶한·미 군사훈련 중단 ▶한국의 전략무기 반입 중단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초 북한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밝힌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의 허들을 대폭 높인 북한이 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댄 스캐비노 트위터 캡처]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겨냥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고문은 “남조선 당국이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며“남조선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여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어 “남조선 당국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해 감지덕지해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여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독자적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에 대해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은 북·미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에 큰 관심이 없으며 한국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미국에 설득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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